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노블판)
스미노 요루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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뭔가 가벼운 틴 소설 같은 느낌을 주는 책이었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점점 기쁨과 슬픔에 빠지게 된다. 죽음... 이란 무거운 소재를 무겁지 않게, 하지만 가볍지만은 않게 소개해주어 우리의 인생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도와주는 책이다.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파격적인 책 제목에, 엥? 하는 마음에 펼쳐든 책. 처음엔 아, 순진하고 순수한 남녀 사랑 이야기이구나... 하며 읽다가, 사랑 이야기 보다 더 깊은 메시지를 전달해준다. 나도 모르게 췌장암을 앓고 있는 야마우치 사쿠라와 뭐든 다 잘 들어주는 순수 소년 시가 하루키(그 소년의 이름을 알아내기 위해 어찌나 목 빠지게 읽었던지...) 매력에 빠지게 된다.

내가 만약 암에 걸렸고, 1년 밖에 살 수 없다면, 난 무엇을 할까?
나 역시 고등학생밖에 안된 앳된 나이였으면?

소설 중간중간에 이런 내용이 담겨있다. 누군가는 암에 걸려 시한부 인생이라는 걸 알고 살고 있지만, 사실 우리 모두가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
내일 당장 강도에게 총을 맞거나 (일본이 총을 소지할 수 있는 나라인지 확인해봐야겠다), 차 사고가 나거나, 소설 주인공 소녀처럼 암에 걸렸을 수도 있는 현실.
죽음을 향해 모두가 달려가지만, 누구는 매시간을 소중하고 가치있게 사용하고, 누구는 그저 그냥저냥 살아가는데.... 난 어떻게 활용하며 살고 있나..를 생각하게 된다.

소녀가 암이 자신을 무기력하고 아프게 만들기 전에 차라리 자살을 하겠다며, 목매달아 자살하기 좋은 밧줄을 사러 다니는 장면을 보며, 속으로 얼마나 무서울까..를 생각하게 하며 또 한 번 마음이 짠했다.

소녀가 죽기 전에 가진 돈을 다 써버릴 것이라며 무한리필 고깃집, 케이크 등 단 것을 파는 파라다이스 음식점에 가며, 혼자가 아니라, 누군가와 시간을 보낸다. 우리는 모두 외로운 존재가 맞구나를 공감하기도 했다. 짧은 1박2일 여행도, 너무 풋풋하고 사랑스럽기까지 하다.

최근에 읽은 책들이 다 "죽음"과 직결되어서 그런지, 그리고 명절이 다가와 시부모님, 친부모님을 회상해서 그런지, 죽음에 대한 생각을 매일 하게 된다.
죽고 싶다, 이런 거 말고, 그래~ 우리는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는데, 마치 우리는 평생 죽지 않고 살 것처럼 생활하고 있다는 점에서 말이다.

60세가 넘으신 엄마가 종종 말씀하신다. 옛날 같았으면 진작에 죽었을 나이인데, 현대의학이 발달해서, 지금은 덤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엄마의 지금의 삶은 덤이라고. 그래서 살아있을 때 즐겁게 살다가 기분 좋게 죽을 거라고.
70세가 넘으신 아버님이 종종 말씀하신다. 내 친구들은 다 죽었다고. 자신도 얼마 안 남았는데, 이렇게 아픈 것이 너무 속상하다고. 그러니 건강이 최고라고. 젊다고 대충 살지 말고 건강하게 살라고.

책을 읽으며 비슷한 연관어로 다른 책들을 회상하곤 하는데, Twilight, Fifty Shades of Grey, The fix, Conspiracy in Death 등등... 이 자꾸 생각이 났다.

"Twilight"에서는 뱀파이어 Edward 와 순수 인간 Bella와의 사랑을 나누며, 죽음이 그들의 사랑을 깰 수밖에 없기에, Bella는 Edward와 함께 있고 싶어 뱀파이어가 되겠노라 자청하고, 뱀파이어 Edward는 사랑하는 여인 Bella의 영혼을 죽일 수 없다며 거부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물론 그것 외에 많은 내용이 담겨있지만, "죽음"이란 관점에서 보면 결국 아무리 사랑해도 죽음이 그들을 갈라서게 할 것이니, immortal 죽지 않는 자가 되려 하는 것이겠지. 그래서 우리네 인간들이 자꾸 이런 판타지 소설에 끌리겠지. 우린 모두 다 죽을 거니까. 사랑을 하든 안 하든.

