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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로 살 만해 vs 살기 힘들어
서재일 지음 / 문예바다 / 2023년 3월
평점 :
개처럼 산다는건 과거엔 비하하는 말이었지만 요즘엔 사람보다 더 호사를 누리는 개도 많아요. 개에 대한 독특한 소설을 기대했습니다

요즘은 애완동물이라고 하지 않고 반려동물이라고 하죠. 글쓴이는 동물병원의 원장으로 많은 반려동물을 치료했어요. 그 과정에서 다양한 주인들도 만나게 되었구요. 이 책은 개의 관점에서 쓰기도 하고 관련된 인간의 눈으로 보기도 합니다.
나홀로 가구가 많아지고 외로워진 사람들은 반려동물을 키우기 시작했어요. 브랜드 사료, 샴푸, 미용, 산책, 동물병원에 갈 때마다 발생하는 비용 등을 생각하면 어지간한 각오와 노력이 아니면 함께하기 힘들어요.
개 팔자 상팔자라는 말이 있어요. 주인을 잘 만난 개는 호사스러운 대접을 받으며 살기 때문이겠죠. 물론 개의 입장에서는 야생성을 잃고 인간에게 엮인 삶이 마냥 좋지는 않을거예요.
자유로운 삶은 얽매이지 않고 벗어나는 길뿐이다. 생존을 위해서 연결의 고리를 끊지 못하기 때문에 정신이 힘든 것이다.
비참한 삶은 인간과 비교하기 힘들다. 개 팔자를 비교하지 말아야 한다. 인간과 공생관계가 아니다. p.26

개는 바깥에서 인간의 집 안으로 들어와 사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인간의 생활방식에 맞추다보니 영역 표시나 짖기같은 개의 자연스러운 행동도 훈련으로 교정해야 해요. 심지어 성대 수술이나 불임 수술을 하기도 하구요.
우리나라에 애완견이라는 개념이 생긴 건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치른 이후부터라고 합니다. 문화 수준이 높아지니 서울의 부유층을 중심으로 해외 견종을 집 안에서 키우기 시작했어요.
한국인 특유의 따라쟁이 습성으로 애완견 분양업이 급속도로 번졌고 개 공장이라 불리는 번식장에서 우후죽순으로 탄생한 강아지들이 분양되었다고 해요. 견종도 유행이 있어서 예전에 진돗개, 시츄, 웰시코기 등이 많이 보이더니 최근은 장모 치와와, 포메라니안 등이 흔해요. 유행이 지난 견종은 수가 줄어드는데 출생수가 감소하고 성견은 도태되기 때문이에요.
이 책에선 개들에게 인간 수준의 지성이 있다면 어떻게 될까하는 sf적인 상상력도 나와요. 실험으로 지능이 높아진 개들이 뇌 속에 심어진 마이크로칩으로 소통해 반란을 모의하는 내용이에요. p. 63

반려견이 있는 집의 이웃이 악취와 소음으로 진정서를 넣는 경우가 있고 주인조차 통제못하는 개가 어린아이를 무는 사건도 있어요. 반려견과 평화롭게 지내기 위해 전원주택을 선택한 가족은 겉보기엔 이상적이죠. 그 내면은 깔끔하지 않아요.
비반려인들과 반려인들이 함께 소통할 수 있게 공통된 관점을 가지도록 하고 서로 피해주지 않는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먼저 개를 키우는 사람과 키우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을 서로가 조금씩 이해하여야 소통이 된다.p.130

반려인들은 반려동물에 대한 이해와 양보를 강요할 것이 아니라 비반려인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반려인은 반려동물과 함께해서 행복하고 비반려인도 그들과 즐겁게 어울려 살 수 있기를 바라게 되네요. 개와 더불어 사는 생활에 대한 여러 실제사례를 다룬 소설집이라 재미있게 읽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