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드 인 강남
주원규 지음 / 네오픽션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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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선과 악의 혼재.


강력계 형사인 재명은 하우스 도박에 빠져 2억이 넘는 빚을 진 상태입니다. 하우스에서 도박과 성매매로 시간을 보내던 그는 자신의 정보원 윤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엄청난 사건을 접하게 됩니다.



열 번 이상 액정이 깜빡인 걸 확이한 재명이 전화를 받는다. 열 번 이상 울리면 단순한 클래스가 아닌 수준의 사건을 암시한다. 그것은 재명이10년 가까이 몸담아온, 이젠 사무실에 들어서기만 하면 그 익숙한 환멸감에 현기증을 느낄 정도의 강력계 형사 생활 동안 깨우쳐온 노하우다.p.17 


강남 중심가에 위치한 로펌에 특별관리 사건이란 이름으로 분류된 사건들을 처리하는 담당자는 설계자라는 명칭으로 불립니다. 특히 민규는 상위 0.1퍼센트의 치부를 다루는 일을 담당한 설계자 중에서 손꼽히는 인물입니다. 


그 어떤 의견이나 판단도 내놓지 않는 무색무취한 정치 성향을 보이면서도 국내외의 정치 흐름과 심지어 국제 정서의 흐름까지 짚어내는 통찰력을 잃지 않는 객관성을 유지하고 있고 거기에 돈을 천문학적으로 보유한 인간이 가질 수 있는 초월적인 비윤리성에 대해서도 무감각할 수 있는 판단 유보의 가치관을 지닌 인물.p.25


민규는 cctv와 알리바이를 조작하고 대역을 쓰는 등 조작과 법의 맹점을 파고드는 데 천부적인 재능을 지녔습니다. 그에게 맡겨진 건은 성공률 100퍼센트의 성과를 거두기 때문에 이번에도 엄청난 건이 맡겨졌지요.

이번은 무려 열 명의 남녀가 성관계 중에 살해당한 사건입니다. 다섯 명의 남자 중 가장 젊은 피해자는 가수 몽키인데 그의 출생과 배경에 얽힌 비밀이 사건에 큰 영향을 미치게 되지요. 재명은 설계자인 민규와 함께 그 일을 처리합니다. 그 뒤 몽키의 생부인 민경식 회장에게서 연락을 받게 됩니다. 민경식 회장은 아들의 살해범을 찾기위해 재명이 지고 있는 도박집을 빌미로 협박합니다.


"당신이 우리 아들을 자살했다고 발표했으니까."

아들이란 말을 먼저 꺼낸 건 민경식이다. 그것도 아무렇지 않게. 혼외자란 표현을 운운하던 재명은 이어진 민경식의 말에 강한 압박을 받는다.p.77


민규는 사건 현장에서 떠난 유일한 생존자 혜주를 찾아갑니다. 그녀의 입을 막기위해 합의금을 전하려던 그에게 그녀는 자신의 관리자로부터 허락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그녀가 전화를 걸고 민규의 예상과는 다른 젊은 관리자의 목소리가 들립니다. 


목소리만으로 사람을 특정할 수 있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문득 민규는 그런 질문을 떠올린다. 어린 남자의 목소리다. 

더욱이 그 목소리는 목소리의 주인을 두고 둘러싼 배후에 대한 섬뜩한 짐작과 유명세로 민규의 기억 속에서 재현된다. p.89


검은 개들의 왕이라 불리는 젊은 나이의 관리자. 그의 배경과 성격이 모호하게 드러납니다. 

