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연고
이생진 지음 / 작가정신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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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정신 출판사 블로그의 글을 재미있게 올려주시는 박 대리님을 알게 되며 출판사 블로그에 자주 놀러 가는 요즘이다. 자주 놀러가다보니 출판업계에 대해서도 맛보기 식으로 알게 되고 작가정신 출판사에서 나오는 책도 어느정도 인지하게 된다. 다 읽어보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어떤 책이 출간되는지 대략적으로 알 수 있다. 그러다 『무연고』라는 책과 이생진 작가님에 대한 소개를 읽게 되었고, 아~ 이 책 읽어보고 싶다~ 했는데, 좋은 계기로 우리 집에 오게 되었다. 더 신기한 건, 『무연고』책이 도착한 같은 날, 다른 곳으로부터 『무연고』의 굿스인 노트가 왔다. 노트 안에는 이생진 작가의 산문집 『아무도 섬에 오라고 하지 않았다』 와 『무연고』, 『거문고』 그리고 그 밖의 미공개 스케치가 담겨있다. 많은 빈 공간인 노트들과 함께. 이 소중한 노트에 감히 나의 필체를 어찌 담으랴... 싶을 정도로 너무 고급 진 노트다. 횡재했다! 싶다.

이생진 작가는 올해 90살이 되신 예술인! 지금의 나이에도 시를 쓰고 스케치를 하고, 친구를 만나고 책도 읽고 음악을 듣는 멋진 훗남 이생진 할아버지. 이 책에 복선처럼 깔려 있는 '죽음'이 나름 더 현실적으로 다가왔던 건, 저자의 연세 때문이지 않나 싶다. "죽음의 준비는 미미하다. 준비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뒤로 미룬다. 너무 가까이 왔는데 내 일이 아닌 것처럼 미룬다." -우선 중에서 
최근 읽는 많은 책들의 키워드가 '죽음', '질병', '이별' 이었다. 어찌 보면 문학에서 항상 다루었던 것들인데 내가 이제서야 깨달은 것일지도. 혹은 나 역시 나이가 들어가고 늙어가는 부모님을 바라보다 보니 위의 단어가 청소년 철부지였던 시절과는 달리 와닿는 것 같다. 이생진 작가의 많은 시들을 보며, 시아버님과의 대화가 생각이 났다. 서울에서 자식들 다 키우고 퇴직 후 시골로 귀농을 하신 46년생 시아버님. 그래서 자주 뵙지는 못했지만 종종 통화를 할 때면, 며느리가 전화를 자주 안 한다고 그렇게 섭섭해하신다. 마을에 사는 아무개도 죽고, 자신의 친구도 죽고, 자신도 얼마 안 남은 것 같아 외롭고 고독하고 쓸쓸하다고... 나한테 전화마저 안 오면, 모두 다 자신을 잊어버린 것 같아 외롭다고... 이 책을 읽고 나니, 시아버님께 좀 더 정성 들여 안부전화를 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식들 모두 현재 정신없는 삶에 지쳐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부모를 생각할 틈이 부족하지만, 우리도 늙어가고 있고, 지금은 "나는 절대 자식들 귀찮게 안 할 거다"라고 다짐하지만, 세상 앞일은 모르는 법, 우리도 (건강이 허락하고 사고가 없다는 전재로) 언젠간 80세가 되고 90세가 될 수도 있기에... 이생진 작가님처럼 삼시 세끼 내 손으로 챙겨 먹고 사고 싶은 책을 사서 강아지처럼 안고 집에 오고, 책을 읽고 글을 쓰는 문화활동도 하며 지내다 죽음을 맞이하고 싶다. 이생진 작가님 말처럼 "죽음이 하라는 대로 조용히.(pg 48)" 아직 어리다고 죽음이 정말 멀리, 남의 일처럼 생각하고 생활하지 말자는 생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이, 비록 고독하고 외롭지라도 살아있음에, 하고 싶은 일들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살아야겠다고 배운다.

인생은 짧고, 예술은 길다고요?
천만에! 이제는 인생이 길어야 예술도 길어져요.
90세까지 시를 쓸 수 있는 비결은 건강입니다.
삼시 세끼 제 손으로 챙겨 먹고 설거지까지 해요.

남한테 의존하면 죽음이 점점 가까이 오는 법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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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
조선희 지음 / 네오픽션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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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이런 책이 고팠었나 보다. 국내 작가가 쓴 미스터리 소설이라 더 정이 간다. 해외 소설의 번역이 아니라 한국인 정서 그대로를 담은, 작가가 의도한 바 그대로 독자가 읽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감을 갖게 하는 책이었다. 처음 만나보는 조정희 작가의 미스터리 소설,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는 기대했던 것 그 이상으로 무섭고 재밌었다.

