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그게 뭐야? 북극곰 무지개 그림책 97
토마 비노 지음, 마르크 마예프스키 그림, 이경혜 옮김 / 북극곰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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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인가 아이를 데리고 평일 저녁 놀이터에 나갔을 때, 어떤 아기엄마가 나에게 인사를 건넸다. “시를 쓰는 아기 엄마 너무 궁금했어요!” 아이가 할아버지와 놀이터에서 놀며 하늘에 대해, 나무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이 모조리 시 같았다고. 그 말이 오래도록 마음에 남았다. 아이가 평생 세상을 시를 쓰듯 바라볼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넘치게 행복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했다. 

 

남들이 흑백초점책을 볼 때부터 동시집을 들었던 우리 찹쌀이는 이미 시에 꽤 익숙한 편이다. 동시 필사를 꾸준히 하고 있고, 엄마가 읽는 시집을 종종 같이 읽는다. 그런데 그 좋다는 시를, 대다수의 어른도 어렵고 낯설다며 즐기지 않는 시를, 우리 아이는 정말 온전히 느끼고 있을까? 시가 무엇인지 진짜 알까? 시는 세상을 노래하는 것이라고 알려주었지만, 아이 마음에도 그 개념이 생겨있을까? 그 궁금증에 해답이 되어줄 책, 『시, 그게 뭐야?』를 소개한다. 

 

『시, 그게 뭐야?』는 아름다운 언어와 일러스트로 시를 이야기한다. 이 책을 읽고 나서 느낀 점을 먼저 말하자면, 아이들은 모두 온전한 마음으로 시를 만날 수 있는 존재들이고- 오히려 어른들이 내 안에 가득한 시를 잊어버리고 살지는 않나 생각했다. 

 

먼저 『시, 그게 뭐야?』는 일러스트부터 무척 아름답다. 은밀한 숲, 아름다운 음악, 멋진 꽃밭 등에도 당연히 시를 만날 수 있지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벙커 침대, 간식이 가득한 냉장고에서도 시를 만날 수 있음을 선명한 색으로 표현해냈다. 어떤 페이지는 그 자체로도 시처럼 아름다워 아이와 한참 바라봤다. 우리 아이는 달 같은 조각배에서 웃으며 잠든 장면에서 “달님 이불을 덮고 자서 행복한가 봐”라며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일러스트뿐 아니라 『시, 그게 뭐야?』의 내용도 무척 좋다.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는 딱딱한 설명이 아닌,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다양한 표현들로 시가 무엇인지 노래한다. 책 전체가 한 편의 시 같아서 여러 번 반복해 읽으며 마음이 가득 평온해졌다. 시는 '자기만의 안경'이라는 표현이 너무나 찰떡같이 느껴져 어쩌면 나도 이제야 시가 무엇인지 제대로 깨달은 기분이 들었다. 

 

시가 자신을 만든 것이라던 괴테의 말을 깊이 공감하지 못했다.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나니 그 말이 무슨 말인지를 막연히 알 것 같다. 아이가 바라보는 모든 세상, 아이가 살아가는 순간순간- 우리 아이 내면에서 탄생하는 것이 시라면, 결국 아이가 스스로를 만들어가는 단계들이 아닐까. 

 

우리 아이가 그렇게 평생, 시를 쓰듯 세상을 바라보면 좋겠다. 아름다운 것에도 슬픈 것에도- 자신의 소리에 귀 기울이는 사람으로 살면 좋겠다. 아이와 읽은 『시, 그게 뭐야?』는 아이의 마음에 더 귀를 기울이게 하는 다정한 고리가 되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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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에 관한 짧은 글 -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조지 오웰 외 지음, 박그림 옮김 / 마음시선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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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가 나에게 취미를 물어보면 쉬이 대답할 것이 없었던 것 같다. 이렇게 말하면 절친들은 당연히도 “독서!”라고 말하곤 했지만, 나에게 독서는 취미보다는 그냥 일상 같아서, 혹은 일 년에 책 한 권 안 읽으면서 “독서, 음악감상” 등을 취미 칸에 쓰는 사람들과 같아 보일까 봐 섣불리 대답하지 못했던 것. 그런 나에게도 이제 취미라고 말할 것이 생겼다. 어느새 몇 년째 유지하고 있는 필사. 처음에는 책 속 좋은 문장을 옮겨적었다면, 최근에는 필사를 위한 책을 들이기도 한다. 

