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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병동
가키야 미우 지음, 송경원 옮김 / 왼쪽주머니 / 2019년 5월
평점 :
절판
많은 이웃 북로거들이 읽는 <후회병동>, 나도 덩달아 궁금해졌다. 군중심리 같은 마음으로 읽게 된 책이다. 가키야 미우 작가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만난다. 다른 작품들은 무엇이 있나 찾아보니, 작년에 동일한 출판사인 왼쪽주머니에서 출간된 <70세 사망법안, 가결>이 있고, 지금이책 출판사에 이소담 변역가를 통해 <당신의 마음을 정리해 드립니다>와 <서른두 살 여자, 혼자 살만합니다>가 눈에 띄었다.
"그냥 이 생이 최선이었다고 믿어 버려요"라는 책날개에 있는 문구는,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더 와닿는 문구가 되어버렸다. 이 책은 인생에 대해, 특히 수많은 선택들 사이에서 수많은 결정을 한 우리의 인생에 대해 생각하게 하게 하는 책이었다. 더불어, 혹 과거에 대해 후회하는 뭔가가 있더라고, 지금이 최선이구나~라고 바로 수긍하게 되었다. 혹 최선이 아니더라도, 최선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불타게 한달까.
병원에서 일하는 여의사 루미코 하야사카. 눈치가 없고 의도와 다르게 말 표현을 잘 못해서 오해를 종종 받는 인물로 그려진다. 그러던 중,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게 하고 과거 여행을 떠나게 도와주는 청진기를 발견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의 후회와 하소연 등을 들어주며 만약 그때 내가 다른 결정을 내렸더라면...이라며 후회하는 환자들을 중심으로 루미코는 함께 여정을 떠나게 된다.
이 책은 총 4파트로 나뉜다. 죽음을 앞둔 환자들이 후회하는 시점으로 돌아가 다른 결정을 내리며...의 전재로 4파트로 나뉜다. dream, family, marriage, 그리고 friend. 우선 dream 부분에서 연예계에 대한 이야기라 사실 크게 공감이 되지 않았다. 연예인을 꿈꾸던 환자가 너무 유명한 엄마 연예인이 극구 말리는 바람에 꿈을 접어야 해서 후회가 막심하고 엄마와의 사이가 좋지 않다. 어차피 30대 초반의 어린 나이에 죽을 걸 알았다면 연예인을 해볼 걸 하는 후회로 인해, 청진기와 함께 과거의 문을 들어간다. 근데 내가 좀 마음에 안 들었던 것은 연예인이 되려고 성형수술을 했다는 설정이 마음에 안 들었고, 꼭 연예인의 삶을 안 좋게 만 그렸다는 점이다. 엄마가 왜 연예계 진출을 반대했는지 이제서야 이해할 수 있었다며 엄마를 이해하고 서로 용서하고 훈훈한 마무리는 좋았지만, 글쎄... 사실 dream 부분은 크게 동의하지 않았다.
family는 꼭 나의 남편에서 읽게 해주고 싶은 chapter였다. 워커홀릭 비슷하게 살고 있는 신랑이, 얼마나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입 아프게 야기해도 들리지 않는데, family 부분을 읽으니 뭉클하기도 하고 안타까움이 더 컸다. 우리 신랑이 앞으로 살 날이 3개월밖에 남지 않았다 하더라도, 지금처럼 회사일이며 골프며를 더 열심히 하느라 아이들과 오붓한 시간을 버릴까? 꼭 신랑이 아니더라도, 나 역시 마찬가지로 아이들에게 짜증을 낼까? 반성하고 또 반성하게 되는 부분이기도 했다. 후회 없이 아이들과 공감하고 놀아주고 사랑을 듬뿍 줘야겠구나, 아마 이 책을 읽는 부모라면 이러한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 싶다.
marriage는 생각지도 못한 반전이 있어 놀라움을 자아냈다. 역시 사람 앞일 아무도 모른다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근데 내 딸이라 하더라도, 그 결혼 반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ㅜㅜ
friend는 좀 씁쓸함을 자아내는 이야기였다. 뭘 그런 걸 다 후회하냐... 별로 큰일도 아닌데...라는 생각을 기본적으로 하고 읽어서 인지 크게 감흥이 없었고, 아내가 다른 사람을 좋아한다고 오해하며 살고 있는 남편이 난 너무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내가 남자가 아니라서 그런가?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서까지 지금의 와이프와 결혼을 해야만 했던가? 그리고 서로서로 속 시원하게 소통을 못했다는 점에서 마냥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나중에 한참 후에 알게 되었지만, 어쩌면 모르는 게 약일 수도... 란 생각이 들기도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몇 주 전에, 만약 과거에 이런 결정을 내렸면 어땠을까?'란 일기 같은 글을 쓰며 과거를 회상한 적이 있다. 책을 잠시 덮고 다른 일들을 하면서, 내가 만약 과거로 돌아간다면 언제 시점으로 돌아가려나....를 참 많이 상상하게 되었다. 근데 과거의 후회보다 미래의 기대에 더 상상하고 시간을 투자해야지, 란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그 이유는 <후회병동>을 읽기 바로 전에 하완 작가의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했다>란 에세이를 읽어서일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지금 이 생이 최선이라고, 믿자!
새로들 어온 신참 마슈코 선생에게 은근 슬쩍 이 청진기를 건네준 루미코. 루미코와 동료 선생과의 러브라인도 궁금하고, 마슈코는 어떤 환자들을 만나고 어떤 이야기가 펼쳐질지 상당히 기대된다. 혹 2탄이 나오는 건 아닐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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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속으로
아, 얼마나 허무한 인생인가. 만약 인생을 다시 한 번 살수 있다면 맹세코 야근은 안 할 것이다. 누가 뭐래도 안 한다. 난 조금이라도 더 많은 시간을 가족과 함께 보내고 싶었다. 상사가 싫은 소리를 하든 말든, 꼬박꼬박 휴가를 챙겨서 아이들과 수영장에 가거나 여행을 가고 싶었다. 아이들을 키우는 데 적극적으로 참여했더라면 인간으로서 중요한 것은 무엇인지 많이 가르쳐 줬을텐데. - family pg 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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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후반 즈음부터였나. 주말에 한낮까지 늦잠을 자도 일주일 동안 쌓인 피로가 풀리지 않게 되었다. 하지만 아이들도 컸으니 분명히 이해해 줄 거라고 믿었다. 잘못된 생각이었다고 깨달은 건 암으로 입원하고 나서부터였다. 면회는 오지만 서로 공통된 화제도 없고, 아빠인 나에게는 친밀감마저 없었다. pg 1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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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껏 나는 정년까지 남은 앞으로의 긴 세월을 내다보고, 회사에서 갈등을 만들지 않고 입지가 좁아지지 않도록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왔다. 출세에 눈이 멀었다기보다는 후배에게 추월당하기 싫었을 뿐이다. 하지만 어차피 서른일곱에 죽을 운명이고, 실제로도 출세해 봤자 좋은 일은 하나도 없었다. pg1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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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오늘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라는 말을 아시죠. 어렸을 때 선생님이나 부모님에게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듣는 말이잖아요. 어쩌면 암 환자를 위한 말이 아닐까요. 내일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더니, 오늘 해야 할 일은 오늘 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강해졌습니다. pg 4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