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언자의 노래 - 2023 부커상 수상작
폴 린치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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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구세계에서는 상상력을 키우면서 많은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이지만 현실 같지 않은, 이것이 정말 허구가 아닌 현실이라고!라는 말밖에 할 수 없는 일들을 직접 겪게 된다면 우리들의 선택은 어떤 방향으로 이어질까?



읽는 내내 마음이 너무도 무겁고 마지막을 넘기면서까지 이렇게 초조하고 불안하며 분노와 혐오, 고통과 울분이라 단어를 (육두문자까지...) 계속 곱씹으려 읽은 책도 요 근래 들어 드문 경우다.



2023년도 부커상 수장작인 이 작품의 배경이 저자의 고국인 아일랜드를 배경으로 디스토피아를 덧대어 현실의 모습을 허구로 뒤집어 그린 수작이라고 생각하는데, 요 며칠 국내에서도 복잡한 일들이 발생한 것을 필두고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하지 않을 수가 없다.



교원 노조 부위원장인 남편 래리가 노조활동을 하면서 행방불명이 되고 이어 아들 마크까지 자신의 뜻을 관철하면서 집을 나간 이후 세 아이만 남은 상황에서 아내이자 엄마인 아이리시는 불안한 상황이지만 가족을 지키기 위한 모습을 그린 내용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며 진행된다.




설마 하던 일들이 나의 가정을 깨뜨리고 더욱 복잡한 상황에 몰리면서 조국을 탈출하게 되는 상황에 이르기까지 그녀가 겪는 사회의 분위기와 혐오와 서로의 목적에 부합하며 적대시하는 두 정권의 복잡한 양상의 피해는 오로지 평범한 국민들이 겪는다.








이러한 상황에서 끝내 돌아올 것이란 희망의 끈을 놓을 수없는 아내로서의 몸부림, 남편과 아들의 부재가 몰고 온 가정의 질서는 지탱하기 어려운 정신적 혼란과 불안을 감싸고돌지만 그렇더라도 평범한 일들마저 무시할 수는 없었던 심정과 행동들이 정말 공감을 사지 않을 수가 없었다.



전체주의로 돌아선 급박한 상황에서 아들을 잃고 가슴엔 피멍조차 느끼지 못할 정도로 검은 가슴을 안은 채 둥지를 떠나야 만 하는 그들은 무슨 죄가 있었단 말인가?














각 문장과 절마다 끊지 못하는 쉼표와 마침표의 행진들, 그녀의 머릿속에서 펼쳐지는 희망과 환상, 이런 모든 것들을 쉼 없이 내뱉고 쓸어 담고 다시 남은 자식들을 위해 가야 하는 엄마로서의 아일리시 모습은 독재정부의 감시와 통제로 이뤄진 것들이 어떻게 폭력과 맞물리면서 비극으로 치닫는지를 냉정한 시선으로 그린다.










읽는 내내 체증이 걸린 것처럼 우리나라 역사의 한 현장을 보는듯한 착각, 지금 이 책을 읽는 순간 저자가 관심 두고 있던 시리아 내전은 끝났지만 예언자가 들려준 이야기는 결코 허투루 지나칠 일이 아님을 우리들을 알고 있다.




- 예언자가 노래하는 것은 세상의 종말이 아니라 이미 일어난 일과 앞으로 일어날 일과 어떤 사람에게는 일어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이어나지 않은 일의 종말이다, 세상은 어느 곳에서는 늘 끝나고 또 끝나지만 다른 곳에서는 끝나지 않는다, 세상의 종말은 늘 특정적 지역에서 일어나는 사건이다, 세상의 종말이 당신 나라에 찾아가고 당신 동네를 방문하고 당신 집의 문을 두드리지만 다른 사람에게는 그것이 머나먼 경고, 짤막한 뉴스, 전설이 되어버린 사건들의 메아리일 분이다.- p 355


 


정말 실제일까를 넘어선 사실들, 그런 사실들이  더 이상 없는 것이 당연한 세상임을 알면서도 세상은 그런 질서를 무너뜨리고 다른 것들을 요구하는 불안정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게 그린 작품으로  평범함의 하루하루가 얼마나 소중한 일인지를 다시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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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로스 - 2024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
예니 에르펜베크 지음, 유영미 옮김 / 한길사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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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6년 7월 11일, 비가 내리는 버스 정류장에서 그들은 운명적인 사랑을 만난다.



19살의 카타리나, 무려 34살 위인 유부남 한스와의 미친 사랑의 이야기를 펼쳐 보이는 2024년 부커상 인터내셔널 수상작인 '카이로스'-



한눈에 서로의 마음을 빼앗긴 그들이 겪는 사랑의 진행을 풀어내는 작품 속 배경은 동독이다.



