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 없는 방
김준녕 지음 / 렛츠북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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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읽어본 소설 중 가장 고민을 많이 한 책인 것 같다. 단편이었기에 짬짬이 읽으면서 이 작품에 대해 어떤 서평을 써야 하나를 염두에 두며 읽었다. 이 책을 읽고 있으면 한없이 가라앉는 나의 기분을 발견한다. 상실과 결핍에 대한 직간접적인 이야기들이 8개의 단편소설로 담겨있는데 한 편 한 편 읽고 나니, 난 과연 무슨 이야기를 읽고 있는 거지?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보통 소설을 읽으면, 그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 상황들 등에 대해 생각을 하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소설에 대한 호불호가 갈린다. <주인 없는 방>은 읽고 있는 내내 오히려 난 엉뚱한 생각을 하였다. 그것은 바로 '창조란 무엇인가?'이다. 김준녕 작가는 이 이야기들을 통해서 말하려는 것이 무엇이며, 소설을 쓰는 작가의 마음은 어떤 것일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소설은 무엇을 다루고 있으며, 창조된 이야기에 대해 내가 무어라 어떻게 논할 수 있을까? 난 이 책을 통해 무엇을 얻으려 하는가? 재미가 있다 없다, 잘 쓰인 글이다 아니다를 떠나, 창의란 무엇일까? 어떤 가치를 두고 소설을 읽어야 하는 것일까에 대해 왜 더 고민이 되었을까...

세상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 그 많은 이야기를 다 듣기엔 한정적인 시간으로 인해 불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이야기를 두고 좋다 나쁘다고 이진법과 같은 결론을 내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냥 이 책은 나에게 이런 생각을 가져다준 책이다.

'밥 좀 먹어.' '누워있지만 말고 운동 좀 해'
이런 말들이 대표적으로 아내가 나에게 하는 말들이었다. 데이트를 시작한 시기부터 나는 아내의 이런 표현들이 싫었다. 사랑이라는 것을 정확히 정의를 내리기가 힘들지만 상대방이 원하는 바를 이루게 도와주는 것이 사랑의 큰 속성 중 하나라 생각했다. 내가 아내에게 원하는 것은, 이를테면 어머니로서의 책임과 의무를 다하는 것과 같이 대체로 기본적인 것들이었지만 아내의 말 속에서 나에게 바라는 것은 너무나도 많아 보였다. 그런 압박이 나에게 더 이상 풀 수 없는 족쇄가 되어버린 것 같았다. pg 63 <크리스마스트리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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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l 영어 하나하나 알기 쉽게 : 동사 Real 영어 하나하나 알기 쉽게 1
데이비드 세인 지음, 다카야마 와타루 그림, 김인아 옮김 / 꿈결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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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출신으로 일본에서 인기 영어 강사로 활동 중이라는 데이비드 세인 David Thayne은 일본에서 번역과 교재 제작을 전문으로 하는 AtoZ 회사의 대표이며 비즈니스 영어 강사, 저자로 활발하게 활동을 하는 중이다.

이 책이 매우 흥미로웠던 이유는 아이들이 손이 가게끔 만든 책 구성 때문이다. 영어는 언어를 배우는 것이다. 외우고 쓰고 읽으며 기계처럼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어쩔 수 없다는 이유로 지루하고 따분함으로 똘똘 뭉친 교재들을 가지고 아이들을 교육한다. 이 책을 보니, 시키지 않아도 스스로 책을 열어보며 키득키득 웃는다. 실제 많이 본 단어들, 여러 번 쓰며 외우던 단어들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또 보고 싶게 만드는, 공부가 아니라 놀이로 받아들일 수 있는 책을 만난 기분이다. 나도 다 아는 단어를 이렇게 그림과 만화, 그리고 유머러스하게 설명해주는 글을 읽고 있으니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아는 단어들임에도 불구하고 말을 해보라고 하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는 아이가, 이 책 속의 만화의 상황들을 여러 번 읽어 본인이 그런 상황에 처했을 때, 적절한 영어 표현을 구사할 수 있길 기대해본다.

