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기억의 도시 - 건축가의 시선으로 바라본 공간과 장소 그리고 삶
이용민 지음 / 샘터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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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라인 공원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곳에 올라가서 한 번이라도 걸어본 사람은 이 공원의 가치를 직접 몸으로 느끼게 된다. 버려진 산업 시대의 유산이 민주적인 시민운동 덕분에 공중 생태공원으로 재탄생한 역사적인 사건. 공중에서 파노라마로 바라보는 맨해튼의 뷰. 첼시 지역의 도시 재생 등. 모두 폐철로를 공원으로 바꾼 결정이 만든 도시의 새로운 풍경이다. 현대도시에 사는 우리는 과거의 유산을 어떻게 다루어야 할까? (p.148) 

 

 

뉴욕. 당신에게는 어떤 이미지의 도시인가. 아마 대부분은 번쩍이는 불빛과 트랜디한 뉴요커들을 떠올릴 것이다. “잠들지 않는 도시”라는 별명답게 세계적인 대도시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트랜디한 도시, 패션과 연구, 기술,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분야가 생산되고 소비되는 도시. 그래서 사실은 『뉴욕, 기억의 도시』를 만났을 때 아차 싶었다. 그래, 반짝이는 도시 뉴욕도 분명 도시를 형성하던 시점이 있을 것이고, 그것들이 지나온 의미와 가치가 있을 것인데 왜 그 반짝이는 건물들이 당연히 원래 그 자리에 있었다고 생각했을까. 

 

 『뉴욕, 기억의 도시』는 이용민 건축가가 뉴욕의 건축물과 그에 담긴 이야기들을 꽤 깊이 있는 서사로 이끌어가는 책이다. 과거 뉴욕을 대표하던 건축물부터 초고층 빌딩까지를 망라하다 보니 그 어떤 도서보다 뉴욕을 샅샅이 살피는 기분이기도 했고, 건물들이 지나온 시간과 함께 한 역사 등을 함께 만나며 마치 뉴욕을 시간 여행한 기분을 느끼기도 했다. 건축가의 눈으로 바라보기에 건물이 지니는 의미와 건축학적 발전 등을 만날 수 있기도 하고, 뉴욕의 건축물들을 배경으로 변화해온 뉴요커의 삶도 함께 만나볼 수 있어 꽤 의미 있는 독서였다. 

 

이용민 건축가는 『뉴욕, 기억의 도시』를 낭만과 자유, 사랑과 예술, 공간으로서의 의미 등으로 나누어두었는데, 이 구분이 너무나도 뉴욕을 잘 나타내는 것 같아서 책을 읽기도 전부터 설레는 마음이 들었다. 실제 책을 읽으며 뉴욕의 발생, 뉴욕의 보편적인 건물, 초고층 빌딩에서는 단순히 건축물의 의의나 아름다움뿐 아니라 뉴욕의 역사를 통으로 이어가는 기분이었다. 개인적으로는 '2장, 사랑과 예술은 뉴욕에서' 편이 가장 흥미로웠는데, 특히 하이라인공원에 대한 글이 꽤 인상 깊었다.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건물의 수명이 꽤 짧은 편이기에, 이 글을 읽으며 우리나라도 우리가 지나온 시간들을보다 소중히 여길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러 번 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사람이 건축물을 짓지만, 그 건축물에 따라 사람의 생활이 달라질 수 있다. 우리가 그것을 간과할 뿐. 그래서 이 책은 더욱 많은 생각을 하게 했던 것 같다. 물론 땅이 좁아서라지만, 어디로 고개를 돌려도 온통 아파트만 보이는 우리나라의 모습에서 더 다양하고 다채로운 삶과 문화, 의미와 가치가 만들어질 수 있을까를 생각하면 왠지 마음이 답답해지는 것은 나만이 아닐 것이다. 도시의 건축물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또 어떻게 우리와 더불어 살아가는지에 대해 다양한 방향의 생각을 해보며 부디 우리의 삶도 조금 더 여유롭고, 조금 더 살만한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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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 인생의 무게를 반으로 줄이는 마음 수업
김정호 지음 / 달콤북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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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매 순간 휘청이기도 하고, 넘어지기도 할 것이다. 하지만 그 흔들림이 결국 우리를 더 성숙하고 단단하게 만든다. 흔들릴 줄 아는 사람은 결코 부러지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삶의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릴 수 있기를, 흔들리며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성장하는 지혜와 함께 걷기를,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 (p.262) 

