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페르시아어 수업
마리암 마지디 지음, 김도연.이선화 옮김 / 달콤한책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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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력한 메시지가 담긴 책을 만났다.
2017년 공쿠르 최우수 신인상과 우에스트 프랑스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라 어떤 내용인지 궁금했다.
역시 문학상을 받은 작품답다.
문체가 어찌나 힘이 있고, 파급력이 높은지. 간결한 문장에 군더더기 없이 더도 덜도 안 붙은 수식어에 한동안 얼어붙은 마음으로 책을 읽은 것 같다.
사실 페르시아어라는 용어보다 이란어가 더 친숙하게 느껴진다.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은 3개의 장으로 나누어진다. 유년기, 성장기, 그리고 성숙기라고 나 스스로 이름을 붙이고 싶다. 1장을 읽으며 세계 어딘가엔 정말 이런 일이 지금도 일어나고 있을 수 있다고 생각을 하니 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책으로만 보며 배웠던 일제강점기 시절이 이 책을 읽으며 내 눈앞에 겹쳐 보이기도 했다. 이러한 일들이 실제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발생했을 것이라 짐작하게 되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끔찍했다. 2장 '두 번째 탄생'을 난 성장기라 생각을 하며 읽었다. 그녀가 프랑스에서 적응을 하며 겪게 되는 사건들, 두 문화에서의 혼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3장에서 다시 찾게 되는 마음의 평화와 문화 간의 화해랄까. 정체성에서의 혼란을 극복하고 발전해 나가는 모습을 보며 인간의 존엄성도 느끼게 된다.

프랑스 소설에 대한 나의 선입견이 있다면 문장이 전반적으로 길다는 것이다. 작가가 선호하는 문장 스타일이고 색깔이라 여길 수 있지만, 개인적으로 문장이 길게 늘어진 것보단 간결하고 짧은 것을 더 선호한다.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에서처럼 길게 늘어진 문장도, 어니스트 헤밍웨이의 <노인과 바다>나 김훈의 <남한산성>에서의 간결한 문장도 다 개성이 있다. 마리암 마지디의 <나의 페르시아어 수업>를 통해 저자의 호소력 있는 문체에 대해 매력을 느꼈다.

마리암 마지디는 1980년 생, 이란의 테헤란에서 태어나 6살에 프랑스로 망명을 한 후, 현재 프랑스 소설가이자 교사로 살고 있다. 그녀의 삶이 순탄치만은 않았으리라 짐작하게 되고, 이 책이 세상 밖으로 나오며 그녀의 어린 시절의 경험이 이 소설을 쓰는데 큰 밑거름이 되었으리라. '조국' 이란 단어가 유달리 머릿속에 맴돈다. 우리나라에서 우리나라 말을 자유롭게 사용하고 우리의 고유문화를 지키며 살 수 있다는 것이 새삼 감사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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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귀신들 - 대한민국 수재 2,000명이 말하는 절대 공부법
구맹회 지음 / 다산북스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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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아무리 변해도 공부 잘하는 방법은 변하지 않는다' 말에 공감이 가서 책을 집어 들었다. 어떤 절대적인 공부 비법을 알려주는지에 대해 궁금증이 증폭된다. 책 제목도 참 파격적이다. 얼마나 공부를 잘하면 공부 귀신이라는 명칭이 나왔을꼬. 

이 책은 자녀에게 공부하는 방법을 어떻게 전수해야 하나에 대한 해답도 찾고 현재 나의 지지부진한 한자 공부에 대해 도움이 되었으면 해서 읽기 시작했다. 한자를 잘 알고 싶다. 하지만 너무 비슷비슷하게 생겼고, 실제 매일 사용되지 않아서인지 외웠다고 생각해도 또 까먹곤 한다. 어떻게 하면 한자 공부를 잘 해서 사자성어도 한자도 술술 읽고 말할 수 있을까? 해답을 이 책에서 찾고자 한다.

