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만조의 바다 위에서
이창래 지음, 나동하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7월
평점 :
두려움에 떠는 물고기는 행복한 물고기가 아니다.잠수부는 그들
가운데 하나가 아니라 물고기들이 새끼였을 때부터 물속 경치의 일부이다.물고기들은 그녀의 낯익은 형체,반복되는 동작의 리듬,그리고 오리발을 착용한
그녀의 부드러운 발짓을 보는데,그들에게 어머니의 자장가처럼 다가가야 한다.그것들은 수확의 순간에 이르기까지 피난처의 꿈의 노래가 되어야 한다.
누가 감히 우리가 틀렸다고 말할 수 있을까? 있다면 앞으로 나와 우리의
담을 뒤흔들어 보라고 하라.가상의 미래 미국 사회는 크게 세 지역으로 나뉘었고 지역 간은 상급 지역인
차터에 사는 사람들에 의해 높은 담으로 가로막혔다.차터 사람들은 지역과 지역 사이에 높은 담을 세워 지역과 (무형의) 계급을 구분함으로써 사회에
안정을 부여했다.
차터 사람들은 몸에 좋다고 알려진 음식만 먹고 자식들에게 과외를 시킨다.반면에 과거 볼티모어라고
불렸던 B-모어의 사람들은 특별히 몸에 더 좋다고 알려진 음식만 먹는다거나 자식에게 과외를 시킬 수는 없지만 먹고사는 데에는 큰 문제가
없다.그들은 차터 사람들이 시키는 일을 하고 그 대신 안정감을 제공받는다. 그들은 공원을 어지럽히거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거의 없다.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에.모두가 주어진 스케줄에 따라 움직이고 일을 하며,크게 문제를 일으키지 않는 한 직업 정년을
보장받는다.모두가 똑같은 집에 살고,예측 가능한 패턴대로 살아간다.자치주는 거의 무정부 상태로 버려진 옛 도시들이며,황무지에 가깝다.그곳에서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타 지역의 사람들은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다.
서로 닮은 곳은 조금도 없을 것만 같은
이 세 지역 사람들에게도 공통점은 있다.아직 완전한 치료법은커녕 발병 원인조차 밝혀지지 않은 C-질환을 두려워한다는 것.물론 대부분의 차터
사람들은 여러 번 치료받을 재산을 가지고 있다.B-모어 사람들은 한두 번 정도 치료받으면 거의 파산한다. 대부분의 자치주 사람들은? 치료는
조금도 기대할 수 없다.
주인공 판은 B-모어 지역에서 살며 차터 지역에 납품하기 위해 수조에
들어가 물고기를 키우는 17세 중국계 잠수부 소녀이다. 어느 날 그녀의 남자 친구 레그는 C-질환에 걸리지 않는 체질로 판명되어 차터 지역으로
불시에 아무런 통보도 없이 잡혀 간다.그러나 이러한 일에 익숙한 B-모어 사람들은 굳이 레그를 찾으려 하지 않는다.
이에 판은 그의 아이를 임신한 채 그를 찾아 정문 밖 바깥세상으로 나간다.
B-모어 사람들에게 안정을 깨뜨리고 정문 밖으로 나가는 행위는 결코 이해할
수 없는 행동이다.그러나 그녀의 이런 행위는 B-모어 지역에 어떤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이제 몇몇 사람들은 연못에 쓰레기를 던지고, 시위를
하고, 머리를 박박 민다.그리고 이 사회가 맞게 흘러가고 있는 것인지, 자신들이 옳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의심하기 시작한다.
바깥세상으로 나간 판은 몇 번의 위기, 그리고 몇 번의 아름다운 만남과
함께 자치주에 살고 있는 기이한 사람들과 차터에 살고 있는 불행한 사람들을 겪으면서 이 세계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에 대해, 밖으로 나오지
않았으면 결코 알지 못했을 세계의 어떤 진실에 대해 조금씩 깨닫기 시작한다.한 소녀의 환상적이고도 기이한 모험담을 그려 낸 이 작품의 묘사는
우리들의 삶의 일면을 보여준다.
저자는 지금껏 세계
문단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다.이민자의 정체성이라는 주제적 특이성이 아니더라도 아름다우면서도 날카로운 문체,깊은 통찰력,인간사에 대한 섬세한
시선,탄탄한 드라마 등으로 도스토예프스키,가즈오 이시구로,코맥 매카시,돈 드릴로 등과 비교될 만큼 독자와 미 문단의 많은 사랑을 받아 온
이창래는 이번 작품 만조의 바다 위에서에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