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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개의 사랑 - 우리가 알아야 할 사랑에 관한 거의 모든 역사
다이앤 애커먼 지음, 송희경 옮김 / 살림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우선 두껍다. 약 500페이지가 약간 넘어가는 책이다. 이 작가에 대해서는 이 책이 처음으로 천 개의 사랑이란 제목이, 소설속의 다양한 사랑의 형태려니 했었으나, 이 작가의 전공답게 전방위적인 인류의 사랑의 역사에 대해 다양한 해석과 여러 학자들의 글도 함께 실려있어서 아주 유용한 교양서란 생각이 들었다. 책 목차부터도 사람의 흥미를 유발할 만한 소 제목부터도 심상치 않치만 처음 읽어 내려가면서 약간의 인내심이 필요하다. 이집트, 그리이스. 로마에 이르기까지, 우선 고대부터의 사랑론이 시발점이지만, 그리 흥미를 끌 만큼 글의 흐름이 집중을 못하게 한 점도 더러 눈에 띄인다. 하지만 광대한 자료를 토대로 자신의 전공부터 정신학, 예술학, 미술, 동물들의 세계,원시림에 살고 있는 다양한 부족에 이르기까지 점차 읽어내려가면서 집중력이 폭발한다. 태초에 인류가 생성되기 전에 살았던 공룡이 살아 있었다면 오늘날 포유류로 구분되는 우리 인간이 살 가능성은 희박했을 거란 얘기부터, 인간의 모태가 되고 있는 물고기 모양,고대의 섹스관이 지금처럼 남.녀가 서로 원하고 환희의 과정을 같이 공유하기 까지 , 그리고 그것을 허용하기까지 오랜 세월이 흘렀음을 예시한 점은 이채롭단 생각이 든다. 고대 아테네, 스파르타, 그리이스,로마에 이른 시대의 여인이 갖춰야 할 상은 우리의 조선시대 규방 규수들을 연상케 할 정도로 수동적이고 그저 생산의 이미지로만 새겨있단 점이 살고 있던 지역과 시간이 다르지만 어쩜 이리 뿌리까지 근성들이 남아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프로이트의 정신학, 융과의 관계. 베토벤의 청각을 잃으면서 까지 음악에 열중하게 된 사랑, 카사노바의 사랑주의 실천 행동, 이룰수 없는 중세의 종교에 의한 지배적인 사랑 앞에서 이루지 못하는 사랑 , 결혼반지를 끼는 손가락의 유래... 이 작가의 사랑에 대한 역사 서술은 끊임이 없이 흘러 넘쳐나는 술잔에 담긴 술을 연상케한다. 이 가운데 잊지 못할 부분은 남,녀 간의 키스의 유래와 그것이 사랑이란 명제 앞에서 어떻게 발전이 됬는가와 암컷이 수컷을 고를때 고려하는 것들이란 제목하의 글은 이 부분에서 가장 핵심적인 로맨스를 서술한 것이 아닌가 한다. 두 남녀간에 이뤄지는 사랑의 시발점은 디너 데이트로서 한 마디로 하자면 구애섭식이란 말이 가장 잊혀지질 않는다. 여기엔 남자가 여성의 관심을 끌기 위한 첫 행동으로 이것은 인간만이 아닌 다른 동물들이나 곤충에서도 쉽게 구애 장면으로 시작된다고 하는 점이 눈길을 이끈다. 대부분 사랑의 논리에서는 여성이 주도권을 잡고 있으며. 여성으로서는 남성을 택할 조건중에 첫 번째는 건강, 이것이 아주 튼튼하단 생각이 들면 자신이 출산한 자식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먼 미래의 일을 생각하고 행동에 옮긴다는 점과 둘째는 재력을 따진다는 면에선 아주 먼 고대적 부터 변치않는 어떤 불멸의 논리가 정해져있단 생각이 들었다. 여기엔 음악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들어있으니 , 중세시대의 음유시인들이 본격적으로 사랑의 시를 읆음으로서 그간의 절제되었던 중세의 소위 말하는 사랑의 시대가 도래되었음을 예시해준다. 궁정연애론으로 부터 출발해서 기사도가 결혼한 유부녀로부터 어떻게 사랑을 받게 되는지, 영화속에서는 낭만적으로 그려지는 성 안의 여성과 기사도 정신에 투철한 기사들의 사랑도 결국엔 규중에 갇혀 있던 여성들의 유일한 사랑 표현법이 지나가는 소문난 기사를 만나는 장면을 기대한다는 구절엔 허탈감마저 든다. 1930~50대의 노래는 여성이 사랑을 갈구하는 노래가 다반사이고 50~60 년대에는 사회변혁 , 자유분방한 섹스, 신비주의 사랑, 증산층의 금기사항 타파가, 80년대에는 남성들이 섹스를 원하면서도 책임을 원치않는 외톨이형의 사랑 형태를 나타낸다고 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었던 Weeing의 의미가 어떤 환상적이고 새로운 출발의 연장선을 나타낸 듯한 말이지만 실제 알고 보면 그 유래가 그리 밝게 시작되지 않았다는점, 신혼여행의 유래 또한 이에 못지 않다는 점까지, 두루두루 작가는 우리가 알고 있던 각 나라의 풍습과 문화, 시대의 흐름에 따른 각기 다른 형태로서의 사랑의 정의를 분석해내고 있다. 사랑의 종류도 우리가 알고 있는 로맨스로 부터 시작해서 엄마와 아기의 자궁과 태아적의 사랑, 자웅동체로 돌아가려는 사랑의 형태, 이 밖에도 인터플라스트란 이름으로 봉사활동하는 이타적인 사랑의 형태로 뭉친 의사들의 모임, 남태평양에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자식에 대한 사랑관 다른 애완동물에 대한 인간이 보여주는 사랑현상에 대한 기술에선 참으로 탁월한 섬세한 필치를 보여주고 있단 생각이 든다. 특히 인간이 동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 표현감정에는 진짜 자식에게는 기대치도 크지만 애완동물에게선 아무것도 기대하는 바가 없기 때문에 그 동물들을 사랑하고 우리들을 내내 즐겁게 해 준단 말엔 많은 공감을 불러 일으킨다. 작가 자신이 둘러본 자연사 박물관 내의 여러 전시물을 보면서 그것이 전시물에 한정된 작품이 아닌 이웃과 가족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는 것이라면 어는 정도는 성공한 것이란 말엔 고개가 끄덕여진다. 세상엔 볼 것도 많고 읽을 것도 많고 나눌 것도 많은 여러 미디어 홍수 속에 살고 있지만 그 가운에 진정으로 중도를 지키고 살아야 할 가장 기본 중에 하나가 사랑이란 감정을 가지고 살아가야 한다는 걸 많이 느끼게 해 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