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워
다카세 준코 지음, 허하나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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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10년 차 맞벌이 부부 이쓰미와 겐시는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을 포장해 먹는 생활과 무난하게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어느 날 영업직에서 일하는 남편이 회식에서 후배로부터 물세례를 받고 수돗물 냄새가 난다며 목욕을 하지 않겠다고 하는데 이쓰미는 적극적인 행동을 보이지 않는다.



처음에는 자신도 남편을 이해해 보려는 마음에서 며칠 씩 목욕을 하지 않은 방향을 이어가지만 더 이상 스스로  참을 수없는 한계에 도달해 샤워를 하면서도  남편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바꿔놓지 못한다.



도쿄가 아닌 시골에서 살아왔던 이쓰미가 어릴 적 물고기를 키우면서 느꼈던 감정선과 남편의 목욕거부를 동일한 시선에서 생각하는 진행은 가까운 남편이라도 남편 스스로 자신이 겪었던 고충이나 이에서 벗어나고픈 마음의 해소 차원으로 목욕을 거부한 것은 아닌지, 독자의 입장에서 솔직히 남편이 차라리 속 시원하게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았다면 이쓰미의 입장이 훨씬 가벼웠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어떤 틀에 갇혀서 지내는 사회인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는 듯도 한 겐시의 모습은 현대인들의 마음속에 동질감을 느끼게 되는 부분처럼 다가왔고 목욕을 거부하고 오히려 시골에 내려가 자연의 물속에 몸을 맡기는 행동들을 통해 자유로움을 느끼는 모습처럼 보였다. (마치 방류된 물고기처럼...)




일상의 평범함 속에서  목욕을 거부함으로써 신체의 보이지 않은 악취와 타인에게 불쾌감을 느끼게 하는 겐시의 모습, 작은 균열이 깨짐을 통해 상반된 두 사람의 마음을 엿볼 수 있었던 작품으로  단 한 번이라도 시원한 물로 샤워를 했으면 좋겠단 생각이 들 정도로 제목이 주는 청량함이 그리워지는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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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자 잔혹극 복간할 결심 1
루스 렌들 지음, 이동윤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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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전 이 작품을 읽기 위해 구매를 검색했지만 절판이란 사실과 내가 사는 도서관에는 이 책이 없었고 그렇다고 중고책을 구매하긴  망설였던 작품 중 하나였던 이 책에 대한  복간 소식을 마포 김사장님이 전한 소식을 듣고 정말!!! - 믿기지 않았다.




이제는 기억 속의 출판사로만 존재하는 곳에서 출간됐던 책이자 추리 스릴러를 좋아하는 독자들 사이에선 당연히 유명한 이 작품을 읽는 동안 내내 행복하다는 느낌은 나만이 아닐 터, 저자가 담아낸 이야기들 속에 우리들이 살아가는 현시점에서 많은 것들을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됐다.



 -유니스 파친먼은 읽을 줄도 쓸 줄도 몰랐기 때문에 커버데일 일가를 죽였다는 첫 문장부터 압도하는 궁금증은 일단 문맹 때문에 벌어진 그 이유가 이해가 되지 않은 상태로 독자들을 이끈 후 그 이후에 그녀가 왜 이런 범행을 벌였는지에 대해 풀어나가는 형식을 취한다.



그녀가 자라온 환경에서 글을 배울 기회를 놓쳤다는 사실과 그 이후 가정에서의 책임감과 부담, 이후 상대방의 약점을 갖고 돈을 착취하는 행위들은 그녀의 일생에서 큰 영향을 미친다.



그녀가 커버데일 집안에 가정부로 채용되어 성실한 고용인으로서의 자리를 유지하지만 그녀 안에 감춰진 불안감, 일명 문맹이란 사실을 때에 따라 감추면서 주도 용의 하게 모면하는 일상의 일들은 빙판 위를 걷는 듯한 불안감의 연속이다.



예전 어른들의 경우엔 학교에 다닐 기회가 별로 없어 문맹이 많았던 시절이 있었던 시기를 생각하면 글을 알고 쓴다는 행위가 사회 규범 속에서 어쩌면 하나의 권력의 도구로 이용될 수도 있음을 떠올리게 하는데, 유니스에겐 그들이 책과 가까이하는 모습에서 그런 공포감과 분노를 자아냈다는 점은 이 작품에서 보인 메마른 심성으로 자랄 수밖에 없었던 고충을 이해하게 된다.



타인의 눈엔 당연한 것으로 알고 있는 것들이 그것을 수용하지 못한 사람들에겐 얼마나 큰 위협으로 다가오는지를, 설사 선의의 행동으로 인해 그녀의 비밀을 알아냈다 하더라고 그것을 받아들인 유니스의 입장에선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자신의 마지막 보루가 무너졌음을 시사한다.




