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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 ㅣ 누구나 교양 시리즈 2
게르하르트 슈타군 지음, 장혜경 옮김 / 이화북스 / 2018년 12월
평점 :
우리 집에서 금기되는 논쟁의 대상이 있다. 바로 정치, 시댁/친정, 그리고 종교이다.
정치는 기본적으로 내가 아는 바가 없어 대화를 해도 뭔 소리인지 잘 몰라서이고, 시댁/친정은 결혼을 한 사람이라면 굳이 설명을 안 해도 암묵적으로 이해를 할 것이고, 종교이다. 종교로 인해 결혼 시 어려웠다는 이들을 종종 보는데, 나 역시 맞기도 하고 틀리기도 하다.
난 특별한 종교가 없다. 그래서 이래도 좋고 저래도 좋고, 좋은 얘기겠거니... 라고 생각을 해왔었다.
시집을 왔는데, 시댁은 천주교를 믿는 가정이었다. 그래서 교리도 받고 세례도 받고 성당에도 다려보려 노력했으나, 내 안엔 불신만 가득하고 무조건 믿기보단 자꾸 따지려고 하는 성향을 발견할 수 있었다.
누구나 그렇듯 신혼 초에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 중에 소소한 다툼이 있으면, 남편은 일요일 미사에 참석하고 고백성사를 통해 그의 죄를 사해 받는다. 반면 나는 정작 여전히 죄죄죄 덩어리라고, 나는 화도 안 풀리고 상황이 개선되지 않았는데, 남편만 죄가 없어지는 게 말이 되냐고 농담반 진담반 운운한 적이 있다. 그랬더니 뭔가 깨달음을 얻었다며, 급기야 정말 남편이 (정말 그럴 줄 몰랐는데) 내 말이 맞다며 성당 다니기를 그만두었다. 어라, 이게 내가 바라는 것이 아닌데... 사실 나도 (신랑도 그렇게지만) 이 사건이 우리 가정에 적잖은 충격을 안겨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종교는 우리 집의 금기 주제가 되었고, 사실 난 제대로 공부를 해본 적도, 아는 바로 없으면서 왈가왈부한 기분이 들어, 언젠간 꼭 제대로 알아보고 싶었다. 물론 이 책 한 권으로 나의 선입견과 지식이 얼마나 충만해지겠냐만서도, 내가 가지고 있던 폭풍 질문들에 대한 답변이 많이 담겨있어, 독자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참 유익하게 읽었다. 역시나 전적으로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바는 아니다. 그저 그의 의견이겠거니... 하며 가벼운 마음에, 하지만 귀를 쫑긋 세우며 읽었다.
인문학 개념으로 종교에 대해 논하는 책을 읽어본 적이 있는데, 읽을 때가 그렇지 여전히 오리무중이었는데, <종교 최대한 쉽게 설명해 드립니다>를 통해 정말 쉽게 이해 가는 부분이 많았다. 이 책을 읽고 있으니, 신랑의 시선이 자꾸 이 책으로 온다. 그는 무슨 생각이 들까?
이 책은 종교의 본질에 관한 24가지 질문이 담겨 있다. 독일 저자 게르하르트 슈타군이 2006년에 출간한 책이 올해 우리나라에서 번역되어 출간되었다. 크게 3 파트로 구성된다. 종교란 무엇일까?, 선한 신이 창조한 세상에 왜 악이 존재하는가? 그리고 왜 종교는 서로 사이가 좋지 않을까?이다. 그 안에 세부 질문들이 있는데, 정말 궁금하다 생각했던 질문들이 담겨 있다. 너무나도 기초적인 질문이지만 물어볼 이가 없던 질문들이다. 인간은 왜 종교를 필요로 하는지, 죽음 뒤에도 삶이 있는지, 우리의 기도가 정말 신에게 닿는 것인지, 신이 선하다면 세상은 왜 악이 존재하는지, 예수는 신인지 인간인지, 왜 종교마다 여러 종파가 있는지, 성경의 내용이 다 진리인지, 과학과 종교는 반목할 수밖에 없는 것인지 등등, 너무 알찬 질문에 대한 답이 담겨 있다.
한 가지만은 분명하다. 우리를 둘러싼 무한의 세상 그리고 우리를 구성하고 있는 운자에 이르기까지 우리 안에 숨어 있는 그 무한의 세상이 없다면 신은 있을 수 없다. pg 17
저자는 무신론자는 신을 부정하는 이가 아니라 신에게서 벗어나려는 사람이고 무언가를 부정하기 위해서는 그 존재가 있다는 점을 먼저 인정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전달한다. 신이 없다,라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지만, 막연히 어떤 전지능력의 무언가를 '신'이라 일컫는다면 나는 믿는다. 다만 불교, 기독교, 천주교, 힌두교, 유대교, 이슬람교 등 현제 존재하는 종교 카테고리에 들어가 있지 않다는 것일 뿐. 이 책의 제일 첫 장에 "종교란 무엇일까"란 질문에 서두가 "종교인이 종교인답지 못한 한 가지 이유를 설명하는데 너무 마음에 든다. 어떤 종교를 믿는다고 하는 말보다, 각자 자신의 믿음에 따라 어떻게 행동하느냐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통해 '종교'의 본질을 살펴볼 수 있었고, 정말 시간이 허락한다면 모든 종교에 대해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주교와 기독교의 성경을 시작으로, 각 종교의 경전을 읽어보는 것을 삶의 숙제로 삼아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