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트 -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 필로니모 8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에밀리 바스트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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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제한적 자유”를 지지하는 사람이다. 자유를 빙자해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사람을 싫어하고, 나의 영역을 침해받는 것이 싫듯 나 역시 타인을 침해하지 않으려 노력한다. 공공장소 등에서 더 잘 누리기 위해 제시되는 규칙들을 꼼꼼하게 읽고, 그 규칙을 잘 지킨다. 물론 그런 성격을 답답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지만, 더 '잘'사는 스스로를 위해 필요한 일이라 생각한다. 이것은 육아에서도 마찬가지다. 아이에게도 나의 권리와 의무만큼 타인의 권리와 의무도 중요하다고 가르치며, 아이에게도 허용한 영역과 그렇지 않은 영역을 완전히 구분하려 노력한다. 다행히 우리 아이도 나와 비슷한 성향인 덕분에 우리 집에서는 그 균형을 잘 지킬 수 있는 것 같다.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이에 관한 생각은 더욱 확고해졌다. 아이 역시 이 책 덕분에 엄마가 말하는 의도를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인 듯하다. 

 

노란상상의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는 '바람이 없으면 비둘기는 더 자유로울까'라는 주제로 한계 안에서 누리는 자유에 관한 이야기를 펼친다. 때때로 일상 속에서 방해를 받거나 구속을 당한다고 느낀 것들이 우리를 더 성장하게 하고, 더 성숙한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는 것을 이해하게 돕는 것. 공기의 저항 때문에 더 높이 날 수 없다고 착각하는 비둘기가 사실 바람이 없으면 땅으로 떨어져 버린다는 내용을 읽으며, 우리를 둘러싼 '구속'이 울타리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기도 하고, 규칙 등을 지키는 것이 더욱 긍정적인 방향의 삶을 만들어준다는 생각을 하게 하기도 하는 것. 

 

『필로니모』의 8번째 이야기 '칸트' 편을 읽으며 자유와 의무에 대해 아이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렵게 생각하던 것을 비둘기 이야기로, 또 공원의 규칙으로, 엄마와의 약속 등으로 풀어 이야기하니 아이는 이내 쉽게 받아들이고 “병원에 가는 것이 싫어도 병원에 가야 빨리 낫는 것도 칸트의 사상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라고 말하더라. 

 

어쩌면 이런 생각을 하는 자체가 철학이기에, 이런 생각을 나누며 아이의 생각이 자라기도 하고 아이들이 성장할 기회를 얻기도 한다. 더불어 엄마 역시 아이와 이야기를 나누며 더 쉽게 철학을 이해하게 되기도 하고. 물론 처음 철학가들의 사상을 접할 때는 어렵고 고리타분하게 느껴질지 모르나, 노란상상의 『필로니모』 시리즈는 선명한 그림체와 간결한 문장으로 아이들에게도 어른에게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책이다. 

 

한때는 나도 철학이라는 영역이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세상을 살면 살수록 철학만큼 '거의 모든 영역'인 학문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아이에게도 철학을 쉽게 접하고 이해하게 해주고 싶기에 『필로니모』는 무척이나 반가운 책이다. 

 

어른에게도 아이에게도 사유의 시간을 선물하는 책, 『필로니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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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아니 바실리 지음, 에다 에르테킨 토크쇠즈 그림, 김경희 옮김 / 한빛에듀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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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만나본 모든 엄마들은 '아이와 책'이라는 주제로 할 말이 많다. 진짜 단 한 명도 예외가 없다. 반 이상의 엄마는 “아이가 책을 너무 안 읽어서 걱정”이고, 우리집처럼 책을 좋아하는 집은 “아이가 밥 먹을때도 책을 봐서 걱정”이거나 “책때문에 눈이 나빠질까 걱정”이다. 그뿐인가. 무슨 책을 읽게 할지도 걱정, 책을 그냥 읽기만해도 되는지도 걱정, 이런 책을 읽게 해줘도 되는지 걱정, 몇살까지 읽어줘야 할지도 걱정, 정말 끝도 없는 걱정이 가득하다. 나도 마찬가지다. 내가 책을 좋아하기에 아이에게 더 좋은 책을 읽게 해주고 싶고, 책을 더 좋아하게 재미있는 독후활동도 해주고 싶고, 이왕 읽는 거 재미도 있고 교훈도 있음 좋겠다. 그런 모든 엄마들에게 한권의 책이 말한다.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라고. 

