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맹의 섬 (4종 중 1종 표지 랜덤) - 개정판
올리버 색스 지음, 이민아 옮김, 이정호 표지그림 / 알마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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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섬이라면 무작정 마음을 빼앗기곤 했다. 

색색의 모래 벼랑과 경이로운 바다는 난생처음 경험하는 것이었고 그 고요함과 잔잔하게 일렁이던 물결과 아늑함에 나는 넋을 잃었으며 바람이 몰아칠 때는 그 난폭함에 두려워 떨었다. 나에게 섬은 외지고 수수께끼 같고 강렬한 매력을 지녔으면서도 동시에 두려움을 일으키는 특별한 곳이었다. P.18-19


칼라에 익숙해서 흑백영화나 흑백 사진을 보면 처음엔 괜찮다가 몇분 지나지 않아 답답함을 느껴요. 그런데 선천적인 완전 색맹인 사람들이 모여 사는 섬이 있고 [색맹의 섬]은 그 섬의 여행기라는 소개가 흥미롭네요. 걸리버 여행기에 나올 법한, 색에 대한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 섬 이야기를 '아내를 모자로 착각한 남자'의 작가 올리버 색스가 썼다니 더욱 기대되었습니다. 책 표지부터 흑백의 배경에 글자만 핑크색으로 되어 있어요. 색맹이라는 주제에 맞게 세심히 고른 느낌이 듭니다.


마서즈비니어드란 섬은 청각장애의 섬으로 듣는 사람이나 듣지 못하는 사람이 수화로 대화를 하는 곳이라고 합니다. 저자는 그와 마찬가지로 색맹의 섬이 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지요. 마침 선청적 색맹이 인구의 거의 10퍼센트라는 핀지랩 섬에 대해 듣고 그곳을 향해 떠나게 됩니다. 



빛깔이 가리키는 내용이나 의미가 전혀없어 빛깔의 이름도 빛깔에 대한 은유도 빛깔을 표현하는 말도 없는, 그러나 우리가 그저 잿빛 한마디로 끝내버릴 질감과 농담에 관해서라면 제아무리 미묘한 것도 놓치지 않고 잡아내는 언어를 가진, 그런 문화 말이다. P.27  

그 여행에 친구 크누트가 동행합니다. 크누트는 정상 시력의 10분의 1정도지만 밤에는 하늘의 별을 정상인보다 더 또렷이 보는 흑백사진작가라니 아이러니하죠. 

섬 사람들은 낮에 일을 하기 힘들고 칠판의 글씨를 볼 수 없어 글을 깨치지 못한 사람이 많고 자급자족을 하기 때문에 별 다른 직업이 없다고 합니다. 그곳을 떠나 많은 교육을 받고 돌아온 제임스는 자신이 이방인이 된걸 깨닫죠.




나한테 색깔은 아무 의미가 없어요. 어렸을 때는 색을 볼 수 잇다면 좋겠다고 생각하곤 했어요. 하지만 동시에 심각한 혼란을 일으킬 수도 있겠지요. 색이란 함께 자라고 성장해야 하는 거예요. 우리의 뇌, 온몸, 세계에 반응하는 방식과 함께 말이에요. P.92


크누트의 말로는 색맹은 색의 농도로 색을 구별하고 밤에 더 잘 보인다고 합니다. 다른 감각이 발달하고 기억력이 뛰어난 경우도 있고요. 하지만 운전을 할 수도 없고 직업에도 제한이 있지요.  

색맹의 섬은 섬 주민 일부가 색맹일 뿐 완전한 색맹의 섬은 아니예요. 하지만 다른 곳에서 색맹으로 태어난 사람들이 고립되거나 어려움을 겪지만 이곳에선 누구도 그런 일을 당하지 않지요.


그러한 고립이 존재해야 했을까? 전 세계의 색맹인들이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교류하고 서로의 생각과 경험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소식지를 발행하기 시작했다. 

