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 - 내 안의 잠든 가능성을 깨우는 시간
김세희(세빛희) 지음 / 더퀘스트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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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표는 명확하고 구체적이어야 한다. 너무 큰 목표보다는 실현 가능한 목표면 좋다. 목표는 장기 목표와 단기 목표로 세분화하는 것을 추천한다. 즉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를 정하고 이를 1년 단위, 월 단위, 일 단위로 점점 세분화한다. 중요한 것은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 오늘 당장 새벽 시간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다. 그게 정해져야 바로 실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p.107)



나는 아침형 인간이다. 원래 아침형이었던 것인지는 모르겠고, '먹고사는 일'과 '좋아하는 일'을 다 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나도 모르는 사이에 아침형 인간이 되어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회사는 가야 하고 읽고 싶은 책은 많고. 내가 쪼갤 수 있었던 시간은 수면뿐이었던 것. 아무튼, 그렇게 새벽에 깨어 책을 읽다 보니 느낀 것은 새벽 시간의 집중력은 다른 시간과 비교할 수 없다는 것, 하루가 더 가뿐해진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시간이 꽤 여유로운 지금도 나는 새벽을 즐긴다.


나는 그저 새벽 시간을 좋아하는 거라면,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쓴 세빛희 작가는 새벽을 알차게 이용하는 '고수'라고 할 수 있겠다. (사실 미라클모닝이라는 사람은 이런 분들이 쓸 수 있다. 나처럼 그냥 새벽을 좋아하기만 하면 기적을 만들어낼 수 없기 때문) 이 책이 궁금했던 것도 그것. 이미 10년은 하는 새벽 기상을 어떻게 하면 조금 더 의미 있게, 조금 더 멋지게 쓸 수 있을지 배우고 싶었다.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은 작가가 왜 새벽에 일어나게 되었는지부터 그 시간에 무엇을 했는지로 포문을 연다. 또 그 시간을 알차게 보는 방법과 목표를 설정하는 법, 그 시간이 수익으로 바뀌는 과정을 모두 담고 있다. 나에게 닿은 부분은 '점검'이었다. 나는 이미 새벽 기상을 하던 사람이지만 그 시간을 좋아하기만 했을 뿐, 그 시간으로 나아갈 생각은 해보지 않았던 것 같다. 늘 루틴대로 움직이기는 하지만 나 스스로를 점검해볼 생각도 하지 않았고. 그래서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읽으며 나를 구체화해보자는 결심을 했다. 일하듯 나를 계획하고 점검해 하다 보면 조금 더 나은 미래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나처럼 이미 새벽 기상을 하지만 조금 더 알차게 쓰고 싶은 사람이거나, 아직은 새벽 기상을 하지 않지만, 무엇인가를 위해 목표하고 있다면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을 만나보면 좋겠다. 시간을 알차게, 목표를 명확하게 만드는 여러 방법을 제시하기 때문. 물론 『혼자 있는 새벽 4시의 힘』이 정답이라고 할 수도 없지만, 원래 타인의 깨달음을 바탕으로 나의 깨달음을 찾는 것이 교훈이지 않나. 이 책을 재료 삼아 자신만의 '미라클'을 만들어내시라고 말하고 싶다. 작가의 말처럼, 무엇이든 도전해보고 나에게 맞지 않고 싶으면 포기해도 된다. 해보지 않고 포기한 것은 미련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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훌훌 - 제12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문학동네 청소년 57
문경민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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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도면 죽을 만큼이나 힘들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것보다 더 독한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지더라. 일단 우리는 전쟁도 겪고 있지 않잖아. 지독한 곳에 끌려가서 고문을 당하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내가 겪은 일로 죽어 버리겠다고 말하기는 나는 좀 그래. 하지만 유리야. 사람마다 느끼는 고통은 각각 다른 것 같더라. 감당해 낼 여건도 다르고. 설령 나와 비슷한 상황에서 죽음을 선택한 사람이 있다고 해도 함부로 말할 수는 없을 거야. (p. 207) 

 

 

우리 독서 모임에는 아무래도 문과가 많았는지, 지난달 독서 모임 때 “다음 책은 술술 읽히는 책”을 원하는 분들이 많았다. (나포함. 지난 독서 모임 책 - 김상욱 「하늘과 바람과 별과 인간」) 그렇게 선정된 9월 독서 모임의 책은 『훌훌』. 문학동네 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은 이 책은 『훌훌』이라는 가벼운 느낌의 제목과 달리, 온 마음을 꾹꾹, 여러 감정을 툭툭 건드린다. 그뿐인가. 술술 읽히는 수준을 넘어, 마지막 페이지를 만나기 전까지 책을 덮을 수 없다. 묵직하지만 무겁지 않고, 가뿐하지만 가볍지 않은 놀라운 소설이라고 말하고 싶다. 