 

한빛에듀의 신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는 책에 대한 다양한 개성을 가진 10마릐 동물을 만날 수 있다. 읽은 책은 잊어버리는 코끼리 콕콕이, 책을 수집하는 개미 바리바리, 책을 깨끗하게 보관하는 야무진느, 잠이고 뭐고 책이나 읽고 싶은 콩콩이, 읽고 또 읽는 똘똘이 등 현실에서도 닮은 꼴을 찾을 수 있을 듯한 동물들의 모습에서 웃음과 공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우리 아이는 엄마는 이름을 '바리바리 콩콩똘똘 씽씽뿌부 야무진느'로 바꾸어야 할 것 같다고 키득거렸다. 얘야, 너는 안그런 것 같지? 너는 '바리바리 콩콩똘똘 씽씽뿌부 야무진느 2세'야. )

 

사실 대부분의 애서가들이 자신과 닮은 모습을 하나쯤은 찾을 수 있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 는 그 내용자체로도 충분히 즐거움을 주지만, 이 동물들의 모습을 통해 깨닫게 되는 것도 엄청나다. 책을 어떻게 읽어야 할지, 책을 어떤 방법으로 읽는 것이 좋은지 등 우리가 그동안 책을 놓고 고민했던 그 모든 정답을 이 책에서 찾을 수 있다. 정답이 뭐냐고? 물어서 뭐해. 책 제목처럼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지!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를 읽는 내내 책은 사실 어떻게 읽어도, 어떤 것을 읽어도 좋다는 것을 다시 깨닫기도 했고,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책도 좋지만 일단은 재미를 붙여야 한다는 것도 새삼 생각했다. 책에서 만나본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를 아이와 읽어보며 책을 진짜 사랑하는 법에 대해, 책을 진짜 제대로 즐기는 법에 대해 많은 생각을 나눌 수 있었다. 

 

어른을 포함하여, 이세상 모든 '독자'들이 꼭 한번 만나보면 책에 대한 애정과 마음가짐을 정비해볼 수 있을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였다. 아, 물론 재미있는 건 당연하고!

 

덤으로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 10가지”를 덧붙이니, 그대들이여, 그저 자유롭게 책을 즐기고 사랑하라. 혹시 누가 당신들의 책사랑을 방해한다면 큰소리로 외쳐라. 

『내 멋대로 읽으면 어때서!』라고. 

 

독자들이 누리고 싶은 유쾌한 독자의 권리 10가지

1. 읽은 책을 잊을 권리

2. 책을 읽고 싶은 만큼 쌓아둘 권리

3. 깨끗하게 책을 보관할 권리

4. 보던 책을 다 읽고 잠잘 권리

5. 읽은 책을 또 읽을 권리

6. 여러 책을 한꺼번에 읽을 권리

7. 재미난 책을 함께 읽을 권리

8. 책을 원하는 속도로 읽을 권리

9. 읽지 않은 책에 대해 아는 척 하지 않을 권리

10. 책 읽는 즐거움을 누릴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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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 - 춤을 만나고 인생을 배웠다
팝핀현준 지음 / 시공사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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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돈이 없어 느껴야 하는 아쉬움과 후회는 없다. 대신 또 다른 아이디어가 넘쳐나 미처 보여주지 못한 것 때문에 생겨나는 아쉬움이 남는다. 그런 아쉬움은 시간이 갈수록 늘어난다. 아직도 보여줄 것이 많다는 이야기다. 

언제나 내 무제는 지금보다 더 멋질 것이다. (p.67)

 

 

솔직히 말해 팝핀현준이 꽤 유명한 사람이긴 하나, 나는 이분에 대한 사전지식이 그다지 많지 않았다. 유명한 국악인과 결혼한 것도 이 책을 읽는 중 엄마가 “국악인이랑 결혼한 춤추는 사람이네”라고 할 때에야 알았다. 그런데도 이 책을 읽고 싶었던 이유는 단 하나다. 제목이 너무 미칠 것 같이 멋졌다.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라니. 

