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 - 당신도 감정을 다룰 수 있습니다
황시투안 지음, 정은지 옮김 / 미디어숲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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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트웨인이 경고했던 것처럼, 시간은 흘러가고, 인생은 짧으니 다툼과 사과, 슬픔과 책망하는 것에 시간을 허비하지 말자. 내게 주어진 시간을 한순간도 놓치지 말고 사랑하자. (p.227) 

 

이번에 읽은 『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은 솔직히 제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인생은 순간이 아닌 연속이라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결정'짓는다는 말이 긍정적으로 들리지 않았던 것. 하지만 이 책이 10만 명이 넘는 수강생들에게 깨달음과 전환점을 주었다고 하기에, 궁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반신반의의 마음으로 읽은 『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은 다행히도 인생을 순간의 결정으로 표현하는 책이 아니었다. 오히려 자신 안의 감정을 인식하고 받아들여 그것을 전환하도록 도와주는 책이었다. 즉, 마음에 들어온 부정적인 감정이 나쁘다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정적인 감정을 딛고 나에게 필요한 것으로 전환하도록 돕는 등의 가이드를 해준달까. 

 

『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에서 마음에 담아두고 싶은 문장들을 꽤 만날 수 있었는데, 특히 낙관론자와 비관론자에 대해 다룬 부분이 무척 인상 깊었다. 눈 자체가 비관적인 사람보다 낙관적인 사람이 더 행복한 것은 당연하지 않은가. 작은 것에도 감사하고, 행복해할 수 있는 눈을 지닌 사람이 얼마나 행복한지를 또 한 번 느낀다. 단순한 머리구조로 태어나 쉽게 행복해지는 사람으로 살 수 있어서, 부모님께 감사하다는 생각도 했고. 

 

짜증 나는 일이 연속해서 생긴다거나, 두려움이나 분노가 생기는 것, 일상에 행복이 없는 것, 상처를 입는 것, 주변과 소통이 어려운 것, 버거운 관계 등 우리가 흔히 내뱉는 불평의 순간들을 통해 마음을 다지고 배울 수 있게 돕는 『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을 읽으며 어쩌면 깨달음은 이미 내 마음에 들어있는 것이 아니었을지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자기계발서를 꽤 자주 읽는 것 같다. 세상에 워낙 다양한 자기계발서가 나오는 덕이기도 하지만, 깨달음을 잊지 않기 위해 읽는 편이 맞는 것 같다. 물론 수많은 자기계발서는 저마다 다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사실 해 되는 내용을 담은 책은 단 한 권도 없다. 그저 내가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잊어버리는 것일 뿐. 내 마음이 복잡하던 때에는 종종 자기계발서의 말들이 '개 풀 뜯어 먹는 소리'로 들릴 때도 있었지만 (물론 여전히 가끔 그런 책이 있긴 하다) 한 권의 책에서 단 한 줄의 깨달음만 얻자는 마음으로 읽다 보면 더 많은 것이 마음에 남기도 하고, 깨달음으로 다가오기도 하는 것 같다. 

 

『인생을 결정짓는 내 안의 감정 패턴』을 읽으며 또 한 번, 나의 세상은 나로 인해 바뀐다는 것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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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자 친구 작은 발견 1
길상효 지음 / 씨드북(주)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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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그림책은 부디, 온 가족이 함께 읽으시길.) 

 

 

감자와 돌멩이가 친구가 될 수 있나요? 감자와 병아리가 친구가 될 수 있나요? 

 

아마 대부분 어른은 그럴 수 없다고 말할 테고, 이유를 물으면 “아 뭐, 그냥” 정도의 대답만 하실 겁니다. 길상효작가님의 『감자친구』에서도 감자가 내민 손길에 수많은 이들은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를 늘어놓기만 하죠. 너는 생물이고 나는 무생물이라서, 너는 식물이고 나는 동물이라서, 너는 채소고 나는 과일이라서, 너는 뿌리채소고 나는 열매채소라서, 너는 뚱뚱한 줄기로 나는 뚱뚱한 뿌리라서. 하다못해 감자조차 “너는 훌륭한 씨감자”라고 선을 긋죠. 물론 감자의 그 말 한마디는 우리의 주인공 감자에 훌륭한 자극이 되어, 결과적으로 수많은 친구를 만들게 되지만 말입니다. 