역사적으로는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몇 해전을 시작으로  그 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생활상, 라디오 방송국 프리랜서 작가인 한스가 카타리나를 만나면서 그녀에게 들려주는 예술에 관한 이야기, 사회체제 속에서 일반인들이 어떤 삶의 모습들을 하며 살아가는지, 여기에 그녀와의 만남을 통해 결혼생활과는 별개로 그녀를 향한 사랑은 광적인 모습이자 열정이 가득 찬, 그러면서도 언제든지 그녀가 원한다면 물러날 수 있다는 한시적이고도 유보적인 행동과 말을 한다.



그러나 어린 카타리나에겐 그가 곧 그녀이고 그녀가 곧 그란 사실을 깊이 인정하고 있기에 타인의 눈에 비친 염려와 상처를 받은 것이란 경고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어나가는 진행이 마치 활화산처럼 그려진다.



읽으면서 사랑의 유효성이 있는가에 대한 물음을 생각할 수밖에 없었는데  한스는 이미 카타리나가 살아온 배가 넘은 세월을 겪은 사람으로서 히틀러와 소련의 체제, 여기에 동독으로 넘어오면서 그가 가진 이상향 내지는 정권의 체제 속에 저명한 예술인들과의 관계를 이어온 사람이다. 



그런 그가 카타리나에게 때론 인생의 선배로서 들려주는 내용들이나 문화와 예술, 사회 전반에 대해 다룬 부분들은 폭넓게 그려진다.






솔직히 저자의 문장흐름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았다.



마치 주제 사마라구의 문장처럼 대사나 고백 부분이 담긴 문장들조차도 따옴표가 없이 이어지며 정신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쉽게 간과하고 넘어갈 수 있는 메타포가 사방에 묻어 있는 형태로 이어지기에 조금은 다른 문학적인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처럼 같은 분단의 아픔을 겪었던 독일 통일 과정에서 동독인들이 겪은 혼란스러움, 통일의 기반으로 전혀 다른 세계 속으로 들어가기 위한 절차처럼 보인 직장해고와 국영이란 지원하에 연구하던 단체의 소멸들, 통화의 충격들은 카타리나와 한스의 사랑처럼 서서히 발전하던 것들이 점차 불같은 진행으로 소멸의 단계로 이어지듯이 두 모습의 교차점들을 읽으면서 비교해 보는 것도 이색적인 장치란 생각이 들었다.



카이로스는 기회와 행운의 신이다.



카타리나가  그를 만나는 순간 자체가 행운이었을까를 생각한 부분은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를 통해 그들의 격정적인 만남과 가학적인 사랑 행위들, 이어 두 상자는 그  속에 기록된 모든 것들을 통해 기억하며 들려주는 소재로 작용하면서 두 번째 상자에 이르면 한스가 카타리나를 집요하게 몰고 가는 과정이 너무도 힘든 부분으로 읽혔다.




마치 사상검증을 통한 시험을 보는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의 한스란 남자의 질투와 분노, 그러면서도  사랑하는 모습들은 카타리나가 이를 수긍하며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며 받아들이는 것과 함께   둘은 점차 이별을 향해간다는 점은 그녀 안에 점차 한스를 바라보고 자신을 돌아보면서 내적 성장을 겪는 성장소설로서도 볼 수 있다.








진실은 겉으로 드러나는 것과 보이지 않는 막 사이 중간에 끼여있음으로 해서 둘은 진실 로 사랑을 했지만 믿지 못했고, 사랑의 실존에 대해 이해를 했으며  더군다나 동독의 해체와 더불어 이들의 사랑도 막을 내렸음을 많은 실존인물과 허구의 인물들의 결합으로 소설이란 장르를 통해 그려냈다.



현대사를 통해 독일 통일 과정을 알고 있는 것과 그 역사 속에서 실제 겪은 경험담을 풀어낸 이야기는 확실히 체감적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다르게 다가온다.