 

무엇인가에 심취해본 사람은 안다. 세상이 온통 그것과 관련한 것으로 보이는 가슴 뛰는 시간을. 나 역시 한 가지에 오래 매진한 사람이었기에,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의 제목만으로도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읽게 된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는 나를 매료시키기 충분했다. 감사하게도 나는 팝핀현준의 사인본 도서를 선물 받았는데, 꾹꾹 눌러진 획과 물 흐르듯 흐른 선이 절묘하게 섞인 사인이 마치 춤추는 모습 같아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사인처럼 그의 문장에도 리듬이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호흡이 길지 않은 간결한 문장에, 기승전결이 분명한 전개까지. 모르긴 몰라도 그는 춤꾼이 되지 않았더라면 이야기꾼이 되었을 것 같다. 

 

앞쪽에는 그가 살아온 시간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어떻게 춤을 사랑하게 되었는지, 어떻게 재능을 키우고 이주노를 만나게 되었는지 등 삶에 대한 전반적인 이야기가 담겨있어 마음 편하게 읽었다. 사실 중반까지 읽을 때는 그가 완전 노력형의 사람이라는 것 말고는 나를 놀라게 한 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그래서 문장력도 좋고 흡입력도 좋지만, 한방은 없는 책이라는 생각을 할 뻔했다. 그러나 이야기가 중반을 넘어서며 몇몇 구절에서 울컥하는 마음이 들더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나처럼 한방을 찾는다면! 진짜 매력은 후반에서 쏟아지니 부디 앞에서 책을 덮지 마시라. 

 

『세상의 모든 것이 춤이 될 때』를 읽으며 공감한 문장이 꽤 되었는데, 상단에 인용한 문장도 그랬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바라봄이 중요하다고, 깨닫고 나면 현실이 달라진다는 말도 그랬다. 무대 위의 화려한 삶을 사는 이들이 자신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가 더 어렵지 않나. 자신의 부족함을 정확히 바라보는 것만큼 발전의 가능성을 여는 일도 없고, 자신의 장점을 제대로 알아채는 것만큼 날개를 펴는 일도 없다. 그는 멈추지 않는 노력과 정확한 눈으로 자신을 하나하나 채워가는 사람이었다. 

 

“세상 모든 것이 너무도 선명하게 보이고, 들린다. 그런데 힘은 하나도 들지 않는다. 호흡까지 완벽하게(p.297”. 나는 “꿈”이라는 의미를 알 무렵부터 지금까지 딱 하나의 꿈만 꾼 사람이다. 30년간 같은 꿈을 꾸며 힘이 든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으나, '나는 재능이 없구나'라는 생각은 수십 번은 한 것 같다. 그런데 그가 쓴 저 문장을 읽는 순간, 재능이고 뭐고 저런 느낌을 진짜 한번은 느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간절히 했다. 세상 모든 것이 내가 꾸는 꿈에 초점을 두고 선명하게 보이고 들리는 기분이 무엇인지 꼭 한번 느껴보고 싶었다. 그런 나에게 그가 말한다. “어차피 우린 늘 전쟁 중이니, 현재의 결과네 너무 낙담할 필요 없다. (p.299)”고. 

 

책을 덮은 후 가만히 앉아 생각을 정리하는데, 비로소 그가 뒤표지에 적어놓은 말이 눈에 들어온다. 자신도 했으니, 누구라도 할 수 있다고. 그 덕분에 나도, 또 한 번 용기를 내본다. 또 꿈꾸고, 또 일어서본다. 나의 내일은 언제나 더 나은 날이 될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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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퍼 -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 필로니모 7
알리스 브리에르아케 지음, 야닉 코트 그림, 박재연 옮김 / 노란상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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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조는 무슨 색인가요? 백조는 당연히 흰색인데, 말도 안 되는 질문을 한다고 생각하셨나요? 

그렇다면 질문을 살짝 바꾸어보겠습니다. 당신은 세상의 모든 백조가 하얗다고 증명할 수 있나요?