이 책은 네이티브 스피커가 저자이므로 콩글리시에 대한 염려는 없어서 좋다. 학습만화에 익숙해있는 아이들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교재이며, 직관적 이미지로 단어들, 상황들을 설명해서 귀엽고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책이다.
작품으로 공부하기, 이것이 현지 영어다 부분은 정말 용이하다. 아직 다양한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아이들에겐 공감대가 다소 떨어지겠지만, 여전히 재치 있고 웃긴 이미지가 함께 있어서 느낌은 살아있다는 걸 볼 수 있다.

이 책은 시리즈로 동사, 전치사, 시제 가정법, 형용사 부사, 그리고 관사로 나누어져 문법적인 요소를 재미있게 풀어줌으로써 아이들과 어른들에게 쉽고 재미있는 영어를 배울 수 있게 도움을 주는 교재가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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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 - 나와 당신을 되돌아보는, 지혜의 심리학
김경일 지음 / 진성북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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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을 되돌아보는, 지혜의 심리학이라는 부제를 가진 김경일 교수님의 <어쩌면 우리가 거꾸로 해왔던 것들>을 읽으며 뭔가 심리학의 고전, 교과서 같은 것을 압축해서 쉽게 풀어준 책이란 느낌을 받았다.
심리학을 전공하진 않았지만, 인간의 심리에 대해 관심이 있어 이런저런 책을 읽어왔다. 이 책은 50개도 훨씬 넘는 논문이 거론되며 교수님이 설명하는 사례들을 뒷받침을 하며 설득력 있게 이해를 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신 김경일 교수의 강의는 여러 차례 '최우수 강의'로 선정이 되었다고 한다. 이 책을 읽으면 왠지 교수님이 다양한 사례를 언급하면서 인지심리학적 지식을 전달해주는 기분이다.

심리학, 용어부터 다소 어려운 것이 많다 느껴진다. 연구한 사람들의 이름을 붙여 이런저런 학설들이 많아서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그런 걸 떠나서 "왜" 우리는 이런 식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가를 하나 둘 분해해서 설명을 해주는 부분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교수님의 강의를 실제 들으면 정말 재미있는 수업이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다.

이 책은 총 6장으로 구성된다. 각 장의 제목도 매우 흥미롭다. 살면서 정말 한 번쯤 궁금했던 것, 지금도 계속 고민하는 것들에 대해 세세히 설명을 해준다. 왜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에 대한 전반적인 해석이 너무 마음에 든다. 이래서 심리학에 대해 동경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가슴이 시키는 일은 따로 있다는 점, 정서적 판단이 중요한 이유, 선택의 순간과 심리적 함정, 상대를 사로잡는 소통의 한 수, 과거가 미래의 발목을 집지 않게 하지 않는 방법 등 다양한 심리에 대해 배울 수 있는 책이다. 전혀 지루하지 않고 딱딱하지 않아서 읽기에도 편했고, 설명이 너무 학문적으로 깊지 않아 오히려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분명 어렵고 복잡한 내용이었을 텐데 말이다.

기존에 당연하다고 믿고 행동하는 많은 상황에서 '거꾸로' 답안을 제시함으로써 발상의 전환을 인지하게 된다. 막연하게만 생각해오던 인간관계를 좀 더 과학적으로 접근을 할 수 있게 도움을 주며 현명하고 슬기롭게 살 수 있게 도움을 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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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탕 1 - 미래에서 온 살인자, 김영탁 장편소설
김영탁 지음 / arte(아르테)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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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우려했던 상황이 발생했다. <곰탕>의 책 구성은 총 두 권인데 그중 한 권만 가지고 있다. 어설프게 먼저 시작했다가 너무 재밌어서 뒷이야기가 궁금한데 정작 책이 없을 때의 그 답답함을 느끼게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우려가 생겼지만, 화려한 수식어로 인해 너무 궁금했다. 결국 시작을 하고 말았다. 그리고 역시나 첫 번째 책이 끝나고 짜증이 났다. 아 궁금해! 뭔가 시작하려는데 더 읽을 수가 없다. 이제야 뭔가 알아냈는데, 2권이 집에 없다. 이런. 바로 사서 읽어야겠다.

