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내 친구 지구 지식샘 시리즈
마이아 브라미 지음, 카린 데제 그림, 이재원 옮김 / 샘터사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말이겠지만, 내 또래의 부모라면 모두가 아는 말, “지구촌 한 가족”. 

『안녕, 내 친구 지구』을 읽는 대 그 말이 마음에 맴돌더라. 그래서 문득 생각했다. 모두 다른 모습, 다른 곳에 살아가도 각자의 자리에서 꿈을 꾸고, 서로 눈치채지 못해도 영향을 주고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지구촌 한 가족'임을 알려주어야겠다고. 

 

『안녕, 내 친구 지구』는 코로나팬더믹이 성행하던 시기, 두 작가님이 세계 곳곳에서 저마다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의 '희망'을 모은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안녕, 내 친구 지구』에서는 인도, 바하마, 가나, 모로코, 스페인, 포르투갈 등 전 세계의 다양한 생활과 문화를 만나볼 수 있는 책으로 정보 면에서나 일러스트 면에서나 부족함이 없는 책이다. 

 

먼저 『안녕, 내 친구 지구』의 내용을 소개하자면, 세계 각국의 어린이들이 자신이 사는 지역을 소개하고 문화 등을 이야기하는 형태로 이어진다. 아이들의 이야기는 큰 글씨로, 설명은 조금 더 작은 글씨로 이어지기 때문에 나누어 읽기에도 좋고, 아이들 스스로 내용을 분류하기에도 너무 좋다. 또 세계 각국의 문화를 배울 수 있기에 교과 활동과도 연계하기 좋다. 

 

그뿐인가! 일러스트는 또 어찌나 매력적인지. 증명사진처럼 아이들의 얼굴을 클로즈업해놓은 일러스트도, 풍경을 표현한 일러스트도 너무 매력적이라 넋을 놓고 바라보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리스본이 클라라 얼굴이 신비해서, 밀라노의 거리풍경이 너무 아름다워서 자꾸만 바라보았다. 우리 아이는 『안녕, 내 친구 지구』에 나오는 아마존의 풍경을, 암스테르담의 에밀리가 그렇게 아름답다고 했다. 또 지구를 사랑하는 녀석답게 위험에 처한 알래스카의 아기 새들 이야기에 특히나 마음 아파하고 궁금해하며 더 많은 이야기를 궁금해했다. 

 

『안녕, 내 친구 지구』는 꽤 분량도 많고, 이야기도 묵직한 편이라 아주 어린 아이들이 읽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많은 양도 거뜬히 읽을 수 있는 아이들도 이 책을 한꺼번에 읽기보다는 천천히 나누어, 한 줄 한 줄 곱씹으며 만나보면 좋겠다. 세계의 다양한 이야기들을 섬세하게 만나보며 우리가 모르는 아름다움을 느끼면 좋겠다. 

 

우리 집에서는 『안녕, 내 친구 지구』를 읽고 난 후 “안녕 나는 한국에 사는 찹쌀이야”로 이야기를 이어봤다. 사실 우리 아이의 이야기를 들으며 깜짝 놀란 것이 우리 아이가 우리나라에 대해 어쩌면 나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점이 아름다운지, 어떤 음식이 맛있는지, 우리나라의 사계절이 얼마나 멋진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는 우리 아이의 마음이 멋지고 뿌듯하게 느껴졌다. 

 

다른 가정에서도 『안녕, 내 친구 지구』를 읽으시며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나 멋있는 곳인지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 아이들의 마음에 우리나라가 얼마나 아름답게 자리 잡고 있는지를 느끼게 될 테니! 

 

『안녕, 내 친구 지구』는 온 세상의 아름다움을, 아이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따듯함을 온 마음을 다해 느낄 수 있는 멋진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다꾸의 날 내일의 숲 4
문이소 지음 / 씨드북(주)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릴 때는 미처 이해하지 못했지만, 어른이 되어 가득히 공감하는 노래 하나.


