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 내적 성장을 위한 지친 마음 다스리기
김선현 지음 / 베가북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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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돌아보는 건 좋지만 지나친 자기비판은 삼가는 것이 좋아요. 자신을 과소평가하게 되거나 자존감을 떨어뜨릴 수도 있기 때문이죠. '객관화한 자신을 조망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충분하답니다. 과도한 자기비판은 '자기 태만'의 한 형태로도 발전할 수 있어요. 자신을 비판함으로써 건강하지 못한 행동을 이어가는 것에 대한 당위성을 찾는 거죠. 이럴 때는 자신과 대화하는 연습을 해보는 것도 방법일 수 있어요. 스스로 묻고, 스스로 답하는 거죠. 그리고 쓰다듬어주세요. 내가, 나를요. (p.235) 

 

 

김선현 작가의 전작, '그림의 힘'을 읽고 나는 “그림이 담고 있는 이야기를 소곤소곤 들려주며, 오늘 하루도 잘 살아내느라 애썼다고 등을 토닥여주는 책.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으면 '반 고흐'나 '클로드 모네', 혹은 '프레더릭 레이턴'이 오늘은 어떤 하루를 보냈냐고 말을 걸어오는 책.”이라는 말을 남겼다. 그리고 네 번째 만난 그녀의 책,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사실 이 책은 제목부터 나를 울렸다. 늘 마음속에 품은 꿈이 있었지만, 포기하고 살다 보니 퇴화하여버렸는데, 날지 않아도 괜찮다니. 그 한마디에 날개가 있던 마음이 간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는 다소 특별한 '그림'책이다. 그녀의 전작들처럼 그림과 함께 토닥임을 기록해두셨는데, 이번에는 '나'를 들여다보게 돕는다. 내가 왜 아픈지, 나의 트라우마가 무엇인지 바라보게 하고, 힘들 때는 바닥을 보고 걸어도 된다고 말해준다. 그리고 여러 그림들을 통해 억지로 힘내지 않아도 된다고, 사춘기가 길어도 된다고, 슬픔을 간직해도 된다고 등을 토닥여주신다. 특유의 다정함과 그 속에 숨은 힘으로 괜찮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그림을 모르는 사람도 그림에서 위로를 얻게 된다. 그림이 거는 위로의 말을 듣게 된다. 

 

그러나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의 특별한 점은 그게 다가 아니다. MBTI로 그림을 읽어준다. 혹자는 그림에까지 MBTI를 갖다 붙이냐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들이 조금 더 자신의 성향에 맞는 그림을 보며 조금 더 '가까워진' 위로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 나에게 맞는 브랜드처럼- 나에게 맞는 그림 하나쯤 있으면 좋지 않는가.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 속에서도 나는 ENFJ로 정의롭고 배려심이 많은 편이며 자신만의 '시선'을 가진 유형이라고 한다. 타인에게는 너그러우나 스스로에게는 그렇지 못해 자신을 힘겹게 하는 타입이라는 이야기에 또 한 번 고개를 끄덕였다. 나같은 유형에게 작가님이 추천하신 그림은 '비토리오 마테오 코르코스'의 “꿈”이라는 작품과 빌헬름 함메르쇠이의 “스트란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이라는 작품. 

 

“꿈”이라는 작품을 바라보며 문득 무표정이지만 강인함이 느껴졌고, 쌓아놓은 책을 보며 조금 더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라는 것 아닐까 생각했다. “스트란가데 거리의 햇빛이 바닥에 비치는 방”을 바라보면서는 자신을 어두운 방에 가두었지만, 햇빛은 결국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며, 작가님이 이 그림을 추천한 이유가 이것이 아닐까 생각해보았다. 스스로에게도 더 관대해도 된다고, 더 따뜻해도 된다고 말이다. '그래, 나도 나를 쓰다듬어줘야지' 하고 느낄 수 있었으니, 『날지 않는 꿈도 괜찮아』는 나에게 넘치는 역할을 해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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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가 된다는 건 - 새들은 어떻게 먹고, 느끼고, 사랑할까
팀 버케드 지음, 캐서린 레이너 그림, 노승영 옮김 / 원더박스 / 202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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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게도 아이는 가리는 건 다양한 책들을 좋아한다. 가끔 자신이 읽으려 해서 문제지만, 어릴 때 전화번호부 책(이거 알면 최소 30대 후반)까지 읽고 앉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오른다. 아무튼, 나는 평생 꿈꾸던 “책 읽고 대화 나눌 친구”가 생겼다. 원래도 사이좋게 책보길 좋아하는 모녀가 가장 가까이 머리를 맞대는 순간을 말하자면 원화가 아름다운 그림책을 만났을 때가 아닐까. 아이와 딱 붙어 앉아 일러스트의 색감과 표현력에 감탄을 연달아 내뱉게 했던 책, 『새가 된다는 건』을 소개한다. 