"Fifty Shades of Grey"에서도 주인공 Christian 이 사랑하는 여인 Anastesia에 대해 over protection을 하는 이유가, if anything happens to Ana, Christian cannot bare his life without her,라고 하는데, 결국 부와 명예와 명성이 있더라도 사랑하는 여인이 죽으면 다 소용없다는... 뭐 그런... 죽음밖에 그 둘을 break apart 할 수 없으니까...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 소설도 그렇다. 만약 그 소녀가 암에 걸리지 않았더라면, 다소 rackless 한 행동을 스스럼없이 할 수 있었을까? 암이 걸렸다 한들, 정말 암으로 사망을 하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전혀 못하며 무방비 상태에서 소녀에게 일이 일어났다. 정말 나 역시 충격이었다.
나도, 이참에, <공병문고>까지는 아니겠지만, 유서를 써두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얼마 없지만 가지고 있는 자산정보나 은행 아이디 비번, 좋아해서 이 책은 꼭 갖길 바라는 책들 등을 신랑, 부모님, 아이들에게 시간을 내어 편지라도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진심으로 진짜 실천하리라.)

우리는 한 번밖에 없는 이 삶을 너무 too much 고민하고 재고 남의 눈을 의식하며 사는 건 아닌지... 난 아니다고 부정하고 싶지만 결국 그렇게 살고 있는 건 아닌지... 지금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계속 생각하게 된다. 내가 진정으로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대로 있는 게 행복한 것인지...에 대해.... 나는 혹시 소설에 나오는 친절한 클래스 메이트처럼 책 속에 파묻혀서 누군가를 알려고 하지 않고, 나만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사는 건 아닌지... 그것이 꼭 나쁜 건지....

마치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생각하며 산다면, 나의 하루 일과가 달라질까? 매일매일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아침 햇살을 바라보는 것도, 좀 지치는 일일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내일이 없는 사람처럼 산다면, 나의 식단부터 달라질 순 있겠다. 크허허허

책 속으로

"날씨 참 좋다. 이런 날에 죽어버릴까"라는, 도무지 어떤 식으로 반응해주기를 원하는지 알 수 없는 중얼거림이 들려와서 일단은 그녀에 대한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써 싸악 무시해주는 방법을 밀어붙이기로 했다. 맹수와 눈을 맞춰서는 안 된다는 느낌으로. pg 42


생각해보니, 먹는 것도 귀갓길과 똑같았다. 나의 한 입과 그녀의 한 입은 본인이 느끼는 가치가 완전히 다른지도 모른다. 물론 원래는 달라서는 안 되는 것이다. 범죄자의 '묻지 마'식 폭주를 만나 당장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나와 이제 곧 췌장의 병 때문에 죽게 될 그녀의 식사에 가치의 차이 따위, 있어서는 안 된다. 그것을 명백히 이해할 수 있는 것은 분명 죽은 다음이리라. pg 68

깨달았다. 모든 인간이 언젠가 죽을 사람처럼은 보이지 않는다는 것. 나도, 범인에게 살해된 피해자도, 그녀도, 어제는 살아 있었다. 죽을 것 같은 모습 따위, 내보이지 않은 채 살아 있었다. 아, 그렇구나, 그게 바로 어떤 사람이든 오늘 하루의 가치는 모두 다 똑같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pg 80

다자이 오사무 <인간실격>
소설의 분위기는 전체적으로 막다른 곳에 몰린 다자이 오사무의 정신이 그대로 전해오는 것 같지만, 단순히 음울하다는 말로 정리될 만한 내용은 아니야. pg 96

