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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벌루션 No.3
가네시로 가즈키 지음, 김난주 옮김 / 문예춘추사 / 2023년 5월
평점 :

과연 어떻게 될까? 나중에 불현듯 자신을 돌아보니, 세상을 삐딱하게 보는 버릇이 생겼고, 그 탓에 만사에 금방 실망하고, 또 그 탓에 만사를 금방 포기하고, 또 그 탓에 늘 불평만 해대는 별 볼 일 없는 인간이 되어 있을 것인가? 아아 싫다. 악순환의 고리는 반드시 끊어야 한다. 가능하다면 지금, 이 순간에라도. (P.174)
『레벌루션 NO.3』! 처음 제목을 보자마자 혹시, 가네시로 가즈키의 책인가! 재출간인가! 하며 신이 났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확인한 결과! 역시나 가네시로 가즈키! 더구나 문예춘추사라니! 나는 문예춘추사의 셜록홈즈 전집을 시리즈별로 쌓아놓은 “찐 마니아”가 아닌가! 이것만으로도 이 책을 읽어야 할, 이 시리즈물이 전부 재발간되길 기다릴 이유는 충분해졌다.
『레벌루션 NO.3』의 가네시로 가즈키는 나오키 문학상을 수상한 작가다. 나오키 문학상이 대단하기는 하지만, 일본 문학에 큰 관심이 없는 내겐( '찾아 읽는다'고 표현할 일본 작가는 다섯 손가락 안에 들 만큼 귀하다.) 그리 대단한 미끼는 아니었는데, 재일교포 3세이자 재일교포 3세로서는 처음 수상하는 나오키 문학상이라는 언론 보도를 본 후 나도 모르게 관심이 갔었다. 그러나 그의 글은, 그 모든 호기심을 덮을 만큼 재.미.있.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 영화로까지 제작될 만큼의 글솜씨니 말해 뭐해! 그래서 문예춘추사에서 『레벌루션 NO.3』가 재출간 된다는 말을 듣곤 미어캣처럼 기다렸던 것.
오랜만에 다시 읽는 『레벌루션 NO.3』은 역시나 너무 재미있었다. 그저 그런 삶을 살 수는 없다는 생각으로 목표를 가지는 모습에서는 젊은 패기와 함께, 그 시절을 지나온 사람으로서의 안타까움을 동시에 느끼고, 그래서 그들의 행보에서 대리만족을 느꼈다. 물론 특유의 일본 소설 분위기는 어쩔 수 없지만, 각 캐릭터의 특징이 오히려 일본다워서 주제를 더 명확히 드러내지는 않나 생각하기도 했다. 어른들을 위한 소설이라기엔 해맑고 학생들을 위한 소설이라기엔 묵직하지만, 문학의 경계나 평가는 나이와 상관없다고 생각하기에 모두에게 충분히 재미있는 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본다.
또 『레벌루션 NO.3』은 판본이 살짝 더 작고 문고판 특유의 질감도 느껴져서 더 재미있던 것은 안 비밀. 양장본을 좋아하기는 하나, 소설은 이렇게 문고판이어야 느낌이 살지. 문고판의 느낌은 살리면서도 상큼한 표지와 김난주 번역가님의 세련된 문장을 느낄 수 있어, 매우 완성도 높은 책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역시 소설 맛집, 문예춘추사!)
1년 중 360일 정도를 책을 읽는 나도, 소설은 좀 한가할 때 읽는다. 아마 대부분의 사람이 '바쁠 때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의 영역으로 빼는 것이 소설이 아닐까. 그러나 생각해보면 소설이 주는 재미는 실익은 넘어선다. 나만 해도 가끔 소설을 읽을 때면 화장실도 참아가며 책을 읽는다. 그 재미를 안다면 두세 시간을 투자하여 만나기 부족함이 없는 책이라고 말하고 싶다. 원래도 재미있는 소설을 완벽한 번역가와 소설 맛집 출판사가 만나 매력을 마구 발산하는 것.
아! 혹시 『레벌루션 NO.3』이라서 3권일까 봐 도전하지 못하는 분들! 아니다. 『레벌루션 NO. 3』은 NO. 3가 첫 번째 시리즈고 플라이, 스피드, NO. 0이 이어지는 시리즈물로, 지금이 “레벌루션 항해”를 시작하는 적기다. 우정, 꿈, 청소년기 등 우리가 앓던 많은 것들- 또 우리 아이들이 만나게 될 많은 것들을 엿보는 모험을 함께 하고 싶다면 어서 『레벌루션 NO. 3』호에 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