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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인 갱 올스타전
나나 크와메 아제-브레냐 지음, 석혜미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4월
평점 :

미국에서 주목받고 있는 젊은 작가 중 한 사람인 나나 크와메 아제의 장편소설이 황금가지에서 출간됐다.
미래를 배경하고 있는 작품 속 내용이 고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모두 그려볼 수 있는 공간적, 시각적 흐름들은 등장하는 인물들의 심리와 동선들이 곁들여지면서 기시감을 불러일으킨다.
제목이 뜻하는 바는 범죄를 저지른 자들이 서로의 목숨을 빼앗으면서 승리 점수를 취해가는 극강의 서바이벌 대전을 의미한다.
CAPE(형사범죄 처벌 엔터테인먼트)의 인기 있는 프로그램인 '체인 갱 올스타전'은 등급에 따라 최종우승자가 되면 자유를 얻을 기회를 준다는 취지 아래 반드시 상대를 죽여야 나가 산다는 아슬아슬함이 공존한다.
국가 승인의 민영 기업이 맡아하고 있으며 링크라 불리는 이들 범죄자는 각기 자신들이 소속된 체인에서 함께 살면서 이들이 사는 세상 밖 일반인들에게 자신들의 생활을 보이는 과정까지도 참여하게 된다. (마치 트루먼 쇼를 보는 듯하다.)
교도소에 평생 갇혀 사느니 한 번 밖에 없는 인생, 더 이상의 희망도 없는 자신에게 하나의 희망이자 어쩌면 세상에 대한 미련이 없는 자들의 심정으로 계약에 사인하면서 사투를 벌이는 그들은 과연 어떻게 될까?
저자가 그리는 미래의 공간에서 링크의 대표주자인 서워와 스택스, 그밖에 다른 동료들 간의 심리전들은 그들이 상대 체인에서 맞이하게 되는 링크들과의 대결 장면을 통해서 고대 검투사의 삶을 투영하듯 하면서도 헝거게임, 매드맥스에 이르기까지 곳곳에 포진된 비슷한 기류의 긴장미를 더욱 끌어올리는 부분으로 남는다.

특히 이들이 겪는 모순된 삶에는 평범한 일반인들의 눈에도 결코 용서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죄를 저지른 이들이 있고, 그런 가운데 유독 흑인 범죄자, 주인공들처럼 성소수자의 연인관계, 사형수란 점들을 내세워 미국 법체계와 민영 교도소 안에서 벌어지는 불평등한 인간관계들을 독자들에게 보이고 있다.
가장 잔혹한 방식으로 자신이 지닌 무기를 이용해 상대를 죽음으로 몰아가는 과정, 피맛에 길들은 관객들의 흥분된 감정을 더욱 조장하고자 같은 체인 안에 있는 동료들과는 씨우지 않는다는 규칙을 깨버리면서까지 죽여야만 하는 딜레마에 빠진 그들의 선택은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모순적이면서도 인간적인 면에서 다시 들여다봐도 가장 잔인한 이들은 바로 인간이란 점을 다시 느껴볼 수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이들의 죄가 용서되는가 생각한다면 그럴 수 없다는 점과 그렇기에 이들이 벌이는 서바이벌 게임은 시스템에 길들여져 간 이들의 숨 막히는 모습을 통해 독자들도 혼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국가 운영차원의 교도소에서 민영화로 이뤄진 교도소가 전문적인 사업으로 변해가는 시스템, 그 시스템 안에서 인종차별과 모욕이 이뤄지는 과정과 죄수들의 노동으로 이뤄진 부분적인 일들이 기업으로 연결되는 모습들은 현재의 실상으로 그려진 것 같아 많은 생각들이 들게 한다.
죄를 지었다는 것으로 그들의 윤리적인 부분까지도 우리들은 선을 넘어 처벌할 수 있는가? 적어도 책 속 등장인물들 중에는 극악무도한 이들도 있지만 자신이 저지른 죄에 대해 갈등과 후회를 하는 인물들이 있다는 점은 딜레마를 선사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오락을 추구하는 인간들의 심리를 충족시켜 주기 위해 인간범죄자를 우리 안에 풀어 생생한 죽음의 길을 보이는 과정은 한 편의 영화 속 장면으로 느껴질 정도로 잔인과 폭력성이 난무한 장면이라 오싹하지도 하지만 저자가 던지는 메시지는 오래도록 생각해 볼 주제란 생각이 든다.
**** 출판사 협찬으로 쓴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