이 소설은 강한 캐릭터들이 배치되어 연작이 아닌가하는 느낌마저 듭니다. 착한 사람이 하나도 없어요. 메인 캐릭터조차 선함과는 거리가 멀고요. 선굵게 이어지는 사건의 전개는 김성모나 이현세의 만화를 연상시키기도 합니다. 우리가 뉴스에서 접하는 사건들이 단순히 그 자체로 보여지지 않게 만드는 섬뜩한 내용입니다. 정말 이럴 수도 있을까 싶고 복잡한 기분이 들게 해요. 권선징악과는 거리가 있어서 통쾌감을 느끼긴 어렵네요. 드라마나 영화를 보는 듯한 극적인 구성의 내용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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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는 나의 힘 / 기형도 아주 오랜 세월이 흐른 뒤에 힘없는 책갈피는 이 종이를 떨어뜨리리 그때 내 마음은 너무나 많은 공장을 세웠으니 어리석게도 그토록 기록할 것이 많았구나 구름 밑을 천천히 쏘다니는 개처럼 지칠 줄 모르고 공중에서 머뭇거렸구나 나 가진 것 탄식밖에 없어 저녁 거리마다 물끄러미 청춘을 세워두고 살아온 날들을 신기하게 세어보았으니 그 누구도 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니 내 희망의 내용은 질투뿐이었구나 그리하여 나는 우선 여기에 짧은 글을 남겨둔다 나의 생은 미친 듯이 사랑을 찾아 헤매었으나 단 한 번도 스스로를 사랑하지 않았노라 예전에 ‘질투는 나의 힘‘이라는 영화 제목을 보고 강렬한 표현이라고 생각했어요. 후에 그것이 기형도 시인의 시 제목에서 따온 거라는 사실을 알았지요. 그 시를 처음 읽고 충격받았습니다. 1980년대에 발표된 명시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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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야행 - 불안과 두려움의 끝까지
가쿠하타 유스케 지음, 박승희 옮김 / 마티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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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시간.


극지방이라고 하면 눈, 빙하, 백야와 오로라가 떠올라요. 평생 가보기 힘들고 차마 여행할 엄두조차 내기 어려운 곳이라 마치 외계를 여행하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 

극지에는 밤이 없는 백야 뿐만 아니라 태양이 뜨지 않는 ‘극야’도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아사히신문사에서 8년을 일하다 본격 탐험가로 전향한 저자가 극지방을 여행한 4개월 여정의 기록이라니 독특한 경험을 뛰어난 글솜씨로 빚어냈을 것으로 기대되었습니다.


뜻밖에도 이 글은 저자의 아내가 출산하는 분만실에서 시작합니다. 어리둥절하지만 출산에 대한 경외심과 두려움을 사실적이고 극적으로 묘사한 부분은 저자의 글솜씨에 대한 믿음과 기대감을 높여요. 

그리고 본격적으로 극야행에 대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지구에는 극야라는 어둠에 갇힌 미지의 공간이 있다. 

극야는 태양이 지평선 밑으로 가라앉아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길고 긴 칠흑의 밤이다. 그 칠흑 같은 밤이 위도에 따라 3개월에서 4개월, 어떤 곳에서는 반년이나 이어진다.p.27


캄캄한 밤이 몇 달이나 계속 된다니 상상만해도 두려워지네요. 저자는 그런 어둠에 갇혀지내는 생활이 사람을 미치게하지 않을까하는 호기심에 극야행을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극야지방에 거주하는 원주민조차 극야는 생존에 위협될 정도인데도 말이죠. 그들조차 극야병에 시달린다니 인간은 빛에 가까운 존재인가 봅니다. 저자도 막상 극야의 마을에 도착하여 본격적인 여행을 시작하기 전 우울해졌다고 하니까요.


저자는 '야성의 절규'에 나왔던 개썰매를 이용했다고 해요. 개썰매는 유일한 이동수단인 만큼 생명과 직결되는 개를 선택하는 건 무척 신중해야할 일이죠. 그런데 어이없게도 저자가 개를 선택한 기준은 바로 사랑스러운 얼굴때문이었다고 합니다. 

비록 인류와 개의 진화사 관점에서 볼 때 매우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핑계를 대지만요. 개와 늑대를 구별하는 큰 특징 중 하나가 개의 네오테니화이다. 네오테니란 유아기의 특징을 남긴 채 어른이 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생물학 용어로, 진화에 유이하다고 알려져 있다. p.101


그리고 그 개의 기이한 행동에 대한 에피소드는 원초적이고 코믹해요. 텐트가 눈에 파묻혀 그대로 무덤이 될 뻔한 상황을 묘사한 뒤에 나오는 내용이라 더 웃음이 나옵니다. 이렇게 저자는 강약을 잘 조절해가며 지루할 틈없이 극야탐험을 현실적으로 묘사합니다.