 

말장난처럼 느껴지겠지만, 옛날 유럽인들은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 생각했다고 합니다. 그러다 검은 백조를 보고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고, 그 후로 검은 백조는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준 예상치 못한 사건”을 가리키는 말이 되었다고 합니다. 20세기에 활동한 철학자 칼 포퍼는 “검증하고 반증할 수 있어야 과학”이라며, 가설을 내놓고 그것을 반증하며 발전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하죠. 우리나라에서는 블랙스완을 '흑조'라고 부르곤 하지만, 검은 백조라는 이름도, 흑조라는 이름도 사실 조금 비겁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 검은색도 있는 거 인정. 인정했으니까 그만. 끝” 이렇게 급히 마무리한 느낌이랄까요. 

 

노란상상의 철학 그림책, 『필로니모』의 7번째 이야기 포퍼 편을 아이와 함께 읽었습니다. 아주 예쁜 분홍색 사이 얼굴을 드러낸 백조. 그리고 아래에 적힌 “백조는 모두 하얗다고?”라는 말을 보며 아이가 이 책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으려나 하는 우려와, 나눌 이야기가 많겠다는 기대가 동시에 들었습니다. 언제나처럼 그림만 먼저 감상하는데, 나와는 달리 여러 색의 백조를 보고 아이는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저 까만 백조, 파란 백조, 핑크 백조라고 말합니다. 도트무늬의 백조가 나왔을 때에야 살짝 웃으며 “달마시안백조”라고 말합니다. 아이의 무덤덤함에 저는 뒤통수를 맞은 것 같았습니다. “아! 백조가 흰색인 게 당연하다는 편견은 어른들만 가지는구나.”하고 말입니다. 놀라움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필로니모』의 7번째 이야기 포퍼 편 내용을 읽을 때에야 아이는 책의 의도를 알아채고 “아, 이거 토론게임 같은 거구나”라고 말했습니다. 아이와 놀이처럼 토론을 종종 진행해왔는데, 아이는 문득 그런 상황이라는 느낌이 들었나 봅니다. 아이의 의견을 반영해, 저는 백조는 무조건 하얗다 팀, 아이는 백조는 여러 색일 수도 있다 팀이 되어 이야기를 나누어보았습니다. 이때 아이가 한 말이 오늘 이 글을 쓰게 했습니다.

 

“사람도 타고난 피부나 먹는 음식, 사는 곳에 따라 다른 색의 피부가 되는데, 새도 당연히 달라지지 않을까요? 흰색처럼 보여도 조금씩 다른 흰색일 수도 있어요. 파란색이 나는 흰색, 분홍색이 나는 흰색, 회색이 나는 흰색은 다른 흰색이잖아요.”

 

어쩌면 아이는 이미 이 책을 이해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보면 그 모든 공부가 필요 없다는 말이 또 한 번 실감 났습니다. 물론 아이가 과학자였다면, 저 말이 전부가 아닌 음식이나 환경으로 새의 깃털이 다른 색이 되는 것을 증명해야겠지만, 8살 아이가 새로운 가설을 세워 이야기한다는 자체가 고슴도치 맘의 눈에는 놀랍고 신기했습니다. 그리고 잠든 아이의 얼굴을 보며 많은 생각을 하게 했습니다. 

 

작가님이 전하고자 했던 메시지는 “진정한 과학자는 반증하며, 반증할 수 없는 것은 과학적 진리가 된다.”는 것이었을지 모르지만, 우리 집은 거기에 “세상에는 '하얀 백조'만 있는 것은 아니니 서로의 다름을 인정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면 이것이 철학의 진짜 매력이 아닐까요? 골똘히 생각하게 하는 것. 숨어있던 생각을 꺼내는 것. 

 

노란상상의 『필로니모』는 아주 얇고 작은 책입니다. 그러나 그 안의 깨달음은 절대 작지 않았습니다. 작가님은 하얗지 않은 백조가 우리가 가진 지식을 무너뜨릴 수 없게 두 눈을 부릅뜨고 하늘을 쳐다보라고 했지만, 어쩌면 이 책을 만날 세상의 많은 사람이 “하얗지 않은 백조”가 되어 사유하라는 의미는 아니셨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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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 -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고 우아하게 지구를 지키는 법
알렉산더 폰 쇤부르크 지음, 이상희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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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바깥세상에서 심상치 않은 일이 일어나고 있음을 알기 위해 굳이 열렬한 자연 애호가이거나 전문가일 필요는 없다. 또 정신을 차리고 사고의 전환에 나설 때라는 사실을 깨닫기 위해 전문가의 지식이 필요한 것도 아니다. 전문가가 아니더라도, 지난 수십 년간 풍요의 세례를 받지 못한 지역의 사람들이 지금 우리가 벗어나려는 소비 지향적 생활방식에 매력을 느끼는 현상이 불편하게 느껴지기는 마찬가지다. 