 

앞에서도 잠시 거론했듯, 『새가 된다는 건』은 케이트 그림 어웨이 상을 받은 캐서린 레이너의 눈부신 색감과 생동감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분명 세밀화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새들의 깃털 하나하나가 선명한데, 그러면서도 새들에게서 느껴지는 온도나 표정은 그 어떤 그림책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을 만큼 상상력을 자극한다. 아이는 각 페이지의 새들을 오래 관찰하기도 하고, 한참이나 물러나서 보기도 하며 온전히 감상했다. 

 

아이가 『새가 된다는 건』의 베스트 일러스트라고 뽑은 페이지는 부엉이로, 마치 옛날이야기를 할 것 같기도 하고, 밤사이에 일어난 일들을 퍼트리기라도 할 것 같다며 여러 상상력을 꺼냈다. 엄마가 뽑은 『새가 된다는 건』 명장면은 바닷새들의 모여앉은 페이지. 새들의 표정이나 동작들을 멍하니 바라보다 보니 새들의 이야기가 들리는 것처럼 느껴졌다. 비둘기도 무서워하는 겁보지만, 이상하게도 이 책의 그림을 바라보는 것이 무척 마음이 편안하게 느껴졌다. 어쩌면 이 책을 통해 처음으로 새들의 이야기가 듣고 싶어진 게 아닐까 생각했다.

 

일러스트도 무척이나 아름답지만 『새가 된다는 건』은 내용도 시와 노래가 오묘한 조화를 이루는 느낌이었다. 저명한 조류학자 팀 버케트는 새들의 특성을 세세하게 전달하면서도 '가지 위의 문워크', '눈 미끄럼틀', '슬픔 속의 희망 키우기' 등의 단어들을 만날 수 있었다. 아이와, 책을 읽으며 일러스트 틈새에 써진 가장 작은 글씨는 소곤소곤, 제목 등의 볼드체는 큰 목소리로 읽었다. 그러자 책의 이야기들이 우리 주변에 살아나는 느낌이었다. 『새가 된다는 건』을 읽는 내내 탄탄한 내용의 다큐멘터리와 아름다운 시를 동시에 읽는 느낌을 받았다고 하면 공감하실 수 있을까. 이 책을 만나지 않고서는 이 느낌을 전할 수 없을 것 같아서 나의 짧은 문장력이 아쉬워진다. 

 

사실 『새가 된다는 건』은 책 자체가 그런 생동감을 품고 있다. 매에 관한 이야기에서 '번개같이 하늘에서'라는 제목도 하늘에서 꽂히는 느낌이었고 '쐐애액!”하는 글씨는 점점 커져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점점 더 큰 목소리로 읽게 되었다. 빨간모자무희새 역시 “딱! 딱! 딱! 딱!”이 각기 다른 폰트 사이즈로 적혀있어 나도 모르게 강약을 조절하며 스타카토로 읽게 되었고, 물결로 적힌 합창연습, 여러 폰트 사이즈로 난타를 이루는 듯한 “꽥꽥꽥” 역시 실제 자연에서 듣는 것처럼 여러 청둥오리가 떼를 지어 소리를 내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눈부시게 아름다운 그림에, 서사시 같은 지식, 섬세한 편집이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는 책이랄까. 

 

신기하게도 가르쳐주지 않아도 아이들은 이런 효과들을 기막히게 눈치챈다. 엄마가 읽어주지 않아도 스스로 그림책에 숨은 이야기를 찾아내고, 운율을 찾아낸다. 그래서 잘 만들어진 그림책을 보여주는 것은 단순히 '독서 한 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하고 꿈을 꾸게 만들기도 한다는 생각이 든다. 이 책은 우리를 숲으로 늪으로 강으로 산으로 여행을 가게 만들고, 귀 기울이지 않으면 듣지 못하는 이야기를 듣게 한다. 그래서 또 한 번 자연의 아름다움을 깨닫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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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괜찮은 해피엔딩
이지선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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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빠는 이렇게 말했다. 

