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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평점 :

우리나라 퍼스트 레이디가 공개적인 장소에서 피살당한 불운한 사건을 다룬 미스터리 소설이라니 기대되었습니다
1974년 8월 15일 오전 10시 23분, 광복절 기념식이 tv로도 생중계되고 있었습니다. 갑자기 한 발의 총성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깨뜨렸어요.
총성과 동시에 대통령이 연단 아래로 급히 몸을 숨겼다. 단상에 앉아 있던 삼부요인 모두가 허둥지둥 의자 뒤로 몸을 숨기는데 영부인만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연단 아래로 몸을 숨겼던 대통령은 순간 아내 육영수가 쓰러져있는 모습을 발견했다. 영부인은 머리에 피를 흘리고 있었다. 대통령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영진이 사내의 두 팔을 꺾어 완전히 제압했다고 느낀 순간 반대편에서 번쩍이는 섬광과 함께 또다시 총성이 울렸다. p.115

국립극장 안은 아수라장이 되고 영부인은 업혀 나가고 문세광도 경호원에게 붙들려 끌려나갔습니다. 대통령은 연단에 다시 섰고 애써 침착하려 했지만 목소리가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어요. 대통령은 연설을 끝내고 영부인 자리를 보고 주위에 뒹구는 고무신을 집어 들었습니다.
대통령을 향해 발사된 한 발은 연설대 우측에 맞고 빗나갔고 다시 발사한 총알이 육영수 여사에게 맞고 또 한 발은 합창대 여학생 장봉화에게 맞았어요. 장봉화가 목숨을 잃고 영부인도 결국 세상을 떠났습니다.
민규는 국민의 존경을 받던 영부인을 죽인 현행범 문세광의 국선 변호인이 됩니다. 영부인을 죽인 살인자를 위해 선처를 구한다해도 그에게 내려질 형량은 단 하나 사형밖에 없는 상황이죠.
문세광은 조총련계 재일교포 2세, 난조 세이코로 조총련 간부 김호룡으로부터 대통령 암살 지령을 받아 사격훈련을 받고 세뇌교육도 마쳤어요. 그가 입국한 여권은 다른 일본인 명의로 권총과 실탄은 오사카 파출소에서 훔친 것이라는 조사가 나왔습니다.
민규는 행사 전날 경호지침이 바뀌어 해외에서 온 하객은 검문검색을 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왔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의 집 주변에서 감시하는 차량이 있어 그와 가족은 불안해해요.
일본 대사관 앞에선 반일시위가 격렬하고 몸싸움까지 벌어집니다. 문세광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극에 달한 상황에 민규를 찾아온 강성숙은 자신이 문세광의 아내라고 밝혀요. 그녀의 말로는 그가 조총련에서 활동한 사실이 없고 한국영사관에서 시간제 근무를 한 적 있다고 합니다.

민규는 문세광이 영부인 왼쪽에서 총을 쐈으니 물리적으로 보면 오른쪽으로 쓰러져야한다는 의문을 제기합니다. 당시 취재한 외신기자의 소속과 영부인 수술 집도의에 대해 조사를 시작해요. 그는 영부인이 문세광의 총에 저격당하지 않았고 단독범행이 아니라는 증인과 증거 확보에 나섭니다.
국립극장에서 그는 당시의 상황을 생각하다 현장을 목격한 듯 말합니다.
"문세광의 5탄은...장봉화가 아니라 경호실장을 겨누다 무대상단 태극기를 맞힌 거다!"
충격을 받은 듯 민규의 동공이 흔들렸다. 그 순간 극장 내부의 조명이 앞쪽부터 차례로 꺼지기 시작했다. p.209

영부인 암살사건이 발생하게 된 시발점은 의외의 사건입니다. 한국 정부가 비난을 받던 시기에 암살 사건으로 세계 여론이 동정론으로 바뀌고 단절 위기까지 치닫던 일본과의 국교 문제는 국교를 정상화할 명분이 마련되었어요. p.225
민규는 법정에서 사건에 대한 주장을 펼칩니다. 저자가 실제 당시 사건 관련자들을 만나 그 내용을 영화화 하기위해 7년간 시나리오 작업을 했지만 영화로 제작되진 못했다고 해요. 당시의 시대상, 국제정세 등 다양한 이해관계가 얽혀있다는 걸 알려줍니다. 예전에도 그렇지만 우리나라 정치는 국내에만 영향을 미치는 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