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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 그린 - 버지니아 울프 단편집
버지니아 울프 지음, 민지현 옮김 / 더퀘스트 / 2023년 4월
평점 :
페미니즘 문학에서 버지니아 울프는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어요. 사회 관습을 벗어나 자유를 갈망한 작가의 작품집이라 기대되었어요

작가의 대표 작품인 댈러웨어 부인은 이 책에 나오는 단편 본드 가의 댈러웨이 부인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댈러웨이 부인이 저녁에 열리는 파티를 위해 본드 가를 걸어가며 생각하는 내용이에요.
댈러웨이 부인이 대사관에서 만난 폭스크로프트 부인을 떠올리는 장면이 있어요. 1차 대전에서 아들을 잃고 오랜 보금자리였던 장원의 저택마저 사촌의 손에 넘어간 상태였어요. p.45

댈러웨이 부인은 울프 자신이 많이 투영된 작품입니다. 소설에 등장하는 1차 대전 참전군인 셉티무스는 정신질환에 시달리다 자살을 선택했고 울프도 어머니가 세상을 떠난 후 트라우마로 인해 정신질환에 시달렸고 강에 들어가 익사했으니까요.
평범한 사람이 대다수이죠. 혼자서도 당당하고 충분히 행복할 수 있어도 역시 인간은 무리지어 사는 동물이나 마찬가지입니다. 버지니아 울프는 평범하지 않았기에 고독과 외로움을 더 느낀 건지도 모르겠어요.
군중 속에서 혼자라고 느낄 때보다 더 외로운 순간이 없다는 것은 누구나 공감하는 말일 것이다. 소설가들도 거듭 말했고 그 말이 주는 서글픔은 부정할 수 없다.p.85

작가가 동성애적인 성향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고 약간 충격받았어요. 이 작품집에서 존재의 순간들 슬레이터네 핀은 끝이 무뎌라는 작품에 동성애 코드가 들어 있다고 해요. 감상적이고 시적인 문장에서는 그런 의미를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어요.
줄리어스는 진열장 옆에 난 창문을 통해 폴리가 들판을 가로질러 집으로 달려가는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그의 여동생이 종종 그랬던 것처럼 아쉬움에 겨운 갈망 어린 눈빛으로.p.99

버지니아 울프의 아버지는 딸이 문학적 재능을 가진 걸 알고 자신의 문학적 후계자로 길렀답니다. 정규교육은 아니었지만 아버지의 지도하에 역사, 전기문학, 자서전 등을, 가정 교사를 통해 그리스 로마 고전을 배웠어요.
어머니 줄리아는 빅토리아 시대의 이상적인 여성상인 현모양처 타입으로 여성은 가정을 돌보면 충분하다고 생각했어요. 어머니는 여성운동에 부정적이었고 딸이 대학 교육을 받는 것을 원치 않았다고 해요.
작품을 읽으면서 울프의 삶에 대한 생각이 떠나지 않네요. 뒷부분에는 작품 해설과 작가의 생에 대한 설명이 있어서 더 그러네요. 짧지만 강한 클래식의 향기를 느낄 수 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