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바나나 가족 ㅣ 큰 스푼
임지형 지음, 이주미 그림 / 스푼북 / 2018년 10월
평점 :
이 책은 아이보다 어쩌면 나에게 더 깊은 생각을 갖게 해준 책이 아닌가 싶다. 항상 염려하고 있는 부분을 이 책을 통해 나의 고민을 대면하는 기분이었다. 『바나나 가족』은 미국 LA에서 엄마와 딸이 함께 조기 유학을 하며 살고 아빠는 한국에서 사는, 이른바 기러기 아빠 이야기이다.
8년 만에 어렵게 가진 딸아이의 교육을 위해 엄마와 딸은 LA에서 공부를 하고, 한국에서는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라며 힘들어하지만 자식을 위해 희생하는 아빠가 있다. 스프링 브레이크 때 아빠는 가족이 그리워 미국을 방문하게 되고, 딸 캘리는 이미 친구들과 놀러 갈 계획을 세웠는데 아빠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자신의 기존 약속이 깨지자 기분이 좋지 않다. 5년 동안 떨어져지내니 그리움도 무덤덤해지고, 아빠를 만나도 어색하고 대면대면해졌다. 그리고 사실 그 나이엔 친구들과 노는 것이 더 재미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빠의 입장에서는 하루하루 가족을 그리워하며 힘들게 지내다가 아내와 딸을 만났는데, 어색한 기류가 돌고 뭔가 훈훈하고 따뜻한 온기를 느끼지 못하니 얼마나 상심이 클까? 란 생각이 들어 너무 안타까웠다.
가족이 떨어져 지내는 것은 아닌 것 같다...라는 마음이 크지만, 한국의 치열한 교육으로 인해 아이들을 옭아매고 싶지 않다는 이유로 여차하면 미국으로 가야지를 사실 나 역시 마음에 품고 산다. 오랜 기간 유학생활을 해서, 미국 교육 실정을 잘 알지만 한국 교육은 정말 잘 모르겠다. 얼마 전에 있었던 수능시험에, 정시가 어쩌고 수시가 어쩌고... 정말 뭔지 모르겠다. 시험 보고 그다음에 할 일이 아직도 많단다. 그리고 자녀의 교육과 진로는 엄마의 정보력이라는 얘기를 종종 들어, 그저 두렵기만 했다. 아무리 4차혁명시대라 현재 각광받는 직업의 절반이 사라진다는 둥, 나중에는 학벌이 중요하지 않다는 둥, 얘기들을 하지만, 그건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를 하기 위해 원하는 대학에 가고 싶은 학생에게는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워낙 원하는 특정 대학교를 들어가기가 바늘구멍에 실 넣기 식으로 어렵고, 아무리 똘똘한 아이들도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피폐해지고, 그리고 들어갈 문이 좁기 때문에 좋은 결과를 얻기가 어렵지만, 공부할 의지만 있으면 어디든 들어가 꿈을 펼칠 수 있는 미국이나 유럽과는 다르다. 사람마다 의견이 다르겠지만, 한국에는 서울대학교가 1개가 있지만, 미국에는 서울대학교 같은 학교가 100개가 넘는달까. 그리고 학벌은 중요하지 않다, 무엇을 공부했고 어떤 사람들을 만나서 커리어를 쌓았는지가 중요하지. 하지만 한국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닌 것이 학벌이라더라. 진짜인지는 모르겠지만.
한국의 아이들은 한창 놀 나이에 아이들이 몇 시간씩 공부를 해야 한다. 이 어린아이들에게 당최 우리는 무엇을 심어주고 있는 것인가. 남을 이겨야만 내가 살아남는다는, 친구와의 우정을 논하지만, 그 친구들과 함께 시험을 보면 서열을 나누는 현 교육 시스템에서 어떻게 경이로운 아이, 남을 배려하는 아이, 행복한 아이로 성장할 수 있길 바라겠는가.
하지만, 그렇다고 해외로 가는 것만이 답은 아니란 걸 알고 있다. 여름에 잠시 여름학교에 보내고 나 역시 친구들을 만나고 싶어 한 달가량 미국에 놀러 간 적이 있다. 아이들의 영어실력, 당연히 늘 수밖에 없다. 하루 종일 노니까. 그런데 문제는 아빠와의 긴 이별이다. 처음 며칠은 아빠가 그립다고도 했지만, 사실 솔직히 잊고 살게 된다. 그러다 이런 기간이 길어지면, 아빠는 돈 보내는 사람 정도로 여겨질 수도 있겠지. 아이도, 심지어 엄마도. 사람 마음이 그럴 수도 있겠다란 생각이 든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이 멀어진다고, 이건 가족도 마찬가지일 수 있겠다. 그래서 교육이고 뭐고 다 필요 없어, 우리는 가족이 우선이야!를 외치며 한국 교육 시스템에 적응을 해야겠지? 싶다가도, 아이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면 놀 곳이 없다는 점, 같이 놀 친구가 없다는 점, 학원을 가야 친구를 만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어린 나이인데도 공부를 해야 할 것 분위기 조성, 항상 뭔가 뒤처진 듯한 찜찜함 (엄마의 무능력으로 방치하는 기분)이 항상 들기 때문에 괜히 불만이 생긴다. 공기는 또 어떻고... 공부고 뭐고 건강이 최고야! 하며 공기 좋은 캐나다로 이민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주변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한다.
이 책을 읽으며 아이는 어떤 생각을 했을까? 최선의 선택은 무엇일까? 가족이란 무엇일까?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 최선인지 고민을 하게 되는 책이었다.
내 옆에 있는 혹은 함께하지 못하는 가족에 대해서 생각해 보는 시간을 가졌으면 했어요. 서로 어떤 모습으로 살아갔으면 좋겠는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랑과 행복을 나눌 수 있는지 곰곰이 되짚어보는 시간을 갖길 바랐어요. 그러면 우린 크지는 않지만 작은 행복을 충분히 만들고 서로 사랑하며 살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어요. 그리고 그 작은 행복들이 모이고 모이면 살아가는 힘이 되지 않을까요? pg 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