 

 

요즘 흔히들 하는 말이 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좌절하고 힘든 일이 있어도 마음을 다치지 않으면 계속할 수 있다는 긍정의 힘을 담은 말일 것이다. 나 역시 아이에게 자주 말해준다. 실수해도 괜찮다고, 잘못해도 괜찮다고. 힘을 내서 다시 하면 된다고, 힘이 나지 않으면 좀 쉬어가도 된다고. 사실 나는 한차례 넘어지고 나서야 깨달았지만, 인생은 장거리달리기이기에 조금 쉬어가도 괜찮고, 멈추어도 괜찮음을 이제야 안다. 하지만 알면서도 종종 조바심을 내고 불안해하기도 하는데 이런 나의 마음에 약처럼 닿은 책이 하나 있어 소개하고 싶다. 지난 일주일 내내 붙잡고 몇 번이나 반복하여 읽은 책,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라는 「긍정심리학」의 저자인 김정호 교수의 신간으로, 심리학을 깊이 있게 다루기도 하지만 나보다 앞서 산 인생 선배의 경험과 위로가 담기기도 했기에 책을 읽는 내내 가득히 위로받는 기분이었달까. 

 

'오늘의 당신은 어제보다 지혜롭다'라는 말로 시작되는 이 책은 '나를 미워하면 온 세상이 적이 된다.', '바꿀 수 없는 것을 바꾸려 애쓰지 않는다', '흔들릴 줄 알아야 부러지지 않는다', '흐르는 대로 가볍게 산다.' 등의 주제로 나의 마음을 돌보고 단단하게 만드는 방법에 관해 이야기한다. 물론 마음을 다스린다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최소한 나의 현실을 내가 정확하게 들여다본다면, 내가 내 마음에 귀를 기울이고자 노력한다면 분명 한 걸음씩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인생에 부는 바람을 막는 법을 이야기하지 않는다. 그 바람을 맞고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도록, 바람에 흔들려도 부러지지는 않도록 손을 내밀어준다. 그런데 그 손이 타인이 아니다. 즉 내가 나에게 손 내밀 수 있도록, 내 마음을 다독이고 돌보는 이야기가 가득한 것. 이 점에서 이 책이 더욱 크게 닿았다. 내 마음이 천국일 때는 그 누가 무슨 말을 해도 그리 성가시지 않지만, 내 마음이 지옥일 때는 칭찬도 달갑지 않지 않나. 결국, 그 모든 것은 내게 있음을, 나만 나를 믿는다면 일어설 수 있음을 마음에 단단히 새기는 기분이었다. 또 흔들리고 아파하는 내가 당연함을, 그래서 흔들릴 땐 실컷 흔들려도 건강하게 돌아올 수 있도록, 내 마음을 잘 돌보자는 마음을 먹기도 했고.

 

어떤 책은 읽으며 마음에 담을 문장을 한 줄도 만나지 못할 때도 있고, 어떤 책은 너무 많은 문장을 필사하며 “이러다 책 한 권 다 베껴쓰겄네”하며 껄껄 웃는 날도 있다. 이 책은 후자다. 한 줄 한 줄 잊고 싶지 않은 문장이 너무 많아 손이 아플 정도로 옮겨적었다. 그러면서 내 마음이 안녕한지, 부러지지 않으려 다시 애쓰고 있는 것은 아닌지 들여다보기도 했다. 

 

만약 이 책이 “너도 나처럼 힘내! 너도 당연히 힘내야지”하는 책이었다면 이렇게 깊이 닿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은 충분히 흔들리라고, 하지만 흔들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지나갈 수 있다면 그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인정과 위로를 동시에 주는 책이었다. 

