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의 늦여름
이와이 슌지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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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겨울 풍경과 “오겐키데스카" 하고 외치는 여인의 모습을 대표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이와이 슌지 감독-


이 작품으로 감독보다는 작가란 수식어가 어색하지 않게 다가오는데 그의 전공이 미술이었다는 점을 감안해 읽는다면 훨씬 예술적인 방향에서 재미를 느낄 수가 있을 것 같다.



미술대학 졸업 후 광고회사에서 다니던 카논은 상사와의  좋지 못한 소문으로 퇴사를 하게 되고 알고 있던 지인의 소개로 미술잡지 편집부 수습사원으로 일하게 된다.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서 자신이 취지하고 쓴 내용이 인정받아야 만 하는 규정상 어느 날 '나유타'라고 불리는 일명 복면화가에 대한 취재 명이 떨어진다.



속칭 사신(死神)’이라 불리며 그가 남긴 그림의 대상자들은 모두 죽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면서 관심을 갖게 되는데, 첫발부터 취재대상이 모호한 터라 고교 후배 가세와 전 직장동료 하마사키의 도움을 받으며 취재를 시작한다.



로드무비형태처럼 나유타라 불리는 인물을 추적하는 방식은 그림의 대상이 됐던 이들의 가족이나 친구들, 직장동료, 여기에 차츰 홋카이도, 가와사키를 방문하면서 조금씩 퍼즐이 맞춰가기 시작하면서 예기치 못한 사실을 알게 되는데...








예술이 그렇지만 창작에 대한 이해와 이에 몰두하는 이들의 심리상태, 자신의 능력을 뛰어 넘어선 타인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자신이 겪는 좌절들과 이를 다시 함께 한다는 동반 유닛 형태의 과정은 보통 고스트라이터를 생각나게도 하고 눈에 보이진 않지만 그림을 통한 전율을 느끼는 부분들은  이 소설에서 오랜만에 느낄 수 있는 감동적인 부분도 들어 있다.




나유타 존재에 대한 취재를 하면서 하나둘씩 밝혀지는 주인공 카논과 가세, 불가사의한 존재의 예술적 지향과 생과 사에서 스스로 예술적 그림으로 남기고자 했던 존재의 실태는 알듯 말 듯 한  일부 미스터리로 남지만 이 또한  이 작품에서는 충분히 이를 이해할 수 있는 과정들과 결과물로 그려지기에 남다른 미스터리의 한 축을 이룬다.




우연과 결과가 겹치고 겹치면서 돌고 돌아 다시 그림의 모델이 된 카논도 그렇고 다시 제로로 돌아온 가세의 그림에 대한 열정도 늦여름 제2탄으로 만나보길 기대하는 장면도 있었다.



또한 한 개인의 성장사에 얽힌 비밀들을 파헤치는 과정에서 보인 예술이란 무엇인가?, 소메이는 과연 예술에 미친 광인인가? 아니면 끝까지 그가 죽음을 선택한 이유가 단지 나유타로 대중들에게 남겨지길 원해서 보인 결과물인가?에 관한 궁금증도 여전하다.




여기에 르네상스 시대처럼 마스터의 지휘 아래 제자들과 함께 예술작품을 만들어낸 것에 대한 최종 주인은 누구인가에 대한 인식이 현대에 들어서도 비슷한 경우를 다룬 부분은 오로지 예술을 향한 자신들이 추구하는 방향과 맞아떨어질 때 대중들의 시선은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생각해 볼 부분으로 묻는 듯하다.







-분명 인생에선 누구에게나 한 번은 이런 일이 찾아온다. 수많은 우연과 필연이 한 점에 집결하여, 나는 이걸 위해 태어났던가, 하고 깨닫는 순간이. 유년 시절 나를 살리기 위해 가차 없이 그어졌던 상처의 자국. 그걸 그에게 드러내며 나는 순수하게 실감했다. 나는 이 사람에게 그려지기 위해 태어났다고. 그래서 이 사람에게, 그림을 가르쳤던 거라고. - p 403





하이퍼리얼리즘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은 물론이고 여러 미술작가들의 작품들을 담아내고 있어 예술적 관심과 추리를 접목한 이색적인 작품이라 영상으로 만나봤다면 책을 통해 새로운 감각의 저자로 만나볼 수 있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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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의 참새 캐드펠 수사 시리즈 7
엘리스 피터스 지음, 김훈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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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버려진 릴리윈은 광대들과 함께 살다 도망쳐 온 떠돌이 광대이자 자신이 지닌 재주로 살아가는 젊은이다.