이는 공감대 형성 부족처럼 보인 유니스가 살인을 저지르고도 태연하게 행동하는 모습이나 무표정한 얼굴,  종교적인 광신에 빠진 조앤의 모습을 통해 더욱 실감 나게 드러내는데, '더 리더'의 한나을 연상시키는 부분들과 겹쳐 보여 더욱 실감 나게 다가왔다.




특히 그녀 스스로 범행에 대한 인지를 하는 시점에서 벌인 행동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는데 비로소  자신의 비밀을 지킬 수 있다는 사실 외엔 더 이상의 뒷 일을 생각하지 못하는 점들은 무지와 문맹, 문해의 차이가 한 인간의 성장 과정에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보인다.



저자는 단순히 문맹으로 인해 사건이 벌어진 것 뒤에 보이지 않은 계급적인 차이에서 오는 교양과 독서, 유니스와는 반대로 책에 미친 독서광인 아들과 대조해 보임으로써 모름과 앎에 대한 경계선을 부각해 보임으로써 교류단절과 더욱 자폐적인 성향을 치닫는 한 인간의 변화를 통해 타인과의 교류에 대해서도 많은 생각을 해볼 수 있는 부분까지 그려낸 작품이라 추천한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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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 문명을 가로지른 방랑자들, 유목민이 만든 절반의 역사
앤서니 새틴 지음, 이순호 옮김 / 까치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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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발전된 역사를 더듬어 올라가다 보면 만나게 되는 유목민에 대한 얘기는 영화나 기타 다른 것들에서 보듯 일부분은 미개인처럼, 일부는 떠돌이 방랑자들처럼 여겨진다.


그러나 이 책을 읽은 후라면 기존의 유목민에 대한 관점을 달리 바라봐야 함을 일깨우는데 내용 자체도 지루하지 않게 스토리텔링에 충실한 저자의 고른 소재의 적절한 배치로 인해 더욱 재미를 느끼며 읽을 수 있었다.



우리들이 배워왔던 기초 지식에는 오래전 인류의 출현부터 시작해 수렵인에서 농경생활로 접어들면서 집단생활, 기초적인 국가의 틀과 이후 여러 가지 기초 체제가 이루어졌단 사실을 익히 알고 있는바, 그렇다면 이런 역사 속에서 유목민에 주목한 이유는 무엇일까? 에 대한 궁금증이 먼저 들었고 그가 전개해 들려주는 이야기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정주 인구가 있기까지 유목민이 있었고 이 유목민들이 이룬 그들의 역사가 오늘날 중요한 매개체이자 역사의 산실임을 일깨운다.



카인과 아벨의 대결부터 시작해 튀르키예의 퀴베클리 테페로 이어지면서 오래 시간이 흘러 이들이 지금의 인도유럽어족의 언어를 사용하는 민족의 뿌리이며 이들이 파생된 국가의 출현은 세계사 역사의 굵직한 큰 획을 그었다는 사실을 들려준다.



노마드란 말의 유래에서 보듯 정주하지 않으면서도 필요에 따라 이주와 정주를 반복하는 삶, 그 안에서 제국을 일구고 서양인들에게 공포로 자리 잡은 아틸라, 몽골제국, 페르시아 제국, 인도, 이집트,  대륙의 각 곳에 살고 있던 원주민들...







세계사를 섭렵하듯이 들려주는 내용은 스텝이란 천혜의 자연과 조화를 이루면서 말을 타고 초원을 누비며 정복해 가는 그 일련의 행동들이 지금의 정주란 기본에 익숙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하나의 자유로움과 방임, 그 이상의 다양한 문화포용과 실크로드에 대한 그 시대를 연상 상상해 볼 수 있게도 하고 유목민에 대한 실상을 제대로 알 수 있는 계기가 되면서 지금도 여전히 우리들 유전자 안에서는 이러한 노마드 기질이 잠재해 있는 것은 아닐는지 생각해 보게 된다.


 

실제 지금도 유적 발굴 현장이나 그 뒤에 담긴 역사를 추적해 가는 사례들을 통해 저자는 우리들의 역사는 정착민과 유목민의 조화로 인한 세상으로 이워졌으며 어느 한쪽에 치우진 결과물로 탄생한 것이 아니란 사실을 말한다.







유목민이 이룬 방대한 역사의 발자취는 문자로 기록됐는가, 아닌가에 대한 추적 과정도 달리 보이지만 서양인의 눈에 비친 관점의 역사가 오늘날 우리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하는 부분들도 없지 않기에 이 책을 통해서 역사를 올바르게 인식하고 바라보는 자세는 물론이고 단순히 양과 소를 몰로 다니며 넓은 초원에 한가롭게 묻혀 지내는 사람들이란 인식은 달리 바라봐야 할 것 같다.



그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역사 일부분이 만들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저자의 솔직한 여행기와 함께 곳곳에 담겨 있는 역사 유적과 인류의 이동을 한눈에 쉽게 바라볼 수 있어서 유용한  책이란 생각이 든다.