영하 20-30도의 극한 속에서 끊임없이 이동하느라 극야병에 걸릴 여유조차 없었다고 합니다.


빛이 없으니 알 것 같았다. 인간은 자기 존재를 어떤 시간과 공간 안에 뿌리내려야 비로소 안정을 찾는데 그러려면 빛이 필요하다. 

빛이 공간고 시간을 관장하고 인간의 존립 기반을 안정시킨다. 인간에게 미래를 내다볼 안정감과 힘을 준다. 사람들은 이를 희망이라 부른다. 빛은 미래이자 희망인 것이다.p.151


밤은 오히려 달과 별들이 있어 밝을 때가 있습니다. 저자를 절망시킨 건 어둠이 아닌 굶주림이었습니다. 

극야의 심연 가장자리에 서서 끝이 보이지 않는 검디검은 어둠을 들여다보았다. 

극야는 더 깊은 어둠이 되어 끝을 알 수 없는 늪처럼 아가리를 벌리고 내 앞에 서 있었다. p.237


최악의 경우 개를 식량으로 삼을 것을 미리 계획한 저자의 치밀함에 놀라움을 느낍니다. 21세기에 백곰, 늑대의 출현이라니 기이하기도 했어요. 과거 극지탐험가들의 고난을 경험하는 저자가 대단해요. 인간이 극한의 상황에 몰리면 어떤 생각을 하는 지를 실감할 수도 있고요.    

가끔 지나치게 솔직한 표현, 뛰어난 글 실력과 한계 상황에서도 잃지 않는 유머감각이 적절히 잘 조화를 이뤄 소설처럼 박진감있고 재미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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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후 일자리 도감 - AI 세대를 위한 직업 가이드북
호리에 다카후미.오치아이 요이치 지음, 전경아 옮김 / 동녘라이프(친구미디어)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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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거에 집착하지 말고 지금을 살아라.


영화속에선 하늘을 나는 자동차가 있고 시간여행도 가능했지만 실제로는 어느것도 현실이 되지 못했죠. 하지만 최근 1~2년 사이 급격한 변화를 몸소 느낄 수 있어요. 인공지능과 로봇이 인간과 일자리를 두고 경쟁하는 시대에 인간이 버틸 수 있는 직업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기대되었습니다. 


저자는 화이트칼라 정규직보다 블루칼라가 유리하다고 합니다. 부동산처럼 견적을 산출하고 물건을 소개하는 일은 이미 사라지고 있고 그 징후는 에어비앤비 등으로 나타나고 있고요. p.49


구체적인 직업을 나열하기 전에 먼저 말해두고 싶은 것은 수많은 분야에서 공통적으로 관리직이 불필요하다는 점이다. p.83


비서, 엔지니어, 변호사, 회계사, 교수, 연구자, 공무원, 의사 등 생각보다 훨씬 많은 분야의 직업이 사라진다고 합니다.

특히 인간만의 영역이라고 믿어온 크리에이터 분야까지도 AI로 대체가능하다는 사실은 충격이에요. 

AI가 잘하는 분야 중 하나가 광고 카피 같은 말을 다루는 일이다. 빅데이터를 분석해 만들면 인기 있는 카피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또 할리우드 영화의 시나리오는 반드시 히트한다는 법칙이 도식화되어 있는데 최근에는 영화도 빅데이터로 정하는 부분이 많다. P.104 


인간이 AI보다 우세한 분야를 찾기위해 '100만 분의 1의 귀한 인재가 되자'는 말이 있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확률은 보통의 삶으로는 도달할 길이 없어요. 따라서 저자는 전혀 다른 두 개 분야에서 100분의 1을 노리라고 합니다. 총 세 분야에서 100분의 1이라면 세번 곱하여 100만분의 1이 될 수 있다고 해요. P.124


앞으로도 살아남는 일은 쇼룸, 개인 점포, 장인, 관광업 등이에요.