 

부디 당신들도 버티며 멈추지 않기를, 충분히 흔들리고 또 나아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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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의 위로 - 카페, 계절과 삶의 리듬
정인한 지음 / 포르체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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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사실 별일 없었다. 앞으로 펼쳐질 날들도 비슷하지 싶다. 아마도 별일 없을 것이다. 그것이 인생이 아닐까 어렴풋이 짐작한다. 나는 특별한 경험을 기다리며 살고 싶지는 않다. 다만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하루에 한 장 정도 따뜻한 이미지가 있으면 한다. 어떤 섬에 가지 않아도, 화려한 호텔에 가지 않아도, 빛이 드리워진 근사한 곳에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괜찮다. 딱 하루에 한 장의 이미지만 마음속에 남았으면 한다. 그것을 기억하는 것, 그것을 잊지 않는 것이 작고 짧은 승리가 아닐까. 각자의 소박한 필승을 바라며 욕심을 지운다. (p.128) 

 

 

가족들보다 조금 일찍 아침을 시작하는 나의 '필수동반자'가 있다. 눈치챘겠지만 그것은 당연히 커피다. 짙게 내린 에스프레소를 곁들여 책을 읽다 보면 밥솥이 칙칙 김을 뿜는다. 보통은 3잔, 커피는 나의 순간순간을 함께 한다. 돌아보면 내가 부지런히 살아온 시간, 또 즐겁거나 슬펐던 순간에도 커피는 늘 존재했던 것 같다. 그래서일까, 포르체의 신간 『커피의 위로』는 제목부터 고개를 끄덕이게 되더라. 나의 순간순간 위로가 되었던 커피가 그에게는 어떤 의미였을지 궁금했다. 

 

카페를 운영하여 커피를 내리고 글을 쓴다는 정인한 작가의 『커피의 위로』는 커피라는 주제 덕분인지 그의 문장력 때문인지 술술 읽히는 책이다. 사실 책의 머리에 커피의 종류가 언급되어 있고, 로스팅, 분쇄, 추출, 드립 등으로 단락을 나눠두셔서 커피에 대한 전문지식을 이야기하는 책인가 생각하기도 했으나, 보다 대중적이고 편안한 문체로 이어지는 에세이여서 단숨에 읽어낼 수 있었다. 어떤 이야기에는 삶의 자세가 담겨있고, 어떤 이야기에는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담겨있다. 또 때때로는 커피나 글 등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을 느끼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계절이 변하는 것을 커피에 녹여낸 점. 대부분 사람처럼 늘 같은 자리에서 비슷한 하루를 살아가지만, '태어난 김에 사는' 느낌이 아니라 '담담하고 성실하게 살아간다'라는 느낌이어서 좋았다. 성실히 자신의 자리를 지키면서도 과한 욕심을 부리지 않는 삶, 꿈꾸지만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얼마나 아름다운지를 새삼 깨닫게 했다. 

 

'커피 내리고 글 올려요'라는 제목의 글을 읽을 때는 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특히 “앞으로 쓸 수 있는 글이 있다면 그것이 마치 커피와 같았으면 한다. 중력의 힘으로 내려오는 것이지만, 노력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맛이 나지 않는 것이었으면 한다(p.185).”는 말이 꽤 오래 마음에 남았다. 나 역시 긴 세월 글 쓰는 사람을 꿈꾸었고, 무엇이든 매일 쓰는 삶을 살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내 마음에 드는 글을 쓰기가 더 힘들다는 생각을 하곤 했었다. 너무 많은 콘텐츠, 너무 많은 '스스로 작가'들이 쓴 문장들을 보며 내가 느끼는 감정처럼, 누군가에게 나의 문장도 이렇게 느껴질까 봐 두려워지기도 하고, 스스로의 만족에서 점점 멀어지는 기분이 들기도 했던 것. 그런데 오늘 그의 글을 읽으며 나를 돌아보게 되었달까. 과연 나는 맛있는 문장을 쓰기 위해 뜨거운 것을 인내하는 시간을 보냈나, 생각해보며 그의 문장을 천천히 음미했다. 

 

문득 한 선배의 얼굴이 떠오른다. 

내가 신입사원이던 시절, 선배 한 분이 종종 커피믹스를 내밀었다. 내가 한숨을 쉬어도, 내가 울어도 그저 후후- 뜨거운 커피를 식혔다. 커피 두 잔을 들고 와 말 한마디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어 주던 선배님. 사실 나는 설탕조차 넣지 않은 에스프레소를 즐기는 사람인데 그때 선배가 주던 커피믹스는 위로가 되고 응원이 되었다. 이제 세상에 없는 선배의 커피믹스가 문득 그립다. 

