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년 혹은 괴물 ㅣ 이마주 창작동화
밥 발라반 지음, 앤디 래쉬 그림, 김자람 옮김 / 이마주 / 2018년 10월
평점 :
아이 책을 통해 알게 된, 좋아하는 출판사 이마주에서 신작인 <소년 혹은 괴물>을 만났다.
정말 유쾌하고 재미있고 책을 덮을 수 없을 정도로 귀여운 이야기이다. 책을 읽는 내내 얼굴에 계속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랄까. 미국 학교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 엉뚱한 이야기 같다...며 이 책의 지은이가 정말 미국인이 맞나 싶어 작가에 대해 검색하다 보니, 영화배우 겸 작가이시다.
구글을 통해 작가를 검색해보니, 얼굴을 보면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배우는 아니었지만, 각 작품마다 모습이 너무 다 달라서 변화무쌍한 배우인가 보다 싶었다.
다시 책으로 돌아와서, 이 이야기는 5학년이 된 찰리에게 벌어지는 이야기이다. 변성기가 아직 일어나지 않아 성가대에서도 소프라노 파트를 맡아야 하고, 폭풍 성장 전이라 너무너무 작고 말라서 심지어 미식축구 유니폼을 따로 제작을 해야 하고, 덩치가 큼 또래 친구가 괴롭히기에 연필 깎아주기 등의 심부름을 해주는 대시 괴롭히지 않기로 약속을 받아야 내야 하는, 이른바 서바이벌 초등학생 찰리의 이야기이다.
그러던 어느 날, 찰리가 갑자기 파충류로 변했다. 그것도 학교에서! 친구들 앞에서!!!!
교장선생님은 난리가 나고, 부모님은 학교에 오시고, 곧 돌아오는 할로윈엔 따로 커스튬을 안 입어도 되겠다는 싱거운 생각이나 한 찰리는 드디어 집에 도착한다.
그런데 엥? 아빠가 처음으로 한다는 말이, "다시 보니 반갑다, 아들아. 매우 초록색이구나."였다.
그러며 지금의 변화는 어른이 되기 위한 지극히 평범한 과정이라고 엄마와 나는 확신한다는 아버지의 말. "청소년이 된 걸 축하한다, 찰리."
엄마는 날카로운 발톱에 베지 않도록 조심스럽게 찰리의 발톱을 쓰다듬고, 찰리가 자기의 모습은 이제 이런 것이냐고 묻자, 부모의 말이 너무 웃기다.
"사람은 누구나 음, 뭐랄까...... 과도기, 그러니까 사춘기를 겪게 되어 있어. 음, 뭐랄까....... 네 경우는 변화의 폭이 좀 더 큰 편이지." pg 35
이쯤 되면 어른들은 이야기의 방향이 어디로 흘러가는지 짐작을 하겠지만, 아이는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고 책에 몰입되어 있다. 저자가 소년을 괴물 또는 공룡으로 그린건, 사춘기 때 맞이하는 신체적, 정신적 변화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일 뿐, 그래서 엄마 아빠의 반응이 이렇게 다소 쿨~하다고 해야 할까나.
사춘기는 누구나 경험한다. 정신적으로 신체적으로도 뭔가 정신이 없을 것이다. 이것을 찰리의 이야기 속에서 진정한 나, 즉 자아를 찾아가는 이야기라 교훈도 있고 재미있고 그냥 너무 귀엽다.
찰리의 "오늘의 할 일"을 보니 꼭 우리 아들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주변 초등학교 고학년들이 이 책을 읽으며 사춘기를 좀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진정한 어른이 되는 과정 중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이라는 걸 알게 해줄 것 같다.
우연히 좋은 책을 아들에게 선물해줄 수 있어 너무 반갑고 고마웠다.
형, 쟤는 괴물이 아니라, 그냥 생물이야. 괴물은 이유 없이 사람들을 괴롭히지만, 생물은 자신이나 자신이 보호해야 할 사람이 위험할 때만 싸운다고. 그렇기 때문에 저 생물체가 여자를 해치지 않고 동굴 속 자신의 아지트로 데려간 거지. pg 1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