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스 섹션 - 18가지 건축물과 교통기관의 내부를 본다 한눈에 펼쳐보는 크로스 섹션
스티븐 비스티 그림, 리처드 플라트 글, 최의신 옮김 / 진선아이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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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화면에서만 봤던 책을 드디어 만나보게 되었다.
사이즈도 어느 동화책보다도 더 크다. 무려 263 x 350 x 15mm이다. 스케일에 압도 당하는 이 책은 우리 집에 오자마자 인기 만점이었다.

스티븐 비스티는 영국의 유명 과학 그림책 작가라고 한다. 그림의 디테일에 놀라고, 설명 또한 정말 잘 되어 있었다.

이 책에는 18가지의 건축물과 교통기관이 소개된다. 성, 천문대, 갤리온, 크루즈선, 잠수함, 탄광, 탱크, 해저유전, 대성당, 점보제트기, 자동차공장, 헬리콥터, 오페라하우스, 증기기관차, 자하철역, 트롤 어선,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우주왕복선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대성당이 관심이 있었는데 우리 아들은 의외로 해저유전에 관심이 있어 책을 받자마자 해저유전을 자세히 보았다.

이 책은 한 번에 다 읽는 재미도 있겠지만, 보고 또 보고 순서도 아무렇게나 봐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말 엄청난 그림이다~~"란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추가로 그림 보는 재미를 더 하기 위해, 돋보기를 사용해서 자세히 클로즈업해서 봤는데 탐정놀이라도 하듯 굉장히 재밌어한다.

 

 

해저 유전은 브리티시 석유회사 매그너스 211/12을 모델로 그린 것이라고 한다. 이 플랫폼의 기초 무게가 무려 34,400톤이며, 플랫폼 높이는 212미터, 굴착 깊이는 5200미터, 전체 시설을 칠하는 데 든 페인트의 양은 무려 800톤! 이 대목을 아들과 읽으며 엄청 놀랬다. 그뿐 아니라 해저유전이 무엇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석유 굴착 작업은 어떤 식으로 진행되는 지등에 대해 정말 자세하게 나와 있다.

이 책안에 든 정보는 단순 건축물, 교통기관에 관한 설명뿐 아니라 역사적 배경이나 유래들도 알려준다. 가보진 않았지만 실제 눈앞에서 한눈에 볼 수 있는 것처럼 묘사되어 있다.

모든 건축물이나 교통기관에 대한 설명이 훌륭하지만 그중 입을 쫙 열게 한 건 크루즈선(해양 여객선)에 대한 설명이다. 크루즈선의 길이는 자유의 여신상 6개를 늘어놓은 것보다도 더 길다니 크루즈선의 사이즈가 실로 엄청나다. 앞, 뒤, 바닥, 위에서 보는 시각에 따라 크루즈선의 모형을 그려준다. 그리고 크루즈선을 슬라이스해서 내부까지 볼 수 있다.

이 책은 정보만 전해주는 것이 아니라 흥미진진한 이야기들도 보인다. 점보 제트기에는 화장실이 몇 개가 있을까나 선박에서 누군가 오줌을 싸는 모습에 아들이 완전 깔깔 넘어갔다. 실로 엄청난 내용인 것이, 이렇게 건축물이나 교통기관의 내부를 이렇게 잘라서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는 컨셉을 생각했던 것 자체가 대단한 것 같다. 디테일이 살아있는 그림에 재치까지 더한 이 책을 한동안 아침저녁 눈을 뜨면 계속 볼 것 같은 예감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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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네가 힘들까 - 뻔하고 진 빠지는 '심리 게임' 탈출 프로젝트 나는 왜 네가 힘들까
크리스텔 프티콜랭 지음, 이세진 옮김 / 부키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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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고 꼭 읽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뻔하고 진 빠지는 '심리게임' 탈출 프로젝트 - 나는 왜 네가 힘들까이다.
누구나 타인으로 인해 힘들어한다. 나 역시 누군가를 힘들게 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많은 심리 관련 책을 읽었는데 저자 크리스텔 프티콜랭의 말처럼 모든 관계를 "게임"으로 보니 우리가 처한 상황이 생각보다 너무 뻔하다. 다시 말해 언제든 내가 그 게임에서 빠져나오면 그만이다.