나의 궁금증은 첫 장에 시원하게 풀렸다. '머릿속의 눈'이 있다는 말에 공감을 하게 되었다. 마인드맵을 비롯한 유명한 공부법, 기억법은 모두 머릿속의 눈으로 이미지를 본다는 점이다. 나는 쌩으로 외우려고만 혈안이 되었지 이미지화 시켜서 접근을 하지 않았다. 이 책을 읽고 공부하는 노하우를 잘 활용해서 한자를 좀 더 많이 효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으면 좋겠다. 결국 더 노력을 해야 하나보다.

이 책을 읽고 난 나의 의견은, <공부귀신들>은 공부를 잘하는 방법을 알려준다기보단, 한국에서 성적을 잘 받고 좋은 학교를 들어가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는 책이다. 여전히 암기식으로 공부를 해야만 입시라는 문턱을 무사히 넘을 수 있다는 점이 애석하기만 하다. 왜냐하면 필자는 중고등학교를 미국에서 공부하여 너무나도 다른 교육환경에 노출이 되었었기 때문이다. 시험이나 숙제들이 너무나도 한국과는 다르다. 공부방법 역시 너무나도 다르다. 어떤 교육이 아이들에게 올바른 교육인지는 판단하긴 어렵겠지만, 행복지수에 대해 생각한다면 다시 유년기도 돌아가도 미국 유학을 한 것에 대해선 후회가 없다. 그래서인지 책을 읽는 내내, 내 자녀가 이런 과정을 겪어야 하는가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 이렇게까지 치열하게 공부를 한들, 인생이 더 행복할까? SKY를 나온 사람이 안 나온 사람보다 더 잘 사는 건가? 공부를 하는 이유에 대해 근본적으로 잘못 해석이 된 것이 아닌가 싶다. 작은 땅에 몇 안되는 좋은 대학에 들어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가르치고 있는가.

책 내용 중 핀란드 교육에 대해 자주 언급이 된다. 핀란드는 우리나라보다 면적이 1.5배 넓은 데 비해 인구는 540만 명에 불과하다. 우리나라보다 반이나 더 넓은 땅에서 서울시 인구의 절반이 사는 것이다. 핀란드는 대학 진학률이 우리보다 아주 낮다. 초등학교(9년)를 졸업하면 절반은 직업 교육, 절반은 일반 교육으로 진학한다고 한다. 즉, 핀란드는 공부하고 싶은 사람만 공부하고, 공부하기 싫은 사람은 취업하는 나라다. 저자는 노키아와 삼성의 사례를 언급하면서, 어떤 교육이 나은가에 대한 새로운 시선을 제공한다. 사람들은 핀란드 교육은 창의성을 중시하고, 우리나라 교육은 창의성이 결여된 암기를 강조한다고 말하지만, 실제 삼성 휴대폰은 세계 판매 1, 2위를 다투고,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노키아는 미국 기업에 매각이 되었다는 점은 언급하며, 우리나라의 강의식 수업이 어쩌면 최악이 아닐 수도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난 동의하지 않는다. 한국에서 암기식으로 교육을 받은 사람들에게 창의성이나 융합성이 떨어지질 수 있고 다양성에 결여되기 때문에 해외 대학 출신자들을 모셔가듯 고용을 해서 지금의 삼성을 키운것이 아닌가. 실제 삼성오너들을 포함해서 근무하는 임직원 중 정말 많은 사람들이 해외에서 학위를 가지고 있다. 비단 삼성만 그렇지 않을 것이다. 해외 대학 출신자들이 무조건 모두 다 창의적이라는 말이 아니라, 좀 더 자유분방한 환경에서 공부를 했을 것이고 무한경쟁이 아닌 협동력이 강조된 환경에 노출이 되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삼성이 세계 1, 2위를 차지할 때, 우리나라 학생들의 자살률이나 우울지수, 청소년 범죄율은 언급되지 않았지 않는가. 어느 나라의 교육 방법이 무조건 좋다고 할 수는 없지만 뭔가 여전히 개선을 해야 하는 건 분명하다. 내 친구보다 내가 더 높은 점수를 받아야 그 문턱을 넘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진정한 우정은 무엇이고 즐거운 학창시절이 왠말이냔 말이다.