문장이 주는 박진감을 느낄 수 있었고, 몰입감은 말하나 마나다. 각각의 등장인물의 심리묘사, 이야기, 대화들이 너무 신선하고 파격적이다. 시작부터 매우 독특하다. 왜 하필 곰탕이었을까?를 생각하고, 하도 곰탕 곰탕 하다 보니 곰탕이 먹어보고 싶어졌다. 언제 마지막으로 먹어봤더라... 곰탕을 만드는 과정을 설명하는데 잔잔한 그리고 진한 감동도 왔다.

여기저기 등장인물들이 나오는 건 다 이유가 있을 텐데, 초반부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이 하나 둘 맞아지면서 소름이 쫘악 끼친다. 2권에선 흩어진 정보들이 모아질 텐데, 너무 궁금하다.

오랜만에 묘한 기분을 느끼게 하는, 이야기 구성이나 전개 방식도 새로웠고, 어디로 어떻게 흘러갈지에 대한 기대감도 크다.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벌어지는 이 상황 속에서 구수한 맛을 느끼게 하는 소설인 것 같다. 어차피 현실도 말도 안 되는 일들이 빈번히 발생되지 않는가. 읽는 내내 만약 <곰탕>을 영화로 만든다면 어느 배우들을 캐스팅하면 좋을까...를 생각하게 되었다. 김영탁 작가가 유명한 영화감독이시기에 더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던 것 같다. 우선 믿고 보는 배우 하정우 씨를 캐스팅해야지. 이러면서 머릿속에선 이미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고, 책을 읽는 내내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단숨에 읽어버렸다.

<곰탕>은 스포주의가 필요할 것 같다. 반전에 반전이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영화감독 겸 작가인 김영탁 씨의 <곰탕>을 이준익 감독이나 만화가 강풀처럼 꼭 추천하고 싶다. 그리고 꼭 스포일러를 조심해야 한다.

말은 적은 사람이 일을 잘하는 경우가 많다. 말이 적은 사람이 말귀를 잘 알아듣는 경우가 많다. 말을 적게 해보면 안다. 입을 좀 닫고 얼굴에 달린 다른 것들을 활용해보면 훨씬 더 많은 게 보이고, 많은 걸 알게 된다. 말로만 말하고 말로 오해를 만들고 말로 싸움을 걸고 말로 인생을 망치는, 문제는 언제나 말이 많은 사람들이었다. pg 1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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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애주가의 고백 - 술 취하지 않는 행복에 대하여
다니엘 슈라이버 지음, 이덕임 옮김 / 스노우폭스북스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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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이면서도 문학이면서도 에세이라는 수식어를 가진 <어느 애주가의 고백>이란 책을 보며, 나 역시 고백이라도 해야 하나? 란 생각부터 들게 하였다.

책의 표지 및 재질이 너무 고급스러워서 놀랐고, 책을 읽으며 저자의 정직함에 놀랐다. 저자의 과거의 삶을 현재 살고 있는 난, 어떻게 어느 방향으로 바뀌어야 하는지에 대해 묵묵히 고민하는 시간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알코올중독자라고 해도 겉으로 표시가 나는 건 아니다. 그들은 외관상 망가져 보이지도 않고 아침부터 술을 마시는 것도 아니다. 노숙자로 살지도 않고 친구와 직장이 있다. 이들은 술을 마시며 인생을 즐기는 사람들이다. 그러다 어느 순간, 꼬집어 말할 수는 없지만 정상적인 궤도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걸 분명히 느낀다. 그러나 서둘러 술을 찾아 마심으로써 그 깨달음을 무마시킨다. 대부분의 알코올중독자는 우리가 흔히 아는 증세에 시달리지 않는다. 그저 술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 뿐이다. pg17

 

이 책을 읽으며 애써 부인하지 않으려 한다. 술 없는 인생을 상상조차 할 수 없을뿐더러 주기적으로 마시지 않으면 공허함을 느끼고 삶이 재미없는 것 같은 기분을 가져다주는 것이 알코올중독자의 행동과 생각이라면 난 알코올중독자가 맞다.