이 책은 많은 예시가 담겨있다. 매우 공감할 수 있는 부분도 있고, 난 이 정도까지는 아니야라고 생각하게 하는 상황 설명도 있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부정적이로 비생산적인 말다툼을 저지하거나 회피하는 노하우를 설명한다. 이 책을 통해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이미 고착된 상황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지혜를 얻을 수 있다.

 

에릭 번의 심리 게임 연구를 보완한 결과가 바로 스티븐 카프먼의 드라마 삼각형인데, 그는 위의 등장인물을 피해자, 박해자(또는 학대자), 구원자로 규정지었다.

 

피해자는 연민을 자아내고, 사람 마음을 끌고, 짜증 나게 하고, 감정을 자극한다.
박해자는 공격하고 못되게 굴고, 명령하고 원한을 산다.
구원자는 사람을 숨 막히게 하고 별 효과도 없는 도움을 주고 상대를 수동적으로 만든다. pg42

 

저자는 관계란 의자 뺏기 게임 같다고 말한다. 각자의 역할에서 어떤 반응을 보여주는지에 대해 저자는 자세히 설명한다. 드라마 삼각형 게임의 마지막 관건은 바로 '책임'이라고 한다. 죄의식을 조장하는 메커니즘에 대한 설명이 가장 많이 와 닿았던 것 같다.

책임은 나쁜 말이 아니다. 제대로 행동하고 그 결과를 감당하라. 그로써 더 나은 자존감을 얻게 될 것이다. pg83
                                                                     
그림으로 게임의 상황 설명이 너무 잘 되어있다.
      
 

 

'완벽한 주부'게임 혹은 '기진맥진'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는 심리게임에 대해 언급한다. 이는 피해자 이면서도 구원자가 될 수 있다. 가족 구성원 중 스스로 만든 이 기진맥진 게임 안에서 허우적대고 있다면 스스로가 세팅한 게임이 무엇인지 다시 한번 점검하는 것이 좋을 듯싶다. 저자의 말처럼 자기가 좋아서 하는 일이니 이를 인정을 하고 본인이 피해자인처럼 게임을 유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바보'게임, '얼간이'게임, '난 노력했어요'게임은 부모 자식 간의 상황에서도 일어날 수 있지만, 부부 사이에서도 당연히 일어날 수 있다. 이 대목을 보고 깜짝 놀랐다. 정말 몰라서 그런 건 줄 알았는데 어쩌면 저자의 말처럼 상대방은 다시 안 시킬 수 있도록 게임을 하는 것이었다. 나 같은 경우는 남편의 행동에서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역할도 떠맡지 말라고 충고하지만 만약 나도 모르게 어느새 삼각형 관계 속에 들어와 있다면 그 게임에서 나가라고 한다. 그리고 진실한 자세로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 뻔하고 진 빠지는 '심리게임' 에서 탈출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책을 통해 어떻게 하면 타인과의 '심리게임'에서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배울 수 있다. 사례도 많고 이해하기 쉬운 그림도 적당히 있어서 한결 더 이해하기가 좋았다. 대인관계의 심리게임을 통해 좀 더 성숙하고 현명한 관계를 맺고 싶다면, 그 골치아픈 심리게임에서 탈출하고 싶은 이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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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촌자본주의 -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
이노우에 교스케.NHK「어촌」 취재팀 지음, 김영주 옮김 / 동아시아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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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만 보았을 때 "바다에서 자본주의의 대안을 찾다."라도 되어 있어서 땅이 바다보다 더 오염이 되어있다는 내용이 담긴 것일까란 궁금증에 책을 접하게 되었다. 일본 작가가 쓴 글이기에 조금 더 궁금증이 생겼던 이유는 일본 주변 바다는 그냥 오염이 되었고 기생물고기들이 있다는 소문만 들었기 때문에 이에 대해 자세한 정보를 얻고 싶기도 하였다.