 

과거를 『훌훌』 털고 가뿐해지고 싶은 유리에게는 두 명의 가족이 있다. 자신을 입양해놓고 책임지지 못해 할아버지에게 버리듯 방치해버린 엄마와 언제든 보낼 사람처럼 마음을 주지 않는 할아버지. 할아버지와 유리는 피는 한 방울도 섞이지 않았지만, '가족'이라는 이름으로 서로의 영역을 지켜주며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적막하리만큼 평화롭던 그들의 일상이 깨진다. 갑작스레 엄마가 죽었고, 엄마의 다른 아이가 유리 네 집에 오게 된다. 수많은 사건을 듬뿍 안고 찾아온 동생이지만 유리는 그 아이로 인해 할아버지와도 더 가까워지며 진짜 '가족'이 되어간다. 

 

『훌훌』를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을 느꼈다. 분명 주제나 상황이 묵직한데, 작가는 판단이나 개입 없이 그저 바라보는 느낌으로 이야기를 이어가기 때문에 오히려 독자에게 많은 감상을 안긴다. 또 유리와 세윤의 성장과 깨달음을 보며 너무나 명료하게 '그래, 산다는 것이 그렇게 내 맘처럼 딱 떨어지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분명 가치가 있어.'하고 느끼게 한다. 『훌훌』은 분명 소설 그 이상의 가치와 생각을 주는 책임을 새삼 느낀다. 

 

정작 나의 눈길을 끈 것은 세윤이었다. 18살 미성년자 엄마에게 태어나 베이비박스에 버려졌던 아이. 하지만 다행히 좋은 부모님을 만나 그 부모님과 싸울 수도 있는 아이. 소설 속 짓궂은 아이들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주제에 부모님과 싸운다며 세윤을 욕하지만, 엄마의 마음으로 이 책을 읽으며 세윤이 엄마와 언쟁을 할 수 있다는 것이 무척 감사하고 다행이라 느껴졌다. 또 버려진 아이에게 남긴 친모의 편지를 코팅까지 해 보관하다 성인에 가까워진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세윤 엄마의 넉넉함도 닮고 싶었다. 때때로 아이들은 자신의 엄마에게도 마음을 다 터놓지 못해 슬퍼하고 하지 않나. 『훌훌』을 읽는 내내 아이에게 생물학적, 법적 가족뿐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한 가족이 되어줄 수 있도록 노력하리라 다짐했다. 

 

아픈 과거를 안고 살아가는 사람이 많다. 혹자는 『훌훌』의 유리처럼 과거를 딛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유리의 엄마 서정희 씨처럼 아팠던 과거에 발목 잡혀 여전히 힘들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세상 그 누구에게도- 고통이 진행 중인 사람을 탓할 자격이 없다. 그저 충분히 슬퍼하지 못했을 뿐, 아직 훌훌 털어버릴 시간이 되지 않았을 뿐이니. 부디 그들에게도 언젠가는 홀가분해지는 날이 오기를 그저 응원하자고, 그렇게 선한 눈으로 바라봐주자고 세상 모두에게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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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탐정으로 있어줘
고니시 마사테루 지음, 김은모 옮김 / 망고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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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이런 작은 일로도 기뻐하기로 하자. 나쁜 일만 있는 것은 아니다.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이 모두 정답이다. (p.312) 



사실 표지를 보고 의아했다. 추리 소설이 이렇게 사랑스럽고 따뜻한 느낌의 표지라고? 연애소설이 아니고 미스터리 맞아? 하고 말이다. 그런데 이 책은 읽어도 읽어도 그 따뜻함이 사라지지 않더라. 참 신기하지 않나. 살인사건이 나오는데 온기가 있다니. 이 책은 분명 미스터리를 해결하는 스토리지만, 그 안에서 가족애, 인간애 등 여러 색깔의 사랑을 만날 수 있는 소설이다. 내가 만난 가장 따뜻한 추리 소설,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소개한다. 