이제 입시는 더 이상 공부만 잘하면 되지 않는다. 더 슬픈 건, 공부는 기본이고 예체능, 봉사활동, 리더십 등 모.든.것.을 잘해야 한다. 어설프게 미국의 입시제도를 도입시켜 아이들과 부모가 더 죽어난다고 부모들은 하소연한다. 그래서 대입컨성팅이라는 사교육시장이 또 활기를 친다. 이 모든 것의 끝은 무엇이가. <공부귀신들>을 통해 우리 아이가 앞으로 어떤 공부를 어떤 식으로 12년간 해야 하는지 알고 나니 가슴이 미리서 턱턱 막힌다. 미리서 내가 우리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준비해주어야 할지도 막막하다.


- 책 속으로

이 책에 나오는 공부법은 나의 머릿속에 나온 이론이 아니다. 2,000명이 넘는 공부귀신들이 직접 실천하면서 효과를 입증한 검증된 공부법이다. 암기, 이해, 반복, 핵심 과목, 시간 관리, 자기 주도, 시험 공략, 자기 관리 등 공부귀신들의 비결을 배우고 익히면 누구나 공부귀신이 될 수 있다. pg 10

우리나라는 높은 교육열에도 불구하고 정작 가장 중요한 공부법을 가르치지 않는다. 공부법만 알면 더 공부를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안타깝게도 자신의 재능을 썩히고 있다. pg 11

그녀의 연구팀은 성공의 열쇠는 높은 지능이나 멋진 외모, 육체적 조건, IQ에 있는게 아니라 오직 그릿에서만 얻을 수 있다고 밝혔다. 목표를 향해 오래 나아갈 수 있는 열정과 끈기, 지구력, 꿈을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일하고 노력하는 것. 그게 바로 그릿이다. pg 30


나는 언어로 생각하지 않는다. 움직이는 형태와 영상으로 생각한다. - 천재 과학자 아인슈타인  pg 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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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마음 공부 어린이를 위한 마음 공부
이주윤 지음 / 보랏빛소어린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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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처음 펼쳐 읽는데 마음이 짠하단 생각부터 들었다. 우리 아이들 첫 사회경험으로 초등학교에 입학해 겨우 적응하나 싶었는데, 2학년에 올라가니 또 새롭고 다시 적응해야 하는 분위기에 요구하는 건 더 많아졌다. 짠하단 생각과 함께, 세상이 원래 이래~ 혹은 다 이게 커 가는 과정이야~ 엄마가 옆에서 도와줄게~ 란 말을 하고 싶게 하는 요즘이다. 고작 2학년인데 왜 이렇게 해야 하는 것이 많은지... 사실 엄마인 나도 힘들다.


아빠도 엄마도 동생도 내 얘기를 들어주지 않는다. 우리 가족은 나를 사랑하지 않는 것 같다. 나는 외톨이다.


               
 

우리 아이가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을 이렇게 책을 통해 엿보니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그림 중, 내가 자주 하는 말도 담겼다. "저리 가, 위험해!" 음식을 준비할 때 자꾸만 부엌에 와서 알짱 거리면 버럭 화를 내곤 한다. 위험한 것이 너무 많아서 화를 안내면 나가지 않는다고 생각해서, 더 크게 오버를 해서 혼내는 것 같다. 날카로운 칼, 위험한 불, 끊는 물과 냄비, 각진 모서리가 있는 협탁이 부엌에 있고, 서랍을 열고 닫다가 손이 낄 수고 있고 해서 최대한 못 오게끔 어릴 때부터 가르쳤건만, 여전히 엄마 가까이에 있고 싶은지 자꾸 들어온다. 그래서 가끔 차라리 배달음식을 시켜 먹고 아이들이랑 얘기하고 놀며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낫겠다란 생각을 종종 하기도 한다.