“내 속엔 내가 너무도 많아 당신의 쉴 곳 없네” 


당신만 쉴 곳이 없으면 다행이지, 내 마음 안에는 내가, 잡생각이, 온갖 마음이 너무 많아 나의 쉴 곳도 없다. 그런데 이렇게 속이 시끄러운(?) 남의 이야기는 왜 이렇게 재미있는 거야? 살짝 들여다보는 유민이의 다이어리. 재미있게 훔쳐보고 우리의 아들딸들을 제대로 이해해보면 어떨까? 아! 아이들이 읽기에도 진짜 재미있으니 아들, 딸에게 선물하는 것도 강추! 

 

사실 이 책을 열자마자 미친 듯이 공감을 한 것. “인생에는 양보해서는 안 되는 원칙이 있다. 볼펜은 1.0mm, 연습장은 A4용지, 샤프는 0.7mm에 2B, 라면에는 김치, 짜장면엔 단무지, 떡볶이엔 어묵 국물, 다이어리는 양장본 만년형, 꾸미기는 색연필, 스티커보다는 손 그림.(P.7)”이란다. 그렇지. 너 다이어리 좀 치는구나! 왕년의 다꾸왕이었던 나는 이 멘트부터 공감하며 책을 펼쳐 들었다. 솔직히 말하면 책에 대한 사전정보가 전혀 없었던 터라, 다꾸의 기술 같은 것을 알려주는 실용서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진한 이야기가 들어있어 빠져들어 읽었더랬다. 

 

『다꾸의 날』은 『마지막히치하이커』 문미소작가의 신간 소설로, 너무나 다르지만, 사실은 자신의 모든 모습을 만나는 유민의 이야기를 담는다. 스무 살 정도의 나, 반백의 단발머리 나, 색동저고리를 입은 나. 모두 다른 모습, 다른 나이대인데도 스스로의 모습이다 보니 한눈에 '나'라는 것을 유민은 알아차린다. 가장 섬뜩(?)한 것은 킬러인 나. 킬러 버전의 나는 다른 유민이들을 없애려고 한다. (물론 청소년소설답게 유민은 다른 '나'들과 합심하여 킬러를 소멸시키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 과정에서 현재의 소중함도, 나의 다양한 모습들도, 가족애도 다양하게 느끼고 깨닫게 된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는다면, 스스로가 사랑하는 자신의 모습도, 스스로가 사랑하지 않는 자신의 모습도 결국에는 '나'임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한층 성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또 『다꾸의 날』 군데군데 묻어나는 섬세한 감정 표현은 사춘기 아이들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되라라 생각했다.

 

청소년 대상의 소설이지만, 청소년기를 지나온 까닭인지, 여전히 나는 많은 나와 함께 살아가기 때문인지 이상하게도 『다꾸의 날』을 읽는 내내 학창시절의 나를 돌아보게 되기도 하고, 우리 아이가 훗날 사춘기를 겪을 때, 나는 아이에게 어떤 모습의 엄마가 되어줄 수 있을지 생각해보기도 했다. 

 

책을 다 읽고 난 후, 작가님이 기록해놓으신 故 신해철 님의 “나에게 쓰는 편지”를 오랜만에 찾아 듣는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방황하는 줄 알았던 시절이 사실은 꿈꾸던 시절임을 이제야 안다. 그래서 많은 아이가 『다꾸의 날』을 만나보면 좋겠다. 여러 모습의 자신을 더 사랑할 수 있도록, 그 모든 모습이 자신임을 알 수 있도록.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 신나는 새싹 201
엘로디 부에덱 지음, 김주경 옮김 / 씨드북(주) / 2023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전국적으로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며, 수영장이나 해수욕장 등이 성황을 누리고 있다고 한다. 여름 하면 응당 물놀이지만, 걱정이 많은 나는 사람들이 신나게 놀고 난 자연에는 또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남게 될까,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서일까, 아이와 읽은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는 두고두고 마음에 남는 그림책. 즐거운 여름과 따끔한 교훈을 느끼게 하는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는 씨드북의 신간 그림책으로, 파리 국립 장식 미술학교를 졸업한 일러스트레이터의 빼어난 일러스트를 만날 수 있는 책이다. 모래를 그래픽 도구로 사용하는 작가답게 진짜 바다 같은 느낌의 다양한 배경을 만나볼 수 있어 예술적으로도 빼어날 뿐 아니라, 잔잔하고도 명확한 스토리가 생각할 거리를 안겨주는 '진한' 그림책이랄까. 