 

나는 누군가에게 그런 위로였던 순간이 있을까. 작가님의 말처럼, 특별한 사람이 아니어도 좋다. 그저 누군가에게 커피 한잔만큼의 위로- 커피만큼의 온기만 되어도 우리의 삶은 퍽 괜찮지 않을까. 오늘 작가님의 글은, 잊고 살던 선배의 감사함을- 지나온 시간들을- 그래도 단단히 사는 나의 오늘을 위로하고 응원하는 충분한 온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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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 그림책봄 26
다비드 칼리 지음, 세바스티앙 무랭 그림, 바람숲아이 옮김 / 봄개울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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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파이어와 액체 괴물이 신나게 강남스타일에 맞춰 춤을 추는 한 애니메이션을 볼 때 일이다. 우리 아이가 텔레비전을 본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라 무척 흥겨워할 줄 알았는데 아이는 매우 뜻밖의 말을 했다. “저 아빠뱀파이어는 슬퍼 보여. 외로워 보여”. 딸을 인간과 결혼시키고 귀여운 빨간 머리 손자까지 만났지만, 점점 외로워지는 뱀파이어를 보며 어쩌면 진짜 뱀파이어의 시작은 외로움이 아니었을지를 생각해 보았었다. 

 

봄개울의 신간,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를 읽으며 '역시 외로움에 만들어진 존재였나'하는 생각이 들더라. 아이와 많은 대화를 나누게 한 깊고 진한 그림책,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를 소개한다. 

 

아!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는 무척이나 팔색조 같은 매력을 가지고 있다. 마음 편히 읽을 때는 뱀파이어라는 매력적인 소재, 소녀와 뱀파이어의 우정을 중점으로 유쾌하게 읽을 수 있고, 오목조목 뜯어 읽으면 전혀 다른 이야기를 만날 수 있으니 아이의 나이에 따라, 성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즐기시면 좋겠다. 

 

먼저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의 일러스트는 감상 거리가 다양하다. 거의 모든 페이지에 일러스트가 꽉 차게 들어있기 때문에, 각각을 살피는 재미가 뛰어나다. 대부분 페이지가 꽤 정밀히 표현되었기에 배경 곳곳에서도 다양한 것들을 찾아볼 수 있다. 낮과 밤의 풍경을 비교하거나 뱀파이어 씨 집 안팎의 물건들을 관찰하는 것도 무척 흥미롭다. '여자아이'를 만난 후 미세하게 밝아진 밤과 집안 분위기에 관해 이야기해보는 것도 좋을 듯. 모든 페이지가 품고 있는 수많은 이야기를 야금야금 꺼내먹는 재미가 뛰어나니 절대 빠르게 읽지 말 것.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는 글밥이 살짝 많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 대화체로 이어지기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다. 대화체이다 보니 아이와 번갈아 읽어도 좋을 듯. 우리 집에서도 아이는 여자아이를, 나는 뱀파이어를 함께 읽으며 책을 제대로 즐겼다. 

 

처음에는 꽤 묵직하게 느껴지던 내용이 뱀파이어가 길을 잃으며 분위기 전환을 한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을 모르는 뱀파이어와 그런 뱀파이어를 도와주는 한 여자아이의 우정은 점점 깊어진다. 뱀파이어라는 말에도 선입견을 품지 않는 아이의 모습은 뱀파이어 할아버지의 모든 것을 바꿔놓는다. 새도 다시 노래를 부르고, 할아버지 뱀파이어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도 하며 우정을 쌓아간다. 결국, 여자아이의 도움으로 세상 밖으로 나온 뱀파이어의 모습을 보며 누군가 내밀어준 손이 얼마나 중요한지 생각해본다. 

 

일러스트는 일러스트대로, 내용은 내용대로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많았던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 우리 아이의 따뜻한 마음도 더불어 느낄 수 있어 더 좋았던 것 같다. 

