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이의 그녀
그리어 헨드릭스.세라 페카넨 지음, 강선재 옮김 / 솟을북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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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지금 리처드는 예쁘고 젊은 나의 대체물과 함께 있을 것이다. 

가끔은 내게 속삭이던 달콤한 말들을 그녀에게 하는 소리가 들리는 것만 같다.

심장이 쿵쿵거린다. 박동 하나하나가 거의 통증처럼 아프다. P.18



전처인 버네사가 전남편의 재혼을 방해한다는 설정부터 위태로운 분위기를 풍깁니다. 그런데 단순히 자신의 자리를 차지하려는 여자를 떼어내기 위해서가 아닌 듯하네요.

『우리 사이의 그녀』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전처의 존재가 끊임없이 새신부를 괴롭힌 '레베카'처럼 극적인 심리 서스펜스 스릴러일지 기대되었습니다.


그녀는 입구에서 발을 멈추고 뒤를 흘낏 본다. 나는 온몸에 전류가 흐르는 기분이다. 

그녀가 내 시선을 느끼는 건가. 

시선 감지라고 한다지, 인간이 자신이 관찰당하고 있음을 감지하는 능력을.

나는 이러한 방어능력을 길러왔다. 

그런 경고를 무시하면 어떤 위험이 따르는지 나는 알고 있다. P.9

버네사가 전남편 리처드의 재혼 상대를 관찰하는 장면으로 시작합니다. 결혼을 앞둔 넬리는 발신자 제한으로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불편해해요. 


이모는 내가 희생자라고, 중년이 되자 내쳐진 수많은 여자들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와 나의 종말에서의 내 역할을 알게 된다면 이모의 표정에서 동정의 빛이 사라질 것이다. P.22-23



"리처드가 약혼했어." 힐러리의 목소리는 아주 먼 곳에서 나를 향해 떠내려오는 것 같다.

내 머릿속의 굉음 때문에 힐러리의 다음 말은 들리지 않는다. 

나는 탈의실로 간다. 

나는 두 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낀다. P.31

그런데 버네사가 이모 앞에서 하는 생각은 이혼에 뭔가 내막이 있음을 암시합니다. 그녀가 위자료를 받지 못하고 이혼한 사실과 리처드의 약혼 소식을 듣고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은 머릿속을 더 복잡하게 만들어요.  리처드에게 무슨 비밀이 있는 건지, 넬리의 불안한 심리에는 어떤 이유가 있는 건지 궁금하게 합니다. 버네사는 둘을 감시하고 리처드가 자신과 가던 곳에 약혼녀를 데려가는 걸 지켜봅니다. 

나는 리처드 이전에 사랑한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그 순간, 리처드 이전에 증오한 사람 역시 없음을 깨달았다. P.48 

나의 시간이 바닥나고 있다. 나는 그녀를 봐야 한다. 

오늘 그녀의 아파트 밖에서 몇 시간 동안 기다렸지만 그녀는 나타나지 않았다.

겁을 먹었나? 나는 궁금하다.

다가올 미래를 감지한 걸까? P.155



리처드 제발 그 여자랑 결혼하지 마요

내가 그 말을 입 밖으로 낸 걸까? 갑자기 식당 안이 고요해진다. 

사람들이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나는 완벽하게 혼자다. P.175

나는 내 주변을 아주 예민하게 의식하게 되었다. 

먹잇감이 되지 않기 위해 시선 감지 능력을 습득했다.

성적 흥분과 공포의 징후들은 마음속에서 혼동될 수 있다.

결국 내 눈은 가려져 있었던 것이다. P.338


결말이 완전 의외네요. 반전에 반전에 반전이 겹쳐집니다. 워낙 반전이 많아서 나중엔 정신이 없을 지경이에요. 작은 문장이나 대사 하나가 갑자기 상황을 돌변시킵니다. 주의를 기울이지 않으면 사소하게 지나쳐 버릴 단서들이죠. 게다가 빠른 전개로 가다가 갑자기 완전히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가버립니다. 한 남자를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가 서늘한 공포를 느끼게 해요. 비밀이 하나씩 밝혀질 때마다 어둠이 더해지는 기분입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놀라게 하는 솜씨가 대단하네요. 살인 없는 스릴러가 이렇게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워요. 공동 저자인데 다음에도 이런 괜찮은 작품이 나올 수 있을 지 기대됩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698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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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 - 투자에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짐 폴.브렌던 모이니핸 지음, 신예경 옮김 / 앳워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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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을 이야기하기 전에 실패하지 않는 법부터 배워라!