다 읽고 나면 무서움이 덜하지만, 작가가 묘사하는 사건들, 이야기 구성, 대화들이 주는 묘한 스릴이 있어 가슴이 콩닥콩닥 하게 된다. 도대체 무슨 놀이인 거야? 그것은 당최 뭐지? 어떻게 놀이를 끝낼 수 있는 거야? 대적할, 더 강한, 센 누군가가 누구라는 거지?
책을 한번 들면 내려놓을 수 없게 만드는 이야기였다. 끝까지 궁금해서 읽어야만 했던 책이었달까.

어린아이들이 그 놀이를 하다가 연서가 실종이 되었고, 사건은 경찰의 미결 사건으로 그친다. 그 후, 그 놀이에 참여했던 아이들은 흩어지고 도동 마을에 종목만 남는다. 아버지로부터 어머니를 지켜 주어야 하기 때문. 그러다 그 놀이를 했던 아이들은 성장하고 15년이 흐른다. 세월은 흘렀지만, 모두에게 그 공포심을 여전히 남아있다. 그 공포를 지닌 채 살아다 다시 '그것'이 찾아온다. '그것'이 찾아왔을 때, 작가의 묘사가 정말 리얼하고 소름이 쫘악~ 

이빨이라 불리는 가해자들로 인해 종목과 태이(나)의 친구인 재호가 자살을 하게 된다. 하지만 처벌은 미비하게 끝난다. 종목은 어떻게 해서든 복수를 하고 싶다. 그래서, 할아버지가 금기한 기록, 놀이에 대해 알고 싶어 들어가 수첩을 읽는다. 그리고 그 놀이가 다시 시작이 된다. 그때는 일이 이렇게 될지 몰랐겠지. 그리고 하나 둘, 놀이를 한 친구들이 죽는다. 

아홉 소리나무가 무엇을 물어보는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려면 책을 내려놓을 수 없다. 
<아홉 소리나무가 물었다>의 탄탄한 전개와 섬세한 심리묘사, 상황 묘사의 매력에 빠지게 된다.
조선희 작가의 다른 책들을 이쯤 되면 찾아보게 된다. 앞으로도 기대되는 작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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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폭우를 뚫고 들리는 정체불명의 나무 두드리는 소리가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소리를 따라가보니 세 개의 발을 가진 까만 나무둥치 하나가 있었다. 처음엔 하나뿐이었는데 어느 날 하나가 둘이 되고 둘이 셋이 되어 마침내 아홉이 모였다. 밤마다 소리나무가 울리고 얼마 후 나무둥치들은 아홉이 여덟이 되고 여덟이 일곱이 되더니 마침내 처음 나타났을 때처럼 하나만 남았다. 그리고 어느 날 그 하나마저 사라졌다. 이는 나무가 제 발로 오고 간다는 뜻이었다. 아홉 개의 소리나무를 두드려 그것을 불러내는 놀이. 불려 온 그것은 자신을 두드려 깨운 자가 할 수 없는 일을 대신해준다. 그것은 앞코가 뾰족한 세 개의 검은 발을 가졌다. 그것을 크고 강하다. pg 50

재호를 죽인 놈들에게 복수를 해야 했다. 그러려면 그놈들을 대적할, 더 센 누군가가 필요했다. pg 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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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나나 가족 큰 스푼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스푼북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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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아이보다 어쩌면 나에게 더 깊은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항상 염려하고 있는 부분을 이 책을 통해 나의 고민을 대면하는 기분이었다. 『바나나 가족』은 미국 LA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조기 유학을 하며 살고 아빠는 한국에서 사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 이야기이다.

