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주의야, 반가워! 북극곰 궁금해 22
필립 번팅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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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아침 아이를 학교에 데려다주는데 고학년 학생들이 '학교폭력 예방 캠페인'을 하고 있었다. 아직 캠페인에 대한 경험이 많지도 않고, 학교폭력에 대한 개념도 분명하지 않은 저학년인 우리 아이는 언니·오빠들의 적극적인 모습에 깜짝 놀라 쭈뼛쭈뼛 교문에 들어섰는데, 집에 오자마자 종알종알 말이 많다. “엄마, 아침에 언니들 기억나? 그거 언니들이 직접 만든 팀이래. 그 들고 있던 종이고 직접 만들었고, 율동도 직접 만들었데!” 사실 깜짝 놀랐다. 당연히 선생님이 주축이 된 캠페인이라 생각했기 때문. 문득, 이런 아이들이 있어 세상이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옳지! 이때다. “언니들 모습이 네가 얼마 전에 물어본 민주주의야!” 민주주의에 대해 이야기해준 적은 있지만, 제대로 알려주지 못한 것 같아 답답했는데 마침 북극곰에서 『민주주의야, 반가워!』들 줄간한 것. 이렇게 궁금해할 때 들이밀어야 아이 머리에 쏙쏙 들어가지! 

 

그런데 사실 『민주주의야, 반가워!』는 아이가 궁금할 때가 아니라도, 아이들이 흥미를 느낄 만큼 풍부한 내용과 다채로운 일러스트를 가진 책이었다. 민주주의를 아이가 이해할 수 있을까 반신반의했는데 이런 표현으로 민주주의를 설명할 수 있구나, 하고 깜짝 놀랐다. 사실 어른들도 민주주의에 대해 알고는 있지만, 제대로 설명할 수 없는 막연한 지식 아니었나. 『민주주의야, 반가워!』는 민주주의 개념, 역사, 성장 방향, 혜택 등에 대해서 자세히 다룰 뿐 아니라 정부의 역할, 선거, 시민운동까지 다루고 있다. 아이들에게 꽤 묵직할 수 있는 주제임에도 어려운 느낌이 아니라, 쉽고 간결한 언어 덕분에 아이들은 여러 방향으로 생각의 물꼬를 틀 수 있다. 

 

특히 시민운동에 대해 다룬 부분은 어른이 읽기에도 무척 유익했다. 최근 '그레타 툰베리'에 관한 책을 읽었던 터라 아이는 더욱 관심을 보였다. 시위 팻말을 만드는 내용을 읽으며 “분리수거를 잘하자”를 만들어 아빠에게 1인시위를 해야겠다는 계획을 세우는 모습을 보며 어릴 때부터 올바른 개념을 세워주면, 세상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또 '효과적으로 말하기'의 내용은 아이들이 일상생활서도 활용 가능한 정보라서 더욱 유익했다. 자신의 의견을 제대로 전달하는 법과 타인을 존중하는 법을 동시에 이야기하는 점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고심하며 이 책을 만들었을지 상상이 되었다. 진정한 민주주의는 “내가 살아가는 사회의 주인공은 '나'임과 동시에 '너'”라는 것을 느끼며, 우리 아이가 자신의 권리와 타인의 권리를 잘 지킬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도록 더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했다. 

 

『민주주의야, 반가워!』는 단순한 지식나열이 아닌 아이 생각의 물꼬를 트는 책이다. 이 책 한 권만으로도 아이는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얻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생활 속 민주주의까지 생각해볼 수 있게 도왔다. 아이가 능동적으로 행동하고 세상의 변화에 참여할 수 있도록 생각 자체를 키우는 책이었다. 부디 더 많은 초등학생에게 읽혀 '평범한 사람들의 힘'이 진가를 발휘하는 세상이 오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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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롱 드 경성 - 한국 근대사를 수놓은 천재 화가들
김인혜 지음 / 해냄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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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이야기는 『천일야화』처럼 끝이 없다. 1930~1940년대 경성을 누볐던, '곡마단' 같다는 비아냥거림을 듣던 천재 예술가들의 이야기, 이들의 얽히고설킨 관계와 그 관계 속에서 만들어진  생산물들. 그것은 지금의 우리 유전자에 어떻게든 기억되고 있는, 우리가 꼭 알아야만 할 문화유산이다. 슬프고도 찬란한 유산. (p.24, 까치집 머리, 털북숭이 수염의 '이상'과 작은 키에 질질 끌리는 외투를 입는 '구본웅'의 기묘한 조화가 곡마단 행차에 비유됐다.) 

 

 

이 책은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렸던 책이다. 비록 나는 그림이나 음악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무지렁이지만, 그럼에도 '글'만큼 '예술'을(어쩌면 '예술사'를) '탐미'하는 나에게 한국의 천재들, 더욱이 '근대사'의 천재들 이야기, 「조선일보」 화제의 칼럼이었던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을 묶어놓은 이 책을 어떻게 지나칠 수 있겠는가. 