 

먼저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의 일러스트는 진짜 '사람 비율'의 등장인물들을 만날 수 있다. 그래서일까. 등장인물들의 모습이나 표정 때문에 한결 더 사실적이고, 선명하게 내용을 표현해주는 느낌이 든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일러스트 위의 모레 느낌. 여러 페이지에서 모래의 질감을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입체감을 높여준다. 특색있는 물고기들, 화려한 배경에 풍덩 빠져 책장을 넘기다 보면,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의 진짜 메시지를 만나게 된다. 아이에게 아무런 설명 없이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 속 전시회를 보여 주었는데, 아이는 막내처럼 의아해하기도 하고 속상해하기도 하며 천천히 작품(?)을 바라보았다. 바다거북이 사진을 본 후 빨대를 사용하지 않는 우리 아이는, 이 책을 덮은 뒤에도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있었다. 그러다가 “그림을 너무 잘 그리셔서, 얼핏 보면 진짜 작품 같아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야”라고 말하더라. 

 

맞다.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는 얼핏 보면 그저 아름다운 바다 여행기일지도 모른다. 실제 이 책 어디에도 전시회에 사용된 물건들이 어디에서 왔는지, 무엇인지 말해주지 않는다. 텍스트 역시 표면적인 이야기만 읽자면, 그저 한 가족의 여름 여행 중 아무도 모르게 아이들만 경험한 신비로운 모험담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일러스트 없이 텍스트만 읽으면 정말 모험담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이 이야기는, 그래서 더 가슴이 아픈 이야기다. '나'의 말처럼, 문어 여왕님을 포함한 모든 동물은 그 물건들이 어디에 쓰이는 물건인지, 왜 바다에 오게 되는지도 모른 채 그것들과 함께 살아야 하지 않나. 진짜 현실을 그대로 느끼게 하는 이야기 같아서 마음이 아픈 그림책이었다. 

 

아이들과 『그해 여름, 바위 뒤에서』를 읽으신다면 바닷속 전시회 소재에 대해서, 그 전시회가 정말 아름다운 것인지 아닌지, 우리가 환경을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여러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를 나눠 보시면 좋겠다. 분명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남기는 것이 많은 책이니 말이다. 

 

그리고 부디, 우리가 다녀온 여행지에서는 그런 슬픈 전시회가 열리지 않도록- 머문 자리도 아름다운 사람이 되기로 하자. 우리는 아이의 거울이니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호랭면
김지안 지음 / 미디어창비 / 2023년 7월
평점 :
품절




며칠 전 “지금까지의 여름 중에 제일 덮은 것 같아”라고 말을 했더니 옆에 있던 딸도 말한다. 

“나도 내 평생에서 제일 덮은 것 같아.” 코딱지만 한 게 평생이라고 말하는 게 너무 웃겨 그게 뭔지나 아느냐고 물었더니 “응, 나는 7년. 『호랭면』에서 나오잖아” 하더라. 

그 순간 딸과 나는 평생 논쟁도 잊고 동시에 “아~ 『호랭면』 먹고 싶다!”를 외쳤다. 

 

그래, 이렇게 더운 여름에 『호랭면』 만한 게 어디 있으려나! 이번 여름에는 특히 더 그런 것 같다.