아무려나 상관없다. 그렇게 생각하며 여태까지 살아왔다. 나로서는 지금의 이 상황이 오히려 이상한 것이다. 그녀가 없어진다면 다시 원래의 생활로 돌아가는 것뿐이다. 어느 누구와도 관계를 맺지 않고 소설의 세계에 파묻혀 살아간다. 그런 나날로 돌아간다. 결코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녀가 그걸 이해해줄 거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pg 108

비 오는 날이 싫지는 않았다. 비가 가진 페쇄감이 내 마음에 잘 어울리는 날들이 많아서 비에 대한 부정적인 마음은 없었다. pg 167

그녀는 타인과 함께 어울리며 살아온 인간이다. 표정이나 인간성이 그것을 말해준다. 그에 반해 나는 ㅏ족 이외의 모든 인간관계를 머릿속의 상상으로만 완결시켜왔다. 사람들이 나를 좋아한다는 것도 나를 싫어한다는 것도 모두 나만의 상상이고, 내게 위해를 끼치지만 않는다면 나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상관없다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타인과의 관계는 처음부터 포기한 채 살아왔다. 그녀와는 정반대로, 주위의 어느 누구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사람이다. 그것으로 괜찮으냐고 굳이 묻는다면 좀 난처하긴 하지만. pg 208

산다는 것은 아마도 나 아닌 누군가와 서로 마음을 통하게 하는 것. 그걸 가르켜 산다는 것이라고 하는 거야. pg 222

그녀가 죽었다.
세상을 너무 낙관적으로 보았다.
이 상황에 이르러서도 나는 여전히 만만하게 낙관적으로 보고 있었다.
그녀에게 일 년이라는 시간이 남겨져 있다고만 생각했다.
어쩌면 그녀도 마찬가지였는지 모른다.
최소한 나는 어느 누구에게나 내일이 보장된 게 아니라는 사실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했었다. 나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 그녀에게는 당연히 내일이 있는 것처럼 생각했었다.
아직 시간이 있는 나의 내일은 알 수 없지만 이미 시간이 없는 그녀의 내일은 약속되어 있다고만 생각했다.
얼마나 어리석은 인신이었던가.
나는 얼마 남지 않은 그녀의 생명만은 이 세상이 잘 봐줄 거라고 굳게 믿었다. 물론 그런 일은 없다 없었다.
세상은 차별하지 않는다.
건강한 몸을 가진 나 같은 인간에게도, 병을 앓아 머지않아 사망할 그녀에게도, 그야말로 평등하게 공격의 고삐를 풀지 않는다. pg 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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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인들이 인간관계로 스트레스받을 때 우주정거장에서 가장 많이 읽은 대화책
더글러스 스톤 외 지음, 김영신 옮김 / 21세기북스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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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책 제목에 낚였다. 좋은 의미에서. 한국 출판업계 마케팅 파워가 이렇게 훌륭할 수가.. 란 생각이 들 정도였다. 이 책은 제목에서부터 매우 특이하다. 책 제목이 아주 길거나, 아니면 아주 짧거나 인가보다. 짧게, "인스대"라고 불러야 할 지경으로 책 제목이 길어서 정확하게 외우질 못하겠다. 
근데 원서를 보니, 원서 제목은 그저 단순하고 독특함 없이 "Difficult Conversations"이다. 직역을 하자면 어려운 대화법, 대화들 쯤으로 해석이 되려나. 평이할 정도로 단순한 책 제목을, 이렇게 기똥차게 책 제목을 지었다는 점에서, 그리고 그렇게 흥미롭고 재미있을 법하지 않은 책 내용을 책 커버에서 충분히 흥미를 느끼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말이다. 미국 출판사에서 21세기북스에게 고마워해야 할 것 같은...

책 내용에 앞서 너무 서두가 길었는데, 사실 책 내용은, 어찌 보면 단순하고 당연한 조언들의 연속이었다. 다양한 사례를 통해,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을 많이 유연하게 만들어주었달까.

공동저자 더글러스 스톤 Douglas Stone과 브루스 패튼 Bruce Patton, 쉴라 힌 Sheila Heen은 하버드 협상 프로젝트 Harvard Negotiation Project의 공동 설립자이다. 더글러스 스톤과 쉴라 힌은 하버드 법학대학교수이자, 트라이애드 컨설팅 그룹 설립자이며, 브루스 패튼 역시 밴티지파트너스 컨설팅 회사의 창립자라고 한다.