나는 추리소설은 무척 좋아하지만, 사실 일본소설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일본 아마존 문예 영역 1위, 12개국에 판권 수출, 일본에서 8.5만 부 돌파 등 미스터리 마니아들의 극찬을 받았으며 2023년 일본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대상을 받았다고 하여 궁금한 마음이 들더라. 『명탐정으로 있어 줘』를 읽으며, 많은 사람에게 사랑을 받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세도 없는 신인 작가의 책이 이토록 사랑받는 것은 '정말 재미있는 스토리'란 뜻 아닐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는 치매를 앓고 있는 할아버지와 초등학교 교사인 손녀가 주인공이다. 손녀는 태어날 때부터 엄마 뱃속에서 칼을 맞고 극적으로 살아난 사람. 그래서 엄마는 태어남과 동시에 없었고, 아빠 역시 단명하여 그녀의 가족이라고는 할아버지가 전부다. 하지만 할아버지와 손녀는 둘 다 선생님이고 추리소설을 좋아하다 보니 각별한 가족관계를 유지하며 지낸다. 할아버지에 치매 소식에 슬퍼하지만, 일부러 미스터리한 사건들의 실마리를 찾게 하는 등 할아버지의 치매를 늦추기 위해 노력을 한다. (이 과정에서 손녀와 할아버지가 주고받는 대화가 무척이나 흥미진진하다) 그러던 어느 날 스토킹을 당하던 손녀는 위기를 맞고, 할아버지는 추리력을 발휘해 범인을 찾는다. 놀라운 것은 범인을 찾은 후에도 이야기가 끝난 느낌이 아니라, 눈물도, 감동도 느끼게 하는 것. 분명 추리소설을 읽었는데 섬뜩한 느낌이 아니라 잔잔하고 평온하다. 


『명탐정으로 있어 줘』가 특별하게 느껴진 까닭, 첫 번째. 기괴하고 복잡하지 않고 단순하고 평온한 느낌이라는 것. 이 점이 『명탐정으로 있어 줘』의 가장 두드러지는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 스토리의 끝까지 잔잔한 온기가 있고 단순해서 오히려 미스터리를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게 했고, 내가 미스터리의 실마리를 풀고자 집중할 수 있었다. 두 번째는 사건마다 반전요소가 가득했던 점. 마치 이야기 속의 이야기처럼 각 사건이 흥미롭게 이어져서 글씨가 작은 책임에도 불구하고 지겨운 느낌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스토리의 긴밀성. 때때로 어떤 미스터리는 갑자기 지하로 뚝 떨어지는 것처럼 “사건 끝!”을 외치는 경우도 있는데, 이 책은 각 인물의 유기성과 사건의 긴밀함이 잘 유지되어 마지막까지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여백이 꽤 많은 편인데도 글씨가 너무 작아 살짝 집중하기 어렵다는 생각을 했지만, 스토리가 탄탄해 책이 놓이지 않더라. 점점 밤이 길어지는 계절, 재미있는 책으로 가을을 맞아보는 것은 어떨까. 『명탐정으로 있어 줘』같이 재미있는 책이라면- 누구라도 책 읽는 가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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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알 돌알 사계절 그림책
벼레 지음 / 사계절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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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서로 기대어 사는 형상을 본 떠 만들었다는 '사람인'처럼, 사람들은 어울려 살아가기를 좋아한다. 취미가 같은 사람, 같은 회사에 다니는 사람, 같은 학교인 사람 등 '나'의 인간관계는 물론, 아이와 같은 반 학부모, 아이 학원 친구네 엄마 등 무척 다양한 관계를 맺는다. 누군가에게서 등을 돌리는 것도 마찬가지. 내게 위해를 가해서, 아이한테 피해를 줘서 등 직접적인 사유뿐 아니라, 인상이 별로라서, 나랑 달라서, 누가 별로래서, 무슨 얘길 들어서 등 합리적인 못한 이유도 많다. 이 비합리적인 이유는 미움, 차별, 외면 등으로 싹을 틔운다. 

