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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북촌에서 - 골목길에서 만난 삶, 사람
김유경 지음, 하지권 사진 / 민음인 / 2009년 11월
평점 :
품절
조선 왕조 500년 역사에서 수도 한양이 차지하는 의미는 실로 그 의미가 엄청크다. 영국이나 일본, 다른 유럽국가들처럼 입헌군주제를 유지하고 있다면 아마도 이 책에서 언급된 것 외에도 실로 우리가 체감할 수 있는 많은 살아있는 역사를 보고 듣고 느끼는 기회가 더 많았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사진보단 글이 더 많이 수록이 되어있고 건축적인 면에선 문외한이기에 읽어가는 도중에 글을 곁들일 사진 해설이 더 피부에 와 닿았다. 요즘도 부촌이라고 일컬어지는 성북동을 위시해서 세검정, 남산, 덕수궁, 삼청동, 피맛골, 광화문, 보신각 종, 숭례문, 동대문, 궁궐의 여인네들, 성돌이, 영산제, 국사당등,,, 이렇게 북촌에 명소가 많은 줄은 몰랐던 것이 글을 읽고 난 후의 느낌이다. 지금은 많이 사라진 골목골목마다의 나무대문이라든지, "이리 오너라!" 하고 문고리를 잡고 흔들면 언제라도 버선발로 손님을 맞이 할 것 같은 한옥의 모습이 정겹게 그려진다. 어린 시절, 숨바꼭질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나고, 지금은 그나마 도시 계획이라고 해서 일부를 소방차가 다니게끔 도로가 매끈한 허리처럼 펼쳐진 모습을 표현한 것을 보고 , 굳이 옛 것을 고집해야만 한다고 주장하는것은 아니지만, 로마의 수 천년 된 아피아 가도나 지금도 살고 있는 후대 자손들이 이용하고 있는 거리의 도로처럼 우리의 옛 골목길도 다른 방안을 연구해서 길이 남을 가치가 있는 것으로 보존되었음 하는 바램이 든다. 한,중.일의 정원 구조 자체가 그 나라가 갖는 특성에 맞게 모두 다르단 것을 얼핏 본 적이 있는데, 일본의 조밀조밀하고 치밀한 , 깍아지른 둣한 일률적인 조경이 (예로 분재를 보면 알 수 있다.) 대표적이라면, 중국은 광대한 대륙답게 큰 스케일이 있는 반면, 우리의 정원은 일본처럼 오밀하지도, 크지도 않지만 자연에서 물 흐르듯 친화적인 자연 상태를 최대한 유지하면서 보여주는 조경이 가히 감탄을 불러 일으킨다고 한것을 읽은 적이 있다. 흥선 대원군의 별장 석파정의 한 정자만 봐도 그것을 보는 순간, 자연과 같이 묻어나오는 고요적적함 속에 우뚝 솟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며, 세검정이 옛 학창시절에 소풍으로 가는 단골 장소였다는 점도 더욱 친근감이 들게 한다. 우리의 예쁜 말인 "성돌이"는 잊을 수가 없을 것 같다. 하루가 모자랄 지경인 서울 근방의 성벽 여행이야기를 읽고 있노라면 지금 당장이라도 책을 덮고 가벼운 산책을 겸해서 사색의 나락으로 빠지고픈 유혹을 느끼게 한다. 또한 지금의 인사동이 많은 도시 발전으로 거리의 도로가 옛 맛을 느낄 수 없는 추억으로 묻혔지만, 피맛골 사람들의 자긍심으로 버틴 가게의 이야기, 이것도 철거 장소로 서서히 그 모습이 사진으로 남을 것이란 생각엔 서민의 심장부 한 곳을 도려낸 듯한 아픔을 느낀다. 모든 예술인들이 모여서 술 한잔 들면서 추억과 노랬말과, 인생의 노래가 깃든 그곳이 멀지않아서 후손들에게 18세기~20세기 초의 도성 안.밖의 모습을 사진으로 밖에 접하지 못하는 우리네 심정과 같겠지 하는 생각이 든 것은 현재도 진행중인 개발의 암면을 보여준 것이라 생각한다. 세종문화회관의 건축부터 현재의 길상사로 바뀐 요정의 사연, 삼청각의 뒷 얘기, 보신각을 지키는 사람들의 마음 하나하나가 현대화 속에서도 유유히 흐르는 우리네 맥을 그나마 지탱해 주는 장소가 아닐까 쉽다. 근대에 들어와서 벌어지는 열강들의 야심 속에서 그나마 교육의 필요성을 알고 학교를 세운 대궐의 여인들의 얘기며, 궁중 복식을 연구한다는 말에 기꺼이 왕비의 복식을 내준 이야기는 처음엔 흐뭇한 마음이 들었지만, 왕족이 무너졌다 해서 그 안에 살던 사람들의 존재조차도 신경쓰지 않고 무심히 바라만 봤던 국민의 자세도 생각해 봐야 하지 않나 한다. 불교, 유교, 유학의 삼박자가 맞아 들어가면서 우리나라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됬듯이 생활 곳곳에서 보이지 않는 민속신앙의 모습과 조계종의 선 구도 자세와 다른 몸으로 표현한 영산제의 모습도 시간이 나면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들게 했다. 한국에 사는 외국인이건, 잠시 머문 외국인이건, 한국의 가장 잊을 수 없는 특색 중 하나가 다른 나라에서는 볼 수 없는 도심 속에 언제라도 찾아가서 볼 수 있는 궁궐과 옛 모습을 많이 간직한 건물이 조화롭게 유지해 간 모습이란 말을 많이 들었다. 북촌의 이렇게 볼 것, 느낄 것이 많은 곳에서 론리 플랫 책자처럼 한국의 참 모습을 보고자 하는 외국인에게 하나의 여행 지침서가 되도 손색이 없단 생각이 들었다. 반기문 유엔 총장이 머물 집에 한국에서 공수해 간 자재로 한국의 모습을 담을 저택을 마련한단 소식을 듣고 뿌듯했던건, 일본인 조차도 우리의 자기 문화의 우수성을 위해 보존하려는 노력이 있었듯이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이란 말처럼 소소한 우리네 일상 생활도 소중히 알고 지켜 나가는 자세도 필요한단 생각을 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