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동품 상점 (양장)
찰스 디킨스 지음, 이창호 옮김 / B612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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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고전 문학의 선두주자 찰스 디킨스가 들려주는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모두 즐겨 읽을 수 있는 작품이라 이 작품에 대한 기대가 큼니다.
역시나 많은 교훈을 담고 있는 작품, 영원한 고전은 고전이란 말을 떠올리게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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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의 끝 모호
리디아 데이비스 지음, 송원경 옮김 / 난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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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단편소설을 통해 글 그 자체가 하나의 문학이란 독창성을 인정받고 있는 저자의 유일한 장편소설이다.



애초에 짧은 이야기로 생각했으나 장편소설로 쓰인 이 작품은 소설가인 '나'가 화자가 주인공이다.



자신보다 12살 어린 연하의 남성과의 만남과 이별이란 기억을 재구성해 소설로 완성해보고자 하는 화자는 과거 연애를 회상하면서 현재의 인식과 뒤섞이는 감정의 변화를 넘나들며 그린다.



소설이라 흐름상 전개로 볼 때 무난하게 읽을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는데 확실히 저자의 글쓰기법이 독창적이긴 하다.



이해를 하는 것 같으면서도 왠지 정확한 문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확신이 떨어지는 글들, 나에게만 느끼는 것일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 가운데 과거에 그와의 연애 감정에서 다루는 부분에서 우리들이 생각하고 있는 '기억'이란 것에 대한 생각을 다시 해보게 한다.









기억이 시간이 지나면 퇴색하고 윤색되며 정확한 기억인가에 대한 회의감들, 작품 속에서도 그 당시엔 자신이 보기엔 이해할 수없었던 관계의 정황들이 현재 생각해 보면 상대가 왜 그러했는가에 대한 이해와 과거로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아쉬움들, 차례대로 흘러가는 방식이 아닌 기억이란 것이 과거와 현재와 뒤섞이면서 어떤 결말에 도달하지 않는 묘한 느낌을 받게 한다.




첫 문장부터 마지막까지 '끝'에 집착하는 형식을 취한 글들을 따라가다 보면 저자의 소설 속에 흘러들어 간 연애의 감정이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기억과 상상력, 그를 만나고 이별하고 다시 그를 찾아가는 여정과 다시 이별하는 과정의 반복성에 대한 교차점들이 소설로써 그려보려 한 화자의 의도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된다는 점으로 이어져  열림이란  가능성에 대한 미지의 궁금증을 일으켰다.



이야기의 끝인 것 같은 시작으로 했지만 무언가 남겨진 듯한 감정들은 지나간 것에 대한 모든 것들을 되돌아보게 한다.



그것이 소설 속에서는 연애라는 감정으로 연인들의 사랑과 이별이지만 세상의 넓은 시각으로 본다면 무릇 기억이란 것은 시간이 지나가면 점점 희미해져 간다는 사실을, 그럼에도 저자의 마지막 여정은 아직도 끝을 맺지 못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독자들은 현실적인 공감 속에서 과거와 현재을 오고 가는 저자의 글에 빠져든 것일 수도 있다.)



독특한 글쓰기를 통해 문학의 한 갈래처럼 느껴볼 수도 있는 신선했던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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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페스 네페세
아이셰 쿨린 지음, 오진혁 옮김 / 호밀밭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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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튀르키예 문학 작품을 간간히 접해오고 있었지만 이번 작품을 쓴 작가의 작품은 국내에 처음 소개가 된 분이다.



대표적인 오르한 파묵 외에도 튀르키예 문화와 정서가 담긴 작품들, 여성들의 삶을 그린 작품들과는 다른 현근대사 속의 튀르키예 역사를 담고 있는 이 작품은 한마디로 흠뻑 빠져들었다.



영화 쉰들러 리스트를 떠올릴 만큼 자국의 국민들은  물론 가짜 튀르키예 여권을 만들어 같은 기차에 탑승하게 하는 타국 사람들까지 포용한 그들의 이야기-



 고국에 데려가기 위해 노력한 외교관들의 모습이나 기차를 타기 위해 목숨 건 탈출을 감행하는 프랑스 내에서 살아가던 그들의 모습이 긴박감과 행여라도 뜻을 이루지 못할까 조바심이 많이 들었다.



작품 속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인생사는 튀르키예, 파리, 마르세이유, 그 외 국경을 하나둘씩 넘어가는 과정에서 겪는 두려움이란 동반자까지 어느 것 하나 정상적인 모습을 찾기란 불가항력적임에도 인간의 진정한 삶의 모습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게 된다.








장군출신의 아버지 파즐 레샷이 두 딸을 가진 가장으로서 오스만 제국이 무너지고 현대적인 국가의 모습으로 이어가던 고국의 모습에 찬반의 감정을 지닌 모습은 튀르키예의 혼란한 그 시대의 모습처럼 비쳐 보인다.



