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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빨간 질투 - 2023 세종도서 교양부문 ㅣ 노란상상 그림책 99
조시온 지음, 이소영 그림 / 노란상상 / 2023년 5월
평점 :

지난주에는 비가 그렇게도 내려 춥더니, 이번 주는 여름같이 덥다. 어제는 나무가 푸르러진 공원길을 따라 산책을 하는데, 땀도 좀 나면서 “아 여름이 오는구나” 싶어지더라. 그런데도 덥다는 짜증보다는 웃음이 피식 났다. 『새빨간 질투』의 빨강이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이런 날씨면 빨강이가 무척 신이 났겠다 싶어서.
『새빨간 질투』는 제목처럼 나에게 『새빨간 질투』를 불러일으킨 엄청난 그림책이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고, 이런 표현을 하실 수 있지 하는 놀라움과 나는 왜 이런 글재주가 없나 하는 질투를 동시에 느낀 책이랄까.
『새빨간 질투』의 일러스트를 먼저 감상해보자면, 붉은색과 푸른색만으로 표현되었는데도 엄청난 생동감을 느낄 수 있다. 일단 등장인물들의 표정이 무척이나 다채롭고 배경 등에서도 감정과 분위기, 장면의 전환을 모두 느낄 수 있다. 특히 빨강이 후회를 하며 우는 장면은 마치 살아있는 빨강이를 보듯 생생함이 느껴져 여러 번 다시 책을 펼치게 했다.
일러스트를 극찬했다고 해서 내용이 부족할까? 전혀 아니다. 『새빨간 질투』는 일러스트나 내용이나 무엇하나 부족함이 없다. 아니, 완벽하다. 사실 빨강이는 여러 가지에 빗대어 생각해 볼 수 있는데, 더위, 욕심, 질투, 사랑 등으로 바꾸어 생각해보면 엄청 다양한 감상을 남긴다. 더위도 욕심도 사랑도-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조건이지만 넘치면 안 되지 않나. 아이들에게 '적당함'에 대해 '더불어 살아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좋은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 아이와 『새빨간 질투』를 읽으며 아이에게 빨강이가 누구일지 물었다. 일러스트만을 감상할 때는 아이가 “여름”이라고 하더니, 두 번 세번 다시 읽은 후에는 “욕심”이라고 표현을 하더라. 아이도 그동안 많은 책을 읽으며 점점 그림책을 이해하는 폭이 자라고 있고, 세상을 보는 눈이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그 외에도 『새빨간 질투』를 보며 아이와 나눌 이야기가 참 많았다.
첫 번째는 색이 가지는 느낌이나 상징성. 아이와 빨간색과 파란색이 주는 느낌, 각 색에 대해 떠오르는 것들에 대해 표현해보라고 하니, 아이는 생각보다 많은 것을 찾아냈다. 그 활동을 통해 색이 주는 의미를, 세상에서 색깔이 어떤 의미로 우리와 공존하는 지를 배울 수 있었던 것 같다.
두 번째는 위에서도 잠시 이야기한 적당함.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도, 날씨도- 적당함이 지켜지지 않으면 결국 상처를 입히고 상처를 입게 된다는 것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파랑을 험담하고 결국 아파하는 빨강이의 모습을 보며 욕심이 자기 자신을 파먹음을 아이도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었던 것 같다.
세번째는 감정. 개인적으로는 이 부분이 가장 뜻깊은 시간 같았다. 잠시 이야기했듯, 등장인물들이 표정이 무척 생동감 있는데, 빨간색이 세상을 덮을 때 빨강이의 표정, 파랑이를 욕할 때의 빨강이의 표정, 화를 내는 빨강이, 세상을 붉게 만드는 빨강이, 후회하는 빨강이 등 감정을 구체적으로 만나는 기분이었달까.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참 어렵지만, 반드시 해야 할 것이기에 이런 부분을 관찰하며 공부할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든다.
첫 페이지부터 끝까지, 단 한 장도 허투루 채워지지 않은, 이야기가 가득한 그림책 『새빨간 질투』를 통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고 배우는 시간들이었다. 진짜 강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