 

요즘 필사 중인 책은 『어린 왕자』와 『행복에 관한 짧은 글』. 두 권 모두 마음시선 출판사에서 출간된 '마음을 다해 쓰는 글씨, 나만의 필사책' 시리즈로 정말 완벽한 필사가 가능하게 구성되어있다. 오늘은 먼저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소개하고자 한다.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은 '행복'을 테마로 저명한 인사들의 명언 50개를 모아놓은 책이다. 왼쪽 페이지에는 명언을 한글과 영어로 적어두고 오른쪽 페이지는 독자가 직접 쓸 수 있도록 비어 있어 명언과 내 글씨로 어우러진 책을 만들어가는 재미가 있다.

 

많은 필사책 중에서 마음시선의 필사책이 특히나 좋은 이유, 첫 번째! 완전히 펼쳐지는 형태로 편집되어 어떤 페이지를 쓰더라도 방해받지 않는다. 그래서 첫 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너무 편안하게 쓸 수 있어 좋았다. 

 

두 번째는 종이의 질! 수많은 필사책을 써봤지만, 이 책만큼 아무 펜이나 쓸 수 있는 책은 없었다. 만년필, 마카, 플러스펜 등 그 어떤 펜으로 써도 뒷면에 배겨 나오거나 번지지 않았다. 그래서 명필까지는 아니더라도 깔끔한 책을 완성할 수 있었다. 

 

세번째는 한국어와 영어로 명언이 제시되어 짤막한 공부도 가능했던 점. 매일 한두 문장을 쓰며 한국어와 영어를 번갈아 읽었다. 책의 중반쯤을 썼을 때는 완전히 잊고 사는 줄 알았던 문법이 꽤 많이 떠올라 뿌듯함도 느낄 수 있었다. 

 

네 번째로는 미래의 나에 대해 목표를 세울 수 있었던 점. 사실 필사를 하는 그 자체로도 잡생각을 없애고 문장에 온전히 집중하는 장점이 있는데, 이 책은 내 인생의 궁극적인 목표에 대해, n 년 뒤의 내 모습에 대해 기록하고 생각하도록 돕고 있어, 정해진 시간을 두고 목표를 향해가는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나의 경우에는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기 전에 한 두 장을 썼는데, 잠에서 벗어나기에도 좋았고, 고요한 새벽 자체에 집중하기에도 큰 도움을 주더라.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모두 필사한 후 책을 둘러보며, 더 예쁜 글씨로 썼더라면 좋았겠다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하지만, 진짜 행복은 나에게 달려있음을, 이걸 쓰는 내내 온전히 나에게 집중하는 행복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기도 했다. 

 

이 책의 가장 마지막 페이지의 문장으로 이 책에 대한 감상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부디 많은 분이 내가 『행복에 관한 짧은 글』을 따라 쓰며 느꼈던 안정감과 행복을 느끼실 수 있기를 바라보며. “행복하고 싶다면, 그저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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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김지연 지음, 유영근 그림 / 제제의숲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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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데일 카네기를 모르는 사람은 드물 것 같다. 인간관계나 자기관리 등 자기계발과 관련한 명언, 강의, 도서 등 무척이나 다양한 분야에서 드물지 않게 등장하는 유명한 분이니 말이다. 나 역시도 데일 카네기의 저서를 거의 다 읽었고, 인간관계론 같은 경우는 5번은 읽은 듯한데 언제인가 인간관계론 리뷰에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삶의 태도”를 배웠다고 기록한 적이 있었다. 그때 생각이 굳어지기 전인 아이들이 이런 것을 미리 배운다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그러다 최근,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반가운 마음으로 발 빠르게 만나보았다. 인간관계의 첫걸음을 시작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건강한 사고방식을 심어줄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소개한다. 

 

사실 어른도 어려운 인간관계가 아이들인들 쉬울까? 어쩌면 나를 다 이해하는 가족이라는 그룹을 처음 벗어나는 것이기에 어른보다 어려울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어쩌면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이 더 필요한지 모르겠다.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관계를 위한 세 가지 기본원칙, 호감 가는 사람이 되는 여섯 가지 방법, 싸우지 않고 설득하는 여덟 가지 방법 등으로 나뉘어 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게 인간관계론을 설명한다. 아이에게 어렵지 않을까 걱정이 되기도 했으나, 책을 펼쳐보고 걱정이 싹 사라졌다. 만화로 한 번, 설명으로 한번, 친구의 기분이나 상황을 상상해보는 실전으로 한번 아이들이 생각을 확장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아이들이 직접 말풍선과 빈칸을 채울 수 있는 워크북이 세트 구성되어있어 보다 실질적으로 인간관계론을 습득할 수 있게 한 것.