8년 만에 어렵게 가진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엄마와 딸은 LA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서는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며 힘들어하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빠가 있다. 스프링 브레이크 때 아빠는 가족이 그리워 미국을 방문하게 되고, 딸 캘리는 이미 친구들과 놀러 갈 계획을 세웠는데 아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자신의 기존 약속이 깨지자 기분이 좋지 않다. 5년 동안 떨어져지내니 그리움도 무덤덤해지고, 아빠를 만나도 어색하고 대면대면해졌다. 그리고 사실 그 나이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지내다가 아내와 딸을 만났는데, 어색한 기류가 돌고 뭔가 훈훈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하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란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마음이 크지만, 한국의 치열한 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을 옭아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여차하면 미국으로 가야지를 사실 나 역시 마음에 품고 산다.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해서, 미국 교육 실정을 잘 알지만 한국 교육은 정말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있었던 수능시험에, 정시가 어쩌고 수시가 어쩌고... 정말 뭔지 모르겠다. 시험 보고 그다음에 할 일이 아직도 많단다. 그리고 자녀의 교육과 진로는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어, 그저 두렵기만 했다. 아무리 4차혁명시대라 현재 각광받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둥, 나중에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둥, 얘기들을 하지만, 그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워낙 원하는 특정 대학교를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에 실 넣기 식으로 어렵고, 아무리 똘똘한 아이들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그리고 들어갈 문이 좁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지만, 공부할 의지만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한국에는 서울대학교가 1개가 있지만, 미국에는 서울대학교 같은 학교가 100개가 넘는달까. 그리고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커리어를 쌓았는지가 중요하지. 하지만 한국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 것이 학벌이라더라.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아이들은 한창 놀 나이에 아이들이 몇 시간씩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어린아이들에게 당최 우리는 무엇을 심어주고 있는 것인가. 남을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는다는, 친구와의 우정을 논하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 시험을 보면 서열을 나누는 현 교육 시스템에서 어떻게 경이로운 아이, 남을 배려하는 아이, 행복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로 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여름에 잠시 여름학교에 보내고 나 역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한 달가량 미국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이들의 영어실력,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노니까. 그런데 문제는 아빠와의 긴 이별이다. 처음 며칠은 아빠가 그립다고도 했지만, 사실 솔직히 잊고 살게 된다. 그러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아빠는 돈 보내는 사람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 아이도, 심지어 엄마도. 사람 마음이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이건 가족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그래서 교육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우리는 가족이 우선이야!를 외치며 한국 교육 시스템에 적응을 해야겠지? 싶다가도,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놀 곳이 없다는 점,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점, 학원을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린 나이인데도 공부를 해야 할 것 분위기 조성, 항상 뭔가 뒤처진 듯한 찜찜함 (엄마의 무능력으로 방치하는 기분)이 항상 들기 때문에 괜히 불만이 생긴다. 공기는 또 어떻고... 공부고 뭐고 건강이 최고야! 하며 공기 좋은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최선인지 고민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내 옆에 있는 혹은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어요. 서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랐어요. 그러면 우린 크지는 않지만 작은 행복을 충분히 만들고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작은 행복들이 모이고 모이면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pg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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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음악가 -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
김목인 지음 / 열린책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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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피아노 연주를 좋아한다. 다른 아이들과 달리 피아노를 어렵게만 느끼지 않고 어떤 노래를 그냥 듣고 자기 나름대로의 반주로 곧잘 연주를 한다. 이젠 수준이 좀 높아져서 꽤 들을 만하다. 작곡을 한답시며 거의 편곡 또는 표절에 가깝게 이것저것 섞어 만든 노래를 할 때도 있고, 노래를 정말 못하는데 목청이 다 쉬도록 가사를 만들어 자신의 감정에 충만해져서 (주변 사람에 대한 배려 없이) 노래를 할 때가 종종 있다. 장래희망은 매번 바뀌긴 하지만, 작곡가 또는 만화작가가 꿈이라고 한다. 그러던 중, 김목인의 『직업으로서의 음악가 어느 싱어송라이터의 일 년』를 만나게 되었다. 그리 많은 가수를 알지 못해서인지 김목인이란 이름은 처음 들어봤다. 하지만, 열린책들 출판사에서 아무나 책을 출간하게 해주진 않겠지란 생각과 정말 싱어송라이터의 삶이 궁금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어쩌면 우리 아들도 싱어송라이터가 될 수도 있기에 마냥 궁금했다.

책을 반 정도 읽다 유튜브를 통해 김목인 싱어송라이터의 음악을 처음 듣게 되었다. 그리고 인디밴드에 대해 알게 되었다. 세상에는 정말 다양한 음악을 만드는 사람들이 있구나를 또 새삼 깨달았다. 그들의 가슴뛰는 열정을 보며 나도 함께 가슴이 뭉클해진다. 김목인의 이런저런 노래를 들어봤지만 사실 내 취향은 아니었다. (죄송해요 김목인 음악가님) 너무 슈퍼스타K 같은 프로에 젖어 있어 그런지, 가창력이 폭발적인 사람을 자꾸 기대하게 돼서 그런지, 혹 BTS 같은 아이돌을 자주 봐서 그런지 음악의 취향은 확 와닿지 않았지만, 글을 읽으면 읽을수록 그의 덤덤하고 소박한 음악인으로서의 삶을 보며 김목인이란 사람에 대한 매력에 빠져들게 한다.

작곡가로서의 삶은 상상했던 것보다 더 치열하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하는 것으로 느껴졌다. 역시 세상에 쉬운 일은 없구나, 거저 되는 일은 없구나를 깨닫기도 했다. 일상생활에서 연감을 얻기에 주변에 일어난 일, 경험한 것, 생각하는 것을 주로 글로 남긴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띄었다. 일상생활을 메모식으로 적어놓고, 그것을 통해 가사를 생각하는 작업을 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 과정도 보여주어 너무 신기했다. 특히 본인이 쓴 글을 어떻게 정리하고 관리하고 나중에 찾을 수 있게 되는지란 디테일한 설명에 감탄을 하기도 했다. 정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이 싱어송라이터일 수도 있겠다. 그리고 글을 많이 쓰는 작업을 통해 창조물이 탄생하기에 글도 잘 쓰는구나란 생각도 들었다. 다른 책을 집필한 경력도 있고 번역 일도 한다고 한다. 역시 능력자였다.

