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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다는 건 - 새들은 어떻게 먹고, 느끼고, 사랑할까
팀 버케드 지음, 캐서린 레이너 그림, 노승영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4월
평점 :

감사하게도 아이는 가리는 건 다양한 책들을 좋아한다. 가끔 자신이 읽으려 해서 문제지만, 어릴 때 전화번호부 책(이거 알면 최소 30대 후반)까지 읽고 앉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평생 꿈꾸던 “책 읽고 대화 나눌 친구”가 생겼다. 원래도 사이좋게 책보길 좋아하는 모녀가 가장 가까이 머리를 맞대는 순간을 말하자면 원화가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을 때가 아닐까. 아이와 딱 붙어 앉아 일러스트의 색감과 표현력에 감탄을 연달아 내뱉게 했던 책, 『새가 된다는 건』을 소개한다.
앞에서도 잠시 거론했듯, 『새가 된다는 건』은 케이트 그림 어웨이 상을 받은 캐서린 레이너의 눈부신 색감과 생동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세밀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새들의 깃털 하나하나가 선명한데, 그러면서도 새들에게서 느껴지는 온도나 표정은 그 어떤 그림책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는 각 페이지의 새들을 오래 관찰하기도 하고, 한참이나 물러나서 보기도 하며 온전히 감상했다.
아이가 『새가 된다는 건』의 베스트 일러스트라고 뽑은 페이지는 부엉이로, 마치 옛날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밤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퍼트리기라도 할 것 같다며 여러 상상력을 꺼냈다. 엄마가 뽑은 『새가 된다는 건』 명장면은 바닷새들의 모여앉은 페이지. 새들의 표정이나 동작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둘기도 무서워하는 겁보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새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새가 된다는 건』은 내용도 시와 노래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저명한 조류학자 팀 버케트는 새들의 특성을 세세하게 전달하면서도 '가지 위의 문워크', '눈 미끄럼틀', '슬픔 속의 희망 키우기' 등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일러스트 틈새에 써진 가장 작은 글씨는 소곤소곤, 제목 등의 볼드체는 큰 목소리로 읽었다. 그러자 책의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새가 된다는 건』을 읽는 내내 탄탄한 내용의 다큐멘터리와 아름다운 시를 동시에 읽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공감하실 수 있을까. 이 책을 만나지 않고서는 이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의 짧은 문장력이 아쉬워진다.
사실 『새가 된다는 건』은 책 자체가 그런 생동감을 품고 있다. 매에 관한 이야기에서 '번개같이 하늘에서'라는 제목도 하늘에서 꽂히는 느낌이었고 '쐐애액!”하는 글씨는 점점 커져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읽게 되었다. 빨간모자무희새 역시 “딱! 딱! 딱! 딱!”이 각기 다른 폰트 사이즈로 적혀있어 나도 모르게 강약을 조절하며 스타카토로 읽게 되었고, 물결로 적힌 합창연습, 여러 폰트 사이즈로 난타를 이루는 듯한 “꽥꽥꽥” 역시 실제 자연에서 듣는 것처럼 여러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에, 서사시 같은 지식, 섬세한 편집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책이랄까.
신기하게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런 효과들을 기막히게 눈치챈다.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림책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운율을 찾아낸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독서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를 숲으로 늪으로 강으로 산으로 여행을 가게 만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게 한다. 그래서 또 한 번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