이 책에서 어촌은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서 생물 다양성과 생산성이 향상된 연안 해역'으로 정의된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어촌자본주의'는 사람이 인공적인 관리를 통해서 바다를 건강하고 풍요롭게 만드는 메커니즘을 말한다. 여기서 어촌은 앞바다, 마을어장이라는 의미이기도 하다. Pg17
한때 경제를 살리던 공장들이 지구를 아프게 했다. 그때는 규율도 허술했기 때문에 바다를 오염시키는 물질들이 아무렇지 않게 바다로 흘러갔다. 그로 인해 바다는 이상하게 변해갔다. 불필요하게도 플랑크톤이 생겨나거나 적조현상이 보였다. 바다를 살리는 일이 시급했던 찰나에 굴껍질이 가진 놀라운 치유능력에 대해 알게 되었다. 굴 양식을 굴땟목을 통해서 하게 되었는데, 이 굴땟목이 플랑크톤을 걸러내는 엄청난 정수 능력이 있던 것이었다. 그뿐 아니라 바다의 생물들이 이 굴땟목에 서식하며 바다를 더 풍요롭게 도와준다는 점도 신기했다. 즉, 고기를 잡으려면 굴땟목 근처에 터를 잡아야 한다는 말이다. 바다를 살리기 위해서 더 많은 굴땟목을 인간의 의지로 더 많이 만들어내서 정화하는 작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에 조금 놀라기도 했다.

      
<세토 내해의 적조 발생 상황>

이 책을 통해 어떤 생물로 인해 다른 생물이 멸종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저자는 잘피에 대해서 소개하는데 혹시 잘피가 없어지면서 다른 갑오징어류나 말새우가 사라지는 건 아닌지에 대해 의심을 품고 연구를 하는 과정을 이야기 한다. 나는 사실 이 생물들이 사라지는지조차, 잘피가 무엇인지에 대해 처음 알게 되었다.

저자는 바다 살리기를 하는 어부와 학술자들을 다들 멋지고 훌륭하게 묘사한다. 진지한 표정으로 연구하는 매력적인 사람들을 저자와 함께 같이 만나는 기분마저 들었으며 이런 사람들의 노력으로 다행히 조금씩 우리가 험하게 써서 오염된 바다가 살아나고 있다는 소식은 마냥 반가웠다.

망가트리는 것은 간단하지만 원래 상태로 되돌리는 것에는 시간이 걸린다.

지금까지 파괴된 자연을 회복시키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인간과 거리를 두어야 한다 생각해온 세계의 상식은 큰 전환점을 맞이하고 어촌 지킴이가 바다 회복시키는 작업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긍정적인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바다의 순환과 공생하는 관계에서 환경을 지키면서 동시에 이윤을 추구하는 '어촌자본주의'라는 새로운 개념을 알게 된다.

‘인간도 자연 속 일부이며, 인간의 행동도 자연의 순환 속의 한 요소로 정의하고 평가할 수 있는 경우가 있다. 그렇기에 인간이 할 수 있느 노력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라는 일신교적 발상에서 생각하면 혁명적인 사고방식이 조금씩 생태학의 세계를 바꾸고 있다. pg246
어떻게 투자처를 선택하는지? 어떻게 하면 그런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올바른 일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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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너지 - 하루 5분 나를 바꾸는 긍정훈련
권선복 지음 / 행복에너지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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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살면서  모든 것이 완벽하고 지금 이 순간이 딱 멈추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이 들 때도 있겠지만 그런 날들보단 아마도 도저히 세상이, 사람들이 이해가지 않고 속상하고 절망적이고 되는 일이 하나도 없고 억울하고 죽고 싶을 만큼 괴로운 순간들도 있다. 또 어찌 보면 아무 감정 없이 무의식과 하루 일과의 습관에 지배당해 고만고만한 나날들을 살는 날들이 거의 대부분일지도 모르겠다. 기본적으로 우울한 운명을 타고난 우리 인간들은 기본 전조가 우울하다. 우리 모두는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인생을 사니까. 그렇기 때문에 타고난 우울한 기분을 이왕이면 긍정적으로 전환해서 재밌고 행복하게 살고 싶은 로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기계발 서적은 지속적으로 출간되며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는다.