김목인 작가의 싱어송라이터로서의 삶을 엿보며 그의 직업관뿐 아니라 그의 성품에 감동했고, 음악가로서의 자부심을 느낄 수 있었고 후배들에게 배려하는 모습까지 느껴졌다. 책을 통해 다른 직업, 다른 삶에 대해 간접경험을 할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이 책, 매력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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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발의 탐라 공주 푸른숲 역사 동화 12
김기정 지음, 백대승 그림, 전국초등사회교과 모임 감수 / 푸른숲주니어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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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만 봐도 궁금증을 자아내는 책이다. 전혀 공주스러운 복장이 아닌 맨발의 여자아이 그림에 제목은 맨발의 탐라 공주란다. 그렇다면 이 표지 여자아이가 탐라 공주인가? 탐라가 공주의 이름인가, 아니면 나라나 지역의 이름인가? 허구 이야기인가, 사실을 기반으로 쓴 이야기인가? (나중에 신랑한테 탐라가 뭔지 아냐고 했더니 대번에 정답이 나왔다. 아놔, 또 나만 또 모르는거였어~ 뜨악~)

책 속의 주인공 탐라 공주인 '귀또'는 해적의 요새인 '탐라'(제주)에 딸린 작은 섬에서 자란다. 아무도 귀또를 밖에 나가지 못하게 해 답답해하길래 귀또의 키가 비자나무 정도로 성장하면 나갈 수 있게 해준다고 약속을 받은 귀또는 매일매일 열심히 자고 먹는 장면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대목을 읽으며, 아이가 게임기를 갖고 싶다고 할 때, 나도 어느 특정 나무를 지정해주며 아들이 이만큼 자라면 사줄게~라고 얘기해야겠다는 유혹이 확 왔다. 그 나무의 키는 적어도 175cm는 돼야겠지. 크허허허

이 책은 삼국 통일 시절 제주도 땅에 있던 독립 국가 '탐라'를 주인공 삼아 다시 쓴 삼국 통일 시대 이야기이다. 역사는 보는 사람에 따라 다르게 전달될 수 있다는 발상으로, 두 어린이 귀또와 우사기의 눈을 통해 그려진 전쟁에 독자와 함께 그 시대, 그 현장에 나가게 된다. 역사는 결국 승자에 의해 쓰이기 때문에 관점의 차이를, 그리고 왜곡을 간과할 수 없다는 점, 그리고 우리가 어떻게 과거를 배우고 앞으로 우리의 미래 역사를 써나갈지에 대해서 고민해본다.

제주가 삼국 시대만 해도 독립된 주권을 가진 하나의 국가인 탐라국이었고, 수많은 나라와 교역을 하는 만큼 고생을 많이 할 수밖에 없는 나라이기도 했다. 탐라 공주 귀또, 고구려 왕자 우사기, 백제 도독의 아이 뎅뎅이, 여장군 고방개, 이름부터 너무 독특해 잊지 못할 등장인물들, 삼국 통일 시대를 흥미롭게 바라보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 제주도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되어 재밌었다. 제주 신화인 마고할미 이야기와 귀또네 막막 어멍, 제주도 여성의 강인함에 대해서 이 책안에 녹여 다양한 이야기가 한데 어우러져서 좋았다.

탐라 공주 이야기 뒤에, '숨어 있는 한국사, 탐라를 만나다 (동화로 역사 읽기)' 부분이 특히 너무 유익했다. 나 역시 이 모든 역사적 사실이 새로웠기에 우선 재미있었다. 귀또가 살았던 시대는 언제이고 주변에서 어떤 일이 발생했던 것일까를 바라보니, 역사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없다.


다음에 다시 제주도에 방문을 하면, 아름다운 경치와 맛집 방문뿐 아니라 역사적으로 제주도를 다시 바라보게 될 것 같다.

정말 한라산에 신들이 살아? 그렇지요. 일만 팔천 신들이 산답니다. 티끌도 없이 어둠뿐일 적에 신들이 별과 해와 땅과 하늘을 짓고 어 섬이랑 탐라국을 만들었지요. 그 신들이 한라산에 깃들어 있는 거예요. 공주님이 조금만 더 크면 신들과 함께 한라산을 지켜야 하고요. pg 28
역사는 희극이든, 비극이든 지금 우리를 있게 한다. 우리가 과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여기서 어찌 사느냐에 따라 역사는 내일, 새로이 쓰인다. - 저자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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