(...)

여기 한가지 비밀이 숨어있다. 인간의 불행은-그 원인이 탐욕이든 과소비이든 또는 중독이든-늘 '풍요로운 삶'이라는 가면을 쓰고 다가온다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행복해지기 위해 모든 걸 즉시 소유해야 한다.'는 기대가 거짓임을 폭로하고 진정한 향기로운 삶은 절제에서 비롯됨을 깨닫는 것이다. (p.239~240 발췌)

 

 

아이고, 책을 읽고 나서 얻어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 줄이야! 유달리 잘 지키는 편은 아니지만 나도 가능한 거리는 걸어 다니고, 텀블러를 사용하며, 일회용품도 씻어서 다시 사용한다. 아이와 산책을 하며 동네의 쓰레기를 줍고, 철저히 분리수거를 한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지구를 더 소중히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해왔다. 그러나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고 난 지금, 지금까지 내가 해온 것은 친환경적인지 그렇지 않은지 고민하게 된다. 그래, 그야말로 나는 '셀프 라이선징'에 빠져 그저 텀블러 좀 쓴다고, 부지런히 걸어 다닌다고, 쓰레기 좀 줍는다고 지구를 지키고 산다고 생각해왔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은 환경을 위한다는 말은 하지만 나아지지 않는 환경, 또 나같은 환경운동의 껍데기만 쓰고 있는 사람들에게 일침을 주는 책이다. 아. 그렇다고 해서 신랄한 비판으로 혼쭐내는 책은 아니다. 유쾌한 문체와 촘촘한 지식을 잘 버무려 진짜 '녹색 쾌락주의자'가 되도록 도와준다. 

 

제목에 등장한 텀블러부터 에코백이나 옷 등 우리가 매일 사용하고 접하는 '일상용품'에서부터 휴대폰, 냉장고, 에어프라이어 등의 '생활가전', 비행기나 자동차 등의 이제는 없는 세상이 상상조차 되지 않는 과학발전의 결과물까지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당연하다 생각해온 것들의 당연하지 않음, 우리도 모르고 있는 사이에 저지르는 환경오염 등을 어찌나 꼼꼼히 짚어주는지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는 내내 반성의 마음이 들게 했다. 지금껏 내가 품어온 '환경 양심'이 사실은 허점투성이였음을 깨닫는 부끄러움이란.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에서는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가 생각해보아야 할 환경문제를 지속적으로 제시한다. 더불어 작은 생각의 전환으로 우리가 바꿀 수 있는 것들, 뭔가를 '더'하기보다는 '덜'하여 지구를 지키는 방법들을 이야기한다. 어쩌면 뻔하게 느껴질 절약이 사실은 우리의 돈뿐 아니라 지구까지 지킬 수 있음을 또 한 번 깨달으며, 보다 '고상한 지구 지키기'를 위해 '덜'하고, '덜' 쓰겠다는 다짐을 했다. 

 

『텀블러로 지구를 구한다는 농담』을 읽으며 꼭 무엇인가 전문적 지식, 행동하는 노력을 가져야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안다면 최소한의 행동으로도 지구를 건강하게 지킬 수 있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부디 많은 이들이 이 책을 읽고 나처럼 부끄러워하고, 깨닫고, 느끼면 좋겠다. 분명 우리는 그 깨달음을 또 잊어버리게 되겠지만, 그래도 또 다시 노력하고 나아져야 하지 않을까. 

 

부디 “도의적 차원에서라도 우리는 쓰레기 분리수거를 해야 한다. 이를 무시한 모든 행동은 '아프레 무아 르 델루지', 즉 내가 죽은 뒤에 무슨 일이 일어나든 알 바 없다는 식의 태도나 다름없다. ( p.175)”는 작가의 말을 꼭 한 번 곱씹어보시길. 그리고 행동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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