 

사실 처음 『감자친구』를 읽을 때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와 제가 전혀 다른 감상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아이는 그저 순수히 감자가 친구를 찾아다니는 것으로만 느꼈는데, 저는 혹시 나도 아이에게 그런 편견의 잣대를 들이밀고 있지는 않았는지 고민이 들었거든요. 아이들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로 제한과 편견을 심어주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아이의 설명을 들은 뒤 『감자친구』를 다시 읽으니, 정말 감자가 자신과 닮은 꼴을 찾아 여행하고, 결국 친구들을 만나게 되는 행복한 이야기로 읽혔습니다. 나 혼자 이 책을 읽을 때와 아이와 같이 이 책을 읽을 때의 마음이 너무 달라 놀랍기도 하고 슬프기도 했습니다. 그때 또 한 번, 그림책의 엄청난 깊이를 느꼈습니다. 그림책만큼 읽는 사람의 마음을 반영하는 책이 또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작가님께서 『감자친구』를 통해 하고 싶으셨던 이야기가 어느 쪽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어쩌면 아이의 시선이 더 적합한 것 같은 게 책의 뒷 페이지에는 감자의 친구가 될 수 없던 수많은 분류들과 씨감자와 씨고구마까지도 자세히 설명해주셨거든요. 하지만 그럼에도 많은 생각이 드는 것은, 뒷 표지 적힌 “감자가 친구를 만나는 놀라운 방법”이란 말 때문입니다. 감자가 자신을 씨감자 삼아 친구가 되는 게 '놀라운' 일이라는 것은, 놀랍지 않은 평범한 방법도 있는 것 아닐까, 하고 말입니다. 그래서 이 단순한 그림체의 책은 많은 생각을 안겨줍니다. 이 단순한 문장의 그림책은 묵직한 책보다 더 많은 것을 느끼게 합니다. 

 

 

문득 생각해봅니다. 우리 아이들에게는 너는 생물이고 나는 무생물인 것이, 너는 식물이고 나는 동물인 것이, 너는 채소고 나는 과일인 것이, 너는 뿌리채소고 나는 열매채소인 것이, 너는 뚱뚱한 줄기로 나는 뚱뚱한 뿌리인 것이 언제부터 친구가 될 수 없는 이유로 바뀌는지. 처음 아이가 어린이집에가서 더듬더듬 친구를 사귀어왔을 때는 그 누구라도 괜찮았는데, 언제부터 괜찮지 않아진 것인지. 

 

때로는 내가, 또 우리아이가 씨감자가 되어 더 많은 사랑과 우정을 만들어도 되지 않나, 생각해보는 밤입니다. 

 

그래서 길상효 작가님의 『감자친구』는 더 많은 집에서, 온 가족이 함께 읽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단순한 그림책에서 엄마는, 아빠는, 아이는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를 서로가 나눌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우리도 누군가의 씨감자가 되면 좋겠습니다. 나를 위해 씨감자가 되어준 이들의 고마움을 기억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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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 세상을 바꾸는 10대들의 챌린지
바운드 지음, 이정현 옮김, 이누카이 케이고 감수 / 봄나무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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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청 더운 날 사 먹은 1000원짜리 아이스크림과 은행수수료로 사용한 1000원. 어떤 것이 더 가치 있나? 

☞오늘 사면 10000원, 내일 사면 9900원. 당신은 언제 물건을 구매할 것인가?

☞분명 다시는 입지 못할 44사이즈의 옷, 왜 버리지 못하고 망설일까?

