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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들
이윤진 지음 / 생각활주로 / 2017년 12월
평점 :
품절
감성이 매우 풍부한 작가를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책이었다. 어쩜 이렇게 감정 표현을 잘하는지... 이윤선 작가의 프로필을 보니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세계 3대 인명사전 중의 하나인 마르퀴즈 세계인명사전에 등재되었고, 2017년 알버트 넬슨 평생공로상을 받은 수돗물 전문가이며 현재는 대학교수로 재직 중이라고 한다. 역시 내공이 있어서 그런지 인용되는 책들 문장들도 너무 마음에 들고, 언급하는 책들도 다 공감이 가는 책들, 읽어보고 싶은 책들, 그리고 읽어본 책들이다.
오직 한 번뿐인 인생인데,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일까?
마지막 순간에 선명해지는 것은 무엇일까?
이 책의 프롤로그를 읽는 순간 이 책은 단숨에 읽으면 안 되고 쉬엄쉬엄 사색에도 빠지며 천천히 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그녀도 겪은 힘든 시기, 누구나 그러하듯 인생에서 어찌 절망에 빠지는 일 한 번쯤 경험 안 해보겠나 싶기도 하다. 직장을 잃고, 오랜 세월을 쌓아온 노력이 한순간 무너지며 상실감을 맛보았을 것이고, 죽음이 지척에 있는 순간을 경험하기까지 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저자가 낯선 거리로 발걸음을 옮기며 어떻게 얼마나 저자의 삶을 바꾸어 놓았는지를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의 감정을 11개의 여행지를 돌며 풍경에 담아 감성터치를 한다. 공감, 절망, 희망, 소명, 행복, 죽음, 트라우마, 자아정체감, 고정관념, 고난, 무기력.
저자가 떠나는 여행지를 함께 방문하며 그녀가 던지는 질문에 생각해보고 그녀가 전달하는 메시지에 대해서도 공감하게 된다. 특히 그녀가 각 여행지마다 "눈물을 닦아주는 풍경"이라며 사진을 수록하고 전달하는 내용이 매우 와닿는다.
특히 요즘 마음에 절망이나 트라우마, 무기력증을 겪고 있거나 우울함에 빠져있는 독자가 있다면 이 책을 꼭 선물하고 싶다. 함께 공감하고, 함께 생각해보며 진정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대해 생각하게 해준다.
우리는 각종 금기사항으로 빈틈없이 무장한 문명의 품에서 성장하며 자신의 본래 모습을 감추는 데 꽤 능숙해지고 가슴이 원하는 일에 무조건 눈 감고 고개를 돌리도록 길들여졌다. 삶이 유난히 변덕스럽고 까다롭게 구는 날이 있다. 그때마다 우리는 다른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감정의 잔해들을 내면의 깊고 어두운 곳에 단단히 묶어두려 했다. 감정이 표출되지 않고 내면에 정체되는 일이 지속되면 고인 채로 그래도 꺾어간다. 일상에 포박된 우리는 수시로 영혼의 갈증과 허기를 느끼지만 이를 채워줄 대상이 과연 무엇인지 알아낼 방법조차 없다. pg 7
우리의 삶은 채워지지 않는 공허감과 잃어버린 존재에 대한 흐느낌으로 가득하다. 매번 애정, 인간관계, 능력, 지휘, 돈 등에 대해 부족함을 느낀다. pg 24
현대인들의 애정결핍 증세는 심각할 정도로 악화되고 있다. 청년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그들의 진통이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며 오랫동안 악화되어 온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들은 유아기에서부터 이미 사랑에 목마르다는 것을 자각한다. pg23
임마누엘 칸트는 "삶을 행복하게 한다는 목표에 몰입할 세련된 이유를 발견할수록 진정한 만족감을 이끌어내기에 더욱 어려워진다"라고 말했다. 이것은 행복에 매달리지 말아야 하며 행복을 갈망할수록 오히려 불행의 원인이 된다는 의미로 해석해 볼 수 있다. 행복에 대한 목표가 절실할수록 마음의 더 많은 부분을 지배하고 그 절박함이 만들어 낸 집착은 끊임없이 마음을 괴롭히게 된다. pg9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