결국 이 책에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하나다. 어떻게 대화를 상대방과 나누는가?이다. 살면서 가장 스트레스받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보면 말 안 통하는 상대방과 대화를 나누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특히 흥겨운 한가위 명절이 다가오는데, 벌써부터 묵은 채증을 시달리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를 생각하게 된다. 사랑하는 가족, 친지들을 만나는 일인데, 기쁨을 등진 체 무거운 마음이 드는 건 혹 나 만일까. 가족 간의 관계도 이럴진대 직장에서의 대인관계, 일상생활에서의 대인관계는 얼마나 더 어렵고 곤란하겠느냐이다.

이 책에서 저자는 상황별 어려운 대화를 나누고, 어떤 식의 갈등 대화가 오고 가는지에 대한 예시와 해결방안, 우리가 생각하는 고정관념, 사고, 문제점 등을 알려준다. 하버드식 대화법이라고 거창하게 말하지만, 사실 그건 그저 하버드 협상프로젝트를 통해 나온 결과를 알려주는 것뿐, 결국, 더불어 사는 사회에서 스트레스 덜 받고 원하는 결과를 얻을 수 있는 대화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결국 관점의 차이일지도. 어떻게 말하는 것이 상대방을 배려하는 것이고 아닌지, 내가 생각하는 지극히 당연한 것이 상대방에게는 말도 안 되는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소개하며, 역시 사람의 생각은 다 다르구나, 다 내 맘 같지 않구나..를 인지하게 된다.

이 책에서 결국 나의 감정을 파악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말한다. 특히 자녀를 둔 부모에게도 일침을 가하는 사례가 소개가 되는데, 나 스스로 우리 아이에게 어떤 톤으로 어떤 단어를 선택하며 대화를 하는지에 대해 곱씹어 보기도 했다.

곧 추석으로 인해, 아이들을 데리고 부모님 댁에 방문을 할 예정이다. 어떤 방식으로 대화를 이끌어서 훈훈한 시간과 추억을 만들지에 대해, 그리고 상대방의 대화법에 덜 상처를 받을 수 있을지에 대해, 갈등이 혹 있다면 갈등해결 방법에 대해 생각을, 어찌보면 대비를 하게 해주는 책이기도 하다.


정체성은 어디에서 오는가
정체성은 신경계의 배선에 의한 인생 경험과 우리의 선택에 따른 경험 해석(즉 우리가 하는 이야기)의 복잡한 상호작용에서 발달한다. 신경계의 배선은 바꿀 수 없고 (새로운 신경가소성 연구가 의문을 던지고는 있지만) 과거의 경험도 바꿀 수 없다. 하지만 자신의 경험에 대해 하는 이야기는 바꿀 수 있다. pg 3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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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습관 - 도리스 레싱 단편선
도리스 레싱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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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리스 레싱 Doris Lessing 작가에 대해 아는 바가 하나 없이, 단편소설이고 사란에 대한 이야기인가 보다.. 하는 마음에 집어 들었다.

작가 소개를 보며, '오잉? 엄청 유명한 작가네~'라는 생각과 1919~2013 (94세)란 이력을 보고 '아, 이제는 더 이상 이 세상 사람이 아니구나.. 고전과도 같은 느낌으로 읽겠구나...'를 생각하며 읽었다. 셰익스피어상, 노벨문학상 외 엄청 많은 상들을 받은 이력이 있는 도리스 레싱 작가의 작품이 궁금했다.

도리스 레싱이 쓴 서문을 읽는데, 그녀의 작품을 아직 읽어보지 않아서인지 서문에서 그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이해를 못 하겠기에 중간까지 읽다가 소설을 먼저 읽어봐야겠다는 마음에, 서문을 끝까지 다 읽지 않은 채 소설을 읽었다.