특히 디지털 노마드란 말이 자주 오르내리는 요즘 유목민들로부터 시작된 노마드의 여정이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며 그렇기에 노마드란 말이 품고 있는 그 이상의 뜻을 더 이상 간과하지는 말아야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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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도도에 오면 마음의 비가 그칩니다 카페 도도
시메노 나기 지음, 장민주 옮김 / 더퀘스트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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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에만 열리는 도도카페'에 이은 두 번째 힐링소설이다.



현대인들이라면 누구나 느낄 수 있는 지친 마음을 알아주고 심신에 걸맞은 음식을 먹고 마시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곳, 바로 카페 도도를 배경으로 펼치는 5편의 이야기를 통하는 주제는 '상처 치유'다.



일하는 도시 여성들의 에피소드들을 통해 누구나 같은 마음을 느낄 수 있는 내용은 카페 주인인 소로리가 만들어주는 그들의 마음 치유를 해줄 요리를 먹는 동안 자연스럽게 위안을 받는다는 설정이 실제로 존재한다면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한 지인이나 가족들, 그 누구에게도 쉽게 털어놓을 수 없는 마음속 상처를 곁에서 들어주는 카페 주인의 배려와 각자의 삶에서 지치고 힘든 일을 겪은 그녀들은 좋은 인연을 맺었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조급해하지 않으며 손님에게 차와 음식을 내놓는 장면들, 각 사연에 맞는 음식을 실제 맛보고 싶다는 생각과 함께 각자가 지닌 능력을 십분 발휘하며 부딪치는 관계에서 오는 힘든 일들과 마주하는 현대인들의 생활 모습들이 남다르게 다가오게 그린 점,  점차 희망이란 마음을  지니게 하는 흐름들이 따뜻하게 다가온 작품이다.




지칠 때 한 번씩 읽어보면 좋을 힐링 소설, 비가 내리는 오늘 같은 날엔 카레 도도를 찾아가 맛난 음식과 함께 카페 주인 소로리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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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아이
다비드 포앙키노스 지음, 김희진 옮김 / 문학수첩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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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마다 인기를 끌고 있는, 이제는 어느 정도 판타지 문학의 대표자격으로 인식돼도 무방하다 할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해서는  두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해리포터 시리즈에 대해 영화나 원작을 즐겨보지 않았고 그런 탓에 이번 작품을 대하면서 설마 해리포터를 모르고 읽는다면 이해하지 못할 부분이 있을까에 대한 걱정이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우려를 단번에 상쇄시킬 저자의 관점은 공감이란 감정과 주인공에 대한 서사를 통해 인생에 대한 생각들을 해보게 된다.



우리들이 살아가는 세상에서 승자에 대한 생각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는다는 것과  익숙함이지만  그 뒤에 아쉬운 석패나 어떤 일로 인해 패자에 머문 이들에 대한 관심은  적다.



화려한 명성에 가려 아쉬움을 뒤로할 수밖에 없었던 마틴 또한 해리포터 오디션에서 지금의 해리포터 역할을 따낸 대니얼에 가려진 인물이다.



그의 오디션 경험 현장과 그 뒤에 해리포터가 인기를 끌면서 대중들의 관심은 대니얼에게 열광하고 마틴은 평범한 삶 속으로 들어가지만 그의 마음속에 남은 감정은 어떠했을까?



저자는 이런 남겨진 자들의 생각과 고통을 실제와 허구를 넘나들며 분명 소설이지만 읽는 동안 내내 이것이 허구란 생각이 들지 않을 만큼 밀도 높은 이야기를 들려준다.




주인공이 아닌 이인자로서의 삶, 그것이 어디를 가나 온통 자신과 연관된 부분임을 떨쳐버릴 수 없었고 그런 그를 세상 밖으로 나오도록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까지, 작품을 통해 저자는 우리가 몰랐던 마지막 오디션 경쟁에서 남은 한 사람의 이야기를 해리포터가 아닌 이의 인생을 들려줌으로써 또 다른 인생을 들려준다.




마틴이 대니얼을 만나면서 자신이 생각했던 해리포터 역할을 맡은 이후 그의 삶이 행복만으로 가득할 것이란 점을 엎는 대니얼도 인생이 그렇게 행복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면을 통해 그 또한 자신과 별반 다르지 않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장면은 인상 깊다.




허구이긴 하지만 저자는 누구나 인생에 있어서 성공만 하지도 않으며 성공했다고 꼭 행복한 것만도 아님을, 자신의 실패와 고난을 스스로 위축될 필요도 없다는 것을 일깨운다.



가려진 자로서 그의 인생을 통해 인기에 부합하는 인생도 멋지지만 평범함 속에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 또한 생의 모습을 들여다본듯하게 다가온 소설이라 영화와 원작을 좋아하는 분들 외에도 삶의 과정이란 진행을 다른 시선으로 바라다볼 수 있는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도서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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