사업계획서를 구상할 때는 순탄히 될 걸로 보이는 경우가 대부분이지요. 그런데 실제로는 예상치못한 장애물이 나타나 계획은 무용지물이 되고 계획을 수정해 계속해야할지 손해를 여기까지 보고 끝내야할지 고민한 경우도 종종 있었습니다.   

『로스』에서는 성공의 공식보다 피해야 할 실패의 공식을 확인시켜 준다고 되어 있어요. 여태까지 들인 노력과 시간, 비용이 아까워 결정내리지 못하는 경우 최선의 판단을 제대로 내리기 위한 방법을 기대하며 읽었습니다.


PART ONE 어느 투자자의 추억담

1 촌스럽고 가난한 시절

2 진짜 세상으로

3 목재 트레이드와 미다스의 손

4 바닥을 만나다

5 전문가들의 조언


PART TWO 실패하는 사람들의 심리

6 로스의 심리적 역학

7 투자와 도박

8 감정과 군중


PART THREE 심리와 투자의 통합

9 규칙, 도구, 그리고 바보들 



성공은 실패를 조성한다. 우선 성공을 경험하지 않으면 진정으로 대단한 실패를 경험할 수도 없다. 만약 이전에 어떤 성공도 실패도 경험하지 못한 채 중립적인 상황에 처해 있다면 당신은 승률이 반반이라고 생각한다. p.17

PART ONE에서는 저자가 경험을 통해 실패에 대해 연구하게 된 계기를 밝힙니다. 

우리나라는 아이들이 어릴때부터 돈을 밝히면 안좋다는 인식 때문에 미국 아이들에 비해 금전감각이 늦게 발달하지 않나 생각됩니다. 저자는 어릴때부터 컨트리 클럽에서 캐디로 일해 돈을 벌고 돈벌이에 대해 빨리 터득하게 되었죠.


골프가방을 들고 다니며 느리지만 정직한 노동을 통해 돈을 벌든 

동전을 벽에 던져 단시간의 노력으로 돈을 벌든 상관없었다. 

중요한 건 무엇을 하느냐가 아니라 얼마큼의 돈을 버는가였다. p.31

그는 고수익을 얻는 직업을 갖기위해선 교육 수준이 높은 쪽이 유리하다는 생각에 돈을 모아 대학에 다니고 경제학을 공부하고 사업을 하려고 합니다.

저자는 사업을 시작하기까지 거침없이 전진합니다. 육군에 들어가 사관생도들의 강사가 되고 MBA 과정을 거치고 선물 브로커로 성공가도를 달립니다. 하지만 대두유 가격의 폭락으로 회사에서 쫓겨나고 자살직전까지 몰리지요.


PART TWO는 정신과정, 행동특성, 시장에서 돈 잃는 사람의 감정에 대해 검토합니다.



인생은 리스크투성이다. 리스크는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인생의 어떤 활동도 성공한다는 혹은 당신이 원하는 방식대로 결과가 나온다는 보장은 없다. P.163 



개인은 추론과 숙고, 분석을 한 뒤에 행동한다면 

군중은 느낌과 감정, 충동에 따라 행동한다는 것이다. 

개인은 자신의 의견을 신중하게 생각해내는 반면 

군중은 추론보다는 감정적인 관점에서 많이 흔들린다. p.191


PART THREE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방법에 대해 말합니다.



추측, 투기적 사업, 기업 활동 등 위험을 감수하는 모든 일에서 

당신이 가장 먼저 집중해야 하는 것은 손실이다. 

객관적으로 결정을 내리고 계획을 세우기 위한 첫걸음으로 

손절매의 기준부터 잡아보자.p.276


저자가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누구나 손실을 입지 않을 수 없고 쉽게 성공한 사람은 실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합니다. 리스크 관리가 바로 손실을 피하는 것임을 복잡한 공식없이 필요한 내용을 강조하여 잘 인식시켜요. 감정적으로 결정을 내리는 감정주의와 군중 심리에 휩쓸리는 걸 피하고 손실을 어느 정도까지 감수할 지 미리 정해두라고 하고요. 정해둔 손실까지 하락하면 빠져나가기를 실천하는 게 답이네요. 투자든 주식이든 더 큰 손해를 보기전에 손절매 해야한다는 걸 깨닫게 해줍니다. 버는 것보다 가진 걸 잃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교훈은 다른 분야에도 적용가능해 보입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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묵호의 꽃 1
최정원 지음 / 황금가지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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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물결이 한순간 시야를 가득 메웠다. 