이 책은 1994년 출간된 도리스 레싱의 단편집 To Room Nineteen: Collected Stories Volume에 수록된 작품 20편 가운데 9편을 담은 것이다. 나머지 11편은 레싱의 또 다른 단편선인 <19호실로 가다>에 수록되어 있다고 한다.

책 제목에서 데리고 온 첫 작품은 <사랑하는 습관>이다. 우선 작품과 상관없이 번역과 퇴고 과정에서 완성도가 떨어져서 작가의 명성과는 별개로 매우 아쉬웠다. 문장의 흐름이 매끄럽지 않아서 집중이 잘 안되어, 작품을 감상하기도 전에 실망감부터 안게 되었다. 물론 나의 이해력이 떨어져서 그럴지도 모르겠지만 뭔가 상황이, 감정묘사가 이해가 안 갔다. 특히 아내에게 다시 결혼을 하자는 대목이 있는데, 알고 보니 전처라는 의미였는데, 이를 계속 아내라고 지칭이 되어서 혼란이 오기도 했다.
예를 들어, 아래와 같은 문장으로 인해, 엥? 뭐라고? 무슨 의미지?를 생각하며 번역과 퇴고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 그녀는 아이들을 오랫동안 내버려 둘 수 없었기 때문에 2주 동안만 영국에 머무르면서, 오스트레일리아와 그곳의 날씨가 마음에 든다고 말했다. pg 15
- 그녀의 가느다란 코는 조지를 빈정거리는 대화를 동생과 소리 없이 나누고 있는 것 같았다. pg 35
의도치 않게 엉뚱한 생각을 계속하며 읽었다. "나라면 다르게 번역을 했을 것 같은데..."란 생각을 줄 곳 하며 (내가 잘 할 수 있다는 것이 아니라) 원서가 궁금해지기까지 하였다. 이것이 얼마나 작품 감상에 해를 끼쳤는지를 경험하며 말이다.

매끄러운 번역이 아닌 점을 감안하고 읽어보아도 정서적으로 역시 괴리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러면서 최근 읽은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란 책이 생각났다. 각 나라 문화마다 다른 남녀 간의 사랑, 관계, 우정 등이 얼마나 다를 수 있는지를 회상하며, 도리스 레싱이 담고자 하는 메시지를 끌어내고자 단편집들을 만나본 것 같다. 하지만, 당최 여자의 마음도, 남자의 마음도 종잡을 수가 없었다. 모든 단편집 다 말이다.

작가의 단편집 중, <그 남자>가 가장 인상적이다. 저자는 <그 남자>는 때로 여성주의자들에게서 비난을 받지만 본인은 이 작품이 많은 여자들이 남자들에게 품고 있는 진짜 감정을 보여준다고 생각하다고 입장을 밝혔다. 내가 가지고 있는 정체성과 내가 남자에게, 신랑에게 바라는 진정한 감정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나라 간의 차이보다 개인적인 차이가 훨씬 더 위험하다는 사실을 새삼 되새긴 사람들처럼 다시 아름다운 추억 속으로 단호하게 뛰어들었다. 크도 남자다운 웃음과 함께 들려온 목소리가 말했다. 이렇게 아늑하고 즐거운 스위스의 호텔에 편안한 친구와 함께 앉아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지 모르겠다고. 과거의 그 의미 없는 싸움들이라니! 우리는 세계 시민이 아니겠소. 상대방과 동등한 입장에서 교양 있게 우정을 나누는 인간들이지요. pg 67 <그 여자>
설마 내가 그 사람 때문에 쓸데없이 눈물바람을 한다거나, 그렇게 생각하는 건 아니지? 난 평생 처음으로 느긋하게 살고 있어. 남편과 자식을 위해 노예처럼 평생을 바쳐도 말이지, 다들 고맙다는 말 한마디 없이 제 갈 길로 가버린다고. 하지만 지금은 내가 나를 위해 살 수 있어.
pg 166 <그 남자>

하지만 이것이 진실의 전부는 아니었다. 그의 얼굴에 드러나 있던 애정을 떠올리자 순간적으로 원망이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곧 오랜 세월 힘들었던 자신의 삶, 한없이 일만 하던 삶이 다시 떠올랐다. pg 172 <그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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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울대학교 - 서울대 교수들의 영혼을 울리는 인생 강연
김대환 지음 / 꿈결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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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제목을 보며 순간, "소울대학교"라는 곳도 있어? 하고 고개가 돌아가 소울대학교의 의미가 무엇인지 알아차리는데 5초도 안 걸렸다. 우와~ 기발하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었지? 하며 감탄부터 하였다. Seoul에 e 을 빼서, S oul 대학교라고 칭하다니... 창의적인 아이디어, 역시 인간만이 할 수 있는 귀하고 소중한 능력.