 

뉴스가 공포영화보다 무서운 요즈음에 경종을 울리는 그림책 한 권을 만났다. 이 책이 많은 이들에게 전파되어 편견과 혐오가 아닌, 이해와 수용이 가득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사계절 출판사의 신간, 『쌀알돌알』을 소개한다. 

 

 

편견이나 혐오 등의 단어가 자칫 아이들에게 무거운 주제가 아닐까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벼레 작가의 『쌀알돌알』은 무척이나 유쾌하고, 무겁지 않게 이야기를 풀어냈다. 아기자기한 그림체와 유쾌한 문체로, 담백하게 메시지를 전한다. 

 

표지부터 쌀들이 바글바글 한 마을을 가득 채우고 있다. 마치 사람처럼 수영하기도 하고, 오리배도 탄다. 속표지도 마치 밥그릇을 확대하기라도 한 듯 바글바글 자리 잡은 쌀들이 우습다. 『쌀알돌알』에 등장하는 쌀들은 모두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모두 어딘가 단점이라 부를만한 것들을 하나씩 가지고 있다. 그것을 보완하기 위해 목욕탕이나 이발소를 찾기도 하는 쌀들은 마치 인간 세상을 고스란히 옮겨놓은 듯한 기분. 작은 글씨 하나하나 저마다의 웃음과 저마다의 생각을 담고 있어 마치 쌀들과 수다를 떠는 듯한 기분으로 읽다 보면 아이들은 어느새 많은 생각 씨앗을 얻게 된다.

 

“돌알만 골라내라!”라는 지령을 받은 쌀알들은 저마다 다른 모습, 다른 말투지만 합심하여 돌알을 골라낸다. 쫓겨난 돌알은 엄청난 말을 남긴 채 떠난다. “너희 중엔 불량이 없을 것 같냐!”라는.

 

'불량'이라는 말은 쌀알 사회에 큰 불안을 준다. 이때부터 쌀들은 삼삼오오 모여 '우리'와 '다른 점'을 찾기 시작한다. 더 작거나, 울퉁불퉁하거나, 많이 불었거나, 쌀가루가 되었거나, 금이 갔거나, 왕겨가 있거나, 푸석하거나. 쌀알들은 점차 무수히 많은 '차이'를 찾아내고, 모두 흠집으로 취급하며 '차별'로 만든다. '우리'였던 쌀알들도 '나'로 쪼개져 서로의 흠집을 찾기에 혈안이 된다. 그러나 선구자처럼 등장한 할머니는, 돌이나 골라내랬더니 이게 무슨 일이냐며, 불량쌀알들을 다시 한데 넣어 신나는 발걸음을 옮긴다. 다 괜찮다고, 밥이나 맛있게 지어 먹자고. 

 

『쌀알돌알』을 읽는 내내 쌀알이 어른들 모습 같아 부끄러워졌다. 맑은 눈으로 세상을 보는 아이들에게 어른의 잣대로 편견을 가르치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른들의 모습에서 자연스럽게 차별과 혐오를 배우고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고 말이다. 그래서 『쌀알돌알』은 더 많은 가정에서 읽으면 좋겠다. 엄마도 읽고 아빠도 읽어서 아이들에게 이해와 수용을 가르쳐줄 수 있는 어른이 더 많아지면 좋겠다. 아이들도 『쌀알돌알』을 통해 나는 어떤 쌀알인지, 친구의 다른 점을 틀리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는지 생각할 기회를 가지면 좋겠다. 

 

다시 '사람인'자를 떠올려본다. 그러고 보니 두 사람은 길이와 모양이 다르다. 하지만 서로 기대어, 서로에게 버팀목이 되어준다. 부디 우리 세상도 그렇게 다른 사람들이 서로의 의지가 될 수 있기를, 너른 마음으로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여 줄 수 있기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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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식당 북극곰 꿈나무 그림책 102
김신희 지음 / 북극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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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엄마가 내 마음을 다 아는 게 너무 신기했어요. 신나는 일이 있을 때도, 친구랑 싸웠을 때도- 엄마는 기가 막히게 제 마음을 읽어내더라고요. 엄마가 되어보니, 그 능력은 '관심'에서 나오는 거였습니다. 아이가 오늘 어떤 하루를 보냈을까, 기분은 어땠을까 하는 관심. 언제나 아이의 마음을 살피기 위해 무척이나 노력하지만, 때로 일부러 모르는 척하는 순간이 있어요. 