                
 

2학년이 되었지만 친한 친구들이 다 다른 반이 되어 슬퍼했던 아들이 생각난다. 속상하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학기가 시작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음식점에서 같은 반 아이를 만났는데 아들이 생각보다 반갑게 인사를 하거나 이야기를 이어가지 않는 것을 목격했다. 반 친구와 헤어지고 왜 반갑게 대화하지 않았냐고 물어보니, 아직 잘 모르는 아이라고 대답했다. 원래 친구가 아니었다고. 그때 아이의 감정을 대신 설명하며 썼던 단어가 "어색하다"였던 것 같다. 지금은 아직 어색해서 그렇지만 나중엔 친해지고 그러면서 좋은 친구가 되고 그러는 거야~라고 얘기해주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아이는 지금 낯설게 느껴지는 교실과 반 친구들 사이에서 얼마나 어색해할까? 우리 아이가 이 책을 보며 뭔가 공감을 하며 마음에 위로와 용기를 받길 바란다. 분명 뭔가 느끼는데 단어 어휘력이 없어서, 표현을 제대로 할 줄을 몰라서 답답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이 책이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


 
       
 

"슬퍼요"란 주제로 일기를 쓴 내용이 눈이 갔다. 받아쓰기 시험을 봤는데, 예상과 달리 잘 못 봐서 속상해한다. 엄마한테 혼날까 봐 아직 말도 못 꺼내겠다는 우리 아이. 너무 슬퍼서 아무것도 하기 싫다는 아이가 받아쓰기 시험지를 뒤로한 채 누워있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그깟 받아쓰기가 뭐라고, 우리 아이의 기를 이리 죽여놓을꼬... '아~ 시험이 없는 세상에서 살게 해주고 싶다~'란 생각이 들면서 동시에, 그래도 실제 상황에서 '할 건 해야지!' 하며 눈을 부릅뜰 나의 모습 또한 상상해본다. 수학시험도 심히 부담스러운데 나중엔 받아쓰기도 시작하면 나도 아이도 더 힘들어지겠구나~란 생각에 나 역시 기분이 착잡해진다.

 

하루는 놀이터에서 동네 친구들과 놀겠다고 나간 아이가 펑펑 울면서 집으로 돌아왔다. 혹시 사고가 난 걸까? 친구들에게 맞았나? 란 생각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 기분이었는데, 울며 들어온 이유가, 아이들이 자신에게 '감만똥꼬'라고 놀려서란다. 너무 마음이 아프고 속한데 뭐라 대꾸하려는데 목소리가 안 나와서 그냥 집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4명의 친구들과 함께 노는데 3명 전체가 나한테 그렇게 불러서 속상했다고 한다. '감만똥꼬 뜻이 뭔데?' 하고 물었더니 자기도 모른단다. 그냥 너무 속상하고 슬펐다고 한다. 다 함께 사이좋고 즐겁게 놀기를 기대했으나 누군가에게 집단으로 놀림을 당한 서러움을 처음 느꼈으리라. 너무 속상한데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난감했을 것이다. 앞으로 또 본인이 그런 경험을 하거나, 내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무언가가 다른 이의 놀림거리가 된다면 앞으로 어떻게 행동을 해야 할까?에 대해 함께 대화를 나누어 본다. 정말 큰 용기를 내야 할 순간이 올 때, 이 책을 회상을 하고 엄마와의 대화를 기억하며 행동하길 기대해본다.

