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명하는 사랑
파올로 조르다노 지음, 한리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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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수의 고독'에 이은 저자의 새로운 작품-



이 책의 제목을 접하고 읽으면서 든 생각, 사랑이라는 감정과 그 가치에 대해서 증명을 해야만 하는가? 증명되지 않은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나?,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랑이란 감정에 대해서 눈에 보이는 어떤 표준화된 절차에 따라 우리는 그것을 증명해야만 사랑이라고 느낄 수 있을까?




문장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글이 전 작에서도 느낄 수 있는 과학도의 시선이자 현시대를 살아가는 부부의 모습들이 실사판처럼 그려 보이는 이 작품 속 내용은 물리학도인  나와 아내 로라, 그리고 에마누엘레란 아이를 키우는 젊은 부부이야기다.



이들의 살림과 어린아이를 돌봐주는 여인은 그들 사이에서 바베트란 별칭으로 불리는데, 바베트란 이름은 '바베트의 만찬'이란 작품에서 기인했다.



화가인 남편을 사랑했고 그가 죽은 이후에도 그리워하는 여인, 젊은 세대들의 부부생활과는 다른 시선의 남편(남자)에 대한 순종적인 아내로서의 모습을 지닌 그녀가 없는 생활이란 사실 생각할 수조차 없는 일상이 어느 날 무너진다.



그녀의 병으로 인해 그들 부부 사이에 보이지 않던 균열은 점차 갈등으로 번지는데, 작품 전체의 이야기 주된 주인공은 바베트를 중심으로 이들 부부가 어떻게 의지하고 살아갔으며  바베트의 거의 마지막 순간을 접하면서 느끼는 부부의 사랑과 이해, 이후 그녀의 무덤을 찾아가면서 비로소 그녀의 이름이 무엇이었는가를 독자들은 알게 된다.








실상 배경만 이탈리아일 뿐 살아가는 모습들은 어느 부부들 삶과 비슷하게 보인다.



사랑을 느끼면서 연애를 하던 시절의 감성, 아이가 태어나고 자신의 불안정한 사회적 위치에 대한 불안감과 아내의 직업을 생각하며 새로운 삶에 도전하길 머뭇거리는 과정,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서 자신과는 다른 면을 보이는 부분에서 오는 느낌들, 여기에 바베트가 오지 않은 상황이 닥치자 성인이 된 그들마저도 고아들처럼 여겨졌다는 내용은 인간들 사이에서의 신뢰의 밑바탕에 대한 사랑에 대한 감정들이 여러 가지 모습으로 그려진다.




실질 삶에서 보이진 않았지만 쌓인 감정들이 폭발하면서 부부 사이의 마음이 멀어지는 상황이나 바베트가 그들을 곁에서 보고 느꼈던 정확한 느낌들이 그녀가 떠난 후  그들이 비로소 곁에 있는 소중한 이를 바라보는 계기가 된다는 점에서 '사랑'이란 증명에 대해서 그것을 굳이 증명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들 곁에 있었던 한 소중한 존재의 상실이 주는 기회로 인해 작은 것이라도 소중함을 느끼는 과정, 그 속에서 배우자가 무엇을 원했는지를 깨닫는 '나'의 생각이 굳건한 결혼의 과정을 이어가게 한 모습이 아닌가 싶다.




상대를 사랑한다 것은 그 존재에 대한 의미가 내가 느끼는 전부와 비교할 수 없는 더 큰 것이기에 바베트 부인의 실제 이름 A를 부른 아들 에마누엘레의 목소리가 여전히 들여오는 것 같다.




감정보다는 이성을 앞세운 물리학도인 '나'를 통해 저자가 드리운 문장의 언어는 문학이란 글과의 교감을 통해 전혀 다른 느낌으로 와닿는 순간순간의 글들이 이번에도 많이 와닿았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건 무슨 의미일까? 군중 속에 있는 그를 알아보고, 그가 속해 있는 집단에서 그를 고유하게 떼어놓는 것. 아무리 단단한 집단이더라도. 그의 가족이든 다른 무엇이든. 그러고는 그가 자신 안에 가두고 있는, 어쩌면 전혀 다른 본성을 지녔을 그의 고유한 무리와 다양체를 찾아가는 것.






에세이처럼 보이기도 하는 소설이라 잔잔한 감동을 느껴보고 싶다면 읽어봐도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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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가의 괴이 비채 미스터리 앤솔러지
조영주 외 지음 / 비채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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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비채에서 한국 추리 작가들의 앤솔러지 작품집을 출간한 신작을 만나본다.



