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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 - 가슴으로 써 내려간 아름다운 통일 이야기
이성원 지음 / 꿈결 / 2013년 8월
평점 :
돌이켜보면 세계에서 유일하게 분단된 이곳 대한민국이다.지금도 휴전선155마일의 철조망을 사이에 두고 그렇게 살아간다.전쟁으로 인한 가족의 흩어짐과 생이별의 한을 품고 한 해,두 해 그리고 지금까지 목놓아 울며 기다린지 오래이다.이 책은 30년차 통일부 공무원으로 수십 차례 오랫동안 북한을 오가며 국내외 주요 대북 사업 현장 한가운데 있었던 저자의 경험을 엮은 책이다.
그래도 우린 다시 만나야 한다.남과 북은 여전히 총부리를 겨누고 있지만 한민족이요,한 형제,자매이기에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고 그렇게 더불어 살아가야 하는 삶이기 때문이다.해묵은 진영 논리와 경제적 실리 추구를 넘어 사람과 사람 사이에 꽃피는 우정과 연민을 통해 남북 교류와 통일에 대한 올바른 인식과 긍정적인 시선을 갖게 해주는 통일 교양서 저자는 현장에서 생생하게 우리에게 전해준다.
팔만 뻗치면 닿을 수 있는 거리를 우리는 60여년을 가지 못했다.북측 안내원들이 어서 버스에 타라며 북측 가족들을 채근하기 시작했다. 할아버지는 딸들과 작별 인사를 하고 나서 할머니의 손을 잡으려고 했다.이번에야 설마,하지만 할머니는 내밀던 손을 기어이 되돌리고 말았다. 결국 할아버지는 버스에 올랐다.버스에 오른 할아버지가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이쪽을 쳐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내내 가만히 있던 할머니가 갑자기 버스 쪽으로 사람들을 밀치며 달려가는 게 아닌가!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손을 꽉 잡는 순간,무정하게도 버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그 모습을 지켜보던 딸들과 사위들 그리고 나,우리 모두는 엉엉 울어 버렸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 꿈에도 소원은 통일’이라는 노래 가사는 오랫동안 불려 왔지만, 정말로 통일이 소원인 사람은 얼마나 될까?
이산가족을 제외한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통일은 너무나 막연하고 비현실적인 이야기다. 분단을 경험하지 못한 젊은이들이나 나이어린 청소년들은 말할 것도 없다. 게다가 날로 경색되어 가는 남북 관계에 북한은 이제 동족의 나라가 아니라 지구 반대편 나라보다 더 멀게 느껴진다.저자의 눈물 어린 기록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눈물과 웃음, 그리고 가슴 먹먹한 그리움과 감동의 이야기가 있다.
낯선 북한 지명이나 이동 경로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본문 앞에 북한 지도를 포함한 대한민국 전도와 평양 시내 지도, 개성공단을 포함한 개성 시내 지도,금강산과 백두산 안내지도가 보인다.또한 2002년 부산 아시안 게임,카타르 도하 체육회담 등 다양한 남북 교류 현장 사진과 함께 신의주 등 북한 주민들의 삶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수록하여 내용 이해에 깊이를 더하고 있다.
남북 간 접점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면서 내가 한 가지 분명히 깨달은 사실은 북한의 개방을 요구하고 주장할 것만이 아니라 그들이 개방을 하면 자신들에게도 이익이 된다는 점을 우리가 몸소 보여 주어야 한다는 점이다.더 나아가 그들이 우리 안에 있는 사랑의 마음을 읽을 때 그들도 마음 문을 활짝 열게 된다는 사실이다. 정치가 우리를 규정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정치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