또 가상화폐가 활성화되면 예금, 저축은 의미가 없고 신용자체가 가치가 된다고 해요. 불특정한 다수가 지원하는 크라우드 펀딩과 달리 URL을 아는 사람만 지원하는 프렌드 펀딩=후원자 서비스를 이용하는 경우도 유용해보입니다. P.175


기계가 노동을 대신하면 자유 시간이 많아진다. 그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 지가 다가올 시대에 살아남는 열쇠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뿐 아니라 다른 사람이 대체하기 힘들다고 여겨지는 일조차 AI에 빼앗기는 시대라면, 독창성과 개성을 기르는 것이 미래에 일을 창출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이다. P.216


저자는 구체적으로 없어질 일과 유용할 일의 이유를 그림과 간결한 설명으로 이해하기 쉽게 해요.  AI가 일상화된 후는 내가 맡길 부분과 내가 할 부분을 구별해내어 아직까지 인간이 할 일을 하려면 끊임없이 노력하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서 하라고 합니다. 세상이 빠르게 변화하기 때문에 미루지 말고 실행하라는 말이 와닿습니다. 

미래의 일자리를 미리 준비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내용이에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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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가슴의 발레리나
베로니크 셀 지음, 김정란 옮김 / 문학세계사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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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체에 대한 컴플렉스,


하나 정도 갖고 있지 않은 사람은 거의 본 적이 없는 듯해요. 누구나 자신의 몸에 마음에 덜 드는 부분이 있고 그 이유는 다른 사람의 시선으로 인한 경우가 많죠. 큰 가슴으로 인해 좌절하게 된 발레리나를 통해 아름다움과 자의식에 대해 이야기한다니 기대되었습니다.

이 책은 특이하게 소녀의 가슴이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라는 쌍동이 남매로 의인화되어 여성성을 지닌 덱스트르가 화자가 되기도 합니다. 


어릴적부터 발레리나를 꿈꾸는 소녀는 2차 성징이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그 꿈에 방해를 받습니다. 사람들의 시선과 발레 움직임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않는 가슴으로 소녀는 괴로워하기 시작하죠.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면서도 안타까워합니다.


나의 가슴들은 나를 인질로 잡고 있다. 그들은 나의 정체성을 빼앗아갔다. 그들은 세계와 나 사이의 메시지를 엉망진창으로 만들어 버렸다. P.70


소녀는 가슴에 붕대를 감고 자신의 진짜 모습을 감추려합니다. 하지만 피부 홍진이 생겨 그 시도는 실패하고 말죠.

그녀는 이사도라 던컨을 동경하고 그녀처럼 자유로워지기를 바랍니다.


자신의 육체의 주인? 밤늦은 시간까지 나는 그녀의 발자취를 따라간다. 그녀의 여정은 아름답고 비극적이다. 

그녀의 삶과 같은 실로 짜여진, 무게를 잴 수 없는 움직임과 공기 역학에 던져진 죽음이었다. P.96


그녀는 결국 가슴 축소 수술을 받습니다. 함께 발레를 하는 사랑하는 연인도 생겼고요. 그러나 그녀의 운명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또다시 그녀를 이끌어 갑니다.


우리는 꼬맹이가 첫 번째 옹알대는 소리를 내며 잠에서 깨어나기를 기다렸다. 그것은, 이론의 여지 없이 우리의 가장 아름다운 시간이었다. P.245


덱스트르의 입장에서 보는 세상은 소녀의 입장과 조금 다르기도 합니다. 두 화자가 여성이라는 점에서 페미니즘적인 요소가 있지만 자신의 신체적 컴플렉스가 인생에 방해요소가 된다고 느끼는 모두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았어요. 소녀가 새로운 인생을 살게되는 것처럼 덱스트르도 자신의 역할과 생각을 더 넓히게 되고요. 서로 성장해가는 존재들의 모습이 컴플렉스를 극복하는 과정을 진실되게 그려낸 내용이었어요.     


* 이 리뷰는 네이버 이북카페를 통해 출판사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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