 

『살롱 드 경성』은 빼앗긴 나라의 설움, 전쟁의 비극 속에서 더 아프고 불안했기에 더욱 '소리 없는 아우성'이었을 예술가들의 무성영화 같은 삶을 담은 책이다. '화가와 시인의 우정' 편에서는 이상과 구본웅, 백석과 정현웅, 김기림과 이여성, 박수근과 박완서 등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고, '화가와 그의 아내' 편에서는 이중섭과 이남덕, 김환기와 김향안, 김기창과 박래현 등의 열렬한 응원을 만나볼 수 있다. 그 외에도 나혜석, 이쾌대, 이인성 등이 화가의 삶, 김병기, 변시지, 문신 등 예술가들의 고뇌를 엿보기도 한다. 이미 접해본 내용도 있었고 처음 만나는 내용도 있었으나, 그것과 관계없이 나는 이 책을 읽는 내내 새로이 배우고, 새로이 느끼고, 새로이 깨달았다.

 

저자는 타고난 이야기꾼임이 분명하다. 원래도 극적이었을 예술가들의 삶에 어찌나 멋진 제목을 붙여두었는지.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설레고, 그 안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내 마음을 가장 설레게 한 제목은 “그럼에도 삶은 총체적으로 환희다”였다. 국가등록문화제인 '남향집'을 그린 오지호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전혀 몰랐던 그의 삶에서 느끼는 바가 무척 많았다. “어둠 속에 직면해 고통을 겪으면서도, 그 고통에 매몰되지 않는 굳건한 정신세계를 지녔기에 빛나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던 것(p.263)”이라는 말이 마음에 짙게 남는다. 어쩌면 우리는 훨씬 나은 환경에 살면서도 '못하는 이유'를 만들어대지 않나. 고난이 와도 삶은 총체적으로 환희라는 말을 읽는 내내 그동안의 나는 용기가 없어서 하지 못 할 이유만을 찾아왔던 것은 아닌지, 반성의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내 삶이 어쨌든 총체적으로 환희가 될 수 있도록 더 부지런히 행복하리라 결심했다. 

 

자주 하는 생각이지만, 이 책의 주인공들이 다른 시대나 환경에 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백 년을 앞선 생각을 살았던 이상이 지금 시대의 작가였더라면, 이중섭이 넉넉한 환경에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면 어땠을까. 그것은 그저 상상일 뿐이니 이미 멈춰진 그들의 시계 앞에 안타까움이 들지만, 그럼에도 그들이 넘어선 고통은 결국 후손들에게 눈부신 아름다움을 남겼다. 그래서 그들이 남긴 작품의 수, 성공의 여부를 떠나 그들이 시대에 남긴 것, 그리고 지금 우리에게 전하는 이야기는 찬란하고 슬프고, 빛나고 아프다.

 

『살롱 드 경성』은 저자의 말처럼, “많은 작품을 남기지도 못했고 성공한 삶을 살았다고 말할 수는 없을지 몰라도, 후세가 그들을 기억해야만 하는 이유(p.46)”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었다고 말하고 싶다. 『살롱 드 경성』을 읽는 내내 무척이나 좋아하는 노래, 「우리의 얘기를 쓰겠소」가 내내 머리에서 맴돌았다. 이 책을 통해 흑백으로 묻힐 뻔한 이야기의 먼지를 털어, 100년 가까이 흐른 지금, 새로운 이야기를 피워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그 시절에는 여전히 우리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들이 켜켜이 쌓인 먼지 안에 숨어있을 것이다. 그들의 이야기를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으로 다시 만나고 싶다. 독자가 없이는 이야기가 완성되지 못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부디- 시대에 가려진 많은 예술가의 더 많은 이야기가 완성되기를. 그 어떤 전시보다- 그 어떤 작품보다 감동 가득한 '삶'이 담겨있는 『살롱 드 경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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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트]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 1~2 - 전2권
조엘 디케르 지음, 임미경 옮김 / 밝은세상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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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구나 자기 안에 갈매기 한 마리를 갖고 있어. 쉽고 편하게 살려는 성향 말이야. 자기 안의 그런 유혹과 늘 맞서 싸워야 한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해. 사람들은 대부분 군집을 이루어 살려고 하지만 자네는 달라야 해. (p.388)

 

자네도 이제 해답 없는 질문으로 힘들어하지 말고 해리를 놓아줘. 삶의 한 페이지를 넘겨야 할 때야. (p.58) 

 

 

요즘은 웬만한 뉴스가 소설보다 '거짓말 같은' 세상이라 조금 덜 읽기는 하지만, 나는 원래 범죄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마니아다. 살기가 바빠지며(!) 자연스럽게 소설 읽는 양을 줄이기는 했지만, 뼈대 굵은 범죄소설은 거의 다 읽는 편. 범죄기반의 소설에는 단순히 추리만 들어있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욕심, 본능, 그럼에도 '인간애' 등을 모두 만나볼 수 있어 좋아하는 것이기에 '조엘 디케르'의 소설은 그야말로 취향 저격. 

