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자 - 속수무책 딸의 마지막 러브레터
송화진 지음, 정기훈 각본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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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내 눈은 엄청 부어서 누가 보면 권투선수에게 맞아서 엄청 부은 눈 처럼 보일정도로 퉁퉁이다. 

아이~ 읽지 말걸 하는 후회부터 밀려온다.  영화는 아직 보지 않은 상태에서 책 부터 먼저 집었다. 요즘 유행 추세인 순수문학을 가지고 영화로 만든것도 있지만 영화로 성공해서 책으로 나오는 경우도 다반사라 어떤 것을 먼저 보고 그 감성을 말하기는 각기 다른 개인 취향일터, ... 

가장 가깝고도 그래서 어떤 경우엔 더욱 그 행동과 하는 말이 미워서나는 닮지 말아야지, 생각도 하고  토라지기도 하고 싸우기도 하는 사이... 견원지간이라고 하기에도, 오월동주라 하기에도 웬지 적당한 둘 사이의 공존 관계를 나타내기 어려운 사이가 바로 모녀지간이 아닌가 한다. 애자, 애~자. 자~ㅇ~애~자라 놀림을 받으면서 위론 2살 터울의 오빠가 있긴 하지만 신체적인 결함이 있어서 나 , 박애자는 엄마에게는 뒷전인 어렸을 부터 가졌던 엄마에 대한 감성은 그리 좋을 리 없고 오히려 부산 아가씨의 전형적인 활달하고 드센 성격을 가지고 살아간다. 자기 보호본능을 위한 환경 탓도 있고 제 1순위인 오빠, 2순위인 동물병원장인 엄마 최영희 여사의 사랑스런 동물들과  자신은 3순위에 해당이 된다고 생각한 애자는 엄마의  드센 등을 후려치는 트레이드 마크 손뼉 맞음이 오히려 엄마의 그런 성격을 고스란히 나타낸다고 생각한다. 글을 쓰겠다고 작가로 나선뒤 갑작스런 엄마의 아픔은 두 모녀사이를 한 집안 따로 또 같이란 일심동체의 생활 모드로 전환을 시키게 된다. 거침없이 나오는 엄마의 말 솜씨와 그에 맞대고 소리 지르면서 생활하는 애자의 애증어린 생활속엔 엄마 나름대로 아들을 불구로 만들었단 죄책감과 죽기전에 망나니 딸의 성혼만이라도 시켜보고자 하는 맘이 여리고 아프게 다가온다. 섬세한 감정 표현도 없는 엄마지만, 그래서 자신은 엄마에 대한 감정이 좋을리 없고 늘 집안을 겉도는 생활을 하는 이방인이라고 생각한 애자지만, 막상 엄마의 죽음을 눈 앞에 두고 지난 세월을 돌이켜보니 엄마와 함께 한 생활이 그리 많지 않음을 깨닫게 된다. 여기서 줄창 독자들을 울음 모드로 이동시켜 가는 책의 내용은 위험하단 걸 알면서도 엄마가 먹고 싶어하는 회를 소주와 같이 먹는 장면, 노트북에서 메신저로 서로 대화하는 장면, 마지막 고통에 겨운 나머지 하늘 나라로 가게 해달란 엄마의 청을 읽는 장면에선 웃음, 콧물, 울음이 복합적으로 나열된 3종세트 시리즈로 나를 뒤흔든다. "어버이 살아생전 섬기길 다하란 "시조가 생각나는것은 이 책이 우리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녀지간의 이해가 안 맞는 부분과 그 상황에 맞는 대사가 살아넘치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내 곁에 있는 존재는 보이지 않아도 항상 내 곁에 있으리란 믿음이 존재하기에 여기에서도 항상 드세고 아들밖엔 모르는 엄마란 존재가 내 곁을 떠난단 판정 앞에선 거칠던 애자도 양순하면서도 자신의 뜻에 따라서 움직여주지 않는 엄마가 마냥 야속하기만 했을 것이다. 내소사 할머니 주지 스님의 말이 가슴을 울리는 것은 애자는 엄마 한 사람만을 떠나보내는 것이지만, 사랑하는 모든 사람과의 인연을 떠나 보내야만 하는 엄마의 심정도 헤아리란 말씀엔 카타르시스가 폭팔한다. 엄마와의 이별을 마치고 다시 시작한 생활이 소설 발표란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장면에선 예의 엄마의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휘바람 소리 흉내내기로 마무리 하는 우리 모두의 딸 애자에게 힘찬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감독이 많은 사람과 인터뷰하고 조사해서 나온 것이라 그런지 간만에 모처럼 엄마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 보게 하는 시간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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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18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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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짜여진 한 편의 드라마를 본 것같다. 