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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크:하다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
조승연 지음 / 와이즈베리 / 2018년 8월
평점 :
'이기적이어서 행복한 프랑스 소확행 인문학 관찰 에세이'라는 거창한 수식어는 읽지도 않고, 조승연이라는 작가 이름 석 자만 보고 <시크하다>를 읽기 시작했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어찌나 이 책을 읽으며 혼자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깨달음을 얻었던가. 어설프게 뭔가를 알게 된 사람들의 특징은 말이 많아지는 것이라고 한다. 알게 된 것을 누군가에게 전해주고 싶어진다. 제대로 깊이 있게 잘 알지 못하더라도, 그동안 몰랐던 것들을 책을 통해 배웠더니, 새로 알게 되는 정보, 이야기를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어지는 욕구가 생긴다. 이 책을 읽으며 자꾸 주변 사람들한테 얘기를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가뜩이나 미국에서의 경험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이 많아진 나를 꾹꾹 참느라 노력 중인데... '빈 수레가 요란하다'란 속담을 생각하며 말이다. 누군가와 서슴없이 와인 한잔병 하며 대화를 나누고 싶어진다.(빨리 신랑한테 이 책을 읽어보라 권해야겠다. 그래야 대화가 더 잘 될 것 같은...)
2018년 여름방학 동안 미국에 아들 영어공부도 시킬 겸, 예전에 살았던 고향을 방문할 겸 해서 한 달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을 통해 어찌나 한국 문화와 미국 문화의 다른 점을 알게 되었는지. 왜 예전에는 못 느꼈는데 이번에 많이 부각이 되었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문화 차이가 이렇게 크구나를 새삼 또 느끼게 되었다. 그러며 조승연 작가의 <시크하다>를 만나 프랑스 문화를 간접적으로 경험을 하며 어찌나 문화적 충격을 느꼈는지...
조승연 작가는 한국에서, 미국에서, 그리고 프랑스에서 공부를 하며 성장을 했다. 사실 나와 나이대도 비슷하고, 미국에서 공부했던 지역도 비슷해서, 나 혼자 괜히 공감대가 있을 것이란 생각을 막연히 하며 조승연 작가의 팬이 되었다. 언어의 장벽을 넘어 문화 차이 때문에 많은 이들이 유학에 실패한다고 들었다. 이 책을 통해 또 새삼 대학 시절, 유학생활을 힘들어하며 적응하기 어려워하던 한국인들이 기억이 났다.
프랑스 전체를 통으로 이해하고 집필했다고 주장하는 것이 아니라, 작가의 친구들을 통해 바라보게 된 프랑스인과 문화에 대한 에세이라고 솔직하게 말하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나 역시 미국에서 10년 이상 지내면서 경험한 것이 정석이라 말할 수 없다 생각이 든다. 누군가는 인종차별을 느껴 동양인으로서 살아가기 힘들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이는 미국인들은 모두 친절하고 살기 좋은 나라라고 할 수도 있다.
내가 느끼고 경험하는 것은 내 주변에 둘러싼 미국인들을 통해 배운 것이기 때문에 "미군인들은 이렇다", 고 정의를 내리는 건 어불성설이고, 내 주변의 친구들과 주변 지인들은 이렇더라... 고 생각하는 게 더 맞을 듯싶다. 왜냐하면 <시크하다>에서 언급되는 미국 문화, 즉, 조승연 작가가 생각하는 미국 문화와 내가 생각 하는 미국의 문화는 사뭇 다르다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더불어 시대가 변하면서, 세상이 좁아지면서 확실히 인간의 관계의 패턴이 변하고 있는 것 같긴 하다. 덜 인간적인 면으로.... 씁쓸...
이 책을 통해, 프랑스 작가가 쓴 소설을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가끔 소설을 읽으며, 이게 말이 돼? 했던 부분이 종종 있었는데, 예를 들어, 전 남편과 이혼을 했는데, 전 와이프가 새남친을 만나면서 전남편한테 새남친이 어떤지 판단을 해달라며 저녁 식사를 함께하기로 약속하질 않나, 전남편의 어머니와 이혼 후에도 여전히 배프처럼 만나서 영화도 보고 네일아트도 받으면서 자주 논다거나, 나름 사랑해서 아이를 낳았는데 그 엄마가 사랑이 식었다며 남편과 헤어지는 장면, 결혼은 당연히 안한 상태 등등... 소설은 재밌는데 이런 이상한 구조의 관계를 보며 엥? 할 때가 많았는데, <시크하다>를 통해 프랑스 문화를 이해하게 되면서 그동안 읽었던, 그리고 앞으로 읽게 될 소설들을 더 재미있게 이해하며 읽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시크하다>를 통해 조승연 작가의 눈에 비친 미국, 한국, 그리고 프랑스 문화를 접할 수 있어 좋았다. 그와 동의하는 부분, 반대 의견, 그리고 앞으로 이 시대에 생각해봐야 하는 논점들을 생각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다. 프랑스인들이 고집하는 예측 가능한 삶, 편안한 삶을 동경하며 적절히 나의 육아 교육 및 삶의 질 개선, 대인관계를 프랑스식 + 미국식 +한국식 사고로 적절히 섞어 죽음을 향해 달려가는 우리내 인생이지만 이 순간을 최대한으로 즐기며 현명하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