 

만약 조엘 디케르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읽은 사람이라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필독하셔라! 한층 깊어지고, 한층 치밀해진 그의 소설에 또 한 번 감탄하게 될 테니. 아! 혹시나 「해리 쿼버트 사건의 진실」을 포함하여 그의 소설을 하나도 읽지 않았더라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아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니 걱정 말고 일단 책을 펼치시길 추천해 드린다. 두 권으로 나누어진 장편소설이지만, 거짓말처럼 술술 읽히는 가독성 좋은 소설이니 말이다. 

 

아! 미리 처음부터 2권까지 대기시켜놓고 1권을 읽길. 어차피 모든 독자는 두 권을 연결해 읽어야만 할 것이다. 책을 펼칠 때는 자유의지로 펼칠 수 있지만, 흡입력이 너무 강해 덮는 것은 더는 남은 페이지가 없어야 가능할 테니 말이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읽는 재미 포인트를 짚어보자. 먼저 치밀한 탐문 수사와 날카로운 추리를 바탕으로 직접 마커스나 페리가 되어 사건에 풍덩 빠져보는 것. 범죄소설은 역시 사건의 실마리를 찾는 맛! 물론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실마리는 쉽게 찾기 어렵겠지만, 어려운 만큼 더 흥미진진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두 번째, 각각의 인물의 심리를 쫓아보는 것. 개인적으로 범죄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점이 인물의 심리를 극단적으로 표현한다는 것인데,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역시 각각의 인물이 나타내는 심리변화, 심리를 드러내는 행동 등이 무척이나 흥미롭다. 

 

이 두 가지 매력만으로도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을 읽을 이유는 충분하지만,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가장 큰 매력은 긴박한 속도 조절에 있다고 본다. 현재와 10년 전 오가며 사건을 풀어가는데 심리적인 부분은 느리게, 사건은 빠르게 조절해가는 이야기는 마치 롤러코스터를 탄 듯 긴장감을 강화한다. 원래 롤러코스터도 빠르게 뚝 떨어질 때보다 서서히 올라갈 때 더 무섭지 않나. 소설에서 그런 긴박함과 화끈함을 동시에 맛볼 수 있었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의 마지막에서야 만나게 되는 진실은 정말이지 놀랍고, 예상 밖이며, 슬프고 처절하다. 작가는 책의 마지막까지 나를 저 위로 끌어올렸다가 뚝 떨어뜨리고, 다시 끌어올리기를 반복하며 스토리에 풍덩 빠지게 했다. 작가가 쓴 책을 몇 권 읽었지만, 감히 말하자면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은 조엘 디케르를 '더' 유명하게 만들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알래스카 샌더스 사건』이 너무 재미있었기에 벌써 조엘 디케르의 다음 작품이 기다려진다. 

작가님, 빨리 집 사서 글을 써요! (아, 집을 사야 하는 작가는 마커스인가! 깔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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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의 아이
최윤석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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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힘들게 분명했다. 하지만 그의 얼굴에서는 두려움 따위는 찾아볼 수 없었다. 윤재가 그랬다. 

“이게 다 아빠가 짊어진 외로움의 값이라고.” 

그래, 기꺼이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으며 해준은 인력이 더 커지기 전에 재빨리 차를 몰고 서울을 향해 나갔다. (p.397) 

 

 

하늘에 떠 있는 둥근 달.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대체로 보름달이 뜬 풍경을 보고 풍요로움이나 평화로움을 떠올릴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표지를 처음 볼 때에도 어떤 내용인지 쉽사리 상상되지 않았다. 달의 풍요로움으로 소설을 쓸 만큼 할 말이 있을까, 하고. 그러다 우연히 책 홍보물을 보았는데 너무 강렬한 소개에 빠져들어 이 책 제목 뭐야! 하고 찾아본 것이 바로 이, 『달의 아이』였다. 아이들이 달로 빨려 들어간다니! 달이 뜨는 것을 재난방송을 해야 한다니! 