어쩌면 이 새로운 네트워크 이 사이버공간이 진정한 색맹의 섬일 것이다. P.117


괌의 주민들에게 옛 일은 기억하지만 최근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파킨슨병과 비슷한 리티코-보딕이라는 병이 있다고 합니다. 그 병의 원인에 대한 여러 가설이 나와요.  


그는 우리가 두 번째 왔다는 것을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곧 또 오세요." 그가 명랑하게 말했다. 

"선생님을 기억하지 못할 테니 만나면 또 반가울 겁니다." P.203


또 괌에는 뱀이 변전소 환기 통로로 들어가 정전을 일으키고 그 뱀 때문에 새가 사라졌다니, 믿기 힘든 일이지만 모두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는 로타 섬에서 무려 5억 년을 살아남은, 쥐라기 시대를 연상시키는 소철과 마주합니다.   


머나먼 과거의 에덴동산. 나는 그 안에 들어가  나무를 만져보고 그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었다. 그러나 그 그림들은 들어가는 것을 허락지 않았으며 지나간 시간처럼 닫혀 있을 뿐이었다. P.209


이 책은 폴페이, 미크로네시아, 핀지랩, 괌, 로타를 방문하여 그곳의 풍토병, 문화, 역사, 동식물에 대한 기록을 다루고 있습니다. 핀지랩과 폰페이의 색맹, 괌과 로타의 신경퇴행성 장애가 소개되고 그 외 다른 섬에 대한 이야기도 덧붙여 나와요. 또 다른 색맹의 섬, 덴마크의 푸르섬도 있다고 하고요.  


후반부 1/3은 이전 내용에 대한 상세한 주석입니다. 크누트가 눈의 막대세포만으로 별을 볼 수 있고, 미크로네시아 사람들은 다양한 사투리와 언어들로 인해 다재다능한 언어학자가 되었다고 하고요. 태평양 섬 원주민들의 식인 풍습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언급됩니다. 


1990년 대에 쓴 책이라 아니라 더 오래된 듯한 기분이 드는 내용입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다양한 섬의 독특한 문화, 과학적, 역사적 배경, 동식물에 대해 다루는데 마치 탐험기처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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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
와카타케 치사코 지음, 정수윤 옮김 / 토마토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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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어떤 삶을 살건 고독하다. p.56



가끔 최연소로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가 화제가 되는 뉴스를 접하곤 했습니다. 아직 가능성이 무한한 젊은 나이에 문학상을 수상한 만큼 앞으로의 미래도 밝고 많은 작품도 기대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일본에서 최고의 문학상이라는 아쿠타가와상의 수상자가 63세라는 사실에 깜짝 놀랐습니다.『나는 나대로 혼자서 간다』라는 당당한 제목, 책 소개에서 '중요한 것은 사랑보다 자유다, 자립이다. 더는 사랑에 무릎 꿇지 마라 그래. 사랑을 미화시켜선 안 돼. 인생 금방 옴짝달싹 못 하게 된다 p.92'는 생기 넘치고 도발적인 문장을 노년의 작가가 집필했다는 건 충격적이기까지 하네요. 인생의 마지막 단계만 남았다고 생각되는 노년에도 아직 해야할 것이 많다는 걸 느끼게 하는 작가의 작품 세계를 만나고 싶었습니다. 



앙상하게 뼈만 남은 큼직하고 가슬가슬한 손이었다. 그 손이 지금 눈앞에 있다. 

이런 날이 오리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목소리는 천장으로 흐르고 초점 없는 눈동자가 방 안을 한 바퀴 빙 훑는다. p.7


모모코는 16년을 함께 했던 개가 세상을 뜬 후로 천장과 마루 밑에 사는 쥐들의 소란을 느낍니다. 남편을 잃고 홀로 살아가는 그녀는 일상 속에서 혼자라는 걸 확인할 때마다 놀라곤 해요. 젊은 시절 활기차게 자전거에 아이들을 태우고 다니던 길을 걷다 자신의 나이를 깨닫습니다.


그 무렵 모모코 씨는 자신의 늙은 모습을 상상한 적이 있을까. 

