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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과 태도 사이
유정임 지음 / 토네이도 / 2023년 7월
평점 :

“박수칠 때 떠나라고요? 그렇게 떠나면 미친놈이지. 박수 칠 때 왜 떠나요? 한 사람이라도 박수 칠 때까지 끝까지 남아야지!” 그의 발상은 언제나 흥미롭다.
그의 말은 짧다. 툭툭 리듬을 타며 무심하게 던져진다. 장황하지 않고 구구절절 변명하거나 친절하게 설명하지도 않는다. 그냥 하고 싶은 말을 하는 것뿐이다. 웃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데 저절로 웃음이 나고, 들으라고 강요하지 않는데 자꾸 듣고 싶어진다. 과하지 않게, 적당한 선에서 이야기를 잘라내는 힘. 상대의 허를 찌르는 무관심하고 심드렁한 어투는 순발력과 남다른 애드립으로 마침표를 찍는다. 고수다. (p.87)
학교에 간 딸이 안심 호출(학교 내에 설치된 귀여운 모양의 콜렉트콜)을 걸어왔다. 휴대폰이 없기에 비상시에 사용하라고 확인절차 없이 연결되도록 설정해두었더니 아이는 그 전화를 잘 이용한다. 하교 후 도서관에 갈 수 있게 반납할 책을 가지고 데리러 왔으면 좋겠다거나, 뭔가 챙겨다 달라거나. 그런데 오늘은 전혀 다른 용건이었다. “엄마, 어떤 애가 나보고 뚱뚱하다고 했는데, 글쎄 태권도에 같이 다니는 00이가 그 말을 굳이 나한테 전달하는 거 있지? 그 말을 한 애는 무례하고 전해준 애는 배려가 없지 않아? 화난 것까진 아니고 좀 속상해서 전화해봤어. 엄마 말 들으니 괜찮아. 좀 이따가 만나.” 하소연이었지만 놀랐다. 아이의 말에는 '말'의 여러 얼굴이 다 들어있었기 때문.
한참 마음을 터놓고 잠든 아이 옆에서 『말과 태도 사이』를 다시 꺼내 들었다. 무례한 친구와 배려가 부족한 친구를 마주하면서도 덤덤히 반응하고 돌아와 자신의 말에 공감해준 엄마 덕분에 마음이 괜찮아졌다는 아이의 섬세한 '멋짐'을 지켜주려면, 나도 조금 더 품격있는 말과 태도를 유지하는 엄마가 되어야지, 싶어졌다.
『말과 태도 사이』는 대화의 기본부터 보기 좋은 말과 태도, 품격있는 말과 경쟁력 있는 말, 품격있는 말의 디테일 등을 간결하고 쉽게 풀어준 '말 습관 지침서'라 할 수 있겠다. 사람들을 상대하는 직업은 물론, 일상에서의 대화도 조금 더 기술적으로 '잘'하고 싶은 이들에게 유용할 도서.
사실 '첫인상은 별로였지만 대화하다보니 괜찮은 사람'들을 종종 겪지 않나. 그런 이들의 가장 큰 특징은 대화에 흡입력 있고, 말에 정이 묻어난다. 반면 '입 열면 실망'인 사람들은 말로 이미지를 깎아 먹고, 타인에게 상처를 준다. 태도도 마찬가지. 그래서 많은 사람은 좋은 글을 읽고, 인품을 갖추고자 노력하며 사는 것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말과 태도 사이』는 한꺼번에 좋아지기는 어렵지만, 노력하다 보면 공든 탑을 쌓을 수 있는 언행에 대해 매우 쉽게 풀어준 책이란 생각이 든다. 대화의 기본이 되는 배려, 수용, 인정, 진심, 이해라는 다섯 덕목부터, 보기 좋은 태도와 듣기 좋은 말솜씨를 갖춘 이들의 사례, 품격있는 말을 하는 기술이나 경쟁력 있는 말투로 굳히기 할 수 있는 태도, 품격을 더하는 디테일까지 무척 세밀하게 이야기를 다루었기에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었다.
아! 덧붙이자면 『말과 태도 사이』를 다 읽고 난 후 뭐 하는 사람이기에 이렇게 언어를 잘 다루나 하며 작가를 검색해 보니, '이문세의 별이 빛나는 밤에' 작가 출신이더라. 물론 이문세 님의 말솜씨와 목소리가 별 밤을 빛나게 했지만, 작가들의 숨은 노력도 만만치 않으리라 생각했기에 『말과 태도 사이』의 내용에 더욱 믿음이 갔다. 여전히 별 밤(지금은 김이나의 볓이 빛나는 밤이다)을 듣는 나이기에 책에 담긴 문장들이 더욱 새록새록 한 느낌이었다.
어린이도 타인의 말에서 무례함과 배려, 이해와 공감한다. 그러니 어른들이여! 우리 조금 더 예쁘고 멋지게 말하고 행동하도록 노력하자. 품격있는 언행을 갖추도록 애쓰고 살자. 우리는 아이들의 거울이 아닌가. 사람을 얻는 것도, 기회를 잡는 것도 말 습관에서 비롯됨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