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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사는 게 힘들까? -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
오카다 다카시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5월
평점 :
나이들어 좋은건 거의 없어요 체력 저하 실감하고 머리도 둔해졌어요 여전히 사는 게 힘들어 공감가는 이야기를 기대했습니다

제목에서 풍기는 뉘앙스와 달리 이 책은 에세이가 아닙니다. 이 책의 부제는 사회에 적응하기 힘든 사람들의 관계 심리학이에요.
일본은 최근 성인이 발달장애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병원이나 심리치료 센터를 찾는 사람들이 늘었다고 해요. 주변에서 검사 받으라고 권유했거나 스스로 의심스러워 찾는 경우라고 해요. 그런 사람들은 여러 문진과 진찰, 발달 검사를 거쳐도 장애라고 할 수 없는 그레이존, 즉 회색 지대에 해당한다는 판정을 받기도 합니다.
그레이존은 장애로 판정받지 않아 특별한 배려나 지원을 받지 못하고 어려운 과제를 해결한다거나 건강한 사람과 대등하게 경쟁해야하지요. 나름의 고통은 커지고 더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기도 해요.
특히 자폐증이 아닌 그레이존은 문제가 큽니다. 세 살 검진 때 그레이존 판정을 받은 아이가 학교에 적응하지 못해 집단 괴롭힘을 당하고 불안과 마음의 상처로 이차적 장애가 생기기도 했어요. 조기 진단과 조기 치료는 그레이존에도 해당됩니다. p. 26

자폐증의 원인 중 하나가 임신 중 조산을 막기 위해 투여하는 옥시토신 수용체 길항약입니다. 애착 시스템이 작동하게 도와주는 옥시토신 계열 호르몬이 원활하게 분비되지 못하는 것이죠.
지나치게 예민한 사람을 뜻하는 HSP(Highly Sensitive Person)은 커뮤니케이션 장애가 없고 불안형 애착 스타일인 경우가 많아요. 그보다 진행된 증상은 자폐증이고 자폐증보다 심하면 불안형 애착 스타일까지 갖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소리나 빛에 예민한 아이가 학교에 가기 싫어했는데 교실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기분이 나빠지고 배나 머리가 아플 정도가 되기 때문이었다고 해요. p. 144

공포회피형 애착 스타일로 고통받았던 사람 중 소설가인 나쓰메 소세키가 있습니다. 어린 시절 양자로 입양되었다가 다시 본가로 돌아오길 반복했고 본가는 물론 어디에도 소속감을 느낄 수 없었답니다. 후에 소세키가 작가로 성공하자 그의 양아버지가 계속 돈을 요구하며 괴롭혔어요. 그는 예민한 성격으로 자식들에게 큰소리를 내지 말라며 화를 내고 아내에게도 자주 폭력을 휘둘렀어요. 단순히 예민한 정도가 아니라 가족들마저 자신에게 악의를 품고 있다는 망상을 갖게 된 거예요.
소세키의 작품 '마음'에서 믿었던 숙부에게 속고 자신도 친구를 배신하고 죽음에 몰리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소세키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거라고 합니다. 소세키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인한 위궤양으로 사망했어요.p.148

이 책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카프카, 빌 게이츠, 일론 머스크 등 유명인이 그레이존에 속했다고 말해요. 정상도 비정상도 아닌 경계에 있는 그레이존 유형에 대한 설명과 해결 방법을 제시해요. 어릴적 제대로 진단받지 못해 간과된 증상이 성인이 되어서도 문제가 된다니 경각심을 갖게 합니다. 심리치료학의 관점에서 새로운 각도로 자신을 들여다보게 해주네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