촘촘이 짜인 그물망에서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인간들의 심성을 잘 파헤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고백이라? 맨 처음 제목부터가 나를 이끌었지만 이 책 내용에선 한 사건을 두고 그 사건에 연관된 사람들이 그 사건에 대해 받아들이는 기준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바라보고  그 받아들인 감정을 고백이란 형식을 빌어서 쓰여지고 있다. 싱글맘이자 학교 교사인 엄마가 딸을 홀로 키우던 와중에 근무하던 학교 수영장에서 딸의 시신을 발견하고 수습하면서 마지막 종례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교사라는 직업적 윤리관에서 자유롭고 딸의 죽음을 복수하기 위해 퇴직한다는 솔직한 고백 앞에선 교사이기전에 한 어린 딸의 엄마란 지위가 먼저임을 상기시키고 그 나름대로 복수하기 위한 치밀한  계획과 실현이 있었음을 학생들에게 알리면서 사건의 전개는 그야말로 폭풍전야의 길을 걷는다. 사건에 연루된 두 학생이 가진 생각하는 그 당시의 사건의 진행상황이 둘이 똑같은 시간에 실행을 했음에도 전혀 다르게 생각하고 결말이 예상치 못한데서 흘러간 심정에 대해서 그 맘을 고백하고 있다. 이 가운데에서는 가정환경이란 무시 못할 무형의 존재감이 버티고 있고 나오키가 생각하는 여린 심성과 그 여린 심성 때문에 빗나간 행동이 끝내는 돌이킬 수 없는 살인이란 죄를 저지르고, 그렇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아들 나오키를 바라보는 엄마의 심정이 또 다른 각도에서 이해를 하는 심정이 일기에 씌여지면서 그것을 읽고서 사태수습에 애쓰는 딸의 생각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애초에 엄마에 대한 애정을 정말 그리워하며 자랐지만 그 누구에게도 따뜻한 말 한 마디를 듣고 자랄 수 없었던 와타나베의 그릇된 해바라기식 엄마사랑이 결국은 주위의 모든 사람들에게 고통을 안겨준다. 마지막 고백파트에서 교사가 허를 찌르는 고백을 읽고나선  아! 하는 외침이 절로 나오지만 과연 이 사건이 실제로 존재한 사건이라면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지 정말 혼동이 된다. 알고보면 와타나베를 바라보는 시각은 애정결핍에 따른 , 엄마로부터 자신의 존재를 나타내보려는 생각 발상이 나쁜것은 아니었지만, 그것이 뜻대로 되지 않자 사건이 점점 커져서 전개되고 , 읽다보면 와타나베의 엄마란 사람의 캐릭터에 대해서 정신적 성향에 대해 궁금해진다. 원하던 바를 이루지 못하고 사는 결혼생활의 분풀이는 아들에게 퍼붓고 나중에 재혼으로까지 이어지는 상황을 바라본 와타나베의 생각은 하고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었다. 어린 청소년이기에 생각 자체가 어른처럼 깊지 못하고 충동적인 생각으로 옮긴 행동이 돌이킬 수 없는 나락으로 이어졌지만  이 소년을 바라보는 감정은 괘씸하면서도 뭐랄 말 할 수 없는 인간적인 연민을 이끌어내게 한다. 싱글맘으로서 오로지 딸만 바라보고 살아왔던 엄마였지만 그 두 소년을 용서할 수 없었던 심정엔 자식을 먼저 떠나보낸 죄책감이 엿보인다. 독특한 소재로서 시종 손에서 책을 놓을 수 없게 만드는 작가의 솜씨가 처음 낸 소설로서 이렇게 큰 문단의 영향을 받을만 하단 느낌이 들었다. 피가 낭자한 스릴이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심리적인 스릴을  그려낸 것이라 더욱 그렇단 생각이다. 읽기에도 책 두께도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내용은 알찬 책이란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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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튜어디스 비밀노트 - 만 미터 하늘 위에서 배운 인생의 기술