저자가 왜 술을 끊으려 했는지에 대한 동기가 뭔가 파격적인 계기를 기대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그저 왜 힘든지, 왜 이런 상실감이 드는지 그 이유를 따지는 일 조차 어려워지며 자신을 규정짓는 유일한 주체인 내면이 술로 인해 망가졌다 판단하고 끝없는 악순환에서 벗어나려 했다고 한다.

그가 술에 대해 미운 감정이 들기 시작하고 헤어짐을 선언하며 금주를 시도하는 과정을 읽으며 웃기기도 하고 그의 진신성에 반하기도 했다. 이렇게 폭풍공감을 할 수 있는 저자라니... 아마 내가 금주를 시도한다면 동일한 과정을 겪게 되지 않을까 싶다. 여전히 꼭 끊어야 하나? 술에 물 탄 듯, 물에 술 탄 듯 어슬렁 어슬렁 살면 안 되나? 란 생각과, 열심히 바르게 의미 있게 살려면 술을 끊는 것이 답이야! 란 생각이 계속 대립한다.

불안한 상태, 우울한 기분, 정신적 물리적 자기 공격을 일삼는 행위가 저자는 술로 비롯되었다고 판단하는데, 그 점이 내가 아직 동의하지 못하겠다. 술을 약물로 취급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음식으로 바라보기 때문이다. 커피를 안 마시면 뭔가 허전하다고 커피 중독자라 하여 끊으려 노력하지 않다. 분위기 있는 커피숍에서 담소를 나누며 혹은 책을 읽으며 커피를 마시는 것처럼, 이왕이면 분위기 있는 장소에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술을 마시는 것이 꼭 나쁘냐? 고 자꾸 방어를 하게 되기에 여전히 애주가로 남아있나 보다.

술 때문에 의식을 잃거나 부끄러운 짓을 하며 술을 끊어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는 저자와는 다르게 난 술 때문에 의식을 잃지도 부끄러운 짓을 하지 않는다. 그러면 알코올중독자도 아니고 계속 마셔도 되는 걸까? 그냥 건강에 나쁘다는 걸 알기 때문에 죄책감이 들고, 술과 술안주로 인해 뱃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속상함이 드는 것뿐이다. 하지만 저자가 언급했던 것처럼 술 없는 삶을 상상하지 못하겠다. 아니 이 맛있고 씁쓸한 것을 안 먹느냔 말이다.

저자의 이어지는 고백과 상황에 대한 설명을 읽으며 끝없이 나와 비교하고 질문을 하며 책을 읽었던 것 같다. 저자는 현재 독일 일간지 <타츠>에 독일의 알코올 문화와 저자의 금주 경험을 담은 월간 칼럼을 쓰고 있다고 한다. 독자의 반응 역시 극과 극으로 나누는데, 감동을 받았다는 독자도 있지만, 큰 반항심과 분노에 찬 반응도 많았다고 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로서 나는 어느 쪽에 서게 되려나...

도가 지나치면 아니한만 못하다는 말처럼 너무 폭음을 일삼지 말고 적당히 즐기며 살아야겠다. 애주가의 삶은 여전히 이어지는 것으로 결정을 내린다. 10년 후에 다시 이 글을 보면 후회를 하려나? 잘 모르겠다.

최근 독일의 연방보건청의 조사에 의하면 성인 인구 중 음주로 인해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폐해라는 결과를 걱정해야 하는 인구가 27%에 달했다. 연구에 따르면 음주자 중 27%는 알코올의존증 환자거나 알코올중독의 문턱을 넘고 있다. pg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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