그가 마을의 구두쇠인 금세공장인인 윌터 아우리피버의 아들 대니얼 결혼식에서 실수를 하는 바람에 쫓겨나고 이후 윌터가 머리를 맞고 쓰러진 것을 본 딸 수재나에 의해 발견, 용의자로  지목된다.



이에 위험을 느낀 릴리윈은 수도원으로 도망치게 되고 그곳으로 달려온 마을사람들을 물러가게 한 수도원 사람들의 도움으로 치료를 받는다.



캐드펠 수사가 그의 억울한 사연을 듣고 그가 범인이 아님을 알게 된 후 사건이 진실성을 조사하기 시작하는데, 연이어 윌터 집안에 세 들어 살던 자물쇠 장인까지 죽게 되면서 사건의 향방은 진범이 누구인가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흐른다.









중세시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배경상 그 시대를 살아가던 힘없고 정직한 이들의 삶 위주로 사건이 발생한 소재를 담고 있는 이번 이야기는 릴리원의 성장배경과 그가 결백하다고 믿는 캐드펠 수사를 비롯해 하녀 래닐트만이 유일하게 믿는다는 사실은 한 사람의 타고난 성정이 환경이 좋지 않다는 초점에 맞춰 범인으로 생각하는 마을 사람들의 모습을 비춘다.




귀족이 아닌 보통 농도들, 환자들, 음유시인 광대, 하녀들까지 법이 보장해 주는 사회 속에서 그들이 과연 누구를 믿고 살아가는 것인지, 정작 그들의 도움이 없다면 실생활은 거의 전무하다시피 할 귀족들의 그릇된 차별시선은 물론이고 성직자 중에서도 릴리안을 곱게 보지 않은 귀족출신 성직자가 있다는 사실은 버링가를 대표로 하는 귀족들이 극히 적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신을 믿고 정직과 봉사를 통해 성직자로서의 길을 걷은 캐드펠 수사 같은 인물이 없다면 정의란 무엇이며 인간이 지닌 선함과 신념을 굽히지 않은 행보는 따뜻한 시선을 드러내 보인다.







여기엔 물질적인 풍요만 지닌 아비의 자식을 대하는 태도와 사건의 정황들을 이해하게 되는 자의 행동이 이해 가는 부분도 들어있어 가족이라 할지라도 진정한 가족애 없이 성장한 모습이 안쓰럽기도 했다.




억지로 도덕적인 강요를 드러내지 않는 사건의 진행을 통해 읽는 동안 스스로 차분함을 느껴볼 수 있는 작품답게 이번 내용도 좋았던 소설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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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 속의 여인 캐드펠 수사 시리즈 6
엘리스 피터스 지음, 최인석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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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드펠 수사 시리즈 제6권에 해당하는 작품으로 이번에도 캐드펠 수사가 사건해결에 심혈을 기울인다.



수도원에 의탁하던 남매인 에르미나와 이브는 힐라리아 수녀와 함께 슈루즈베리로 향하던 중 실종된다.



가문의 마지막 생존자인 그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캐드펠 수사가 나서게 되고 허름한 집에 이브를 발견한 그는 돌아오는 길에 얼어붙은 개울에 잠겨 있는 힐라리아 수녀의 시체를 발견한다.



도대체 누가 수녀를 죽인 것일까?



사건의 진실을 추적하는 진행은 실종된 에르미나를 찾는 일과 함께 흐르면서  시대상 어지러운 세태에 세상을 어지럽히는 존재들의 행동들은 이 작품에서도 여전하다.



도둑이자 강도, 살인자인 그들이 마을을 약탈하고 힘없이 당할 수밖에 없는 가난한 사람들의 처지는 이 작품에서 가장 두드러진 비참함의 모습이며 이 가운데 황후 편에 속한 남매를 찾아 헤매는 버링가의 등장은 반가운 부분이다.




성스러운 수녀의 죽음의 향방은 과연 어떻게 흐를 것인지, 소녀를 찾는 이들은 누구이며 기억을 상실한 수사가 갖고 있는 진실은 무엇인지, 참 많은 이야기들의 향방이 시종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면서 이어지기에 전 작품들과 연이은 캐드펠 수사력이 유기적인 흐름으로 인해 지루함이 없다.