정진희 외 지음 / 씨네21북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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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를 탈 때마다 승무원들의 미소가 아주 기분좋은 아침을 맞은 양 설레게한다. 이 책에선 우리가 알고 있던 사실들이나, 미처 몰랐던 곳, 예를 들면 맛난 음식점 추천장소나, 보온 고무팩 같은 것은 아주 유용한 얘기다. 유니폼만으로도 멀리 공항에서 부터 가방을 이끌고 나오고 들어가는 그녀들을 볼 때면 안타까운 내 신체 사이즈를 원망하곤 했지만, 지금도 볼 때면 그들 나름대로의 직업적인 고충도 있겠지만,  그래도 동경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기내에서의 당황스러웠던 사건이나, 음식을 고객이 원하는 대로  좀 더 마련해주고픈 서비스 정신, 신참들이 겪는 에피소드들이 그림과 더불어서 재밌게 읽혀진다.  한 번 비행에 나선 동료를 다시 만나 비행할 기회가 그리 많지 않단 글엔 몰랐던 부분이라서 그런지 새롭단 느낌이고, 쓰나미를 겪은 당사자의 심정이 그대로 전해오는 것 같아서 같이 그 감정으로 동화되고 있단 느낌이 들었다. 유행패턴의 시계 착용이나 화장품 사용, 휴가를 얻기위해 55분에  컴 앞에 앉아서 신청하는 모습엔 원없는 타국 여행을 해서 좋겠단 우리네 사람들의 생각을 무너뜨린다. 비행 이륙시간 조절이나 한 달간의 스케쥴이 나온단 얘기부터 매 번 테스트를 통과해야 하는 심정, 엄마로서 자녀를 맘껏 돌봐주지 못한단 미안감, 만화로 표현된 승무원 남편이 겪는 셔터맨이 아닌 도어맨이 되어 모시고 오는 상황, 홀로 TV앞에서 지내는 독수공방 모습의 표현이 재밌게 그려져있다. 승무원으로서 부탁하고 싶은 글이 다음 비행기를 탈 때엔 좀 더 신경을 써줘서 서로가 편안한 여행이 될 수 있도록 해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전에서 겪은 일을 엮은 글이기에 승무원이 희망인 사람에겐 좋은 참고가 될 듯하고. 몰랐던 비행의 여러가지 일을 알게 된 점도 흥미를 가지고 볼 수 있는 책이라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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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원의 도시들
코맥 매카시 지음, 김시현 옮김 / 민음사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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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3부작으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제1편 '모두 다 예쁜 말들"을 빼곤 우선 "국경을 넘어'와 마지막 편인 '평원의 도시들'을 먼저 들었다. 1편 격인 '모두다... 에서 나오는 존 그래들과 2부의 빌리 파햄이 서로 친 형제처럼 맥 맥거번 목장에서 같이 생활하면서 일어난 각 인생의 쓸쓸한 인생 여정을 그리고 있다. 매카시 소설의 특징인 따옴표 없는 대화체가 읽어가는 동안 어떤 때는 누가 한 말인지 알 수 있다가도 읽다 보면 혼동이 와서 헤매는 것이 특징이다. (나만 그런가?) 무건조한 대화속에서 묻어나오는 끈끈한 인간애와 우정이 잘 드러나고 있다. 멕시코와 미국의 국경을 맞대고 있는 환경에서 말과 소, 개들이 사람과 어우러져 살아가는 풍경이 잘 그려져 있다. 멕시코 창녀 막달레나를 첫 눈에 본 순간 사랑에 빠진 존이 빌리의 머저리라는 말에도 아랑곳 않고 자신이 아끼는 말을 팔고 같이 살 집으로 쓰러져가는 오두막을 수리하는 모습을 보면서 19살의 청년이 겪는 사랑의 열정을 느낄 수 있다. 가혹한 환경에서도 간질이라는 병을 않고 있는 막달레나에겐 아마도 존의 진실한 사랑이 매음굴을 탈출할 수 있는 유일의 길이었고 진실된 사랑에 눈 떠가는 소녀의 사랑을 보여준다. 어렵사리 탈출을 시도하지만, 포주의 손에 죽음을 당한 그녀를 본 존의 죽음을 불사한 포주와의 혈투는 그래서 더욱 안타깝다 '우리 사랑하게 해 주세요"란 모 cf속 대사처럼 이들에게 아름다운 미래를 보여주는 글을 작가는 써 내려갈 수 없었던 것일까?하는 의문이 든다. 동생 보이드를 잃고 난 후의 빌리의 인생은 결혼 자체도 싫고 그저 한 없이 떠도는 인생만이 있을 뿐인데 존 마저 그의 앞에서 죽음을 보이면서 다시 목장을 떠나 오랜 세월이 흐른뒤인 78살의 빌리가 나온다. 세월 속에서  그간 고생한 모습을 보여주는 듯한 손의 묘사 장면이 가슴아프다. 거칠것 없어 보이는 서부 시대를 배경으로 점차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 목장지대가  군대의 자리가 될 것이란 암시 속에서 소를 잡아먹는 들 개들의 사냥묘사 장면은 정말 박진감이 넘치는 묘사였다. 하나 하나 세세하게 말에 올라타서 올가미를 쥐고 개을 추격해 가는 카우보이들의 모습은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 하다. 여기에서도 전작인 '국경...과 마찬가지로 여행자를 꿈 속에서 만나서 이루어지는 삶을 철학을 보는 듯 하여 빌리의 인생여정을 보여준다.  매마르고 거침없는 서부 목장에서 살아갔던 수 많은 사람들을 대표하여 빌리의 말을 빌어 나타낸 인간과 신의 세계가 총 집합적으로 나타낸 소설이다.  