“너에 대해서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영화 '내겐 너무 가벼운 그녀'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의 처음 모습 같은거야. 눈에 보이는 것만, 보여진느 것만 보고 그것이 전부라고 믿는 거지.” 

보이는 것이 전부라고 믿고 오해한 그들은 영화 같은 기적이 생기지 않는 한 보이지 않는 것안에 뭐가 담겼는지 결코 보지 못하는 사람들이라고 했다. (p.33) 

 

 

그녀의 책, '지선아, 사랑해'를 그렇게 엉엉 울며 읽어놓고도, 사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이 그녀의 책인지 몰랐다. 5월 독서모임 도서를 투표할 때, 이 책으로 하자는 다른 학부모봉사자에게 이 책이 누구 책인지 듣고 나서야 제목에도 꾹꾹 눌러담겼을 진심이 느껴졌다. 

 

사실 나도 얼굴에 화상 상처가 있다. 직경 1센치 정도의 얼룩뿐인 작은 상처지만, 찢어짐과 동반되어 꽤 크게 보인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눈에는 10센치처럼 보이던 그 상처는 나이를 먹어가며 주름과 합쳐져 그냥 짙은 주름처럼 보인다.) 손톱만한 화상상처도 거울을 볼때마다 신경이 씌이는데, 전신에 화상을 입고 화상으로 손가락까지 절단해야 했을 그녀가 말하는 해피앤딩이라니. 그러나 그것이 그녀의 온전한 진심임을 알기에 이 책은 더욱 감명깊고 눈물겹다. 

 

비교행복으로 작은 힘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기꺼이 자신을 소재삼아도 좋다는 그녀의 글을 읽으며 그녀는 진짜 행복을 깨달았음을 느낄 수 있었다. 그저 나의 오늘을 감사하는 마음으로 바뀌고 나면 세상이 얼마나 행복해지는지 깨달았기에 『꽤 괜찮은 해피앤딩』 속 그녀의 문장들은 큰 공감이 되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를 읽다보면 알게 된다. 그녀가 대단한 것은 엄청난 사고에서 살아남았고 수십회의 힘겨운 수술을 버텨냈기 때문만이 아니라, 건강한 마음으로 자신의 하루를 최선을 다해 살아내기 때문이다. 그녀의 화상과는 관계없이, 그녀는 타인에게 희망과 위로를 부지런히 전한다. 마음이 아픈이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이야기를 열정적으로 전한다. 그것이 항우울제든 마음챙김이든 글쓰기이든 자신이 경험해온 시간들을 소재삼아, 타인의 안녕을 빈다. 나의 아픔을 드러내며 타인의 회복을 비는 마음이 결코 쉽지 않은 일임을 안다. 그래서 그녀가 전하는 위안이 더 감사했다. 

 

누군가의 응원과 위로로 42.195를 완주한 경험을 쉬이 잊지 않고, 자신도 그런 응원을 전하고 싶다고, 함께 하면 덜 힘들고 더 잘 해낼 수 있으리란 내용을 읽으며, 나는 살며 단 한번이라도 누군가에게 그런 뜨거운 응원이었던 적이 있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나의 가족, 친구들에게는 그런 열렬한 응원을 보내는 러닝메이트가 되어주리라 마음을 먹었다. 나도 누군가에게 '지선이의 오까'가 되어 비빌언덕이 되어주어야겠다고 생각했다. 또 나 역시도 려나씨처럼 내 자체를 더 사랑하고 아름다운 눈으로 바라봐주어야지 다짐했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은 나에게 “꽤 괜찮은 현재진행형 행복”을 생각해보게 만들어줬다. 