 

당신은 이 물음들에 선뜻 답할 수 있는가? 어려운가? 

그러면 질문을 바꾸어보자. 당신의 아이가 목이 말라 사 먹은 1000원과 포0몬 카드를 산 1000원 중 어느 것이 더 아까운가? 맞다, 당신은 당연히 포0몬 카드를 골랐을 거다. 그런데 아이에게도 같은 답일까? 아이에게도 생수보다 그 카드가 값질까? 이 문제에 답을 하기 위해, 아이에게 이 문제를 이해시키기 위해 우리는 행동경제학을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어른에게도 어려운 행동경제학을 무슨 수로 아이에게 쉽게 알려줄 수 있을까?

 

사실 나는 이 고민을 시작한 것이 일 년쯤 된 것 같다. 아이에게 화폐의 개념을 심어주고자 마트에서 스스로 비교하고 고를 '권리'를 주었더니 아이는 쓸모없는 것들을 사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아무렇게나 돈을 사용하면 안 된다는 내 말에 아이는 '내가 고를 수 있다 그래서,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을 고른 거야'라고 대답하더라.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가 아닌 나의 행동에 문제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를 제대로 짚어줄 책을 찾지 못하고 고민만 하는 사이 1년이 흘렀고, 늘 좋은 주제로 생각거리를 주는 봄나무에서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이라는 신간이 나왔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서야 나도 무지해서 이것을 미루고만 있었음을 반성했다. 

 

평소에도 관심 있게 읽던 '10대들의 챌린지'시리즈이기에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 역시 많은 기대를 안고 읽기 시작했는데, 정말 알찬 이야기들이 가득 들어있어 만족감이 컸다.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은 선택, 일상, 경제, 편향성, 넛지 이론 등에 대해 쉬우면서도 유익하게 다루고 있을 뿐 아니라. 행동경제학을 끌어내는 지혜로운 방법들도 다루고 있어 아이들이 실질적으로 행동경제학을 이해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리 아이가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 안에서 무척 흥미로워했던 것은 행동에 일상 속의 행동경제학. 재미없는 책을 끝까지 읽어야 하는지, 무료라는 단어로 인내할 수 있는 시간 등에 대해 무척이나 흥미로워했다. 또 자신의 선택이나 시간이 재화가 될 수 있음에 놀라워하기도 했고. 나 역시 편향주의에 대해 기록된 부분을 읽으며 이유도 모른 채 말하고 동의해왔던 많은 것들에 대해 생각할 기회를 얻었다.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가 속한 시리즈 자체가 아이들에게 다양한 생각의 방향을 제시하기에 토론이나 논술용으로 훌륭하다고 생각했는데, 이번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은 더욱 그런 느낌이 강했다. 아이들이 이런 주제로 자기 생각을 펼쳐본다면 스스로의 행동에 대해, 선택에 대해 더 신중할 수 있고 진정한 가치에 대해서도 생각할 수 있으리라. 물론 작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것에까지 행동경제학의 잣대를 들이밀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알수록 보인다고 했던가. 아이들의 생각 폭이 넓어지면 아이들의 선택지도 다양해지고, 어떤 것이 나를 위하는 선택지인지를 깨달을 수 있으리라. 『우리는 행동경제학에 진심』가 그 역할을 해주리라 생각하고. 주체적인 아이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게 하는 좋은 주제의 책이었다. 

 

한편 세상을 바꾸는 10대들의 챌린지 시리즈는 '우리는 기후 변화에 진심', '우리는 공유경제에 진심', '우리는 동물권리에 진심' 등이 출간되어 아이들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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핀란드 1학년 수학 교과서 1-2 - 전3권 마음이음 핀란드 수학 교과서
마아리트 포슈박 외 지음, 마이사 라야마키-쿠코넨 그림, 이경희 옮김 / 마음이음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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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을 맞아 어떤 공부를 좀 해보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지금까지 교과과정과 관련된 홈스쿨링은 하지 않았지만, 선배 엄마들이 1학년 수학과 2학년 수학에는 큰 차이가 있다고 하여 살짝 걱정되었거든요. 이해하지 못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저는 아이가 성적은 좋지 않더라도 학교생활을 재미있게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거든요. 