자자, 이 무더위를 이길 『호랭면』 같이 먹으러 갈 사람~ 그림책 열차에 탑승하시오오~

 

 

이 『호랭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저 멀리 구범폭포(다 읽고 보니 이름부터 구범이다)에 절대로 녹지 않는 괴이하고 신비로운 얼음을 듬뿍 넣은 호랑이 표 국수로, 자칫하면 호랑이한테 물려갈지도 모르는 등골도 오싹할 만큼 시원한 국수라고! 뭐 물론 이 도령, 박 도령, 김 낭자는 원래는 그 녹지 않는 얼음을 찾으러 간 거지만, 이 『호랭면』에 풍덩 빠져 마을 잔치까지 열었을 정도! 

 

세 꼬마 녀석들이 『호랭면』이 맛있어서 잔치를 열었다면, 우리는 『호랭면』이 재미있어서 잔치를 열고 싶다. 먼저 일러스트! 우리 전래동화 느낌이 폴폴 풍기는 배경과 익살 가득한 만화에의 조합이랄까! 어떤 페이지는 만화책처럼 칸이 나뉘기도 하고, 어떤 페이지에는 배경까지 꽉꽉 채워 한국화 작품 하나를 감상하는 맛도 있다. 그 와중 짧고 굵은 아이들의 세 아이의 좌충우돌 모험기는 보는 내내 웃음을 자아낸다. 그뿐인가. 새끼호랑이와 어른 호랑이는 또 어찌나 귀여운지! 으르렁거리는데도 1도 무서운 느낌이 없어 우리 꼬마는 “호랑이가 고기 안 먹고 『호랭면』 먹어서 순해졌나 봐”라고 하기까지 하더라. 하지만 『호랭면』 일러스트의 진수는 따로 있다. 『호랭면』을 어찌나 군침 돌게 표현했는지, 그림책을 읽는데 배가 고파질 지경! 실제 우리 집은 『호랭면』을 처음 읽던 날, 점심으로 냉면을 먹어야 했다. (냉면은 『호랭면』보다 맛없게 생겼다고 구박을 받았다.) 

 

일러스트만 재미있느냐, 당연히 아니다. 『호랭면』의 스토리는 또 얼마나 재미있는지! 

아, 부디 『호랭면』은 큰 글씨와 더불어 깨알 같은 글씨까지 모두 읽어보시길! 메인 텍스트도 무척 재미있지만, 일러스트 사이사이 적힌 멘트들이 너무 재미있어 깔깔 웃었다. 온 동네 친구들을 모두 꿰어 얼음을 찾으러 갈 만큼 말솜씨가 좋은 김 낭자와 두 도령의 모험기가 어찌나 생생한지 같이 쫄깃한 마음으로 이야기에 빠져들게 된다. 짧은 문장 호흡과 기호 덕분에 아이들의 몰입도는 한층 높고, 장난기 넘치는 '전래동화 말투'는 자꾸만 흉내 내고 싶은 매력 포인트! 

 

일러스트도 내용도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는 『호랭면』에 빠져 책을 읽고 나면 무더운 여름이 야속하기보다는, 더워서 느낄 수 있는 물이나 바람의 시원함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와 나란히 앉아 냉면을 먹으며 오늘이 추운 겨울이었다면 과연 이 냉면이 이렇게 맛있었을까- 생각했다. 또, 세 꼬마 녀석이 온 마을 사람들에게 시원함을 나눈 것처럼, 우리도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자고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호랭면』은 세 아이의 모험담으로 신나고 즐거운 마음이 되기도 했고, 아이에게 사계절의 감사함을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자, 이 무더위를 불평하기보다는 제대로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아마 『호랭면』과 함께면 가능할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점심은 『호랭면』 한 그릇!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목욕탕 도감 -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린 매일매일 가고 싶은 일본의 대중목욕탕 24곳
엔야 호나미 지음, 네티즌 나인 옮김 / 수오서재 / 2023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목욕탕 속 사람을 들여다보면 경찰 아저씨를 만나야 한다. 

그런데, 목욕탕 그 자체는? 