한국 사람들은 자신의 학교 출신에 굉장히 자부심을 갖는 경향을 갖는 듯하다. 특히 남들이 부러워하는 대학교를 나왔으면 더더욱이. 소이 SKY라고 하는데, 그 이니셜을 듣고 한참을 웃었다. 미국에서 학부를 나온 나에겐, 학교 이름은 그냥 내 과거고 역사일 뿐, 앞으로 하는 일, 하고자 하는 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아무 영향력도, 심지어 얘기를 할 이유조차 느끼지 않는다. 미국 문화가 좀 더 그런 거 같다. 하버드를 졸업한 사람을 만나더라도, 와우~ 그리고 끝. 우리나라도 서울대학교 자체가 부여하는 의미보다,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자신의 꿈을 펼치는데 도움이 되는 곳에서 아이들이 인생을 배우고 사람들과 사귀며 행복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다.

아이의 엄마가 되고, 한국에서 아이 교육을 하다 보니, 서울대학교를 다르게 바라보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우리 아이도 공부를 잘해서, 좋은 학교에서 좋은 교수님과 학우들을 만나 토론하고 배울 수 있는 특권을 얻을 수 있으려나? 하는 생각을 종종 하게 된다.

김대환 저자 역시 서울대학교 디자인학과를 졸업한 학생이라고 한다. 13명의 교수님들과 인터뷰를 통해 진정한 배움을 요청하고 인터뷰로부터 배운 점, 자신의 생각,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방향에 대해 논리적으로 정리를 한 묶음집이다. 진정 무엇을 고려하며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 함께 고민할 수 있어 좋았다.

인터뷰를 응해주신 교수님들은 사회과학대학 언론정보학과 강명구 교수님,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강준호 교수님, 공과대학 재료공학부 강태진 명예교수님, 공과대학 건축학과 김광현 명예교수님, 경영대학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님, 미술대학 동양화과 김성희 교수님, 자연과학대학 수리과학부 김홍종 교수님 미술대학 디자인과 박영목 교수님, 인문대학 종교학과 배철현 교수님, 수의과대학 수의과 우희종 교수님, 미술대학 조소과 이용덕 교수님, 농업생명과학대학 식물생산과학부 정철영 교수님, 인문대학 서양사학과 주경철 교수님이다. 이렇게 이름을 한 번쯤 써보고 싶었던 이유는, 인터뷰를 통해 너무 많은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다. 직접 찾아뵙고 인사를 드릴 수 없으니, 그분들을 생각하며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싶었다.

서울대학교 MBA 과정을 수료하며 인터뷰를 응하신 경영학과 김상훈 교수님께 마케팅 수업을 들은 적이 있다. 책에서도 언급되지만, MBA 부학장을 하실 때가 내가 공부를 할 때였던 것 같다. 같이 술자리를 하거나 수업 중에서 하시던 말씀이, 이 책을 통해 다시 교수님의 사상을 고스란히 들을 수 있어서 너무 반가웠다. 뼛속까지 이렇게 생각을 하시며 사실 꺼야...를 생각하게 했달까... 교수님께서 MBA 시절 하셨던 말씀이 있다. MBA는 학업 성취를 위해 공부만 하러 온 것이 아니라, 주변 사람들과 함께 더불어 발전하고 같이 큰 그림을 그리며 실천하는 lifelong companion 을 만나는 귀한 시간이라고. 그 말씀을 들은 후, 우리 동기들은 또 수업을 끝내고 낙성대 쪽 술집에서 엄청 많이 수다를 떨며 놀았다.

