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 아델
레일라 슬리마니 지음, 이현희 옮김 / arte(아르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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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든 내 몸뚱이를 휘어잡아 이 유리벽에 내리쳐서 두개골을 박살내주면 좋겠어. 

두 눈을 감기 무섭게 소음, 한숨, 비명, 오고 가는 고성이 들려온다. 

알몸으로 숨을 헐떡이는 남자, 쾌락에 흥건해진 여자. 

무리 한가운데에서 잡아 뜯기고 먹히고 온몸이 핥아졌으면 좋겠어.

 

식인귀의 정원에 놓인 하나의 인형이 되고 싶어. p.12


이 소설은 진정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신문사 기자인 아델은 부유한 의사 남편, 아들 뤼시앙을 가진 안락한 생활을 누리지만, 그녀에겐 강렬한 욕망이 숨어 있습니다. 남들의 눈엔 부러운 조건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직업을 좋아하지 않고 살기 위해 일해야한다는 사실 자체를 경멸해요. 그녀는 늘 부족하다고 느낍니다. 심지어 사장과 관계를 갖는 걸 목표로 회사를 다니고 둘의 관계가 시작된 후부터는 일에 대한 흥미를 완전히 잃어버렸죠. 그녀는 아담을 비롯해서, 남편이 아닌 다른 남자와 격렬한 관계를 갖기도 합니다. 남편이 눈치채길 바라기도, 그를 사랑하기도 하는 모순 속에 위험한 이중 생활을 계속 하죠.


수많은 별들, 물 위로 비치는 햇살 때문에 눈을 뜰 수 없었다.

"그리고 그 꿈속에서 내가 나에게 말한 거야. 이날을 기억하라고. 

네가 얼마나 행복했는지 잊지 말라고." p.69

그녀의 입술 위로 다른 입술을 느끼고 싶다. 고요한 짐승을 느껴보고 싶다. 

누군가 자신을 원해주기만을 간절히 바란다. p.81


아들에 대한 사랑마저 의무감에 가까운 감정. 아델은 오로지 욕망에만 집중하는 걸로 보입니다. 그녀가 어린시절 모친과 낯선 남자 사이에 앉아 물랭 루즈와 사창가를 갔을 때 느꼈던 혐오와 에로틱한 흥분이 어쩌면 이유일 수도 있을테지요. 

남자들의 품속에서도, 몇 년의 시간이 흘러 똑같은 길을 걸어봤으나 아델은 그때의 감정을 두 번 다시 느껴보지 못했다. 불순한, 외설적인, 부르주아의 변태성과 인간의 비루함을 손가락 끝으로 톡 하고 건드리는 듯한 이 마술같은 감정을. p.89



임신, 에이즈, 죽음을 두려워하면서도 자신의 결핍을 남자들과의 관계로 채우려는 시도를 멈추지 못합니다. 그녀가 남편의 친구 자비에와 동침 후 만족스럽게 돌아왔을 때 남편의 교통사고를 듣게 되지요. 그를 향해 가면서 그녀는 남편이 죽은 후 자신이 짊어질 경제적 빈곤을 두려워해요. 다행히 남편은 목숨에 지장이 없지만 병원을 그만두겠다고 하고 그녀는 분노합니다. 


아델을 유년에서 꺼내준 건 남자들이었다. 이 진흙투성이 시기로부터 그들이 그녀를 끄집어냈을 때, 그녀는 기꺼이 어린아이의 수동성을 게이샤의 외설성으로 바꾸어버렸다. p.171 


스스로를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아델의 모습은 '보바리 부인'보다 더 자기파괴적입니다. 어린시절의 기억으로 인해 도착적인 성의식을 갖게되었다 해도 그녀 자체가 약간 궤도를 벗어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그녀는 자비에와 헤어질 결심을 하면서 입으로는 거짓 사랑으로 그를 유혹해요.


"사랑해요.사랑해요, 내 마음 알죠?"

아델은 그의 얼굴을 감싼다 손가락 밑으로 이미 한 발 물러선 그가 느껴진다. 그가 느끼는 가책을 아델은 충분히 이해한다. 피리 소리에 판단력을 상실한 쥐처럼, 이제 그는 그녀를 따라 세상 끝까지라도 갈 태세가 된다.

"또 다른 인생은 가능한 거예요. 거기로 나를 데리고 가줘요." 

그녀가 속삭인다. p.190

아델이 그의 세상을 찢어발겼다. 세상을 향한 애착을 망쳐버렸다. 추억이며 약속이며 하는 것들 모조리 제 가치를 상실했다. 그들의 삶은 부질없는 거품이 되었다. p.203


결국 비밀은 발각이 되고 맙니다. 이제 누구도 행복을 가장한 삶을 이어갈 수 없게 되죠.  '님포매니악'의 심리를 잘 파헤친 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작가는 솔직하고 자극적인 문장으로 아델의 심리를 세밀하게 드러냅니다. 먼저 출간된 [달콤한 노래]의 결말도 그랬지만, [그녀 아델]은 한편으론 더 엽기적이고 끔찍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몰입감이 대단해서 손에서 놓지 못하고 단숨에 읽어내렸어요. 아델에 대해 연민을 느끼지 못함에도 끝까지 읽게 만드는 무서운 글이었습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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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배덕의 하룻밤 : 마스카레이드(Masquerade) - 마스카레이드(Masquerade)
샹스(Chance) / 더로맨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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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처럼 후다닥 사라지는 서현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이준의 입가에 커다란 미소가 걸렸다. 