 

엄청나게 고민했던 부분은 1학년 1학기를 복습하느냐, 1학년 2학기를 선행하느냐의 문제였는데, 고민 끝에 1학년 2학기 선택! 혹시나 너무 어려운 것은 아닐까, 아니면 아이가 미리 배우고 나면 수업시간에 재미없어하면 어쩌나, 고민이 많았는데 그런 고민은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만나보는 순간 사라져버렸습니다. 단순히 연산을 공부하는 책이 아니라, 수학의 구조를 이해하게 도와주고, 수학적 이야기와 풍부한 그림을 통해 입체적인 학습이 가능하게 도와주는 것! 또 다양한 교구를 바탕으로 수학 놀이를 하므로 재미있게 수학 개념을 익힐 수 있는 형태였답니다. 물론 우리나라와 교과과정은 비슷해요. 개인적인 생각은 학교에서 수학 개념을 배우고, 『핀란드 수학 교과서』로 굳히기로 한다면 초등학교 내내 수학을 재미있는 과목으로 인식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교과서가 매직으로 그린 테두리라면,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색연필이랄까. 

 

 

처음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둘러보며 깜짝 놀란 게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수학문제집과 판이한 느낌이었기 때문. 분명 수학문제집인데 연산, 서술형, 응용문제, 사고력 문제 등이 다양하게 들어있어 반복적인 연산이 아니라 생각하며 풀다 보면 정해진 분량이 아쉬워질 정도~! 수학 공식을 힘들게 암기할 필요 없이 그냥 이해하게 되는 책이랄까? 사실 이 책을 받기 전에는 수학 선생님들이 왜 그렇게 핀란드 수학, 핀란드 수학- 하는지 이해되지 않았는데, 이 책을 풀어보며 저도 모르게 고개가 끄덕여졌습니다. 더욱이 이번에 출간된 마음이음의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최신 핀란드 국립 교육과정을 반영했을 뿐 아니라, 핀란드 초등학교 1300여 곳에서 사용하는 수학 교과서라고 하니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스웨덴에서도 번역하여 교과서로 쓸 정도라고 해요) 우리나라 사단법인 '전국 수학교사모임'에서도 추천했다고 한 이유를 아이와 같이 풀어보며 이해하게 됩니다. 

 

 

아이도 처음 수학문제집을 풀자는 제 말에 '할 수 없이' 자리에 앉았지만, 요즘은 홈스쿨링 시간이 되면 역사, 독서 교재와 함께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스스로 챙겨 옵니다. 신난 얼굴로 연필과 지우개, 색연필 등을 바리바리 챙겨서 말입니다. 

 

많은 학습지에서 수학은 반복 말고는 방법이 없다는 듯, 빽빽하게 숫자와 네모 칸이 들어찬 교재를 내놓는 곳이 많아요. 그런 학습지 특징. 아이도 지겨워하고, 엄마도 살짝 돈이 아깝습니다. 이렇게 반복적인 문제라면 나도 만들 수 있는데-하고 말이죠. 분리수거장에 가보면 그런 문제집들이 앞쪽만 너덜너덜해진 채 노끈에 묶여 쌓이곤 합니다. 엄마와 실랑이하다가 때를 지나버린 문제집들이죠. 근데 솔직히 엄마들도 같은 문제 계속 풀라고 하면 못 풀 거 같아요. 재미없잖아요. 저는 제가 수포자다보니 다른 것은 확답하지 못하지만 적어도 『핀란드 수학 교과서』는 지겹지 않아요. 아니, 재미있어요. 아이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논리 문제를 풀어보기도 해요. 엄마랑 수학 놀이를 하며 깔깔 웃기도 해요. 그렇게 재미있게 놀고 나면 아이는 어느새 수학을 이해하더라고요.