하물며 혼자 늙어 갈 것임을, 한 번이라도 생각해 본 적이 있을까. p.31



모모코 씨는 자신의 늙음에는 익숙했다. 하지만 딸애가 늙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다. 

딸아이만큼은, 제발 그 아이만큼은 늙지 않게 해 달라고 손이 발이 되도록 빌고 싶은 심정이었다. p.39

과거는 자의적인 것이며 아름다운 장식으로 꾸며져 있다고. 

그럼에도 자기가 있을 곳은 과거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p.71


죽음 따위 두렵지 않다고 평소 호언장담해 왔다. 

하지만 한걸음 앞으로 다가온 쇠약함은 두렵다. 

스스로를 감당하지 못하게 되는 게 죽음보다 더 무서워. p.99


작가는 자신과 같은 연령대에 남편을 사별한 모모코 씨를 주인공으로 내세웠지만 결국 자기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듯합니다. 그녀는 딸이 나이드는 모습을 슬퍼하고 딸을 조종하려 든 것과 자신이 동경하던 걸 강요한 걸 미안하게 느껴요. 오빠에 비해 차별받았다고 불평하는 딸에 대한 애틋함과 소식이 드문 아들에 대한 그리움이 느껴집니다.


남편과 관계에서 느낀 따뜻한 애정, 자신의 나약함에 대한 두려움 쓸쓸한 가을 분위기를 풍깁니다. 나이드는 것에 대한 솔직한 기분은 밝지 않습니다. 하지만 장지문 너머로 들이치는 햇살의 아름다움을 처음으로 느끼는 것처럼 아직도 새로운 감각들을 알아가는 흥분이 자리합니다. 늙음도 죽음도 하나의 과정이고 미지의 길이라는 생각이 철학처럼 다가오네요.



어쩌면 나 아직 죽지 않을지도 몰라. 늙음이라는 것도 하나의 문화가 아닌가.

 나이를 먹었으면 응당 이렇게 처신해야지, 라고 하는 암묵적인 합의가 인간을 늙게 만든다. p.144


이 책을 읽고 느낀 건 '강하다'는 거예요. 작가의 문장에서 느껴지는 힘과 생동감, 개성, 의지까지 어느 것 하나 약한 부분이 없습니다. 솔직히 나이를 미리 알지 못했다면 젊은 사람이 쓴 글이라는 생각마저 들 정도였어요. 소설을 본격적으로 쓰기 이전부터 상당한 문장가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원래 뛰어난 재능이 있었겠지요. 추리소설을 쓰기에도 어울리는 문체와 구성입니다. 

그리고 사투리가 많아서 번역에 무척 힘드셨겠어요. 신경을 많이 쓰신 덕분에 읽은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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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써 말 걸지 않아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법
기무라 다카시 지음, 이혜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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능숙하게 대화하는 것보다 '원만한 관계'를 쌓기 위한 소통능력이 더 중요하다. 

대화란 본래 나와 상대를 잇는 소통이며 오히려 말을 잘하고 못하고는

 '기술'의 영역에 해당한다. P.7


가만히만 있으면 중간은 간다는 말을 지키며 사는 중입니다. 말을 할수록 왠지 주위 사람들에게는 점수가 깎이는 기분이 들어서요. 상대방이 대화를 이어나가게 할 능력은 되지 않고 그저 가끔 추임새만 넣고 고개만 끄덕여 대화가 재미없습니다. 

[애써 말걸지 않아도 대화가 끊이지 않는 법]은 상대가 술술 말하게 만들고 수긍할 수 없는 말도 받아넘기는 기술 등 초실용적인 대화법을 가르쳐준다고 소개되어 있네요. 침묵보다 더 나은 대화의 기술이 기대되었습니다.