 

한 챕터가 데일 카네기가 들려주는 이야기, 나쁜 사례와 좋은 사례 둘 다를 만날 수 있는 상세한 비교만화,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가이드 페이지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보니 적당한 분량을 나누어 공부할 수 있어서 더 좋았고, 워크북을 통해 아이가 직접 자기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서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또 워크북이 어렵고 힘든 스타일이 아니라 더 좋다고 생각했다. 사실 주제가 마냥 쉽지 않기에 워크북마저 어려우면 아이들이 책 자체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은 워크북이 말풍선 채우기 등으로 이루어져 있어 아이들의 흥미를 유발한다. 책을 읽고 나면 누구라도 답할 수 있는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어 부모님이 약간만 도와준다면 저학년부터 학습할 수 있다. 우려 속에 시작했으나, 저학년인 우리 아이도 훨씬 잘 이해하며 책을 읽었다.

 

우리 집에서 가장 많은 도움을 얻은 부분은 '싸우지 않고 설득하는 여덟 가지 방법'의 몇몇 사례들이었다. 우리 아이는 거절이나 싫은 표현을 하는 것이 서툰 편이다. 싫은 일을 싫다고 말하지 못해서 어쩔 수 없이 참아주다가 감정이 터져버린다고나 할까? 그래서 말하기 전에 생각 정리하기, 요령 있게 제안하기 등을 꼼꼼히 읽어보고 많은 대화를 나누어볼 수 있었다. 물론 한꺼번에 이것을 이해하고 실천하기란 어렵겠지만,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을 꾸준히 읽다 보면 조금 더 요령 있게 인간관계를 하는 어린이로 성장할 수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친구와의 관계, 낯선 이들과의 생활에 조금이라도 어려움을 느낀 아이라면!

『어린이를 위한 데일 카네기의 인간관계론』 강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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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
민병래 지음, 간토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위원회 기획 / 원더박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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뉘우치지 않는 역사, 잘못을 빌지 않은 역사는 모습을 잠시 감추거나 숨길 수 있다. 그러나 결코 사라지거나 잊히지 않는다. 오지 뇌병원 자료실에서 묻혀 있던 조선인의 피울음은 일본과 자이니치(재일교포) 두 청년 예술가 덕분에 햇살을 받았다. 언젠가 도쿄도 인권프라자 기획전시실에서 〈in mater〉가 상영되는 날이 올 것이다. 그날은 역사에 길이 남을 터이다. 일본이 조선인 대학살을 인정하고 사죄하는 첫날과 다름없이 때문이다. 그날이 되도록 빨리 왔으면 좋겠다. (p.231) 

 

 

혹자는 과거의 일본의 행적을 잊어버리고 새로운 도약을 위해 협력의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이 말 자체가 오류가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빌지도 않은 용서를 왜 우리가 찾아 해야 하며, 과거의 행적에 꾸준히 더해지는 것들까지 물을 수 없는 무엇인가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인가. 더욱이 바다의 안위를 해양생태계의 안위를 걱정하는 것을 '괴담' 취급받는 요즈음, 당장 오늘이 아니라고 하여 과거도 미래도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그런 생각을 하던 즈음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를 읽게 되었다. 

 

사실 나는 역사서를 좋아하고 꾸준히 읽은 편이라 간토대학살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도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충격적이었다. 이미 알고 있던 사실들도 근거자료가 뒷받침되니 가슴이 아팠고, 제대로 모르고 있던 사실에는 화가 치밀었다. 단지 조선인이라는 이유 하나로 6,661명(이보다 더 많을 수 있다)의 무고한 시민이 학살당했는데도 일본은 10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과나 배상은커녕 진상규명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그보다 더 화가 나는 것은 우리 정부 역시 진상규명을 요구하지 않는다. 참으로 힘 빠지는 이야기지만, 우리마저 잊어버리면 머지않아 간도 대학살은 그저 역사한 편의 이슬이 되어 사라질지도 모른다. 피해자가 기억하지 않는 역사를 가해자가 기억할 일은 없지 않나.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방대한 자료와 많은 이들의 이야기가 모여 만들어진 책이다. 간토 학살 100주기 추도사업추진회와 민병래 작가가 공동기획한 이 책에서는 진상규명을 위해 해온 노력, 다양한 기록과 기억 등을 바탕으로 간토대학살의 실체를 전달한다. 일기장이나 증언이 수없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일본 정부도 우리 정부도 진실에 집중하지 않는다. 그래서 국민 대다수가 간토대학살의 진실보다는 알려진 이야기들만 겨우 알고 있다. 극단적 예로 일본이 집계했던 231명과 독립신문이 집계한 6,661명이라는 엄청난 틈을 지금도 제대로 규명하지 못한 것은 너무 부끄러운 일 아닌가. 불과 100년밖에 지나지 않은 역사인데 이렇게 묻어두고 파헤치지 않는다는 것이 가당키나 한 일일까. 어느 정도는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게 부끄러워질 만큼 나는 간토대학살에 대해, 우리의 역사에 대해 모르고 있다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반성의 마음과 더 많이 공부해야겠다는 다짐을 번갈아 했다. 