 

초등학교 1학년, 8살이었다가 다시 7살이 된 우리 아이. 학습이 아니더라도 우리 집에서 진행해온 엄마표도 어느새 7년 차가 되었습니다. 놀이부터 시작해 독서와 역사 등을 자리 잡기까지 신나게 놀다 보니 7년이 흘렀어요. 그렇게 재미있게 쌓아온 시간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아 엄마표학습은 자꾸만 뒤로 미루게 되었는데, 『핀란드 수학 교과서』를 경험하고 나니 공부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여름, 찹쌀이와 함께 『핀란드 수학 교과서』로 신나게 놀아보고자 합니다. 우리 같이 놀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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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번 버스의 기적
프레야 샘슨 지음, 윤선미 옮김 / 모모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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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세기의 러브스토리를 원해서 그녀를 찾는 게 아니야. 그러기엔 너무 늙었지. 난 그녀를 찾아서 감사 인사를 하고 싶어.

내 인생을 바꿔놨으니까. 그녀가 아니었다면 부모님께 감히 대들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야. 내가 살았던 배우의 삶도 없었겠지. 이 모든 것에 감사하단 말을 그녀에게 하고 싶어. (p.75)

 

 

사실 이 책을 펼치기 전, 60년 전 첫사랑을 찾는다는 것은 조금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했다. 10대에 했더라도 이미 70이 훌쩍 넘은 나이, 남은 세월이 너무 적지 않나. 혹시 찾았지만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하는 눈물 짜내는 책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맙소사!

 

『88번 버스의 기적』은 개똥 같은 억지 로맨스로 눈물을 짜내는 책이 아니다. 아니, 오히려 사랑보다는 사람, 인간애 등에 더 진한 서사와 감동이 있는 책이라고 말해야 한다. 서로가 서로에게 기대어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또 한 달을, 또 일 년을 살아내며 눈물이 났던 자리를 다독이고 회복하며 더 잘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감동적인 책이었달까. 사람인(人)이 서로 기대어 서 있는 형상을 따서 만들었다 했던가. 이 책은 그렇게 서로 기대어 의지하는 이들의 시간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그래서 읽으면 읽을수록 위안이 되고, 따뜻해진다. 어떤 이들의 로맨스는 꽤 뻔하지만, 그 뻔함조차 따뜻해서 읽는 내내 편안했다. 

 

처음에는 힘든 생활에 지친 리비가 우연히 프랭크를 돕는 소설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사실은 프랭크는 리비에게, 리비는 프랭크에게 기댄다. 물론 프랭크와 딜런도. 또 리비는 딜런에게 딜런도 리비에게, 페기와 퍼시도, 에스메와 딜런, 딜런과 에스메- 하다못해 리비와 레베카까지! 서로에게 기대고 어깨를 내어주며 살아내는 법을 배우고 가르치는 찡한 소설이었다. 

 

물론 세상에 소설은 넘쳐난다. 그 각각의 소설들은 로맨스나 기쁨 혹은 슬픔, 감동이나 반성, 때로는 공포가 고루 들어있다. 그런 측면에서 말한다면 『88번 버스의 기적』은 '딱 이거!'라고 말하긴 어렵다. 로맨스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찐~한 러브스토리가 없고, 휴먼소설이라고 말하기에는 은근 달다. 그런데 책을 덮고 나면 온 마음이 말캉말캉 따뜻해진다. “아 이 맛에 소설 읽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쿨피스의 강력한 단맛도, 탄산의 톡 쏨도 없지만 오래오래 사랑받는 밀키스 같은 책이랄까! 

 

그래, 『88번 버스의 기적』은 자극적인 것에 익숙해서, 일상의 소중함을 잊고 사는 이들의 등을 토닥이는 포근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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