Prologue 말을 잘하지 않아도 당신의 대화는 즐거울 수 있다

CHAPTER 1. 애써 말 걸지 않아도 저절로 시작되는 대화의 원칙

CHAPTER 2. 상대가 말을 걸게 만드는 현장 테크닉 10

CHAPTER 3. 대화에 활기를 불어넣는 리액션

CHAPTER 4. 상대를 내 편으로 만드는 호감형 대화의 기술

CHAPTER 5. 언제 어디서든 대화가 끊이지 않는 법

CHAPTER 6. 부담을 내려놓고 무심코 웃게 되는 대화법

Epilogue 일단 시도하면 변화가 시작된다


대화를 시작하기 위해 먼저 자신의 어색함을 솔직히 털어놓고 다가가게 합니다.  의외로 소심한 사람이 많으니 공감을 가질 수 있다고 해요. 눈을 마주쳐야 대화가 시작된다는 내용에서 '슈렉'의 장화 신은 고양이가 커다란 눈으로 순진한 표정을 지어 상대를 속이는 장면을 예로 들어 쉽게 이해되네요.



눈동자가 커질수록, 더 반짝거릴수록 상대는 더 호감을 느끼고 말을 걸어올 가능성도 높다.

어디에 눈을 두어야 할지 애매하고 바쁜 척이라도 해야 덜 어색할 것 같아서 휴대폰을 들여다보는 것이겠지만 그래서는 대화가 시작될 수 없다. P.29      

가장 중요한 첫인상을 결정짓는 첫 만남에서 0.034초 안에 판단이 이뤄진다고 해요. 첫 만남에서는 취향과 개성을 미뤄두고 가까워진 후에 서서히 보여주라는 말도 수긍하게 됩니다.



상대와 대화를 나누고 싶을 때, 신호를 보내는 3-3 접근법이 솔깃하게 들려요. 3단계로 세 번 눈을 마주치는 방법으로 서로 다른 세 곳에서 눈길이 마주치게 한답니다. 여러 거리에서 눈이 마주치면 호감을 일으킬 수 있고 같은 자리에서 계속 눈이 마주치면 부담스럽다고 해요. 상황을 상상하니 이해되네요. P.45


좁은 장소에선 턴 앤 게이즈라는 다른곳을 바라보다 의도적으로 몸을 돌려 상대와 눈을 마주치는 방법을 쓰면 된다고 해요. 다른 사람들이 대화 중일때 은근슬쩍 끼어드는 방법, 상대의 왼쪽에 서기, 소품이용 등도 유용해 보여요. 상대의 이야기를 들을 때 시선 처리, 앉는 방향에 신경을 조금 더 쓰면 상대의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인터뷰를 하게 될 때는 최대한 겸손한 태도로 공부하는 학생처럼 하라고 합니다. 

사람은 가르쳐달라거나 알려달라는 부탁을 받으면 적극적으로 설명하려 드는 경향이 있다. 남들에게 인정과 존중을 받고 싶은 '인정 욕구'가 있기 때문이다. P.125



상대와 의견 차이가 있어 곤란하고 대화를 이어가기도 껄끄러운 상황에 대처하는 방법도 알려줍니다. 또 중요한 건 서로 생각이 달라도 여전히 당신과 대화하고 싶다는 마음을 전달하는 거라고 해요. 

상대의 의견을 수긍할 수 없을 때는 상대의 말을 부정하는 대신 

'선 수용 후 반대'공식을 적용하도록 하자.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일단 상대의 논지에 동의할 수 없더라도 

왜 상대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어느 정도 수긍할 수 있을 때까지 

귀 기울여 들어야 한다는 점이다.P.188 


이 책은 대화를 시작하는 것부터 마무리 짓는 인사법까지 구체적이고 세심하게 알려줘요. 행동, 눈빛, 자세, 옷차림 등 기본적인 것부터, 상대와 계속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소소한 팁들도 많아요. 실행이 바로 되기는 어려울테니 곁에 두고 하루를 마감하며 내 대화 방식은 어땠나 되돌아보고 수정하면 되겠어요. 실전에 잘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이 많아 좋았습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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똑똑 과학 씨, 들어가도 될까요? - 일상을 향해 활짝 열린 과학의 문
마티 조프슨 지음, 홍주연 옮김 / 자음과모음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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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의 과학이 애 중요한가라는 질문에는 

조금 더 막연하지만 근본적인 답이 있다. 