이 책은 우리 아이가 2학년에 올라가 느끼는 감정들을 일기 형식으로 작성이 되었다. 어휘력을 키워주고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장려해주는 책이다. '나도 내가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에서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키워진다면 스스로도 그리고 타인과의 소통을 통해 좀 더 마음이 편해질 수도 있다. 대부분 사소한 오해에서 시작되는 갈등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자신이 느꼈던 감정들에 대해 정의를 내려보고 공감해보는 유익한 시간을 우리 아이가 가졌으면 좋겠다. 어렸을 때부터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나를 알아가는 과정을 충분히 가져야 어른이 되었을 때 감정에 휩쓸리지 않고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또한 감정이 상했을 때, 제대로 표현을 하고 대화로 풀 수 있는 해결 능력이 있어야 건강한 정신의 소유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들이 쌓여 자존감도 높고 타인의 마음을 배려할 수 있는 속싶은 어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많은 아이들이 <어린이를 위한 마음공부>를 만나보길 추천하며 한층 더 성숙한 아이들로 예쁘게 성장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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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인들의 행복 백화점 (리커버 에디션)
에밀 졸라 지음, 박명숙 옮김 / 시공사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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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예쁜, 소장가치 200프로인 에밀 졸라의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드디어 만나보았다. 실제 733쪽이나 되는 거대한 무게의 벽돌책이자 고급스러운 책 디자인 문양으로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예쁜 책이다.

이 책을 통해 에밀 졸라와 그가 살았던 시대의 프랑스 문화, 그리고 시대적 배경이 이 소설 안에  살아 숨 쉬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마치 내가 그 시대로 살아돌아간 듯한 몽롱한 기분이 든다.

에밀 졸라에 대해 알면 알수록 정말 대단한 사람이라 감탄할 수밖에 없다. 에밀 졸라는 루공-마카르' 총서를 구상하고 5대에 걸친 이야기를 22년간 총 20권의 연작소설로 그려낸다. <루공 가의 운명>(1871)을 시작으로 매년 한 편씩 발표하여 <파스칼 박사>(1893)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한다. <여인들의 행복한 백화점>(1883)은 총서 중 11번째 작품이다. 에밀 졸라가 이 책을 집필하며 쏟아부었을 열정과 노력을 생각하니 실로 경의로움 마저 생긴다. 그의 노력에 비해 내가 너무 그동안 무지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인들의 행복 백화점>을 시작으로 에밀 졸라의 작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책 맨 뒤에 루공-마카르 가문의 계통수를 보며 다른 책들이 궁금해진다. 두껍지만 의외로 술술 넘기며 읽을 수 있어 부담없이 도전할 수 있을 것 같다.

현재 시점의 여성들의 소비문화와 약 135년 전 욕망을 창출해낸 공간인 백화점이 크게 다르지 않구나란 생각도 들게 되었다. 백화점이 무섭게 성장하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있으며 힘없이 길거리로 내밀리는 소상공인들의 아픔을 보며 우리나라의 성장과정과 현재진행형을 보는 듯했다. 백화점 안에서 벌어지는 알력 다툼은 또 어떠한가. 이 책을 읽으며 역시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밀당의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사랑 이야기지 않나 싶기도 하다. 역시 여자는 튕겨야 하는가란 우스갯 생각도 든다. 이 책은 해피엔딩이다. 그런데 이것이 진정한 해피엔딩일까? 다른 작품들을 더 만나보아야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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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언제나 옳다 - 망설이지 말 것, 완벽을 기다리지 말 것, 행복을 미루지 말 것
전제우.박미영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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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에세이를 종종 읽게 된다. 다른 이들은 어떻게 사나... 무슨 생각을 하며 사나가 궁금하기도 하고, 그들의 생각을 들으며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어 좋다. 여느 자기계발 서적보다 더 내 마음을 동요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힘이 있는 것 같다.

제목만 봐도 너무 옳으신 말씀이다. <시작은 언제나 옳다>는 전제우 박미영 부부다 대기업을 박차고 나와 세계 일주를 감행하며 하루하루 행복을 중심으로 생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우선 너무 나와 취향이 다르고 추진력 또한 남다르시기에 감히 따라 할 수는 없겠지만, 이 부부의 이야기를 읽으며 나만의 방식으로 나만의 하루를 꾸며가겠노라 다짐을 하게 된다.