바로, 밥을 줬을 때! 

 

대체로 편식을 하지 않는 착한 딸이지만, 좋아하는 반찬이 나왔을 때는 함박웃음을, 싫어하는 반찬 앞에서는 시무룩한 표정이 되곤 하잖아요? 아마 다른 집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기에, 오늘 북극곰의 신간, 『마녀식당』을 소개해봅니다. 

 

제7회 상상 만발 책 그림전 당선작인 『마녀식당』은, 일단 표지부터 아이들이 좋아할 귀신(!)들이 가득합니다. 호박부터 미라까지! 아이들이 싫어하는 대표 채소 파와 양파도 귀신이 되어 주방을 돌아다니는 익살스러운 표지에서부터 아이들의 시선을 끕니다. 그뿐인가요? 속표지 안의 마녀 코스요리는 아이들이 “징그러워”를 연발하면서도 깔깔 웃는 요소가 가득합니다. 

 

그림체도 얼마나 귀여운지! 『마녀식당』은 어느 페이지 하나 웃음 포인트가 빠지지 않고 재미있는 일러스트로 꽉 차 있답니다. 밥상에 앉은 아이는 오늘도 마음에 들지 않는 반찬이 있는지 뱉고, 토하고, 기절도 합니다. 엄마 역시 머리에 불도 나고, 거품도 물고 파스스 타기도 합니다. 그 표정이 얼마나 익살스러운지 글씨를 한 줄도 읽지 않아도 아이는 깔깔 웃기 시작해요. 그러던 아이에게 낯선 초대장이 도착합니다. 마녀와 유령이 그려진 기괴한 초대장이죠. 깨알같이 맞춤법도 틀린 이 초대장을 따라가면 호박 농사를 가득 짓는 마녀의 식당에 도착합니다. 

 

여기서부터 정말 빅재미! 여기저기 숨은 거미, 유령 느낌 가득한 소품들을 하나하나 관찰하는 게 얼마나 재미있나 몰라요. 우리 아이는 꼬마 이마에 거미가 뚝! 떨어지는 장면을 보고 기겁하면서도 좋아하더라고요. 그 외에도 전체 페이지에 아이들이 좋아할 요소가 가득합니다. 지렁이에 기름칠도 하고, 눈 달린 채소를 썰기도 하고, 수프가 냄비 밖으로 고개를 내밀기도 합니다. 온갖 기괴한 재료들로 만들어진 요리, 지독히(?) 한결같은 해독제에 아이도 엄마도 깔깔!

 

글씨를 하나도 읽지 못해도 이 책은 아주 즐겁게 감상할 수 있을 터. 우리 꼬마는 실제 텍스트를 읽지 않고도 한참이나 이 책을 읽고 또 읽고 하며, 대사를 상상해보기도 하고 요리의 맛을 상상해보기도 하는 듯 이 책을 맛있게 즐겼답니다. 물론 본문을 읽으면서도 더 재미있어하기도 했고요. 

 

『마녀식당』을 다 읽은 후에 먹은 밥이요? 말해 뭐해요. 엄마가 준 반찬들을 골고루 맛있게 한 그릇 뚝딱! 했죠. 평소에 편식이 심하지 않은 편이지만, 『마녀식당』을 읽은 후 더 모든 반찬을 야무지게 음미하려는 모습이 너무 기특하고 귀여웠답니다.

 

편식을 고치는 것은 물론, 깨알 같은 디테일, 개성 넘치는 캐릭터로 웃음까지 잡은 『마녀식당』! 

기발한 상상력을 맛보실 수 있으니 꼭 주문(?)해보세요. (아직 배민에는 없답니다.)

 

아참! 『마녀식당』의 치명적 단점! 아이가 자꾸 요리에 참여하고 싶어 하고, 채소를 해독제라며 엄마 입에 넣어버릴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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