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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지막 히어로
엠마뉘엘 베르네임 지음, 이원희 옮김 / 작가정신 / 2019년 1월
평점 :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간결하고 깔끔한 문장체를 지닌 엠마뉘엘 베르네임 작가의 <나의 마지막 히어로>를 만났다. 형용사가 덕지덕지 붙지도 감정 호소를 하는 것도 아닌, 무덤덤하게 리즈의 이야기를 툭툭 내뱉듯, 읽는 내내 뒷이야기가 어떻게 될지, 그리고 금방 알 수 있다는 기대감에 계속, 정말 후딱 책을 본 것 같다. 얼마 만에 만나보는 짧은 60pg 짜리 소설이던가. 책은 총 110 pg를 담아있지만, 이건 추가적으로 옮긴이의 말과, 대부분이 대담이라고 이다혜 기자와 이종산 소설가의 대화를 글로 기재된 내용이다. 이다혜 기자... 어디서 들어봤더라? 하고 보니, 이동진의 빨간책방에 출연 중인 기자라고 한다.
단편 소설에 등장하는 리즈라는 인물, 참 독특하다. 쿨하게 미셸과 마르샬 박사를 인생에서 지우고, 예전에 꿈꾸었던 의사의 길을 다시 걷겠다고 하는 계기와, 그 와중에 부모와의 냉정한 이별 (사별 아님), 잠시 공부를 하며 지낸 친했던 친구들과의 덤덤한 이별, 그리고 의사 인턴을 하며 지낸 그녀의 억척같은 삶, 환자에게 처음 진료를 하고 처방전을 내린 날, 장과의 결혼, 출산, 그리고 그녀가 벌이는 엉뚱한 사건, 그리고 리즈의 충격적인 병명. 실버스타 스텔론을 잘 모르는 나에겐 그냥 그런 사람이구나...에서 누군가는 이렇게 각별하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를 생각하게 하는. 남은 장과 두 아이의 인생을 덤덤하게 상상하게 하는. 어쩌면 우리 모두의 인생이 이렇듯 덤덤하게, 다소 메마른 듯 흘러가서, 누군가는 소중한 사람을 잃지만 세상은 망하지 않고 어제와 같이 오늘도 흘러가는 게 왠지 서글프기마저 했다.
이 책을 읽으면 <Eye of the Tiger>의 노래를 찾아 듣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면, 아하! 이 노래!! 하게 된다. <록키>란 영화를 한.편.도 본 적이 없지만, 이 노래는 어디선가 들어본 적이 있다.
난 살면서 누군가를 히어로라던가 멘토 같은 사람이 있어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연예인에 대한 관심도 크지 않다. 그래서 처음엔 한 특정 영화와 인물에 대한 동경이 소재였기에 감정 이입이 처음에는 좀 떨어졌지만, 작가의 필체가 너무 매력 있고, 소설을 읽고 난 후, 리즈의 삶, 그리고 나의 삶이 영화 필름처럼 장면 장면이 스쳐지나는 경험을 했다. 나는 내가 죽은 후, 어떤 사람으로 기억이 될까? 진정으로 (부모 제외하고) 나의 빈자리에 대해 슬퍼할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그리고 나의 삶에서 스쳐 지나간 사람들은 어떻게 살고 있을까? 란 생각을 하기도 했다. 다른 독자는 어떤 마음으로 책을 읽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의 내 기분 탓인지, 짧은 소설이 인생의 덤덤한 슬픔을 한 폭 담아낸 글같이 느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