하루 5분, 나를 바꾸는 긍정 훈련 행복에너지』 역시 내 마음을 훈훈하게 하고 끄덕거리며 읽게 만드는 책인 것 같다. 마치 비타민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좋은 글도 많고 좋은 사례도 많다. 나도 닮고 싶고 실행하고 싶고 행복한 기분으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싶다. 이 책에서처럼 긍정적인 마인드를 갖는 것도 훈련이 필요하다는 것에 동의한다.

이 책에 담긴 긍정훈련 과정은 총 6단계로 나뉜다. 예행연습, 워밍업, 실전, 강화, 숨고르기 그리고 마무리이다. 각 단계별 사례를 바탕으로 긍정에너지를 받을 수 있으며 더 나아가 저자는 독자 역시 직접 실천하기를 목적에 두고 글을 썼다고 한다.

저자 권선복은 행복에너지를 전파하고 싶은 사명감을 가진 분 같다. 책 내용 중 사명감을 가지고 인생을 살아가는 것 역시 행복의 길을 걷는 것이라는 문구가 있다. 내 인생에서 추구하는 바, 사명감은 무엇인지에 대해 생각을 좀 더 하는 시간을 갖게 해준다.                                                       

내가 잘하는 것은?
내게 부족한 것은? 내가 꿈꾸는 것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묻고 정확히 대답이 있을 때 자신에게 최적화된 맞춤훈련을 할 수 있다고 하는데, 위의 질문을 통해 나를 먼저 알아가는 것이 우선인 것 같다.

책 내용 중 가장 마음에 드는 chapter 가 무엇이냐 물으면, 나는 역지사지 원칙이다. 2010년 4월, 어느 서초동 법원 청사 소년 법정의 재판 이야기인데, 마지막에 나 역시 좀 뭉클했다.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중요한지, 남의 입장이 되어 보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는 관점의 차이임이 분명하다. 

우리는 급변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갈수록 사람과 사람 사이의 훈훈한 정은 사라지고 점점 황폐해지고 있다. 일상 속에서 사람들은 ´역지사지´란 말을 자주 사용한다. 그러나 정말 그 뜻을 알고 쓰는 건지는 잘 모르겠다. 말로만이 아닌 가슴으로 느껴보면 ´역지사지´란 사막의 오아시스 같은 존재다. pg126

각박한 현실 속에서 나뿐 아니라 내 주변을 살펴보고 사소한 것부터 변하려 한다면 좀 더 긍정적인 하루하루를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하루 5분, 나를 바꾸는 긍정 훈련 행복에너지』는 삶이 지치고 힘들 때, 다시 자주자주 꺼내보고 싶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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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
박지리 지음 / 사계절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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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나에게 처음으로 만나보는 벽돌책이었다. 신기해서 책의 두께를 사진으로 남길 정도로. 장작 5cm였다. 나에게 벽돌책이 준 생각은 정말 길어서 읽기 힘들면 어쩌나 하는 것과 엄청난 이야기를 시리즈물이 아니라 한 권으로 끝낼  수 있어서 좋을 것 같다는 것이었다. 소문에 엄청 재밌다란 말에 책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다.

『다윈 영의 악의 기원』은 최근 읽은 책 중에 엄청난 가속력을 느낄 수 있는 정말 재미있는 책이었다. 저자 박지리 (나이가 어려서 깜짝 놀랐다)의 군더더기가 없는 깔끔한 문장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 술술 잘 읽혔고, 스토리 진행 방식이 책을 덮을 수 없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한 챕터가 끝날 때쯤이면 뭔가 다른 암시를 던지기 때문에 추리에 추리를 몰고 간다. 그래서인지 몇 백 페이지의 분량을 읽어도 전혀 지루하지 않고 단 2일 만에 다 읽었다. 밤에도 잠을 자야 하는데 계속 읽게 되는 그런 책이었다.