 

『꽤 괜찮은 해피앤딩』의 리뷰 마무리는 그녀의 문장으로 대신하고자 한다. 이 말만큼 이 책을 표현할 말이 없을 것 같아서다. “당신이 있어 내가 혼자가 아니듯, 서로가 서로에게 희망이 되어주자고 얘기하면 좋겠다. 지금 옆에 있진 못하지만 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다고 전하면 좋겠다.(p.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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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 읽을수록 교양이 쌓이는 문해력 필수 어휘 70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시리즈
이주윤 지음 / 빅피시 / 202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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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없이 못사는 여러분도 음슴체를 유창하게 구사할 거라는 생각이 듦. 하지만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틀리는 부분이 있다는 사실을 앎? 조금 전, 두 문장의 마지막을 “생각이 듬”, “사실을 암”으로 쓰는 사람이 대부분임. 그렇지만 '들다''알다'처럼 'ㄹ'받침이 들어가는 말을 음슴체로 쓸 때는 'ㅁ'이 아닌 'ㄻ'받침을 사용해야 함.'듦'과 '앎'의 생김새가 아무래도 낯설어 거부감이 느껴질거임. 하지만 '살다'를 '삶'이라고 쓰는 걸 생각해보면 그리 이상할 것도 없음. (p.163) 

 

 

“빨리 낳아”, “일해라 저래라”, “저 잃어버리지 마세요” 갑자기 이런 문장을 왜 쓰냐 하겠지만, 놀랍게도 이것은 10대, 20대가 많이 틀리는 맞춤법의 상위권을 차지한 문장이라고 한다. 이거 말고도 이상한 맞춤법을 쓰는 이들을 많이 보았을 터다. 그렇지만 함부로 맞춤법을 지적하면 꼰대가 된다. 더불어 내가 사용하는 모든 문장을 검열하는 눈들이 엄청나게 생겨날지도 모른다. 그럴 때는 어떻게 한다?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을 선물해주면 된다.

 

아무래도 책을 좋아하다 보니 여러 종류의 맞춤법 책을 읽었는데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 가장 재미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일단 사용된 어휘가 당장 써먹을 것들이라 무척 실용적이었고, 어찌나 재미있게 설명해주시는지, 이게 정말 맞춤법 책 맞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는. 더욱이 '뻥' 좀 보태어 매일 사용하는 어휘로 구성된 '기초 편'과 완전 다르게 알고 있는 맞춤법을 다루는 '중급 편', 어휘력 만랩이 될 수 있는 '고급 편'으로 구성되어 있어, 정말 책 한 권을 통째로 써먹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자주 헷갈리는 맞춤법 300'이란 제목의 부록도 완전 도움 된다는 느낌 팍팍!

 

자 그럼,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나 소개해보겠다. 먼저 제목부터 대놓고 헷갈리는 맞춤법을 '직설적으로' 적어주신다. (아마 필요한 어휘만 찾아보기 편하라고 그러신 듯) 제목부터 대놓고 적어두었기에 필요한 내용을 찾아서 책을 펼치면 익살 넘치는 그림이 우리를 맞이해준다. 어떤 일러스트는 궁금증을 자아내고, 어떤 건 폭소를 준다. (나는 “일해라 절해라” 일러스트가 제일 웃겼다) 그다음 한 두 페이지로 이어지는 간략한 설명! 내용 자체가 간결한데도 헷갈릴까 봐 한 줄 요약까지 똭! 마무리로 OX 퀴즈까지 풀고 나면 우리도 맞춤법을 척척 아는 맞춤법 박사가 되어가는 것.

 