과학이 우리의 삶을 더욱 즐겁게 만든다는 것이다. p.17


사진속의 과학자가 백투더 퓨처의 괴짜 과학자를 닮았어요. 뭔가 엉뚱하고 기발한 실험을 할 것처럼 보여요. 영화처럼 재미있는 생활 속 과학이야기가 기대되었습니다. 


첫 번째 문: 우리 몸을 지키는 먹거리의 과학 

두 번째 문: 가전제품과 주방용품의 과학

세 번째 문: 집 안팎에 숨어 있는 놀라운 과학

네 번째 문: 인간이라는 독특한 존재의 과학

다섯 번째 문: 우리 주변을 둘러싼 과학

여섯 번째 문: 정원의 과학



먹거리의 과학에서는 빵, 케이크, 비스킷, 와인, 양파 등 우리가 자주 접하는 먹거리에 담긴 과학의 원리를 말해요.

양파에 든 술펜산과 최루 물질 합성 효소의 작용으로 최루 물질이 생성되고 이 최루 물질이 기체가 되어 눈에 들어가면 각막을 자극해 고통을 느끼게 한대요.원인을 알았으면 해결 방법이 있어야겠죠? 그런데 과학자조차 고글을 쓰거나 능숙한 요리사처럼 최루 물질이 생성되기 전 30초 안에 양파를 썰면 된답니다.??   P.61



주방용품 중에 신기한 건 손을 대도 뜨겁지 않은 세라믹 인덕션 렌지였는데 여기서 그 원리에 대해 설명합니다. 전자기 유도현상에 의해 자기장이 형성되어 금속에 전류가 흐르기 때문이라고 해요. 원리를 알아도 여전히 신기하네요.  

또 토스터가 어떤 때는 맛있게 잘 구워지고 어떤 때는 안 그런 이유가 빵 안에 든 당과 단백질의 양과 종류의 차이 때문이랍니다. 기계 이상이 아니래요.



GPS의 원리에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고 보통 알칼라인 전지도 충전은 가능하지만 산화아연이 다시 아연이 될 때 금속결정들이 잘못된 곳에 형성되면 아연과 이산화망간 사이 연결 부위에 파열을 일으키고 수소 가스를 발생기켜 폭발할 수도 있다고 해요. P.145



우리 몸에 숨은 과학에선 관절 꺾는 소리가 나는 설명이 재밌어요. 관절낭 안에 든 액체에 질소가 있어 질소 거품을 만들어서 거품이 터지는 소리라고 하는데 확실하진 않답니다.그리고 관절 꺾기가 관절염이나 류머티즘을 유발할 가능성을 연구하느라 한 의사가 무려 50년이나 왼손 관절만 꺾었지만 관절염은 나타나지 않았대요. 대단한 의사 선생님이죠. P.176   



정원의 과학에선 거미줄의 나선형 모양에는 끈끈한 접착 물질이 묻어있다는 내용이 흥미로웠어요. 사실은 거미도 제 거미줄에 붙어버릴 수도 있어서 조심해서 다니고 있답니다.

우리 일상과 관련하여 물리, 생물, 화학 등 다양한 과학 분야를 다루고 있어요. 흔하게 보고 지나쳤는데 의외로 많은 과학 원리가 포함되어 있다는 걸 알게됩니다. 주변의 물건이나 자연의 풍경 등을 평범하게 여기지 않게 해요. 여기엔 어떤 과학이 숨어있을까 생각하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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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배달 (리커버 특별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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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봉은 아무것도 욕망하지 않는다. 아.무.것.도. p.10


'해리포터' 시리즈와 '완득이'의 성공 이후로 청소년 문학과 성인 문학의 경계는 거의 희미해졌다는 생각이 들어요. 좋은 작품은 청소년 시절에 읽었던 독자가 성인이 되어서도 찾게 되니까요. 

