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선로의 멋진 모습이 우리 궁중 요리의 품격을 더한다고 생각했는데 태국, 싱가폴 등의 동남아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그릇이라는 소개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복날에 즐겨먹는 삼계탕도 전통 음식이 아니라는 것도 당황스러워요. 우리가 알고 있는 한식에 대한 상식을
바로잡고 한식의 정체성을 제대로 알려주는 내용으로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우리나라의 향토 음식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일본이 지방자치였던 것과 달리 중앙집권통치체제인 우리나라는 여러 지역과
궁과 민간의 음식이 교류하였답니다. 궁중에서도 지역 특산물을 고집하지 않았고요.
반가가 있었던 안동 중심의 경상좌도와 진주 중심의 경상우도 정도에 음식 문화가 발달했고 평양 일대는 중국 음식과 한반도 음식이
뒤섰인 곳이랍니다. 나머지 지역은 향토 음식이 아니라 음식이 나타나기도 힘든 곳이라고 해요.
조선 시대에 보양식은 없었고 삼계탕도 마찬가지입니다. 인삼은 수출품이라 국내 소비는 한정적이었다고 해요. 인삼은 원래 산삼이고 재배
인삼은 18세기 중후반 정조 시절부터 나타난다고 합니다.p.30

경상도 지역에서 재배하던 인삼인 가삼이 정부에서 세금으로 바쳐져 문제가 되었고 이후로 더 늘어났습니다. 조선시대엔 삼계탕이 없고
1960년대 이후 신문기사에 삼계탕이 나타났어요. 대신 조선시대 기록에는 어린 닭을 쓴 연계백숙이 있었어요. 현재는 20일 병아리를 영계라 하여
주로 이용합니다. 저자는 거기에 육수 팩 넣고 치킨 파우더, 인삼차까지 넣은 삼계탕이 보신이 될 리 없다고 냉정하게 말해요. 또 한양의 설렁탕,
대구경북지방의 육개장, 따로국밥 등은 바로 개장국이 소뼈나 쇠고기 중심의 국밥으로 변한거라 해요.
저자는 코스요리로 나오는 사찰 요리는 일본을 본 딴 것이고 우리의 사찰요리는 원래 소박했으며 금지시되는 오신채는 탐식, 미식으로
빠지는 걸 금하기위해서 였다고 주장합니다.
우리 고유의 음식문화 중 재미있는 부분은 산나물입니다. 부패한 관리들에게 수탈당하는 건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인데 유독 우리나라만
나물음식이 발달했다고 해요. 중국에서조차 고사리를 먹는 부족은 일부이고 우리나라 사람들이 많이 사는 사할린에선 러시아인들마저 고사리를
먹게되었답니다.
일제 강점기, 여러 민족이 살았던 만주, 간도 지방에서 한국인을 가려내는 것은 간단했다. 이른 봄 바구니를 끼고 산에 오르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인이다. p.81

일본어로 한국의 나물을 표현할 때 나무루라는 가타가나로 씁니다. 저자는 산나물 먹는 나라에서 태어나 다행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저도 공감해요.
신선로는 차나 술을 덥히는 그릇으로 중국, 일본 등에서 널리 사용되었고 민간에서 오히려 널리 사용되었습니다. 궁중잡채는 당면이
들어온 일제 강점기에 이미 우리나라 왕실이 사라졌으므로 있을 수 없는 요리이고요. p.135

어떤 부분은 낯뜨거울 정도로 부끄럽고 어떤 내용은 어깨가 으쓱해지고 우습기도 합니다. 우리가 아끼고 좋아하는 식재료와 먹거리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했어요.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