설명 자체도 무척이나 쉽다. 많은 사람이 자주 헷갈리는 '웬과 왠”을 두고 궁금할 때만 '왜'라고 정의를 하시다니. 이걸 어떻게 까먹어! 한 줄로 “왠지 빼고는 다 웬으로 쓰기!”라고 적어두기까지 하셨으니, 이걸 읽고 난 사람은 절대 헷갈리지 않을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 속의 헷갈리는 어휘보다 젊은이들이 어려워하는 한자어를 잘 풀어주신 게 큰 도움이 되리라는 생각이 들더라. 실제 나는 '익일'과 '당일'을 모르는 엄청난 신입을 경험해봤던 터라 부디 많은 사람이 이 책을 읽고 우리말을 더욱 아름답게, 유용하게 쓰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이 책을 화장실에 두기로 했다. 화장실에서 5분 정도 명상의 시간(!)을 가질 때 휴대폰 대신 이 책을 읽고 완전히 내 것으로 만들어야지. 화장실조차 교양을 쌓는 장소로 만들어주는 책, 『요즘 어른을 위한 최소한의 맞춤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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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나톨의 작은 냄비 신나는 새싹 2
이자벨 카리에 글.그림, 권지현 옮김 / 씨드북(주) / 201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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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와, 책을 읽을 때, 글씨를 가려두고 그림 먼저 읽는 편입니다. 까막눈일 때는 그러지 않아도 되었는데, 글씨를 배운 후부터는 아무래도 그림을 충분히 감상하지 못하는 듯하여 포스트잇으로 가린 후 읽고 있죠. 어떤 책은 글씨를 읽으나 읽지 않으나 감상이 같고, 어떤 책은 그림만 읽을 때와 내용을 함께 읽을 때 감상이 다르게 느껴지곤 하는데, 『아나톨의 작은 냄비』는 온전히 후자인 책입니다. 일러스트를 감상할 때엔 그저 귀여운 장난꾸러기라는 느낌이었다면, 내용을 함께 읽을 때는 마음이 먹먹하기도 하고 찡하기도 하여 조금 눈물이 났습니다. 

 

물론 어른의 마음으로 바라보기에 『아나톨의 작은 냄비』 속 냄비가 더 가슴이 아픈 것인지는 모르지만, 아이도 냄비를 대신 들어주고 싶은 것을 보면 아이에게도 비슷한 감상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나톨의 작은 냄비』의 일러스트를 먼저 살펴보자면, 작고 귀여운 녀석이 등장합니다. 단조롭게 선으로 그려진 그림에 세 가지 색만 사용된 단조로운 색상이지만, 다채로운 표정과 익살스러운 동작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뛰어납니다. 일상 속에서 늘 냄비를 끌고 다니는 꼬마를 살피다 보면 웃음이 납니다. 우리 아이는 일러스트를 감상한 후 “냄비를 처음 보고 어디에 사용하는 물건인지 몰라서 모험을 떠나는 이야기”라며 여러 상상을 펼쳤습니다. 아이가 일러스트에 위로 얹어준 새로운 이야기도 무척이나 재미있었답니다. 

 

그러나 『아나톨의 작은 냄비』의 진짜 매력은 텍스트를 읽을 때 드러납니다. 아나톨이 가지고 다니고 싶지 않지만 떨어지지 않는 냄비, 아나톨이 가진 많은 장점을 '이상'하거나 '무서운' 아이로 보게 만드는 선입견을 주는 냄비. 아이는 무겁고 힘겨워 보인다며 냄비를 들어주고 싶다고 했고, 저는 “장애”를 의미한다는 느낌이 들어 코가 시큰해졌습니다. 책을 다 읽은 후 서로의 감상을 주고받은 뒤 아이가 한 말은 “장애가 있는 친구를 만나면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고 냄비를 들어줄래요”였습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아이와 그림책을 읽어온 시간들이, 아이에게 알려주고 싶던 소중한 것들을 아이가 차곡차곡 쌓아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을 살며 다양한 냄비를 만나고 삽니다. 어떤 냄비에는 진짜 음식이 담기기도 하고, 작가님의 말씀처럼 훨씬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 들어있기도 하죠. 그러나 우리는 겉모습만을 볼 뿐, 그 안에 든 것이 무엇인지 진심으로 바라보려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이들은 자신이 가진 냄비가 더 버겁고, 힘겨울지도 모릅니다. 나도 그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사는 것은 아닌지 반성의 마음이 들었습니다. 또 아이가 그런 눈을 가지지 않도록 잘 키워야겠다는 다짐도 했습니다. 

 

글씨를 가렸던 포스트잇을 떼어내 『아나톨의 작은 냄비』 속 냄비를 가려보았습니다. 그랬더니 그저 걷고, 넘어지고, 장난을 치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사랑이 많고 상냥하며,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가 되었습니다. 음악을 사랑하고, 잘하는 게 많은 아이가 되었습니다. 이 세상을 살아가는 많은 아나톨에게서도 냄비를 지우면 그저 사랑스럽고 잘하는 것이 많은 아이가 되겠지요? 

 

아나톨에게 작은 가방을 만들어준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이 '평범한 사람'이 되고, 아나톨의 냄비만을 바라보는 사람들이 '평범하지 않은 사람들'이 되는 날이 오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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