'시간을 파는 상점'으로 판타지를 청소년 문학으로 능숙하게 끌어들인 김선영 작가의 작품들이 리커버되어 나오게되어 반갑습니다. 예전에 읽었던 청소년 독자들은 물론이지만 새로운 성인 독자들도 더 다가가기 쉽게 보이네요. 세련된 디자인으로 옷을 갈아입은 『특별한 배달』입니다.


태봉은 엄마가 집을 나가고  아버지와 단 둘이 살지만 아버지도 두문불출 합니다. 그는 배달 아르바이트를 해요. 한 달 전 엄마와 통화에서 돈을 보내지 말라고 보내면 학교를 그만둘거라고 큰소리쳤죠. 이후 엄마는 전화도 송금도 하지 않아요.

당신이 점점 투명인간이 되어가는 것을 볼 수 없어요.

어느날 엄마는 단 한 줄의 쪽지만 남긴 채 사라졌다. 아버지는 백지를 본 것처럼 어떠한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마치 빈 휴지 조각을 들여다보는 듯 무심했다. p.10

태봉은 장래 희망으로 잉여인간이라 썼다가 담임에게 꾸중듣고 폭력사건을 일으켜 요주의 대상이 되고 맙니다. 



태봉은 이미 트랙 밖으로 밀려났다는 것을 안다. 출발선부터 다르기 때문에 트랙 차지는 고사하고 운동장에서조차 퇴출된 가능성이 짙다는 것도 안다. p.16

학교도 집에도 마음 둘 곳이 없던 태봉은 우연히 모범생 슬아가 쓰러진걸 발견하고 돕게 됩니다. 슬아는 전국 순위로 세는 것이 빠르지만 입양아라는 컴플렉스가 있어요. 그녀의 동생 상하는 슬아와 달리 모친에게 반항하다 파양당했고요. 슬아는 자신도 상하처럼 파양당할까 두려워합니다. 그 스트레스로 인해 갑자기 잠이 들어버리는 기면증도 갖고 있어요.




그때 상상은 상상으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상상으로 위로받아 힘을 낼 수 있다면 상상은 현실이 되는 것이다. p.39 

어느 날 싱크홀에 빠진 배달원이 사라지는 일이 발생하자, 슬아는 태봉에게 함께 조사를 하자고 나서죠. 싱크홀이 다른 차원으로 가는 통로일 수 있다면서요.



사람이 사라졌다면 찾아 보는 게 당연한 거다. 찾아주지 않으면 자신은 먼지만도 못한 존재라고 생각하며 모래알이 되어 스스로 부스러져 내릴지도 모른다. p.111

슬아는 식물의 씨앗이 엄마로부터 멀리 가야 경쟁에서 이기는 것처럼 사람도 어렸을 때나 부모를 찾지만 자라서는 부모 그늘에 있으면 반푼이 밖에 더 되겠냐고 합니다.

사람들은 가끔 자신이 먼지처럼 사라질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떨기도 하고 때로는 그러길 바라기도 하면서, 어느 날 우두커니 서서 이렇게 물을지도 모른다. 

나는 왜 여기 있지? p.219

상하의 파양과 그녀의 엄마가 갖고 있는 비밀이 드러나고 태봉도 아버지의 마음을 알게 됩니다. 이야기는 서로 이해하고 용서하고 어울려 살아가는 가족으로 마무리 지어요. 아직 어린 아이들도 어른들도 자신을 사랑하고 보듬어주는 상대가 필요한 건 마찬가지였어요. 아이들은 어른이라면 모두 알고 항상 유리한 입장에 있고 자신들을 보호하는 입장이어야 한다고 기대하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어른이 아닌 것처럼 어른도 감정이 있고 부족한 점이 많을 뿐이에요. 태봉과 슬아의 감정과 성장을 지켜보다, 그 부모들에게도 연민을 느끼게 되었어요. 가족과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따뜻한 성장 소설이었어요.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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