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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 대한불교조계종 제15대 종정
성파.김한수 지음 / 샘터사 / 2023년 5월
평점 :

나는 새로 만나는 것은 다 배움이라 생각해요. 내 경우에는 새롭게 만나는 것은 다 배우는 것이라. 대하는 것, 접촉하는 것, 듣는 것마다 다 배우는 거라. 참선을 해서 도를 깨쳤다. 그래서 다른 것은 안 배운다? 공부는 그런 게 아닌 거라. 경전 공부하고 참선하는 것만 배우는 것이 아니라 새로 대하는 것은 다 배우는 것이에요.
배움에는 남이 가르쳐줘서 배우는 것도 있지만 남이 가르치지 않아도 나 스스로 배우는 것도 있어요. 배움에는 피차가 없는 거라. 주고받는 게 없는 배움도 있는 거예요. 간단히 말해서 내 앞에 지나가는 사람은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지나가도, 나는 거기서 배울 게 있다는 거지. (p.46)
이미 여러 글에서 기록한 것 같지만, 나는 가톨릭이다. 태어나보니 고모가 수녀님인 가톨릭 집안이었고, 자연스럽게 나도 성당에 다녔다. 어렸을 때는 세상 모든 사람이 성당을 다니는 줄 알만큼 나에게는 가톨릭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나도 하느님을 믿고 의지하지만, 성경이나 신부님, 수녀님들의 아름다운 글도 사랑한다. 그런데 그와 더불어, 스님들이 쓰신 책도 참 좋고 절의 호젓함도 좋아한다. 최근 조선일보 김한수 기자가 성파스님의 말씀을 담은 책,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읽었는데 또 한 번 종교를 떠나 현인들의 문장은 가슴을 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스님의 법명은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읽으며 처음 알았지만, 통도사도 여러 번 가본 절이었고, 통도사의 성보박물관도 몇 번이나 가봤었다. 그래서 그 공간들에 담긴 애정이 한층 짙게 느껴지기도 했다. 또 책을 읽으며 명심보감에 대한 마음가짐, 야생화나 도자기를 대하는 자세, 세상을 바라보는 눈 등 스님이 사물이나 자연을 대하는 태도에 감명받았다. 매 순간이 일하고 공부하고, 수련하는 삶이라는 말이 몹시도 당연하게 느껴진 것은, 스님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세상이 모두 배울 것일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
또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읽으며 공감과 질투를 동시에 한 부분도 있었다. 바로 스님의 책 모으기! 나도 정말 책이 많은 사람이지만, 책을 보관하기 그렇게 좋은 명소에, 그 많은 책을, 차곡히 모으는 스님의 서고가 그렇게 탐이 나더라. 종이책이 버려지는 것이 안타까운 마음도 알고, 그 책에 담긴 지식의 깊이도, 애정도 알기에 스님의 책 모으기가 더 깊이 느껴졌다.
사실 불교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기에 성파스님의 행보가 남다른지 아닌지 정확히 알 수는 없다. 그러나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를 통해 만난 성파스님이 세상 사람들의 방향과 같지는 않다는 생각을 해본다. 그래서 그의 한마디 한마디가 더 마음에 닿는 건지도 모르겠다. 빠른 것, 좋은 것, 돈 되는 것에 방향을 맞추고 돌아가는 세상에서 마음이 가는 곳, 뜻을 담는 곳, 신념을 담은 곳을 향해 살아가는 이들이 더 귀한 것과 같은 선상에서 말이다.
문득 하루도 행복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는 스님의 말에 나를 돌아본다. 분명 힘든 날은 있었지만 좋지 않았던 날은 없었고, 추억으로 남지 않는 날도 없다. 지나고 보면 다 좋은 날이었고, 다 행복한 날이었다. 맞다. 그저 부지런히 하루를 사는 이들에게는 돌아보면 하루하루 다 좋은 날이리라. 스님의 진솔한 말에서 오늘의 행복을, 지나온 시간의 귀함을 느낀다.
나도 매일, 『일하며 공부하며 공부하며 일하며』 살아야지. 매일 그저 성실히 살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