내가 말한 디자인은 넓은 의미의 디자인이에요. 다른 분야의 전공자들과 작업하다 보면, 디자인이라는 단어를 모두 각자의 관점으로 이해하더군요.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님은 설계를 떠올리고, 미술대학 교수님은 시각적인 이미지를 떠올리고, 저는 경영 계획 scheme을 떠올리죠. 애초에 디자인이란 단어 자체는 '아이디어를 내어 계획을 짜고 의미를 부여하는 행위'로 해석되는 만큼 굉장히 폭넓은 의미로 사용돼요. pg 146

학생들도 직장인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님, 교육자들이 모두 이 책을 통해, 인생에서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이고 어떤 방향으로 흘러가야 할지에 대해 교수님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건 어떨까. 삶의 추구하는 방향이 조금은 달라지지 않으까 기대해본다.

서울대학교 졸업생뿐만 아니라 서울대학교의 정문을 바라보는 모든 이들이 'ㄱ','ㅅ','ㄷ'의 약자를 '감사',;사랑','독려'의 약자로 생각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더 멋진 미래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서울대학교 속에 소울대학교가 존재하는 진짜 이유일 것이다. pg 2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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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뿍이의 종이구관 - 종이인형보다 더 재미있는 종이구체관절인형 예뿍이의 종이구관 1
예뿍 지음 / 우철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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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종인인형과는 달리 너무 고급진 종이인형에 감탄을 한다. 그런데 책 제목이 종이 구관이다. 종이인형보다 더 재미있는 종이구체관찰인형이라기에 뭔 소린가... 하고 보니, 인형이 다르다.

종이의 퀄러티도 너무 좋고, 그림이 손 그림 일러스트라 그런지 너무 포근하고 예쁘다. 헤어스타일과 색상도 다양하고, 계절 별 코디, 신발 등도 예쁘고, 아기자기한 그림과 글씨도 귀엽다.

인형을 만들고 역할 놀이를 할 수 있는 배경들도 아름답고, 종인구관을 담아 보관할 수 있는 지갑도 함께 만들 수 있게 되어 있어 센스 만점이라 생각했다. 자르면서 들었던 생각이, 이거 금방 잃어버리겠군... 했는데, 보관할 수 있는 지갑도 만들어 사용할 수 있어 좋다.

둘째 딸은 아직 어리지만 언니들이 종종 놀러와 함께 놀 거리가 있으면 좋을 것 같아 데리고 온 인형구관놀이. 언니들이 노는 걸 보며 따라서 자기도 해본다.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하면 담임선생님이 가위질을 집에서 연습해오라는 얘기를 한다고 들었다. 미리미리 가위질 연습을 재미있는 활동을 <인형구관> 놀이책을 통해 하면 좋을 것 같다.

                                                                     
          

 

                                                           

만들기 팁 및 주의 사항을 미리 읽어 좀 더 잘 오릴 수 있었던 것 같다. 게다가 캐릭터에 이름과 성격을 넣어 스토리텔링까지 할 수 있는 상상력을 자극한다.


                                                                                                                      

화려한 옷들보다 잠옷과 방에 더 관심을 가져서 놀라기도 했다. 뭔가 포근하고 자기만의 공간을 좋아하는 아이 성향을 볼 수도 있었다. 그리고 역할 놀이를 하는 과정에서 요즘 고민하는 것이 무엇이고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등에 대해 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 아이와 더 소중한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놀이감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나의 딸과도 언젠가 이런 심도 있는 얘기를 나눌 날이 오겠구나...를 기대하기도 한다.

                

 

                                                     

머리 모양만 바꿔도 분위기가 이렇게 다르다. 역시 사람은 헤어스타일에 따라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전국에 미용실이 이렇게 많은가.... 도..


글씨체도 귀엽고 아기자기한 그림들도 너무 예쁘다. 어떤 건 책갈피로 사용하기로 찜해두기도 했다.
아이들이 꽁냥꽁냥 집에서 역할놀이도 하고, 오리기 부치기 놀이를 하기에 너무 좋은 종이구관 책이다. 손그림 일러스트가 정말 너무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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