여기에 외교관 마짓과 결혼한 첫 딸 사비하는 남편의 바쁜 국가적인 일로 인해 부부간의 갈등과 자신보다 키가 더 크고 미모에서 차이가 나는 동생 셀바에 대해 가진 복잡한 감정을 지닌 채 우울증 증상 환자처럼 지내는 모습과 이와는 정 반대로 대대로 의사 집안 출신인 유대인 라파엘과 사랑에 빠지고 결혼을 감행하는 셀바의 인생 모습은 대조적이다.



작품 속에서는 여러 가지 갈등들을 통해 인간 본연의 진정한 자유와 사랑에 대한 우선순위는 무엇일까에 대한 물음이 들게 한다.



현대적인 교육방식을 딸들에게 지원한 아버지가 정작 종교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결혼 승낙을 거부한 모습에는 서로 다른 종교관에 대한 관용의 차이, 유대인들이 스페인에서 어떤 고난을 겪고 튀르키예에 정착하게 됐는지, 여기에서 각자 다른 나라로 다시 흩어져 프랑스에서 자리 잡고 살아가지만 독일의 침공과 비시정부의 압박으로 다시 이동해야 만 하는 숨 막히는 삶의 하루하루가 너무도 버겁게 다가온다.



셀바와 라파엘이 마르세이유에서 튀르키예로 가기 위한 기차 여행은 읽는 내내 독자들도 한 몸이 된 것처럼 숨을 죽일 수밖에 없는 한계까지 오는 느낌을 마주할 수 있으며 이런 일들 과정 속에서 웃음과 희망, 좌절과 슬픔, 분노에 이르기까지 그들이 겪는 일들은 한 편의 영화처럼 흐른다.




저자는 소설 속에서 다룬 각 등장인물들의 생각과 행동, 당시 튀르키예가 겪었던 지정학정 위치와 외교 줄타기, 여기에 결정적으로 외교관으로서 자국 국민에 대한 탈출 돕기를 마다하지 않았던 이들의 행동은 감동적이다.



국가가 있어야 그 나라 국민이란 이름으로 행동할 수 있는 요건들, 종교가 무엇이길래 서로 사랑하는 이들의 앞날에 이토록 힘든 일을 겪어야만 하는가에 대한 생각들, 그럼에도 진실된 사랑이란 이름으로 그들이 헤쳐나가는 모습에서는 많은 여운을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의 인생에서 무엇이 가장 중요한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물음과 마주하며 라파엘을 선택한 셀바, 이탈을 꿈꾸었지만 현대적인 교육을 받았음에도 마음속엔 여전히 전통적인 가치관과 남편, 아이를 생각하며  그 꿈조차도  포기하는 사비하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그들뿐만이 아닌 모든 인간들을 대하는 이해와 종교를 넘어선 진실된 사랑의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네페스 네페세가 '숨 막히는', '긴박한'이란 뜻이라는데 작품 속 내용과 정말 일치하는 느낌으로 와닿는 부분들이 많았고   앞으로도 작가의 새로운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면 좋겠단 생각이 든다.





- 우리가 어떤 시대를 살았는지를 다음 세대에 전달하는 게 작가의 임무라고 생각한다.

내 취향과 기분에 따라 작품을 쓸 만큼 한가롭지 않다.- 저자의 말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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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울 때에야 보이는 것들이 있습니다 - 슈테판 츠바이크의 마지막 수업
슈테판 츠바이크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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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유명한 작가로서 그가 남긴 작품들이 지금도 여전히 독자들의 가슴 한편에 자리 잡고 있는 슈테판 츠바이크의 미공개 에세이를 만났다.




그가 자살로 생을 마감하기 전까지 남긴 작품들을 떠올려보면 이 책에 담긴 소소하면서도 큰 울림을 주는 글들로 인해 다시 한번 그가 남긴 글들이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많은 울림을 주고 있다는 생각이다.




이 책에 담겨있는 9편의 글들은 나치를 피해 브라질로 망명하면서 살아가던 시기에 남긴 기록이자 그동안 묻혀있거나 공개를 원치 않았던 이유로 인해 빛을 보지 못한 글들로 히틀러의 만행이 극에 달한 시기를 겪었던 그의 진정한 글들이 호소력 있게 다가온다.





첫 이야기 주인공인 안톤의 경우만 해도 그렇다.







돈에 얽매이지 않으며 이웃들에게 친절하며 스스로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인의 삶을 살아가는 그를 통해 저자 자신이 스스로 생각하던 삶에 대해 독자들에게 감동을 주는데, 마치 드라마 갯마을 차차차에서 나오는 홍반장이 떠오르는 것은 왜인지^^(물론 홍반장은 일정 수고비를 받긴 했지만 타인을 도우려는 선의의 마음에서 보면 비슷한 부분들이 있다.)




여기에 전쟁이 주는 피해와 충격으로 인해 일반인들이 겪은 임계점을 넘어설 때 보인 감정의 소요에 대한 글들은 지금도 전쟁 중인 국제적인 일들을 떠올려 보면 그때나 지금이나 우리들의 생각방향과 행동들에 대한 저자의 통찰력은 놀랍다.







