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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의 기쁨과 슬픔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이레 / 2009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알랭 드 보통의 전공인 철학적 메세지가 곁들인 책을 단 한 권이라도 읽은 독자라면 그가 출간한 다른 책들을 무시하고 다른 책을 고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베르베르처럼 우리나라에서 독자층을 많이 보유하고 있단 사실에서도 알 수 있듯이 작가가 써 놓은 앞 페이지 서문에서도 한국 독자 덕분에 집을 장만할 수 있었단 유머엔 사실과 함께 우리의 보통사랑을 알 수 있었다. 흔히 이 작가의 특징 중 하나가 주위에서 무심히 지나쳐 버릴 수 있는 소재를 자신의 철학적 지식을 함께 곁들여서 다양한 시도의 글을 쓰고 있단 점이다. 읽으면서 내내 읽어 버리고 지나가기엔 정말로 좋은 글들이 많아서 아직도 내 핸폰과 별도의 수첩에 글귀들을 보관하고 있지만 젊은 사람 답지 않은 아주 깊은 생각의 글들이 이 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작가 자신이 어느 날 우연히 부두에 있는 배를 보고서 글을 쓰기로 했다는데서도 역시 다르구나 하는 느낌이 든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하고 싶은 것만 하고 , 그것을 즐기고 그런 가운데서 경제적인 도움을 얻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하지만 현실에선 과연 위의 조건을 충족하면서 살아가는 현대인이 과연 몇이나 될까? 아마 거의 없을 것이란 생각이 지배적인데, 세상은 고루하게 균등하지 않아서 어느 한쪽을 이루고자 하면 다른 쪽을 포기해야 할 가능성이 많단 걸 직업의 세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은 알 것이다. 꼭 직업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 한해서 적용이 된 것은 아니지만, 보통은 그렇단 얘기다. 결국 경제적인 현실을 무시하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꿈은 이것이 아니면서도 우선 당장은 그것을 이루기 위한 과정중에 하나로 직업을 선택하게 되고 그 속에서 생활하다 보면 다람쥐 쳇바퀴 돌듯이란 말이 있듯이 자신의 꿈도 서서히 잊혀지고 매너리즘에 빠져서 살아가는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어느 날 문득 푸른 하늘을 보거나 비가 소리없이 창문을 노크하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현실의 처한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게 되고 쉽게 그 환경에 빠져 나오기가 쉽지 않음을 깨닫게 될 때 우리들은 우울한 심경을 갖게 될 때도 있다. 여기서 보통은 배를 비롯해서 물류, 비스킷공장,로켓, 그림,송전 공학. 회계. 직업상담사, 창의자정신, 항공산업에 이르기까지 그야말로 실로 다양한 직업의 세계를 다루고, 그 속에서 그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은 만나면서 느낀 것을 사진을 곁들여 글을 써 나가고 있다. 개인적으론 직업상담사의 세계와 항공산업에 대한 부분이 많이 끌렸는데, 자신의 현재 적성검사 과정과 그로 인한 직업의 다양한 참여 가능성 제시와 평소 비행기에 대한 관심이 더욱 주의를 끌었던 것이 아닌가 쉽다. 작가 말대로 근시적 근접이 아닌 원시안적 근접에서 바라본 일의 속성과 그 안에서 이루고 있는 사람들의 생각, 생활을 군데 군데 사진이 곁들여진 포토 르포식으로 나타내고 있다. 어느 모 신문에서 책을 일고 난 독후감 비슷한 글을 쓴 사회 인사의 글을 보자면, 굳이 일에 대한 이런 글을 씀에 있어서 다양한 물류라든가 꼭 비스킷공장까지 가서 글을 써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단 글에는 이 책 내용을 이렇게 인식할 수도 있구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 스스로는 일의 연속성과 소재가 참신하단 생각이 들었었는데... 인터뷰 내용이나 사진 설명이 곁들여져 무난한 가운데 마지막 책장을 덮기전 보통은 또 하나의 글 구절로 나의 수첩 목록을 채웠다.
****할 일이 있을 때는 죽음을 생각하기 어렵다. 금기라기 보다는 그냥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긴다. 일은 그 본성상 그 자신을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진지하게 받아들일 것을 요구하면서 다른데로는 눈을 돌리지 못하게 한다. 일은 우리의 원근감을 파괴해 버리는데, 우리는 오히려 바로 그 점때문에 일에 감사한다. 우리가 이런저런 사건들과 난잡하게 뒤섞이도록 해 주는것에, 파리에 엔진오일을 팔러가는 동안 우리 자신의 죽음과 우리의 사업의 몰락으 아름다울 정도로 가볍게 생각해 주는 것에 그것을 단순한 지적 명제로 여기게 해 주는 것에 감사한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근시안적으로 행동한다.그 안에 존재의 순수한 에너지가 들어있다. 밤이 올 때쯤이면, 죽을 것이란 커다란 사실을 외면한 채, 서둘러 칠한 붓이 남긴 페인트 한 방울을 피해 창턱을 계속 열심히 가로지르려는 나방에게서 볼 수 있는 강렬하고 맹목적인 의지가 있다.(...)
현자들이 가르친대로 죽음에 대비 하는 것은 죽음을 지나치게 존중하는것이다.(...)
우리의 일은 적어도 우리가 거기에 점선을 팔게는 해줄 것이다. 완벽에 대한 희망을 투자 할 수 있는 완벽한 거품은 제공해 주었을 것이다. 우리의 가엾은 불안을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고 성취가 가능한 몇 가지 목표로 집중시켜 줄 것이다.
****사무실에서 하루가 시작되면 풀잎의 이슬이 증발하듯
노스탤지어가 말라버린다. 이제 인생은 신비하거나, 슬프거나,
괴롭거나, 감동적이거나, 혼란스럽거나, 우울하지 않다.
현실적인 행동을 하기 위한 실제적인 무대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