평생 놀고 먹고 일하기가 목표인 이 부부와도 같이, 우리 부부도 평생 놀고 먹는게 목표다. 일하는 건 어쩔 수 없이 한다는 신랑. 100억만 모으면 다 때려치우고 놀고 먹기만 할 거라던데.... 차라리 그 목표를 다르게 잡으면 지금 RIGHT NOW 가 더 행복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책을 다 읽고 은근 슬쩍 책을 신랑에게 건네본다.

앞뒤 생각 안 하고 무조건 다 내려놓고 떠나!라는 무책임한 내용이 아니라 더 치밀하게 계획하고 많이 여건들을 고려하고 준비하라는 내용이 참 와닿는다. 실질적으로 이 부부가 준비하는 과정, 여행 여정에서 겪고 느꼈던 이야기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서 간접적으로 많은 경험이 된 것 같다. 

소제목 중에 "내 삶은 나만의 것이 아니다"라는 부분에서 주변 사람들의 시선을 견뎌야 하고 끊임없는 설득을 해야 하는 부분이 소개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여전히 나는 나만의 인생을 오롯이 살고 있지 않구나를 새삼 느끼게 되었다. 어쩔 수 없이.. 라기보단, 내 삶이 나만의 것이 아니기에, 누군가는 희생이란 것을 해야 하기에, 그리고 누군가는 책임감을 가져야 하기에 감행했던 모든 결정들이 나의 한켠의 가슴에 켜켜묵혀 내가 한없이 작아 보이는 날, 살며시 꺼냈다 집어넣기를 반복하며 살고 있기도 하다.

이 책을 읽고 줄거리를 신랑에게 간략하게 소개를 했더니 회사에서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신랑의 팀원 중에 한 여사원의 어머님이 쓰러져 입원을 하셔서 병가를 냈다고 한다. 이유는 이러하다. 어머님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아들이 사고를 쳤단다. 그 사고는 즉, 멀쩡하게 다니는 펀드 회사를 갑자기 사표 내고 원래의 꿈은 세계를 마음껏 돌아다니며 자유롭게 여행을 하는 것이란다. 현재 30대 초반이고 결혼은 안 했고, 결혼을 할 생각도 없으며, 지금까지는 엄마가 원하는 삶을 살았지만, 이제부터는 그렇게 살지 않겠노라 통보하고 훌쩍 떠났단다. 그래서 어머님께서 결국 쓰러지셨고, 신랑의 팀원이 가서 돌봐드려야 한다는 웃지 못할 상황이 생겼다고 한다. 그 아들은 평생 공부를 잘해 엄마의 기쁨이 되었고, 서울대 졸업은 물론이고 UCBerkely Haas MBA까지 나온, 엄친아의 스펙에 내놓으라는 펀드 회사에 거대한 연봉을 받고 잘 지내던 자랑스러운 착한 아들이, 엄마의 시선으로는 갑자기 미친 것이었다.

이 이야기를 하며, 그 친구가 무한 부럽다고 신랑은 말한다. 이 사건으로 인해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다나. 우리 아이들에겐 엄친아 엄친딸로 키우지 말자고 교육철학도 다시 정리해본다. 이런 마음을 가지고 있는 신랑에게 더없이 좋은 책일 것 같아 <시작은 언제나 옳다>를 꼭 읽어보라고 추천했다. 인생은 정답이 없기에, 이진법이 아니기에 지금 현재 무언가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가 있다면 무조건 실행에 옮기라고 신랑에게도 그리고 나에게도 외쳐본다. 아직 그것이 모르겠다는 것이 우리 부분이 현재 상황이다. 가슴 뛰게 하는 무언가가 무엇인지 더 많이 고민하며 하루를 살아보자고 이야기해본다. 시작은 언제나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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