단순히 한가롭게 낚시 사냥꾼으로서의 일에 몰두하는 이를 보면서 글을 통한 그의 인간의 한계,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 당시 히틀러의 일들은 그가 호소하는 문장문장마다에 짙은 분노와 안타까움, 그러면서도 우리들이 살아가는 이 세상은 살만하다는 용기와 유머를 건네는 센스도 놓치지 않는다.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들의 삶이 나의 의지와는 다르더라도 어린 시절 동급생에게 다가서지 못했던 '용기'에 대한 깨달음은 물론 곳곳에 포진하고 있는 무한한 애정의 삶의 애도가 엿보여 찬찬히 읽어보게 되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짧은 분량의 글들로 채운 글들이지만 되려 그 안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무엇보다도 깊은 마음의 감동과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들로 가득 찬 작품들, 어두울 때에야 비로소 보이는 우리들의 시선은  많은 생각할 거리를 준다.




두고두고 읽어도 좋을 책으로 올려본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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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집
가와카미 미에코 지음, 홍은주 옮김 / 책세상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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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색으로 전체적인 분위기를 밝게 연상했다면 이 작품을 읽은 후엔 노란색이 주는 다양한 점들을 달리 바라볼 것 같다.



창문과 대문, 그리고 벽에 이르기까지 노란색으로 과감히 색칠한 이유는 단지 좋아하는 색깔인 것도 있지만 적어도 이토 하나란 주인공에게는 그 외에 많은 것들을 상징한다.




어린 시절부터 낡은 문화주택에서 엄마와 단둘이 살면서 지내던 하나는 아버지의 희미한 존재감과 스낵바에서 일하는 엄마가 벌어오는 돈으로 가난한 삶을 사는 소녀다.



엄마의 지인으로 알게 된 기미코가 어느 날 그녀들이 사는 집에 잠시 머물던 시절 가까워진 하나는 갑자기 사라졌다 나타난 기미코를 따라 학업도 포기한 채 그녀와 가게를 시작한다.




독립을 꿈꾸던 하나가 악착같이 모은 돈을  엄마 남자친구가 훔쳤다는 사실에 좌절과 실망, 이후에 집을 떠나고 싶단 마음이 왠지 이해가 가더라는...




기미코 이름에서 노란색이 의미하는 뜻이 들어있고 가게 이름도 '레몬'이라 지은 근간에는 이제 세상에는 기미코와 자신, 단 둘 뿐이라는 새로운 '가족'이 자리 잡고 있음을  깨닫는 과정이 그녀의 작은 행복처럼 보인다.




- 개나리색, 병아리색, 바나나색, 레몬색. 노랑에도 여러 노랑이 있었다. 그러나 그것들 모두의 공통점은 아무튼 다 노란색이란 것, 그리고 노란색은 노란색인 것 자체로 우리에게 용기와 안도감을 주는 특별한 색이라는 것이었다. -p 125




여기에 새롭게 사귄 가토 란과 모모코까지 서로의 집안 사정상 함께 지내면서 하나가 겪는  인생의 회오리바람은 세상살이가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음을, 소녀에서 성인이 되고 그들이 어떻게 서로 헤어지게 되는지를 추적하는 드라마처럼 다가오는 작품이다.







'돈'이 주는 힘의 논리 앞에서 일찍이 세상을 살아가려면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 이 작품이 그들이 헤어진 후 20년이 흐른 현재 마흔이 된 하나가 우연히 접하게 된 기미코와 연관된 사건을 통해서라는 설정이 과거의 일을 묻고 살아왔던 그녀의 마음을 다시 두드리는 계기가 된다는 점은 또 다른 만남의 애잔함을 느껴볼 수 있다.





부모라 해도 자식의 앞 날에 도움을 주지 못했던 사람들, 기미코를 의지하며 새로운 기족의 형태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려 했던 하나의 마음이 작품을 읽으면서 동화가 되는 부분들은 이마저도 놓친다면 누구를 믿고 살아가야 하는가에 대한 외로움과 두려움, 여기에 범죄의 길에 들어설 수밖에 없는 지독한 현재의 삶이 너무도 생생하게 다가왔다.




누군가에게는 평범한 가족이란 형태가 하나란 인물에겐 너무도 소중한 꿈이었고  그 꿈을 좇아 열심히 노력했건만 처지는 달라도 가토와 모모코가 생각한 관점은 또 다르게 보인다는 점들이 기미코란 여인을 중심으로 저마다 생각들이 달랐음을 여실히 보여준다.




하나가 했던 범죄 행위는 분명 옳은 행동은 아니었지만 결핍을 만회하기 위해서, 단지 가족해체만은 피하고 싶었던 작은 소망으로 시작한 것이기에 정말 안타까웠다.




소외된 자들이 모여 살던 집, 노란색이 주는 안정감이 더 이상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지, 가족애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해보게 된 작품이다.








***** 출판사 도서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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