 

그렇다. 『달의 아이』는 전 세계적으로 동시에 발생한 이례적인 슈퍼문 현상으로 아이들이 하늘로 날아가 버리는 스토리를 담은 재난 sf 소설이다. 아이들을 되찾으려 하는 부모들의 간절함과 괴이한 현상을 연구하고 해결하려는 과학자들, 점점 심해질 것이라는 재난 예상, 이것을 이용하려는 야비한 사람들 등, 한 페이지도 그냥 넘길 수 없을 만큼 스토리가 빠르게 진행되어, 책을 읽는 내내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영화나 드라마보다 책이 재미있다는 것을 한반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디 『달의 아이』을 읽어보시길. 한 편의 영화를 감상하듯 치밀한 스토리와 넘치는 상상력이 온 머릿속을 헤집어놓을 테니. (책을 읽는 내내 문장 속에서 영상을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는데, 알고 보니 이 책의 저자가 KBS 현직 PD, 심지어 정도전을 연출한 분이라고 한다. 어쩐지!) 

 

더욱이 『달의 아이』는 아이를 향한 부모의 사랑, 재난을 대하는 사람들의 자세 등을 매우 섬세히 묘사하고 있어 인간의 모습이나 본질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순간순간 울컥했고, 희망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고, 사랑에 대해 생각해보기도 하며 이 책에 오롯이 빠져 헤어나오기 힘들었다. 

 

이미 한 편의 영화인 듯 생생하고 긴밀한 스토리를 가진 『달의 아이』. 사실 이 책을 기반으로 영화나 드라마가 만들어진다면 엄청 흥미진진한 작품이 탄생하리라 생각한다. (책만큼 제한 없는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 너무 늦은 시간에는 이 책을 펼치지 말 것. 다 읽을 때까지 잠들 수 없을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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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 대화술 -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이노우에 도모스케 지음, 오시연 옮김 / 밀리언서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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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가신 사람은 물리적으로 거리를 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신을 나쁘게 평가하지 않을까 걱정되면 일을 키우지 않고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고 싶은 것이 인지상정입니다. 하지만 심신의 건강을 위해서는 결코 그것이 최선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억지로 인간관계를 유지하려다 스트레스를 받아서 적응 장애나 우울증으로 발전하기도 하니까요. (P.49)

 

 

길다면 긴 시간 직장생활을 했지만, 회사라는 곳은 다닌 기간과 관계없이 어느 순간 '현타 포인트'를 맞으면 순식간에 정이 떨어져 버리는 마법 같은 곳이다. 회사를 그만둘 무렵의 나는 아팠고, 아이를 키우며 느끼는 고민도 많았는데, 찰랑찰랑 넘치기 직전의 내 마음에 누군가 던진 작은 돌멩이가 큰 파장을 일으켰다. 소위 'MZ직원'이라 불리는 후배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확인되지도 않은 말로 상사의 등에 칼을 꽂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했던 것. 그동안 '초보라서' 넘어갔던 수많은 질투를 많은 이들이 '꼰대'기 되고 싶지 않아 입 다물고 있었던 것을 정말 몰랐던 걸까, 하는 생각과 이런 생각이 드는 자체가 나도 꼰대인가 하는 자책이 나를 버겁게 했다. 

 

그런데, 그것이 비단 나만의 걱정은 아닐 것이다. 그래서 자기계발서 칸에는 언제나 직장생활에 관한 조언들이 넘쳐난다. 최근 출간된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역시 직장생활에서의 관계를 이야기하는데, 특별한 것은 타인과의 관계개선이 아닌, 내 마음을 돌보는 일에 중점을 두는 것. 그래서 혹시 직장생활 속에서 자책하며 힘겨워하고 있다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길 바란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를 통해 문제를 나에게서 찾는 '나쁜 습관'을 버릴 수 있다면 관계는 한결 나아질지도 모르니.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은 방어하는 대화술, 심리적 거리 두기, 거절하기, 마음 보호하기 등 나의 마음을 지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를 이어간다. 사실 나를 방어하는 것은 타인을 바꾸는 것에 비하면 쉬우므로 당장 써먹을 수 있는 비법이라고 볼 수 있다. 어차피 한평생 다르게 살아온 이들을 내 입맛에 맞게 바꾸는 것은 불가능한 것 아닌가. 그럴 시간에 내 마음을 더 돌보고, 내 마음을 더 지킬 수 있다면 더욱 건강한 심리상태를 유지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하는 심리 대화술』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어떤 상황에서도 내 마음 먼저 보호하기'였다. 사실 아무리 좋은 팁을 주어도 마음을 뱉기 힘든 사람에게는 무용지물이기도 한데, 자신의 마음을 지키는 것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 실질적인 도움이 되리라 생각했다. 타인을 바꾸려 노력하는 시간에 한 번이라도 더 내 마음을 돌볼 수 있다면, 사실 결과는 훨씬 괜찮을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직장에서의 심리적 압박'이 사회적으로 큰 쟁점이 되고 있기에 '내 마음 보호하기'라는 말이 더 간절하게 느껴진다. 『속마음 들키지 않고 할 말 다 하는 심리 대화술』 저자의 말처럼 내 마음을 진흙탕으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을 피해 마음의 습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많은 이들이 도움을 받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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