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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살인의 문 - 전2권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이혁재 옮김 / 재인 / 2018년 8월
평점 :
일본 소설의 거장, 히가시노 게이고의 신작 <살인의 문 1,2>을 단숨에 읽었다. 워낙 가독성이 높은 작가라 이미 짐작은 하고 있었지만, 두 권의 얇지 않은 책이었지만 금방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기존에 읽었던 <용의자 X의 헌신>,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산타 아줌마>와 같은 기분을 느낄 수 있는 소설 내용은 아니었다. 우선 읽는 내내 열통 터져 죽을뻔했다. 등장하는 이들 하나하나 인생을 대쳐하는 방법이 하나같이 마음에 안 들었고, "말도 안 돼~ 에이~" 란 생각을 하며 읽다가, 소록소록 뉴스나 주변 이들 소문 등을 통해 한 번쯤 들어봤던 사기행각, 낭비벽, 위장결혼 후 이혼 등에 대해 생각이 나기 시작하며, 소설이 현실에서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일 수 있다는 생각을 들면서 더 소설 속에 빠져든 것 같다.
책 이야기 속에 푹 빠져있는데 신랑이 그렇게 재미있냐고 묻길래, 간략하게 소설 이야기를 해주었더니, 결론이 엉뚱하게 나서 한참을 웃었다. 결론은 "그래서 여자를 조심해야 해." 아들을 둔 아빠다운 말이다~하고 말았지만... 거의 10년 전, 내가 결혼하기 전에, 실제 우리 엄마 친구의 아들이 낭비벽 심한 며느리 때문에 2억을 위자료를 오히려 주며 이혼해주는 조건으로 이혼을 할 수 밖에 없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그때 그 며느리분이 거의 10억을 사치하는데 탕진했다나 어쨌다나... 결혼기간 2년도 안된 기간에... 아무리 부자여도 낭비벽은 파산하는데 시간문제라며... 그러면서 낭비벽 있는 여자가 되어서도, 만나서도 안된다고 하며 혀를 찼던 엄마와의 대화가 기억이 났다.
건실하게 살면서 돈 벌면 되는데 왜 사기를 칠까? 왜 자꾸 한방을 원하는 걸까? 란 1차원 적인 생각을 하다가도, 누구는 잘 나가는데 나만 제자리걸음 같고 더 상황이 나아지지 않으면 악한 마음을 먹을 수도 있겠다란 공감도 살짝 해본다. 부동산 투기, 보이스피싱, 비트코인 등에 대한 기사를 보면 이런 곳에 사람들이 눈을 돌리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소설에 나온 극단적인 이야기가 결국 불안정한 우리 심리를 너무 잘 반영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살인의 문턱을 넘기냐 마느냐에 대한 장면이 여러 차례 나왔는데, 이 또한 충분히 공감할 수 없어서, 등장인물들의 아둔함 때문에 매력이 다소 떨어지는, 하지만 어쩌면 우리는 이렇게 사실 아둔한 상태로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는 씁쓸함도 느껴졌다.
책속으로
사람이 사람을 죽여서는 안 된다는 말은 그저 원칙에 불과한 것 아닐까. 경우에 따라서는 죽일 수도 있는 것 아닐까. 예를 들면 전쟁. 전쟁은 사람을 죽이라고 국가가 명령하는 것이다. 또 정당방위라는 법률도 있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정당하다고 할지 누가 결정할 수 있단 말인가. 미래의 위험을 예상해서 죽여야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 pg 124
내가 지금 그때의 아버지와 똑같은 짓을 하고 있단 말인가. 고개를 저었다. 단언컨대 그렇지는 않았다. 그러나 내 마음 깊은 곳에서 그와는 전혀 다른 속삭임이 들려왔다. 결국은 마찬가지 아니야? 너도 여자한테 홀려 모든 걸 잃었잖아. 아버지와 뭐가 다르지? 다를 게 하나도 없잖아. 완전히 똑같은 길을 가고 있어. 자기 혐오가 물밀듯이 밀려왔다. pg 263
어떤 계기가 주어짐으로써 살인이라는 행동을 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선생님의 경우 바로 그 계기가 필요했는지도 모릅니다. 계기가 없으면 살인자가 되는 문을 통과하지 못하죠. 아, 물론 통과하지 못하는 편이 낫지만 말입니다. 그런 문은 영원히 지나가지 않는 게 좋아요. pg 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