책 제목에서 보이는 것처럼 주인공의 이름은 다윈 영이다. 아버지 니스 영은 문교부 차관이며 현재 3학년으로 제학 중인 프라임스쿨의 위임장이기도 하다. 장차 대통령이 될 수도 있는 인물이며 다윈과 아버지는 믿기 힘들 정도로 다정하고 화목한 최고의 부자 사이로 그려진다. 모든 아버지가 바라는 아들과의 관계, 로망이 아닐까 싶다.

다윈이 사는 세계에는 1지구부터 9지구까지 나누어져 있다. 1지구는 모두가 가고 싶은 선망의 지역인 반면, 9지구는 거의 버림받은 곳이라고 볼 수 있다. 소문에는 낮에도 살인이 일어날 정도로 험한 곳이라고 하지만, 실제 가보면 그냥 목적지조차 없는 희망이 없는 지역이다.
60년 전 '12월의 폭동'이 있었다. 4지구~9지구까지 모두 합류해서 폭동이 일어났는데, 실패로 끝났고 처벌의 순간이 오자 오로지 9지구만 죄의 땅으로 전락하였다.

이야기는 다윈의 아버지 니스와 함께 제이 헌터의 30년 추도식을 참석하면서 시작된다. 초반에 다윈이 제이 헌터의 조카, 동갑 여학생 루미 헌터와 만나고 싶어 하는 16살 아이가 충분히 생각할 수 있는 순수함에 미소짓게 한다. 니스 영은 16살 죽마고우인 제이 헌터의 추도식을 30년 동안 주도해서 열어주며, 그의 가족에 엄청난 호의를 베풀지만 개인적인 왕래는 없다. 12월 폭동 이후 9지구 후디 출신에서 1지구에 정착한 할아버지 러너 영, 항상 아들에게 미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고, 부자 사이인데도 불구하고 니스와 불안한 관계로 묘사된다. 이런 작은 의심스러운 설정들, 이해 안 가는 등장인물들의 감정 변화에 숨죽이며 책장을 넘기게 된다.

1지구에 사는 니스 영과 버즈의 친구 제이 헌터는 16살에 살인이 되었다. 사건의 수사 결론은 9지구 후디에게 살해됐고, 끝내 범인은 잡지 못한 것으로 종결됐다. 제이 헌터의 죽음으로 인해 친구들은 변했다. 그리고 30년이 흘렀다. 그러던 중 제이의 조카인 루미 헌터가 제이 헌터의 죽음에 의심을 가지고 사건의 진실과 진범을 찾으려 한다. 진범이 누구인지를 의심하며 읽는 것도 재밌지만 알콩달콩 추리를 하고 있는 16세 친구들을 보며 나도 함께 16세가 된 듯 이야기에 푹 빠지게 된다.

"너무 애써 공부할 필요는 없어. 아이들은 책을 내려다보기보단 하늘을 올려다보고 상상해야지."라고 말할 정도로 다정한 다윈의 아빠의 뒷면엔 냉철하고 날카로움이 있다. 천진난만하고 배려심도 있고 범생이 다윈이 무엇을 알아가게 될지, 이로 인해 다윈은 어떻게 변하게 될지란 생각에 마음이 쫄깃해진다.