거대한 새의 날개처럼 크게 펄럭였다 천천히 가라앉는 옷자락.

장신의 남자였다. 그가 비스듬히 고개를 돌려 솔을 건너다보았다. 

얼굴을 가리고 있지만 확실했다. 눈이 마주쳤다. 식은땀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그래, 이건... p.13



[묵호의 꽃]은 망령을 쫓는 무사, 일명 ‘저승사자’민훈과 새와 같은 동물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능력자 솔이의 이야기라고 소개되어 있어요. 캐릭터 소개와 짧은 책 속의 내용을 보니 속도감있고 코믹하게 벌어질 판타지 로맨스가 기대되었습니다.


이야기는 이솔이 잔칫집의 일을 거들고 돌아오는 길에 저승사자를 만나는 걸로 시작됩니다. 솔은 화살에 맞을 뻔하지만 저승사자가 집까지 데려다줘 무사히 돌아와요.  

마을 제일의 장사라는 이태출의 외동딸 이솔은 스무 살에 복사꽃처럼 고운 얼굴(부친과는 전혀 닮지 않은)을 자랑하는 아이입니다. 이현 도련님과 가까이 남매처럼 지내더니 글도 읽고 쓸 줄 알죠.



이태출은 행복했다. 딱 두가지 문제만 빼면.

하나. 이 딸이 도통 시집을 갈 생각을 안 한다는 것.

둘. 이 딸이 가끔씩 영문 모를 헛소리를 한다는 것. P.40

솔이 다섯 살 되던 해에 마을에 온 세살 연상 이현은 동네 꼬맹이들과 어울려 놀던 사이였어요. 솔은 양친 없이 거구의 석도와 살림을 돌보는 미랑과 셋이 사는 현을 오라버니로 생각합니다. 비록 그가 사대부여서 그렇게 어울릴 사이가 아니지만요.  


약간은 지친 듯한, 낮지만 넓은 울림을 가진 그런 목소리.

이현의 잔잔하고 따뜻한, 듣는 이를 감싸주는 듯 부드러운 음성과는 전혀 다른...

날카롭진 않지만 메마르고 차가운, 공허한 목소리였다.

달 없는 밤 같네.

어이없이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p.49


솔은 저승사자와 다시 만나게 되고 그는 이번에도 솔을 도와줍니다. 그의 진짜 정체는 병판의 아들 검은 호랑이라는 뜻의 묵호 서민훈입니다. 북방 오랑캐가 쳐들어 왔을 때 누이를 잃고 오른팔을 다쳐 겉으로는 기루를 드나드는 한량이 되었죠. 하지만 그는 은밀히 나라를 위협하는 자하원이라는 비밀 세력을 조사 중이에요.


처음엔 어디서 새하얀 목련이 내려앉았나 싶었다. 

옷보다 더 새하얀 얼굴은 자기처럼 곱고 맑아 한밤의 어둠도 감히 덮지 못할 듯했다.

p.62-63

민훈은 산 속에서 솔을 보고 반해요. 활달한 솔의 다른 모습을 본 그가 목련이라고 표현하는 게 멋집니다. 그는 솔이 이현과 가까운 모습을 보고 질투를 느껴요.



그 품에 기대어 눈을 깜박이던 그녀. 이름...이름을 불렀다. 

수천 번도 더 불러 본 듯 익숙하게. 서로가 서로를. 

그 사이에 끼어들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었다.

갑자기 덮치는 통증에 민훈은 눈살을 찌푸렸다. P.182



"이솔"

솔이 고개를 들었다. 눈물 맺힌 그 두 눈을 민훈은 마주 들여다보았다. 깊이. 아주 깊이.

"너는 이제 손 떼라."

의식 저 멀리서, 마지막 한 마디가 아득하게 들려왔다.