 

아픈 과거에 집착해 미래의 많은 것을 도모하지 못한다는 우려의 말을 하는 이들에게 묻고 싶다. 이제 그들은 부정하는 과거의 역사를 우리까지 잊어야 하냐고. 우리까지 부정해야 하냐고. 진정한 발전은 과거의 과오를 바로잡고, 올바르게 세워나가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진정한 사과와 배상이 없이는 우리는 단 하나의 과거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래야만 우리는 앞으로도 똑바르게 살 수 있다.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는 그저 단순히 간토대학살 그 100년 전의 사건 만에 집중하는 책이 아니다. 수많은 학살의 하나이며, 인간이 다른 인간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그릇된 가치관의 결과물이다. 만약 우리가 이것을 제대로 알지 못하고 과거의 것으로 덮어둔다면, 앞으로의 인류에게는 또 다른 모습의 제노사이드가, 또 다른 차별이, 희생이 다가오게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더 많은 이들에게 읽혀야 한다. 특히 역사의 과거를 잊으라는 분들이 이 책을 꼭 읽으면 좋겠다. 그래서 그들이 정말 그렇게 지워버려도 되는 것들인지 다시 생각할 기회를 한번은 가져보기를 바라본다.

 

1923 간토대학살, 침묵을 깨라』를 읽는 내내, 이 책을 세상에 꺼낸 분들, 그리고 역사를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수많은 분에 이 책의 독자들이 더해지고, 또다시 그 독자들로 인해 간토대학살에 관심을 끌게 되는 이들이 더해져- 결국에는 정부 차원에서 진상규명과 사과, 보상에 이르기까지 제대로 된 절차를 밟는 날이 오기를 간절히 기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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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 - 아직 늦지 않았을 오십에게 천년의 철학자들이 전하는 고전 수업
김범준 지음 / 빅피시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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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위야 비불능야 (不爲也 非不能也)

하지 않는 것이지 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그동안 잘 살아왔다면 더 잘 살기 위해서, 잘 못 살아왔다면 이제부터라도 잘 살기 위해서 배울 건 배워야 합니다. 그 시작은 세상과 상대방을 나의 잣대로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며 존중하는 일일 겁니다. 물론 자신도 바라볼 줄 알아야 함은 물론입니다. (p.67) 

 

 

나이를 먹을수록 느끼는 것 중 하나가 고전의 맛이다. 사실 과거에는 읽고 싶은 욕심에 꾸역꾸역 읽은 것들이 꽤 많았던 것 같은데, 요즘에는 고전들의 매력을 야금야금 맛보는 것 같다. 물론 완벽히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는 내려놓음에서 오는 깨달음인지는 모르겠지만, 요즘의 나는 신간만큼 고전을 읽고 있는 것 같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는 「오십에 읽는 장자」, 「모든 관계는 말투에서 시작된다」 등 나도 읽은 책들을 쓰신 김범준 작가의 신간으로, 나이가 들어도 꾸준히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것을 골조로 여러 철학가의 사상을 풀이해준다. 사실 평소 명언들을 짜깁기해놓은 책들을 즐기지는 않는 편이지만, 나이가 들어도 배움이 멈추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필두로 이야기를 하는 작가의 책이기에 고민하지 않고 읽기 시작했다.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라고 이름 붙여진 이 책을 통해 나보다 더 많이 배우고, 앞서 걸으신 분이 바라보는 고전은 어떤 생각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를 중점으로 두고 이 책을 읽었다. 

 

마음에 가장 많이 닿았던 부분은 노자의 사상을 담은 '비우고 내려놓을 때 비로소 채울 수 있다' 편이었다. 요즈음의 세상은 자신의 욕심, 자신의 편의만을 목적으로 무척이나 날카롭지 않나. 이 부분을 읽으며 움켜쥐고 사는 오늘날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그 외에도 순자, 맹자, 공자, 묵자 편에서도 생각할 거리가 무척 많았던 것 같다. 순자의 사상에서 쉼 없이 공부하고 배워야 한다는 노력을, 맹자에게서는 타인을 향한 이해를, 공자에게서는 옳고 그름을, 묵자에게서는 발전하는 삶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어 좋았다. 

 

물론 다른 책에서도 공자 등의 사상가들이 남긴 진리를 배울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살아갈 날들을 위한 공부』의 구성이 마음에 들었다. 사상가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준 뒤 두 세 페이지 가량으로 나뉘어 이야기를 이어가기에 해당하는 부분을 찾아보기도 좋았고, 내 생각을 정리하며 읽기 좋았던 것. 아마 이 책은 공자 등을 한반도 읽지 않은 사람도 아주 쉽게 읽어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만큼 쉽게 읽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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