산책을 통해 얻은 또 다른 의미 있는 발견은 인류가 얻은 모든 진리가 결국엔 자연에서 온 것이라는 깨달음이었다. 어느 오후, 산책을 하던 다윈은 문득 과학과 수학, 철학, 문학, 종교, 예술에서 이루어진 근본적인 성취가 모두 이렇게 하늘과 땅과 나무를 바라보는 행위에서 비롯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과학자도 화가도 어느 날 이렇게 똑같이 자연을 바라보았을 것이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바라본 자연을 전혀 다른 기호로 역사에 남겼다. 그 간결한 진리를 체득하고 난 뒤로는 도서관에서 보내는 시간 역시 자연에서 얻은 결과물을 해석하는 과정으로 느껴져 공부에 더 흥미를 가질 수 있었다. Pg87~88

루미 헌터는 프리메라에 재학 중인 것을 살면서 무기로 활용하는 부분에서 씁쓰름함을 준다. 사람들은 1지구에 살고, 프라임스쿨이나 프리메라를 다닌다고 하면 인정과 호의의 감정을 보이는 것에 익숙해져있다. 마치 특목고를 다니는 학생들을 우리가 바라보는 시선처럼 이랄까.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서도 보이지 않는 암묵적으로 신분제도에 대해 생각을 하게 했다. 지역을 나누고 학교의 등급을 매겨서 그 지역이나 학교를 들어가지 못한 사람들은 자괴감과 열등감으로 살아가는 건 과연 책 안에 있는 사람들만일까.

인간은 법 아래 모두 평등하지만, 실제 법이 자유와 안전을 보장해 주어야 할 특정 대상을 외면하는 것에 대해 갈증을 느끼는 레오 마샬의 캐릭터도 매우 매력적이다. 실제라면 아마 난 레오와 친해지고 싶어했거나 열띤 토론을 하고 싶어했을 것 같다.

책 겉표지가 검은색이고 그림 역시 너무 어두운 기운을 주어서 무서운 범죄소설이기만 할 줄 알았는데, 그렇다기보단 다윈 영이 진화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살면서 생각하고 느끼는 인간의 본질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프리마라 여학교가 네모난 상자라면 학생들은 그 상자 속에서 온종일 경직된 자세로 대시하고 있다가, 이름이 불리는 순간 즉각 한 장씩 튀어나와야 하는 티슈들이었다. 천팔백 장의 티슈를 모두 늘어놓고 봐도 다 같은 모양 같은 크기로 순결하고 보드랍기만 할 뿐 다른 점이라고는 없었다. 루미는 빼곡한 티슈들 사이에 끼여있으면서도 자신은 결코 그 희멀건 물질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자신은 프리메라 여학교에 있는 유일한 인간이었다. 이 세계를 생각하고, 의시하고, 판단할 술 아는 진정한 인가. (중략) 창 없는 답답한 상자를 견뎌야 했고, 무조건적인 순종을 강요하는 손짓에 복종하는 척해야 했고,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없어 하루 종일 자기 자신과만 대화해야 했다. 그러나 나중에서도 가장 이겨 내기 어려운 적은 똑같은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보내는 동류의식의 눈빛이었다. 너도 우리와 똑같은 티슈잖아.라고 말하는. 루미는 프리메라 안에서 자신의 유일함과 개성이 하루하루 무뎌지는 것을 느꼈지만 이러한 불만을 공개적으로 표출할 수는 없었다. 프리메라 여학교는 투쟁을 해서 얻은 전리품이었기 때문이다. pg241
재능은 갑자기 품속으로 날아온 한 마리의 새와도 같습니다. 그것은 아름다운 빛깔로 기쁨을 주지만 언제 또 홀연히 품에서 날아가 버릴지 모릅니다. 그 새를 진정한 자기 것으로 길들이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훈련하고 반복해서 연습해야 합니다. 그렇게 노력하다 보면 새는 도달할 수 없을 것 같았던 높은 이상으로 여러분을 이끌어 줄 것입니다. pg279

저자는 인간은 선과 악의 변이, 그리고 선택으로 진화한다는 것을 독특한 스토리 전개로 이야기를 한다. 이 책은 가족소설, 추리소설로 청소년이 어른으로 성장하며 부딪치는 과정을 담은 성장소설이다. 두꺼운 책임에도 불구하고 잘 읽히는, 그리고 때론 무거운 주제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는 재미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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