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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도유사 - 천년고찰 통도사에 얽힌 동서양 신화 이야기
조용헌 지음, 김세현 그림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통도유사에 대한 이야기는 나무오리로 시작하고 있다.저자의 해박하고 풍부한 지식을 토대로 천년고찰의 역사는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다.고대로부터 오리는 숭배 대상이던 조류였다.솟대 위에 나무로 오리를 만들어놓고 숭배하는 민속 신앙은 한국뿐만 아니라 시베리아와 몽골,만주 일대를 비롯한 북방 유목민들의 공통된 풍습이었다.좋은 책의 진가는 발품을 많이 팔아야 그 가치가 뛰어나다.
칭기즈칸이 13세기에 세운 몽고 제국의 수도 왕궁에도 솟대가 세워져 있었다고 한다.카라코룸 왕궁 입구의 은으로 만든 나무 위에 오리가 네 마리 얹혀 있었는데,술·말젖·꿀차·쌀술을 품어내는 형상을 하고 있었다.강호동양학자 조용헌.지난 30년간 산중의 유불선 고수에서부터 저잣거리의 사람들까지,각계각층의 사람들을 만나 인생살이의 방도를 구하던 그가 선사하는 신화 읽기의 즐거움과 삶의 지혜를 본다.
사찰 인문기행서는 그중 힘이든다.여러가지 고증과 자신의 해박한 지식이 뒤따르지 않으면 자칫 우화나 풍문에 의한 소식을 전하는 저잣거리의 이야기 일 뿐이다.그는 수많은 사람을 만났다고 한다.유교의 선생,도교의 고수,불교의 스님들과 교감하고 소통하며 섭렵한 사주,풍수,한의학 관련 지식과 철저한 현장답사,세상사 흐름에 대한 예민한 포착과 탁월한 통찰,호방하고 웅숭깊은 필치를 기반으로 통도유사를 냈다
이 책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공부는 자신의 수양이고 스스로가 갖추어야 할 도량이다.수많은 사찰들 중에 통도사를 택하여 기행문을 들어보니 가히 정신세계의 위통도사 창건 신화와 동서양의 새 숭배 신앙을 다룬다.그가 전하는 내용중에는 산해경도 있고 주역,동국여지승람,삼국유사,정감록까지 망라되어 우리들의 이해를 돕는다.
우리나라 산(山)의 명칭에 날짐승(닭, 기러기, 독수리, 봉황)이 들어가게 된 연유를 네팔과 미국 등 전 세계의 사례와 함께 살펴본다. 우리 고유의 민속신앙과 불교신앙의 카테고리에서 확장된 동서양 신화를 들여다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한층 더 넓힐 수 있을 것이다.통도사 절터에 깃든 용의 신화, 하늘의 메시지를 전하는 중계자인 독수리 신화 등이 담겨 있다.
특히 상상속의 동물인 용이 실재했었다는 설(說)의 근거를 주역과 미국의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찾아본 색다른 시선이 눈길을 끈다.그의 말대로 신화적인 동물들의 출현은 보통 사람이 아닌,영적인 눈(眼)이 열린 사람들의 말을 누군가 듣고 기록한 내용들일 것이다.
부처의 사리가 보관되어 있는 금강계단, 진신사리,자장암 금와보살 이야기가 펼쳐진다.특히 여기에서는 극락전에 그려진 반야용선도와 스톤헨지,우드헨지,네팔의 페와 호수,마차푸차레,카일라스 산,중국 장가계 등에서 공통적으로 등장하는 신화의 상징인 강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스톤헨지는 대략 기원전 3천 년 전의 유적지라고 한다. 근래에 발견된 우드헨지도 거의 비슷한 연대로 추정하고 있다.3천 년 전의 고대 영국인들도 생과 사에 대한 관념이 이러했다. 이때에도 역시 중간에 강물이 가로놓여 있었다는 점은 매우 흥미롭다.우연의 일치인지는 몰라도 요단강과 똑같은 구도가 아닌가. 강물을 건넌다는 점이다.
불교의 암흑기였던 조선시대와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도 혼신의 힘을 다하여 통도사를 지켜낸 혜경스님,구하스님,경봉선사,월하스님 등 고승들에 얽힌 감동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특히 오랜 세월 통도사와 동고동락하며 자비와 지혜로 세상을 밝혔던 고승들의 이야기 가운데 가수 조용필이 힘든 시련을 겪던 시절,경봉선사와 맺은 특별한 인연도 소개되어 눈길을 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