 현재 한국독자들에게도 낯익은 작품들을 선보이고 있는 저자들의 특성들이 고스란히 담고 있는 이번 작품집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던 일명 '십자가 사건'을 토대로 나름대로 독특한 작품의 세계를 구축한 내용들이다.




일단 좋아하는 작가들인 만큼 기존에 작품을 접해본 입장에서 하나의 큰 제목 아래 주된 십자가 사건의 배후에 관해 그 뒤에 무엇이 있는가에 대한 궁금증들을 풀어주는 작품들이라 처음부터 읽어도 좋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부터 읽어도 무방한 이야기들로 구성됐다.



개인적으로는 차례대로 읽어나갈 것을 권하는데 첫 번째 주자인 조영주 님의 '영감'부터 사실인지 환상이나 환청인지에 대한 모호한 설정부터 눈길을 끌기 시작하면서 점차 다른 작가들이 이어받은 필력들이 비교해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실화처럼 느껴지는 저자의 글은 물론이고 박상민 저자의 작품은 정직함이 때론 삶에 상처로 남기도 한다는 점에서 어떤 사건이 떠오르기도 했는데 읽는 내내 마음 한 구석에 찡한 부분들도 남는다.




이외에도 전건우 작가를 비롯한 주원규, 김세화, 차무진 작가들이 보인 내용들은 위 작품들과의 연결성에서 장편처럼 보이기도 하고 옴니버스 형식처럼 보일 수도 있다는 점과 미스터리, 호러, 추리, 성경에 이르는 내용과 그 속에서 인간들의 참된 선과 악에 대한 이미지를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한 작품집 안에 고른 재미를 추구한 작품이란 생각이 들었다.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 창작물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변주의 범위를 넓혀가며 읽은 앤솔러지 작품들은 허구와 실제가 공존하고 이를 토대로 읽는 독자들도 나름대로 생각의 변화를 넓혀볼 수 있는 시간이 될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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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러리스트 마르틴 베크 시리즈 10
마이 셰발.페르 발뢰 지음, 김명남 옮김 / 엘릭시르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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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 미스터리의 원점'이자 '경찰 소설의 모범'으로 불리는 마르틴 베크 시리즈 마지막 이야기-



지금의 본격 경찰 소설의 원형이라고 불리는 작품들이 두 저자에 의해 오랜 기간 꾸준히 발표한 작품들을 중심으로  한 권 한 권 정주행 시리즈로 읽어나갈 때마다 마치 이웃의 가정사를 보는 듯한 것은 물론이고 베크의 동료조차도 익숙한 이들처럼 여겨지는 것은 나만이 느끼는 것은 아닐 것 같단 생각이다.



유머도 그다지 뛰어나지 않은 마르틴이란 인물이 마지막 권을 향해 달려오기까지 그의 활약을 더듬어 보니 참 많은 일들이 발생했고 이 작품에서 보인 가장 스케일이 큰 소재 속에는 여전히 자국의 복지국가란 타이틀에 걸맞은 정책에 대한 비난을 멈추지 않는다 것 또한 그렇다.







세 가지의 이야기인 미혼모의 생활고에 얽힌 은행강도 사건 재판, 어린 소녀들을 약으로 유혹해 불법 영상을 찍은 감독의 죽음, 여기에 유력 정치인을 노리는 국제 암살 조직단인 울라크 조직의 미 상원 의원 방문에 맞춘 테러 시도까지,  전혀 연관이 없을 것 같은 내용들이 차츰 하나의 이야기로 모아지는 과정은 기존의 작품 스타일에 이어서 진행된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유명 유력 정치권 인사나 유명인들에 대한 암살 시도들이 작품 속에서 데자뷔처럼 각인되는 점은 이미 저자들의 이러한 밑바탕이 되었음은 물론이고 경찰관이기 전에 한 남자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들 또한  한 인간으로서 행복을 찾아가는 과정처럼 보이기에 남다른 시선을 느끼게 했다.




60~70년대를 배경으로 하는 작품 라인들이 슈퍼맨을 연상시키는 경찰관의 모습이 아닌 철저한 현장 모습과 사소한 것도 놓치지 않은 수사법을 통해 사건 진실에 다가가는 마르틴이란 인물과 함께 하는 동안  빠른 전환과는 다소 거리가 먼 고전적인 수법처럼 여겨지는 것이 전 작품 라인에서 볼 수 있는 즐거움처럼 다가왔다.