목욕탕을 보면, 사람을 만나게 된다. 삶을 만나게 된다. 

 

 

나는 대중목욕탕을 즐기는 사람이 아니라 (피부가 예민하다) 한 번도 목욕탕에 대한 애정이나 그리움 같은 것을 느껴본 적이 없다. 코로나로 대중목욕탕에 갈 수 없다고 슬퍼하는 친구가 의아하기까지 했다. 그런데, 『목욕탕 도감』을 읽고 나니 급 대중목욕탕이 가고 싶다. 문득 어쩌면 목욕탕은 나의 묵직함을 내려놓고 가벼운 마음으로 나오게 하는 곳이었나 싶은 생각이 든다. 

 

『목욕탕 도감』을 처음 접한 나의 마음은 ‘무슨 목욕탕을 도감까지 만든담?' 하는 부정에 가까웠다. 그럼에도 내가 좋아하는 출판사의 책이니 뭔가 있겠지 하는 기대와 내용이 재미없으면 오밀조밀한 일러스트나 보자, 하는 반반의 마음으로 책을 펼쳤다. 그런데 웬걸! 책을 몇 장 넘기기도 전에 나는 이 책에 풍덩 빠져들었다. 

 

일단 『목욕탕 도감』에서 가장 큰 기대감이 들었던 일러스트. 아이소메트릭이라는 건축 도법을 사용해 대중목욕탕 내부를 그려냈다. 목욕탕 지배인이 된 건축가가 그렸다는 말에 기대감이 있긴 했으나, 기대 이상으로 볼거리가 많은 일러스트였다. 목욕탕 안 구조물을 길이, 폭, 높이 등을 정확히 표현할 뿐 아니라 120도를 유지해 살짝 내려다보는 듯한 기분에 입체적이고 생생한 기분이 절로 들었다.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색감과 표현으로 아기자기함까지 잡은 느낌이랄까. 『목욕탕 도감』의 내용도 내용이지만 일러스트를 들여다보는 재미가 무척 뛰어났다. 목욕탕 안의 화분이나 선풍기, 체중계까지 생생히 담아낸 일러스트를 오목조목 들여다보며 마치 내가 그곳에 가 있는 듯한 기분이 들기도 했다. 혹 『목욕탕 도감』을 읽게 된다면 일단 일러스트들을 천천히 감상하시고 내용을 만나보시면 좋겠다. 각각의 설명들이 더 입체적이고 친근하게 다가올 테니 말이다. 

 

도대체 『목욕탕 도감』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나 궁금해하실 분들도 있을 터. 일본 대중목욕탕 24곳에 대한 특징이나 감상, 음식 등의 이야기가 고루 담겨있는데, 섬세한 표현력 덕분인지 마치 내가 그 목욕탕을 직접 경험하는 듯한 기분이 든다. 몸이 좋지 않아 목욕탕에 일하게 되며 작가가 느꼈을 기분을 알 것 같아서 더욱 공감하기도 했고, “건축은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으니 좋아하는 일을 해”라고 말해주는 지인이 있었음에 안도감도 들더라. 어쩌면 온탕처럼 따뜻한 문장들은 자신을 지지하는 사람들에게서 받은 사랑이 아닐까, 생각해보기도 했다. 

 

백여 페이지, 더구나 타국의 목욕탕 이야기를 읽으며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꼈다. 하루의 일과 끝에 샤워하고 맥주 한잔을 하는 즐거움을 온전히 알기에,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 것 같았다. 또 애정을 담아 그려낸 특별한 그림이 전하는 이야기와 온도에 알 수 없는 찡함을 동시에 느끼기도 했고. 이 책에 등장하는 목욕탕에 내가 가볼 수 있을지 아닐지 알 수 없다. 하지만 나는 이 책에서 충분한 온기를 얻었음은 분명하다. 

 

부디 다른 이들도 이 책에서 여유와 휴식을 얻을 수 있기를, 온기를 얻을 수 있기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