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잠 못 드는 수지를 위하여 - 수다쟁이 가족들의 괴상한 잠 이야기
릴리 레이나우스 지음, 마르게 넬크 그림, 정진 옮김 / 레드스톤 / 2018년 6월
평점 :
<잠 못 드는 수지를 위하여>의 자가 릴리 레이나우스의 이력이 독특하다. 에스토니아 민속학자이자 아동책 작가이고, 아이들이 일상에서 겪는 문제들을 이야기로 만드는 일을 재능을 가지고 있다고 소개된다.
<잠 못 드는 수지를 위하여>란 책 제목을 보고, 의외로 무서운 그림이 책표지에 잔뜩 있어서, '아~ 수지란 아이가 무서워서 잠을 잘 못 자는 것을 다룬 책인가?'란 생각과, '이 책을 읽은 후, 원래도 무서움이 많은 편인 아들에게 '무서워 병'이 전염되어 아들이 혼자 잠자는 걸 거부하면 어쩌지?'란 생각이 동시에 떠올랐다. 그래도 책표지는 나의 궁금증을 자극했다. 그리고 살짝 장난기도 발동했다. 아들이 그저 무섭다란 생각을 어쩌면 더 구체화시킬 수도 있겠다란 생각을 했다.
음산한 기운을 풍기는 책이라 예상했지만, 완전 반전이 있다. 가족에서 충분히 발생할 수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이다. 이 책을 읽으며 얼마나 아이와 함께 웃었는지 모른다. 다행히 이 책을 본 후 무섭워서 잠을 못자는 일은 없다. 어린 동생 수지에게 장난을 치는 모습이 더 기억에 남나보다.
이야기는 예상했던 것처럼, 수지라는 잠을 자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며 가족들이 있는 거실로 나오며 시작이 된다. 수지가 잠을 못자게는 많은 이유 중 하나는 수지가 가장 먼저 자야하고, 나머지 가족 멤버는 늦게 잔다는 점이다. 심지어 밖은 아직 어두워지지도 않았다. 수지가 자야하는 시간에 아빠, 오빠, 오빠 사이먼은 각자의 일에 열중이다. 아빠는 수지에게 이런저런 조언을 하며 잠을 청할 수 있는 노하우를 전수하려 하지만, 짓궂은 오빠 사이먼이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하며 수지를 자극한다. 처음엔 그저 잠이 안 왔는데, 대화를 하면 할수록 점점 더 무서운 생각이 들어 잠을 들지 못하게 만든달까. 그 와중에 엄마는 오빠와 아빠에게 눈치를 주며 나무라고, 이야기가 좋게 흐르다가도 결국 오빠와 아빠의 엉뚱한 이야기로 수지의 눈은 점점 동그라진다. 처음엔 양을 세워보라는 것으로 시작하다가, 고양이, 뱀, 사나운 용, 모래 아저씨, 작은 요정, 괴물, 자루 귀신, 비밀경찰, 도깨비... 잠이 안 들어 고민하는 어린 수지에게 도움은커녕 점점 얘기는 엉뚱하게 흐른다. "이 늦은 저녁에 우리가 괴물 이야기를 하는 게 과연 좋을까?"속이 타들어가는 엄마의 심정이 백 프로로 고스란히 느껴진다. 근데, 아들이 이 글을 읽으며 아들 역시 너무 격하게 공감을 한다는 점이다. 자신이 종종 골탕 먹이는 동생을 회상하나보다.
"무섭게 하려는 게 아니에요. 그리고 어떨 땐 양도 무섭다고요."
다행히 수지는 잠이 들었고, 사뭇 무서운 캐릭터들이 오빠와 아빠를 통해 소개가 되었지만, 수지의 꿈에서 언급된 캐릭터가 미화되고 결국 기분 좋은 꿈으로 둔갑되어 참으로 다행이라 생각되었다. 무서워하는 아이들에게 어쩌면 코믹하게 다가갈 수 있는 가족동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