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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
데이비드 화이트하우스 지음, 정회성 옮김 / 민음사 / 2013년 3월
평점 :
절판
형이 죽어야 우리 가족은 정상적으로 살 수 있다.
힘차게 박동하는 심장을 나눠 주고서 갑자기 그것을 벽에 던져 무참히 터뜨려 버린다면 그 삶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학교에서 배운 모든 내용이 결국 현실에서는 아무 의미 없는 것이라면? 이런 게 진짜 삶이라면, 굳이 침대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지 않은가? 이런 게 진짜 삶이라면,굳이 침대 밖으로 나갈 이유가 없지 않을까?
이런 생각은 맬컴을 침대에서 나오지를 못하게 하는 원인이 되었다.세상을 살아가는데 많은 장애가 우리들을 따른다.나는 그런 생각을 가지지 않은 사람이 과연 몆이나 될까라는 것이다.남들과는 다른 삶을 택한 형 때문에 이름 대신 맬컴의 동생으로만 불리는 나의 이름은 소설이 끝날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나는 부모와 사랑하는 여인의 관심을 형에게 빼앗긴 채,끊임없이 그들의 사랑을 갈구하면서 살아간다.
평범함을 거부한 형 때문에 이름조차 잃었지만,동시에 형 때문에 삶과 사랑을 고민하면서 특별하게 살게 되는 것이다.자신이 만든 탄광의 엘리베이터 사고로 십여 명의 광부가 목숨을 잃은 후 평생 그 트라우마에 시달리던 아빠, 자기 자신이 아니라 남을 돌보는 데서 삶의 의미를 찾는 엄마,가족을 떠나 버린 엄마 때문에 폐인이 된 아빠에게 돌아가기 위해 연인을 떠나야 했던 루.
이 세 사람 역시 맬컴 때문에 남들과는 다른 인생의 길을 걷게 되지만,역시 남들과는 다른 방식으로 인생의 의미와 행복을 찾게 된다.언젠가 아버지가 했던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이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이라는 말을 나는 늘 곱씹는다. 그러나 반대로,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그 사람을 죽음으로 몰고 갈 수도 있음을 그려 낸다.
침대에서 내려오지 않는 맬컴을 먹여 주고 씻겨 주고 다독여 주는 엄마는 그를 살게 하는 것일까 죽게 하는 것일까.나는 그런 엄마를 보며 형을 죽음으로 몰아가는 것은 그녀의 사랑이었다.라고 생각한다.그러나 맬컴은 마지막 날인 7484일째에 나는 엄마에게 누군가를 이십 년 동안 사랑할 수 있는 기회를 드렸어.내가 엄마를 살아 있게 한 거야.라고 말한다.
어른이 되는 것이 특별해지는 것이 아니라 정반대로 평범해지는 것임을 깨달은 맬컴 25번 째 생일 다음 날 침대로 올라가고,7484일 후 기중기가 침대와 한 몸이 된 그를 들어 올려 집 밖으로 옮길 때까지 나오지 않는다.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살아가는 대신 천천히 죽어 가는 것을 선택한 맬컴과,그런 그를 지켜봐야 하는 가족들 성장을 거부한 남자 곁에서 성장해 가는 가족들을 그리고 있는 독특한 성장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