 

***** 운명은 계획도 목적도 없이 그냥 흘러가는 것이라도들 하오.  하지만 그렇다면 대관절 그게 무슨 운명이겠소. 이 세상에서 되돌릴길 없는 모든 행동 앞에는 다른 행동이 있고, 그 앞에는 또 다른 행동이 있소. 끝도 없이 이어지는 광대한 그물이지.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선택을 한다고 믿지 하지만, 우리에게는 이미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행동할 만큼의 자유만 있을 뿐이오. 선택을 세대의 미로속에 사라지고, 미로 속의 각 행동은 다른 모든 대안을 없애고, 제한속으로 더 깊이 몰아넣어 노예로 만드오. 기실 우리네 삶을 곧 제한들로 이루어지지.  

 

*****  우리의 계획은 우리가 알 수 없는 미래 위에 세워진 것이오. 세상은 매 시간 만물을 이리 재고 저리 재어 형체를 바꾸기에 우리가 파악할 길이 없는데도 우리는 세상을 파악하려고 기를 쓰고 있는 지도 모르지. 우리에게는 하느님의 법칙만이 있고, 그 법칙을 충실히 따랐을 때, 얻게 될 지혜가 있을 뿐이오. 

 

***** 모든 사람의 죽음은 다른 모든 사람의 죽음을 대신한 것이죠. 죽음은 예외없이 찾아오기에 우리 대신 죽은 이를 사랑하는 것 말고는 죽음의 공포를 싸워 이길 방법이 없죠. 우리는 그의 역사가 기록되기를 기다리는 것이 아닙니다. 그는 오래전에 이곳을 떠났죠. 모든 사람인 그는 우리를 대신해 피고석에 섰죠. 그러다 우리의 때가오면 우리가 그를 대신해야하죠.   그를 사랑합니까? 그가 간 길을 존경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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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해피 데이
오쿠다 히데오 지음, 김난주 옮김 / 재인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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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소설이라곤  믿기 어려울 만큼 아주 우리의 삶이랑 닮은 모습을 표현해 낸 유쾌한 소설이다. 각 파트마다 이웃집 순이네, 철수네, 또는 바로 우리집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에피소드들을 하나의 책에다 단편으로 깔끔하게 내놓았다. 전업주부로서 컴 조차 쉽게 접하지 않은 주부가 우연찮게 아이디를  SUNNY DAY를 만들고 집에서 사용하지 않은 물품을 인터넷 경매 사이트에 올려놓고 본격적으로 물건을 내다팔기 시작하는 모습과 여자는 꾸미기 나름이란 말이 적당한 말인양 글럴 듯 하게 변해가는 모습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다 자란 자녀들 조차 말 상대도 안해주고 남편은 남편대로 바쁘단 핑계로, 집에 홀로 남은 주부의 엉뚱 발랄한 일상 탈출기가 귀엽단 생각이 든다. 나중에  남편의 고가 물건을 회수하기 위한 방편으로 처리하는 방식이 웃음이 나오게 한다. '우리 집에 놀러오렴'에선 미처 생각지 못했던 가정과 직장에 얽매여서 자신의 유일한 탈출구를 꿈꾸는 이 세상의 모든 유부남의 심정을 대변해 주고 있는 듯 하다. 비록 글에선 부인과 별거 상태에 들어간 상황설정이  되어있지만 읽다보면, 남편이란 이유로, 때론 아버지란 지위에 있단 이유로 어디 하소연하고 싶고 혼자 있고 싶을 때   자신만의 공간이 필요함을 작가는 내비치고 있진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남자도 때론 여자 못지 않게 스트레스를 받곤 있다지만 여기 남 주인공처럼 유년의 시절, 아니 청년의 시절로 돌아가 자신이 꾸리고 싶었던 홈 시어터며, 턴테이블, LP음반의 이야기가  그 시대를 겪었던 사람이라면 그 느낌의 동감과 아련한 향수마저 떠올리게 만든다. 부인의 자리가 없음을 알지도 못할 정도로 음악과 술과 그 시대를 공유하고자 것과   직장동료들 사이에서의 아지트가 되가는 점도 웃음이 나오고, 직장동료 부인의 확인성 집 안 살핌이 배꼽을 쥐게 한다. 부인과의 화해성 멘트도 입가에 미소를 자아내게 한다.  