어떤 큰 전환의 흐름이라기보다는 수사가 수사를 하는 과정에서 밝혀지는 범인의 의외인 점도 그렇고 여러 등장인물들의 설정과 그 안에 담긴 배경을 깔고 이야기 전체를 관망하는 자세로 읽는다면 속도전으로 앞서는 추리와는 다른 재미를 느낄 수 있다.







여기에 신에 의탁한 캐드펠 수사의 개인사가 담겨 있어 흥미로웠다.



역사추리소설을 즐기는 독자라면 이번 시리즈에서 펼치는 캐드펠 수사를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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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린과 함께 서쪽으로
린다 러틀리지 지음, 김마림 옮김 / 열린책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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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를  바탕으로  아마존 초대형 최장기 베스트셀러를 기록한 작품으로 1938년 대공황 시대를 배경으로 한다.



105세의 죽음을 앞둔 우디 니켈의 회상으로 그린 작품 속 내용은 자연이 휩쓸고 간 허리케인 때문에 가족을 잃고 천애 고아가 된 어린 자신의 성장기가 함께 그려진다.




뉴욕항을 배회하던 소년 우디 니켈이 기린들을 실은 트럭이 캘리포니아로 향한다는 사실을 알고 당시 실향민의 꿈의 땅이었던 그곳으로 가고자 하는 소년의 노력이 실감 나게 보인다.




임기응변으로 트럭 운전자로서 기린을 싣고 향해가던 그와 일행으로서 기린을 책임지고 있는 라일리 존스 영감, 그리고 사진기자 오거스타까지 합세하면서 그들의 여정은 위험한 과정을 넘기면서 서서히 우정과 사랑, 그리고 서로에 대한 존경심이 싹튼다.




허리케인 때문에 가족을 잃은 한 소년의 인생 이야기가 기린이란 동물과 함께 엮이면서 여러 사람들을 만나는 과정은 착한 사람도 있지만 자신들의 이익이나 욕심에 위협을 당하는 일들이 어린 소년의 마음속에 강인한 결심과 함께 이를 이겨나가는 진행이 차분하면서도 따뜻한 시선으로 다가왔다.








세상에 기댈 곳이 없었던 소년의 마음을 변회 시킨 것은 다름 아닌 기린, 기린을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과 함께 동물로만 바라보던 사람들과는 달리 우디는 동물이기 전에 자신의 집이자 안식처, 가족이란 마음으로 대하는 자세가 결국 동물과 인간이 한마음으로 통하게 됨을 느끼게 된다.




실제 일을 취재하면서 작품으로 완성한 저자의 글은 시대적으로 궁핍한 시절에 동물과 소년의 순수한 마음이 통하면서 우정과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리고  있어   마음속에 따뜻한 여운이  길게 남는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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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우키스의 말 - 2024 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집
배수아 외 지음 / 은행나무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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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김유정문학상 수상작품인 '바우키스의 말'을 비롯해 6편의 작가들의 작품들이 수록된 작품집이다.



올해 배수아 작가의 당선작인 책 제목이기도 한 '바우키스의 말'은 신화 속 인물을 모티브로 한 작품으로 그동안 저자의 작품들의 느낌보다 더 인상 깊게 와닿은 작품이다.



조금 무겁고 진중한 느낌으로 와닿은 작품이  '바우키스의 말'이었다면  문지혁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다른 작가들의 작품들은 이에 비해 덜하지만 모두 특색 있는 감성을 갖고 있는 소설들이다.




외고를 함께 다녔던 동창생을 미국에서 가깝게 지내던 주인공이 허리케인을 맞으면서 하룻밤을 친구의 집에서 보내는 이야기 속에 담긴 롤렉스 시계 이야기는 짧은 단편이면서도 그 안에 담긴 분위기를 쉽게 가라앉을 수없는 느낌을 준다.




이외에도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장례식장이 쓸쓸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현수의 이야기는 삶과 죽음에 대한 생각을 던져 볼 수 있는 이야기로  평생 실패한 세일즈맨으로 살아온 아버지에 대한 장례를 장례세일이란 주제로 담아낸 것이라 신선했다.




이외에도 부모세대와 자식 세대 간의 혁명의 의미를 되짚어 볼 수 있는 ' 그 개와 혁명', 서이수, 전춘화 작가의 작품도 모두 감성 있게 그려진 작품들이었다.




작가들마다 오랜 시간 동안 그들의 시선을 통해 다져진 내공들이 쌓여 글로 표출된 문장들 하나하나가 우리 사회 속에 여러 가지 모습들을 그려 보였다는 점에서 골라 읽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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