저자는 이런 점을 염두에 두면서 역사 속에 사람들이 살아가는 다양한 모습들, 사랑과 학업, 망명, 반혁명, 통일이란 여정을 시간의 흐름 속에서 희망을 담고 있었지만 이루지 못한 희망으로 남은 자들을  모두 그려냄으로써 현대사 독일의 또 다른 면들을 엿볼 수  있게 한 작품이라 인상 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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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왕의 방패 - 제166회 나오키 상 수상작 시대물이 이렇게 재미있을 리가 없어! 1
이마무라 쇼고 지음, 이규원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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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패배할 수 없는 구도가 궁금해지는 작품이라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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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을 자유롭게 하는 것들 - 가슴 뛰는 삶을 향해 가는 최우선의 행복
나용민.유숙현 지음 / 북로망스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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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틀에 맞춰서 규칙적인 삶을 박차고 진정으로 내가 하고 싶은 꿈은 무엇이며 그 꿈을 실천하기 위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롭게 시작할 용기는 누구에게나 희망사항의 한 부분이다.



그런데 이를 실행한 부부가 있으니 일단 읽으면서 한 번쯤 꿈꿔왔던 것들에 대한 대리만족을 느꼈다.



안정된 직장이나 일들을 접어두고 자신들의 인생에서 워킹홀리데이, 세계여행을 떠난 이들의  모험담 내지는 부딪치면서 겪은 일들을 풀어낸 이야기는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사람들과는 다른 도전이란 것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느껴본다.












주인공들이 누구와 비교해서도 아니고 완벽한 삶을 추구하기 위해서도 아닌 오로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자유와 그에 따른 책임감을 동반한 인생의 다른 면들을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모든 이들의 인생이 모두 같을 수는 없기에 어쩌면 이들 부부가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한 발씩 발전해 나가는 모습들이 정해진 시기와 방식에 구애받지 않는 점들이 부럽기도 했고 나의 선택에 대한 후회  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과정이 부부로서, 동반자로서, 한 가족으로서 모든 것을 했다는 것만으로도 유쾌함과 응원을 하게 된다.













한 해가 저무는 이 시기에 이들 부부가 보인 여정은 그동안 계획했던 일들을 돌아보게도 되고 앞만 보고 달리다 급브레이크가 필요한 분들에겐 잠시 숨 쉴 시간이 필요함을 느껴볼 수 있게 할 책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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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플루언스
곤도 후미에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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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인 나에게 본인 및 친구 두 명과의 이야기를 소설로 써줄 수 있는지를 묻는 편지를 받은 후 그녀를 만나면서 진행되는 이야기, 책 문구에서 서로에게 원하는 사연들이 궁금하게 다가온다.




어린 시절부터 아파트 단지 내에서 단짝 친구로 지낸 유리와 사토코,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서 새롭게 전학 온 마호의 관계가 제목 그 자체에서 오는 연관성 구성으로  인상 깊었다.




할아버지로부터 학대를 받아온 사토코를 지켜주지 못했다는 괴로움과 죄책감을 가지고 생활하는 유리와 그 후 각자 친구들이 생기면서 멀어지기 시작하고, 마호와 사귀게 된 유리가 마호를  위험에서 구하려다 정당방위로 행한 행동을 사토코가 수습하면서 이후 기나긴 세월 동안 그들 세명의 운명이 쳇바퀴의 연속성처럼 굴러가는 이들의 사연은 우연도 이런 우연은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이로서 아무것도 몰랐던 순진한 아이의 일탈과 그 후 그들이 서로 다른 우정관계를 맺으면서 결코 헤어 나올 수 없었던 근간에는 옳지 못한 것임을 알면서도 모른 채 했던 양심과 그 이후 꾸준한 만남이 없었더라도 기어이 다시 만나게 될 운명들인 그녀들의 삶 모습들이 학교폭력, 아동학대, 성에 관련된 범죄에 이르기까지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겪어야만 했던 암울함이 느껴진다.









성장하면서 친구들과의 관계는 부모님과의 관계와는 또 다르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잘 이해하고 모든 것들을 공유할 수 있는 친구사이라면 더 그럴 수도 있지만 작품 속에서 세 친구들의 관계는 각자가 겪은 일들로 인해 서로에게 점차 멀어지고 그런 일들의 관계가 이어지면서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으면서  그들의 인생이 어떻게   변해가는지를 그려 보인다.




나는 너를 위해서 이것까지 했으니 이번엔 나의 소원을 들어줘란 말로 설명할 수 없는 그 이상의 감정들이 포함된 그녀들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지나칠 수 없는 일로  발생하는  일들이라  읽는 내내  애처롭고  그런 그들이 서로를 바라본 심정이야말로 우정 이상으로 버금가는 무언의 감정을 그린다.




20여 년의 세월 속에  서로에게 구원의 형식처럼 행했던  모든 사연과 흐름들이 내내 연민을 느낄 수밖에 없었던 소설, 추리 소설로써 그려낸 여성 세명의 우정이란 이름으로 행한 일들이 사뭇 다른 심정으로 바라보게 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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