완결작품을 읽은 후 마르틴을 비롯한 동료들을 떠나보내기가 섭섭한 가운데 두 저자의 작품을 더 이상 만날 수 없다는 아쉬움이 들게 한 시리즈. 





마지막으로 완간을 해준 출판사에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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앨리스와의 티타임 - 정소연 소설집
정소연 지음 / 래빗홀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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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집의 영희 씨]를 쓴 정소연 작가의 소설집으로 그동안 꾸준히 복간 요청에 따라 새롭게 단장하고 출간된 작품집이다.



두 권으로 출간될 작품들 중 먼저 만나보게 된 이번 소설집에서는 과거 작품들은 물론 신작 단편들도 수록되어 있어 기존에 작품들을 읽었던 독자분들은 물론 처음 읽는 독자들까지 재미를 선사한다.



요즘은 SF문학 소재가 더욱 넓어져 한 곳에 정착하기까지의 과정도 흥미를 유발하지만 저자가 담고 있는 이번 작품집에서는 다중우주여행을 비롯해서 외계인이라는 낯선 이미지를 넘어선 이웃으로서 우정을 다룬 '옆집의 영희 씨' 같은 친밀감을 보인 이야기들을 들려준다. (역시 옆집의 영희 씨가 다시 읽어도 재밌다.)



어둡고 막막할 것 같은 우주의 세계, 근간의 미래를 밝게 그린 소설들은 나가 살고 있는 세계와 나가 없는 세계, 가보지 못한 곳이자 알지도 못하는 곳이지만 어딘가에는 존재할 것 같고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해 볼 수 있는 다중 우주의 가능성에 대한 내용들은 우리와 마찬가지로 우주 그 어디에는 같은 생각들을 품은 이들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책 제목이기도 내용 또한 주인공 리즈가 다세계 연구소 연구원으로 세계를 74번째 출장 가면서 소설가 앨리스를 만나면서 그녀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 내용도 그렇고 이 세계가 평행우주와 무한대의 우주라는 시공간을 넘어서 사랑하는 이들을 생각하는 기회가 된다는 점들은 상상력과 실제 현실에 관한 많은 부분들을 두루 다룰 수 있는 내용들이라 좋았다.




지극히  현실에서 소외되고 있는 이들의 이야기를 작품에 담아낸 것은 물론 희망과 책임감, 삶에 대한 보다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려는 의지를 엿보게 하는 작품집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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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버드의 노래 - 흑인, 퀴어, 우아한 탐조자로 살아온 남자의 조용한 고백
크리스천 쿠퍼 지음, 김숲 옮김 / 동녘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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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퀴어, 탐조자로서 살아온 저자의 에세이는 자신이 겪은 일을 토대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준다.



2020년 뉴욕 센트럴파크에서 한 백인여성과 그녀의 개를 본 그는 사람에게 위협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을 보고 그녀에게 그 사실을 지적한 결과 그녀는 오히려 위협한다고 신고하겠다는 말을 듣는다.




만일 이와 같은 상황이라면 얼마나 황당하고 어처구니없다는 말이 떠오르지 않을까?



그는 이후 이 일을 계기로 자신이 관심을 두고 있던 탐조의 시간과 함께 공유하면서 세상에서 함께 살아가는 것의 의미를 생각해보게 한다.




새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자신의 고백을 들려주는 일부터 인간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벌어지고 있는 피부색에 따른 차별, 성 정체성에 대한 시선을 그리면서 사회에 메시지를 들려주는 그의 글은 마치 한 작품 속에 유유히 흐르는 인생의 흐름을 되짚어보는 시간이 된다.




고정관념이란 것이 쉽게 변화될 수 없는 생각들로 이어져 있지만 어떤 계기가 되어 이 모든 것을 서서히 바꾸어 보려는 노력은 필요함을 다시 느껴진다.





여기에 인종차별에 관한 것과 혐오에 반대하는 시위대 노래들과 새들의 비교는 그의 유려한 글로 인해 더욱 가깝게 다가오며 이것이 비록 미국에서 살아가는 저자의 일을 바탕으로 그린 내용이지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 곳곳에 이러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저마다 타고난 것들이 다름을 인정하며 배려와 공존의 삶을 이뤄나가는 세상, 모두가 평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꿈꾸는 자들이라면 혐오가 남발하는 이 시대에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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