20년이 다 돼 가는 시간이 흘렀어도 그녀는 썰매를 잡고 후다닥 눈밭을 달려가는 소녀에서 전혀 변하지 않았다. 적어도 그의 눈에는...

그리고이제 곧 그녀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때까진 조바심이 나는 것을 참으며 바람둥이 권이준을 연기해야 한다.

서현은 아픈 아빠의 병수발로 힘들면서도 문중 일에 발 벗고 나서는 엄마를 못마땅해 합니다. 화난 서현이 혼자 썰매를 타러 갔다 다칠뻔 한 걸 한 소년이 구해줘요. 서현은 저를 구하느라 대신 다친 이준이 종갓집의 도련님인걸 알고 당황하죠. 둘은 그날의 사고를 비밀로 약속합니다. 이준의 오른쪽 눈썹위에 남은 흉터가 둘이 공유한 비밀의 증거로 남았죠.


현재 서현은 엔터테인먼트 사의 기획실 실장. 대표인 이준의 사고수습 담당이에요. 이준은 사감 선생같은 차림의 서현을 못마땅하게 봅니다. 형의 결혼에 이어 자신도 결혼에 끌려갈 판인데 아직 꿈쩍도 않는 서현을 답답해하죠. 그와 관련된 스캔들 대부분은 화제성을 위한 연막이었지만 그에겐 정혼녀 지율이 있었어요. 서현은 친구 정하와의 대화에서 그가 자신에게 유별나게 잘해줬던 걸 떠올리게 됩니다.  

어느날 지율의 조모가 서현을 불러 해외 로스쿨 유학을 보내주겠다고 하죠. 그리고 서현과 이준 사이를 의심하는 걸 밝힙니다. 이준은 소속사 배우 윤하가 출연한 영화 홍보를 위해 가장무도회 개최 아이디어를 내고 서현도 반겨요. 하지만 그 이면엔 이준의 계략이 숨어있었죠. 윤하의 부재로 서현이 윤하의 대역을 맡게 되고 취해서 이준의 손아귀에 떨어집니다.

 

서현을 구해주기 전, 이준은 이미 서현을 멀리서 보며 귀엽다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서현을 차지하기 위해 몇년 동안 절조를 지킨 것도 점수를 조금 주고 싶네요. 서현과 하룻밤을 보낸 후 이준은 적극적으로 나옵니다. 서현은 그의 정혼녀를 의식하면서도 끌려들어가요. 지율과의 파혼에 다른 사람이 개입되는 게 좀 그저그랬지만 대체로 순탄하고 큰 역경 없이 순탄한 내용이라 읽기 편했어요.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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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배덕의 하룻밤 : 마스카레이드(Masquerade) - 마스카레이드(Masquerade)
샹스(Chance) / 더로맨틱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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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역경 없이 순탄한 내용이라 읽기 편했어요. 킬링타임용으로 괜찮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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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토끼사육
프레스노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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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은 저도 디에나와 같은 경우랍니다."

"네?"

디에나는 그의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되물어야만 했다. 친절하게도 타르한은 그것을 알기 쉽게 풀이해주었다.

"저도 작위가 있긴 합니다만 정식으로 물려받은 것은 아니란 뜻입니다."  

"..아."

묘하게 편했던 것이 이러한 동질감 때문이었을까. 곤란함을 아는 듯 그가 말을 이어 나갔다.

"그래서 이 나이를 먹도록 친구를 사귀지 못했답니다."

"아, 아니 그건 저도 마찬가지인걸요!"


"그럼 이건 어떻습니까. 나와 디에나가 서로의 친구가 되어주는 겁니다."

디에나는 교역 상인 아버지를 따라 10년을 배 위에서 보냈습니다. 부친이 막대한 부를 축적해 귀족의 작위를 샀고 마침내 디에나도 수도의 저택에 살게 되었죠. 무도회를 앞두고 그녀는 인생에 처음으로 친구를 갖게 될 거라는 희망을 갖고 있었어요. 하지만 무도회에서 귀족들에게 무시당하고 작위를 샀다며 비웃음을 듣게되지요. 


상처받고 훌쩍이던 디에나의 귀에 낯선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요. 자신을 타르한이라고 밝힌 미남자. 디에나는 순진하게 경계를 풀고 맙니다. 그녀에게 연유를 물은 타르한은 답을 듣고 동병상련이라고 말하죠. 디에나는 그의 친구 제안에 들뜨고 맙니다. 그가 준 주소를 찾아가며 기대감에 어쩔 줄 몰라하죠. 타르한은 호랑이 굴로 들어온 토끼 같은 디에나에게 친구 사이에 하는 토끼놀이라며 나쁜 짓을 합니다...


디에나가 배에서 귀여움만 받고 보호속에 살아온 터라 사람들의 마음을 잘 모르는 게 이해는 됩니다. 하지만 상대는 남자인데 너무 순진하다 싶었어요. 경계심이 너무 없어서 문제. 타르한은 무신 가문의 둘째이자 실질적인 후계자로 영악하기 그지 없죠. 디에나의 백치미가 조금 지나치다 싶어요. 속도감 있고 가벼운 내용이라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해요. 그럭저럭 잘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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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토끼사육
프레스노 지음 / 문릿노블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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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감 있고 가벼운 내용이라 킬링타임용으로 적당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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