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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업 - 상 - 아름답고 사나운 칼
메이위저 지음, 정주은 옮김 / 쌤앤파커스 / 2019년 11월
평점 :

10년간 500만 부가 넘게 판매되었고 장쯔이님 주연으로 2020년 방영될 중국 최대 화제의 드라마의 원작이라니! 명문가의 딸이 사랑하는 남자를 버리고 정략결혼했지만 상대가 첫날밤에 달아나는 모욕을 당하다니 험난한 앞길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흥미진진하게 기대되었습니다.
15세에 성인식인 급계례를 맞이한 왕현은, 상양군주입니다. 모친은 황제의 이복누이 진민 장공주이고 부친은 문벌귀족 왕씨 재상, 고모는 황후예요. 황실에선 딸이 귀해 왕현은 태후의 총애받고 고귀하게 자라요.
왕현은 사귀비의 아들 3황자 자담을 좋아해 사귀비와도 가깝습니다. 사귀비가 별세하고 황후는 자담에게 3년상을 핑계로 궁에서 내보내 왕현과 멀어지게 합니다. 그 뒤 변방의 소기 예장왕이 입성하고 그가 왕현에게 혼담을 넣어요. 평민출신으로 전장에서 공을 세워 예장왕의 직위까지 받은 그는 불패신화를 갖고 있습니다.
황족과 성이 다른 유일한 번왕이자 빛나는 전공을 세운 정국대장군으로 세인에게 악귀나 신으로 불리는 사람.
예장왕.
이 세 글자는 마치 주문처럼 징벌과 승리, 죽음을 연상시켰다p.44

왕현은 그와 혼인하기 싫어하지만 황후가 가문의 혜택을 받아온 이상 책임이 있다는 말로 설득하고 결국 그와의 혼인을 받아들입니다. 소기는 첫날밤에 전장으로 떠나 3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고 왕현은 그에게 원한이 있는 하란왕자 하란잠에게 납치됩니다. 하란잠은 그녀를 인질로 소기를 끌어낼 생각이에요. 그가 왕현을 덮치려다 기침이 발작하여 오히려 그녀에게 목숨을 잃을 지경이 됩니다.
왕족이든 백성이든 결국 한 목숨일 뿐이었다. 손에 든 비수를 서서히 내려놓고 얼음처럼 시린 그의 눈을 보고 있자니 문득 딱하고 가여웠다. p.117
왕현은 몸이 아픈 그를 죽이려다 살려주고 그 일로 인해 하란잠은 왕현을 마음에 두게 됩니다. 그의 모친은 하란의 공주였지만 지나친 미모로 인해 혼인날에 하객으로 참석한 돌궐 왕자에게 몸을 빼앗기고 쌍동이를 낳았습니다. 안타까운 하란잠의 사연을 들은 왕현도 마음이 무거워져요. 하란잠은 왕현에게 자신의 마음을 고백하지만 그녀를 이용할 뜻을 굽히지 않습니다.
하늘은 내게 좋은 것을 줬다가 늘 내 눈앞에서 망가뜨려버리지. 좋아할수록 더 가질 수 없어. 내가 사랑한 것은 어느 것이나 내 눈앞에서 부서져버려.p.149

200페이지 가까이 되어서야 드디어 왕현과 소기가 서로 얼굴을 마주보게 됩니다. 3년만에 처음으로 보는 남편에게 왕현은 좋은 감정을 가질 수 없죠.
나는 눈썹을 치키고 그를 바라봤다. 지난 일들이 하나하나 떠오르면서 몇 마디 말로 다 할 수 없는 숱한 감정이 가슴속에 들어왔다.
"당신을 증오해요." p.200

왕현은 권력의 암투에서 자신이 바둑돌로 이용된걸 깨닫게 됩니다. 소기에겐 시첩들이 있었고 왕현에겐 아직 자담의 추억이 남아있었죠. 둘은 힘들지만 과거를 지우고 새로운 시작을 다짐해요. 사랑만 하기엔 둘 앞에 놓인 위험이 너무 많습니다. 둘은 연인, 부부 그리고 전우로 함께 싸워갑니다.

이 소설에선 악인도 각자의 논리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왕현은 세도가의 딸로 부러울 것 없이 자라 오만했지만 소기와의 혼인으로 인해 생각이 넓어지고 세상에 대해 알아갑니다. 선악도 칼로 자르듯 명확하게 할 수 없다는 걸 깨닫게 되고요. 1권은 왕현의 소녀시절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한 번 읽기 시작하자 5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지만 지루할 틈 없이 다 읽어버렸어요. 초반의 상황 설명과 왕현이 겪는 억울한 일에 울컥했고 처음에는 용서할 여지가 없을 듯했던 소기와 하란잠도 읽다보니 좀 이해도 되고 불쌍해졌어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놓칠 수 없게하는 중독성 강한 소설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중국드라마 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