 

『한 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의 뒤편에는 뱀파이어의 정체가 밝혀지는데, 그 이후 아이와 뱀파이어가 “한번 뱀파이어는!” “영원한 뱀파이어”하고 인사를 나누는 장면이 마치 “한번 친구는!” “영원한 친구!”처럼 읽혀서 마음이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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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
마치다 소노코 지음, 황국영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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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이 아름답게 반짝이기 시작하는 느낌. 지금 내 눈에 비치는 세상은 더할 나위 없이 아름답다. 

“시작됐구나, 사랑의 계절이” (p.20) 

 

자기 뜻대로 되지 않거나, 누군가의 어떤 행동이 의미 없어 보일 때. 그럴 때마다 나는 그런 이들을 부정해오지 않았던가. 목소리를 높여 반대해오지 않았다. (p.193)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고 앞으로도 말하고 싶지 않지만, 타로는 시바의 이런 태도에 구원받은 적이 있었다. (...) 불편한 감정들로부터 도망치려 했다. 아무것도 아닌 나. 우쭐했던 자신이 한심해서 참을 수 없었다. (p.123)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첫 권에서도 생각했지만, 이 책은 정말 제목부터 서정적이다. 왜 굳이 바다가 '보이는' 편의점이 아닌 '들리는' 이었을까. 심지어 바다 '옆'의 편의점인데. 작가님의 마음에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의미를 상상해보게 된다. 직관적으로 보이는 상태보다, 들리기만 하는 상태가 더 아늑하고 감각적이니까. 타인의 마음에 귀를 기울여주고 도닥여주는 이 책의 내용을 은근히 담은 것은 아닐까. 무엇이 되었던 다 맞는 말이라고 우기고 싶다. 정말 이 책은 마음이 들리고, 사람 사는 이야기가 들리고, 응원이 들리는 책이기 때문이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2권을 받아들고, 그 표지에 나도 모르게 감탄부터 나왔다. 반짝반짝- 정말 맑은 하늘처럼, 바다처럼 반짝이는 표지를 바라보며 내 마음이 다 반짝이는 느낌이랄까. 몇 장을 채 넘기기도 전에 만난 '사랑의 계절'이라는 단어가 무척 잘 어울린다. 아! 그런데 책의 느낌을 설명하자면, 여름 바다 같은 느낌이 아니라 봄 바다 같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물론 스토리의 중간중간 헤어지기도 하고 우정에 금이 가기도 하고 오해를 받기도 하지만- 분명히 이 책은 위로를 받고, 사람 냄새를 찾아가고, 따뜻한 모습을 보여주는 책이다. 그래서 그저 읽는 것만으로 위로를 느끼기도 하고- 나도 누군가에게 이렇게 사람 냄새나는 사람이 되어주어야지, 생각하게 되더라. 

 

이번 편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는 다로. 스스로 필요 없는 사람이라고 느낄 만큼 자신감이 없고, 그런 다로에게 마음이 상해 “반짝임이 없다 한들 그건 내 탓이 아니잖아”라는 매정한 말투로 떠나는 쓰바키. 처음에는 모든 손님을 진심으로 대하는 시바의 모습이 필요 이상의 행동이라 생각하지만, 점점 그의 진심을 느끼고 배워가며 정말 반짝이는 사람이 되어간다. 사실은 사랑의 눈으로 바라봐주는 사람들로 인해 반짝이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깨닫는 장면에서, 또 한 번 서로 기대어 힘을 주고 살아가는 '사람다움'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분명,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시바가 살아간다. 각기 다른 모습이더라도 사람을 진심으로 대하고 존재만으로 위로가 되는 이들이 분명 존재한다. 그런데 우리 마음이 다로처럼 힘들 때는 그들의 친절이 필요 이상이라고 느끼기도 하고, 그들로 인해 자신이 피해를 받는 듯 느끼기도 한다. 하지만 온 마음을 다한 위로는 결국 제대로 전달된다는 것을- 언젠가는 깨닫게 된다. 그리고 자신의 마음을 가득 채우고 나면- 또 다른 어디에서 새로운 시바가 되어 따뜻함을, 위로를 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은 그런 책이다. 따뜻한 에너지를 뿜어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또 그 에너지를 받고 다시 힘내는 사람들의 이야기. 위로가 필요한 모든 이들에게 주소를 적어주고 싶은 곳, 『바다가 들리는 편의점』. 부디 오늘의 당신에게 다정한 시바가 있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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