"그래. 다시는 만나지 말자."  P.295 


기대한 대로 빠른 진행이고 현대적인 문체여서 페이지가 잘 넘어갑니다. 배경은 조선시대이지만 솔이 당돌해서 사대부인 현에게도 스스럼없이 대해요. 저승사자인 민훈에게도 처음엔 겁을 먹지만 차츰 대범해지고요. 이래저래 아는 사람도 많고 주변 사람들에게도 관심이 많은 외향적인 성격이에요. 천진하고 당당해서 귀엽네요. 민훈은 과묵하지만 솔을 좋아하는 마음을 비교적 일찍 깨닫게 되지요. 일편단심의 기운이 느껴져서 호감이 갑니다. 그와 정혼한 사이인 시호와는 어떻게 끝을 낼 지, 자하원과 솔의 관계, 이현의 정체 등 많은 의문들을 남기고 1권이 끝나요. 흥미진진한 전개가 바로 2권을 보고 싶게 만드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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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치도록 가렵다 (리커버 특별판)
김선영 지음 / 자음과모음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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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고요함 속에 홀로 있게 되는 순간은 과연 얼마나 될까? 

잠시 잠깐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으면 마치 세상으로부터 버림받은 것 같은 

외로움을 견딜 수 없기 때문일까? p.57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청소년기에 고민과 불안이 없는 세대가 없어요. 끊임없는 경쟁과 스펙쌓기로 빡빡한 시간을 보내는 현재의 10대들은 특히 더 그런듯 보입니다. 

김선영 작가님의『미치도록 가렵다』에 청소년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줄 시원한 해답이 들어있지 않을까 싶었어요. 청소년 소설을 넘어서 산뜻한 디자인의 리커버로 돌아온 책입니다. 표지에 그려진 깃털과 다이아몬드 산처럼 보이는 노란 형태가 아직 날개가 완전히 돋아나지 않은 다이아몬드 원석같은 아이들의 모습으로 보였어요.


강도범이라는 이름 탓인지 도범은 오토바이 도둑으로 오명을 쓰고 퇴학위기에 몰립니다. 결국 도범은 전학을 가게되죠. 그런데 전학 간 학교에서 하필 사건의 주범인 대호와 마주치게 됩니다. 이미 아이들도 도범이 어떤 이유로 전학을 온 건지 대강 짐작하는 상황. 도범은 전학 첫 날부터 순탄치 못해요. 

이야기는 또다른 주인공인 새로 부임한 사서 선생님 수인에게 돌아갑니다. 수인은 도서관의 모습을 보고 할 말을 잃습니다.



도서관은 나무들이 통치하는 조차지 같았다. 그야말로 울울창창한 숲 속에 포박되어 있다. 

...언젠가는 나무뿌리가 도서관을 삼켜버릴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도서관은 이미 목신들이 접수하여 그들의 놀이터로 쓰고 있는지도 모를 일이다. p.27   

한편 도범은 부모님을 위해 이제 폭력과는 멀어지려 하지만 이전의 악연때문에 빠져나가기 쉽지 않아요. 새로 사귄 친구 새와 해머의 도움으로 도범은 간신히 싸움을 그만둘 수 있게 됩니다. 

도서관의 상태에 실망한 수인은 헌책방에서 구입한 책에 연필로 메모가 쓰인걸 보고 반가워합니다. 예전에 읽은 [밑줄 긋는 남자]를 연상시키는 대목이기도 했어요.    


수인은 오히려 그게 좋았다. 마치 이 책을 함께 읽은 사람과 해후한다고 해야 할까? 

어떤 때는 왜 여기에 밑줄을 그었을까, 내가 미처 알아채지 못하는 상징 코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등, 다른 사람의 의도를 추리해보는 것도 헌책을 읽는 재미 중 하나이다. 

간혹 그것이 방해가 될 때도 있지만 비슷한 생각을 공유했을 미지의 사람을 만나는 것 같아 왠지 따뜻하고 좋았다. p.57

수인은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많은 생각을 하고 자신을 돌아봅니다. 그리고 스스로를 고쳐나가죠. 마치 함께 성장하는 것처럼. 


가장 중요한 것은 아이들이 무심코 흘린 말이라도 결코 소홀히 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지 아이들은 비로소 상대를 존재로서 인정한다. p.75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야 한다는 것은 이상에 불과했다. 아이들과 자잘한 일로 감정싸움을 할 때마다 자신의 격이 땅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모멸감을 견딜 수 없는 거였다. 