집에서 소소한 부업으로 일하던 주부의 앙큼한 상상기도 색다른 소재였다. 부업을 전달하는 청년의 향수냄새와 늘어진 뱃살을 보유한 남편만 보다 튼실한 체력을 겸비한 청년을 보고 꿈일 망정 일탈을 꿈꾸고, 급기야는 옷차림과 화장에 신경쓰는 주부의 마음을 누구나 한 번쯤은 생활에서 벗어나 화려한 재기의 처녀시절을 꿈꾸는 일반인들의 욕망을 아주 가벼운 감성과 터치로 그려낸 점이 뛰어나다.  또한 '여기가 청산'이란 글에선 십 여년을 다닌 회사가 부도가 난 바람에 졸지에 부인이 직장에 나가고, 자신이 전업주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일상의 생활상을 정작 자신은 이것이 적성에 맞다고 생각되어지지만 주위의 시선은  그것을 오히려 동정의 시선으로 바라본단 점에선 아직도 남,녀의 지위와 각 성별로 구분이 확연히 지어지고 있는 시대가 뚜렷함을 비꼰다. 아무리 남녀의 성벽이 무너지고 있는 시대라곤 하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인간이 추구하고 지탱해온 역할 분담이란 영역에선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음을 그려내고 있다. 부부간의 성 생활 리드도 바뀌는 상황이 코메디를 연상케 했다.   

직장생활도 사업도 뭔가 끈기 있게 하지 못한 남편이 아파트가 새로 새워지는 지역을 바라보고 커튼 사업을 시작하면서 벌어지는 일도 아주 재밌다. 남편이 하강 곡선을 그릴 즈음엔 묘하게도 자신이 일하는 일러스트레이션이 잘 되는 역 상황속에서 조근조근한 부부간의 얘깃거리며, 직원들의 채용기가 웃음이 나온다. 자신이 원하고자 하는 그림이 잘 안되가는 것을 보면서 남편이 바라는대로 주문이 밀려오는 것을 보고 느끼는 주부로서의 마음이 누구나 자신보단 남편을 먼저 생각케 하는 이 시대의 주부상을  나타내고 있다.

무명의 오랜 작가 생활을 거친 사람이 한 권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주위에 부러움을 사게 되고 그의 부인이 유기농 식단과 환경에 빠지면서 먹기 힘든 현미를 먹게 되는 심정과 부인을 둘러싼 주위 사람들의 얘기를, 소재의 고갈로 고심하던 중,  연재하는 곳에 블랙식의 글로써   교정까지 마치게 되지만, 정작 부인의 싸늘한 눈초리와 행동에 절로 움츠러들어 현미가 좋고 다시 글을 새로 쓰기 위해서 잡지사로 달려나가는 이 시대의  간이 콩알만한 남편의 혼쭐난 생활기를 보는  것 같아서 실소를 금치 못하게 했다. 아주 다양한 색깔의 여러 일들을 작가는 세심한 동작과 마음까지도 잡아서 겉으로 보기엔 더할 나위 없이 부족함이 없는 부부의 생활도 안을 들여다 보면 301호네 집이 302호 집을 부러워한 것이나 역으로 302호집이 301호 집을 부러워한 것이나, 사실은 사는 모습은 누구나 특별할 것 없이 누구나 똑같이 먹고 마시고, 같은 고민을 하며 살아간단 사실을 아주 해피하게 작가는 써 내려간다. 2~3시간 읽는 동안 우리 옆집이 나와 비슷한 생활을 하고 있단 사실에 위안을 삼고 살아갈 만한 아주 여유로운 소설 한 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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