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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경 66센티미터의 행복 - 나의 하루하루가 소중해지는 100가지 풍경
호리카와 나미 지음, 오승민 옮김 / M31 / 2018년 4월
평점 :
절판
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사랑스러운 책을 만났다.
소중한 사람한테 선물하고 싶은 책이라는 부제처럼 내 주변 이들에게 소박함이 담긴 책을 선물하고 싶어졌다.
내 손이 닿는 범위는 반경 66센티미터라는 독특한 발상을 시작으로 내 주변의 사물들이 보이고 평범한 일상 속에서 보물을 캐는 기분이 들었다.
요즘 우리 동네 놀이터는 너무 위험해 놀지도 못하고(나무 소재로 만들었는데 나무가 까칠해서 가시에 찔려 응급실 가는 일이 비일비재하기에), 빈 공터 광장이 있는데 아이들이 공놀이했다고 동 대표 회의를 하며 광장에 들어갈 수 없게 만드는 시대에 사는 우리 아이들은 내가 어렸을 때 동네에서 실컷 뛰어놀던 자유를 모르겠지...
내가 자란 동네에는 내 안에 있는데... 숨바꼭질,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땅따먹기, 술래잡기 등 엄청 밖에서 뛰어놀았었는데 나는... 하지만 우리 아이의 몸엔 놀이터나 충분히 맘껏 놀던 추억이 없을 것 같아 마음이 아프다. 우리 아이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동네는, 아이들이 공놀이한다고 시끄럽고 먼지 난다고 금지령을 내리고 경비 아저씨가 아이들 꿀밤을 주고 혼내는 삭막한 곳이다. 이 책을 읽고 있자니 울화통이 터진다. 이사를 가야 하나... 초등학교 놀이터에서 방과후에 놀아도 보안관 아저씨한테 혼난다. 집에 가라고. 아이들은 당최 어디에서 놀 수 있단 말이가...
나이가 들어도 '매일 새로울 수 있다'라는 게 기쁘다는 저자의 말이 참 예쁘다. 나도 매일 새로울 수 있는데 너무 내 자리에, 제자리에서 안주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이 책에서 가장 따라 그려보고 싶었던 그림이다. 내 방 물건, 내 가방 속에 있는 물건, 그리고 내 서재.
나도 이렇게 꽁냥꽁냥 그려보고 싶을 정도로 아기자기하고 뭔가 나의 물건에 애틋함과 감사함을 느끼게 하는 그림이었다.
이 책을 읽으며 내 주변, 내가 평상시에 감사하다 여기지 않고 생각지 않은 것들을 상기시켜주어 좋았다. 단어 하나하나 툭툭 내뱉듯 짧게 생각이 나열되어있어, 저자의 생각과 나의 생각이 겹쳐지는 시점을 만날 때 또 한 번 감동의 충만함을 느끼게 된다.
참으로 예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