그러니까 원인은 아이들이 아니었다. 수인 자신이었다. p.109


도범이 폭력 학생이 된 것도, 해머가 가방에 망치를 갖고 다니게 된 원인도 모두 저마다의 이유가 분명히 있어요. 아이들의 생각을 잘 표현하셔서 아이들이 직접 말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수많은 아이들 속에서 달랑 나 혼자인 것 같은 외로움을 견디기란 쉽지 않았다. 그렇게 섬 같은 존재가 되지 않으려면 빠른 시일 내에 존재감을 드러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주먹이었다. p.116  


수인은 도서관을 다시 살려 아이들에게 꿈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이 되게 하려고 합니다. 교감 선생님을 비롯해 여러 선생님들의 반발에 부딪히고 사건도 발생하지만 자신의 의지를 관철해 나가죠. 나중에 교장 선생님의 술수가 밝혀집니다. 


이 책은 수인의 생각을 통해 아이들을 어떤 시선으로 보고 어떻게 대해야하는지에 대한 답을 줍니다. 어른은 아직 불완전하고 안정되지 않은 아이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사람이 되어야한다는 수인의 모친이 하는 말이 잘 와닿습니다. 아직 날개가 완전히 돋아나지 않은 중닭같은 청소년이란 표현이 잘 어울려요.


그리고 수인이 헌책에 남겨진 메모를 반기는 것처럼 저도 헌책에 남겨진 메모를 꺼리지 않아요. 그걸 보며 여러가지 생각을 합니다. 저보다 먼저 길을 걸어간 사람의 발자취를 느끼는 기분이 들고 내가 놓치고 있는 부분이 있나 살피게 되죠. 언제 남겨진 건지, 어떤 사람인지 궁금하기도 하고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해하지 않을까 싶네요. 속도감 있는 전개에 탄탄한 문장력이 바탕이 되어 읽기 좋았어요.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청소년기의 이야기였습니다.  


원문:http://blog.yes24.com/document/10696802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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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딱지가 보낸 편지 두고두고 보고 싶은 그림책 84
상상인 지음 / 길벗어린이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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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로 편지를 쓰냐고?

너에게 부탁하고 싶은 게 있어서야.

사실...요즘 내가 고민이 있거든.


옛일을 떠올려보면 지렁이나 벌레를 무서워하기보다 신기해하고 만지고 놀았던 기억이 있어요. 코딱지도 지저분하게 생각하지 않았고요. 다른 아이들도 어렸을때는 마찬가지더군요. 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있는 곳에서 그런 행동은 좋아 보이진 않죠.   



[코딱지가 보낸 편지]는 코딱지가 걱정이 가득한 얼굴로 편지를 쓴 내용입니다. 얼굴이 동그랗고 콧구멍이 두드러지는 아이가 순박한 표정을 하고 등장해요. 바로 코딱지가 보내는 편지의 주인입니다. 단순하고 재미난 그림체예요.



너는 콧구멍을 자주 파.

손가락으로 콧구멍을 후비적후비적하다가 

나를 코 밖으로 꺼내곤 하지.


그러고는 어떻게 하는지 기억해? 


어떤 날은 나를 동글동글 굴리고 

어떤 날은 자꾸 눌렀다 떼었다 해.


그리고 결국엔...



이 책의 내용은 솔직하고 귀여워요. 아이들이 코딱지를 장난감처럼 갖고 놀다가  입에 넣는 행동을 그림으로 잘 표현했어요.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입안에 코딱지를 넣을 때는 "아!' 소리가 저절로 나와요.



아이들이 코딱지의 맛에 대해 어떤 날은 '사탕 맛', 어떤 날은 '방구 맛'이라고 한다니 우스워요. 도대체 '방구 맛'이 뭔지는 모르지만 말만 들어도 상상이 되는 기분이네요. 아이들의 천진함과 기발함을 느낄 수 있어요. 


후반부에 코딱지가 직접 말하는 그러면 안되는 이유가 나옵니다. 아이들도 이해하기 쉽게 설명을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그러면 안좋다는 걸 납득할 수 있게 눈높이에 맞춰 말하네요. 코딱지는 먼지가 섞인 지저분한 몸이라고 해요. 게다가 보송보송한 휴지가 좋다니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  

아이들이 코를 후비는 나쁜 습관을 가진 걸 보고 "하지마!"라고 야단치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이고 재미난 결과를 가져올 걸로 기대됩니다. 



* 이 리뷰는 출판사 자체 서평단에 선정되어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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